공간 설명
30여 년 역사를 지닌 패션 브랜드 송지오의 플래그십 스토어 겸 현대미술 갤러리. 도산공원 부지는 1993년 송지오가 첫 매장을 연 지역이기도 해 인연이 깊다. 참고로 1990년대에 송지오 매장은 국내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의 교류의 장으로 기능하기도 했다. 공간의 메인 컬러는 블랙으로, 고요하면서도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는 송지오의 창작관과 닮았다. 송지오 인터내셔널이 공간 기획과 디자인을 총괄했는데,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자연 소재인 목재와 인공 소재인 콘크리트를 함께 사용하며 ‘질서와 무질서’를 콘셉트로 상반되는 요소들의 충돌을 공간에 구현했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갤러리’라는 네이밍. 예술적 관점에서 패션에 접근하는 브랜드의 지향점을 담지한 이름이다. 실제로 지하 1층 저장고에는 미디어 아트와 창업자인 송지오 디자이너의 유화와 드로잉 작품을 전시하고, 4층에는 건물의 주재료인 검은 목재를 겹겹이 쌓아 만든 설치 작품 ‘블랙 아이Black Eye’를 배치하는 등 공간 곳곳에 예술 작품이 자리해 있다. 검은 콘크리트로 마감한 3층은 전시 공간으로 쓰인다.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무대 애니메이션, 혁오 밴드의 ‘톰보이Tomboy’ 뮤직비디오 참여 등으로 이름을 알린 드로잉 아티스트 성립과 함께 개관 기념전을 연 데 이어 스튜디오 신유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기도 했다.
물론 패션 브랜드의 아트슈머 전략이 이례적이라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송지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시 작가들과 협업 패션 에디션을 선보이는 등 최근 들어 좀 더 적극적으로 예술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박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