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설명
커피를 한 잔도 마시지 않고 하루를 나기란 쉽지 않다. ‘아메리카노를 수혈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만큼 커피는 한국인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만큼 서울 시내를 걷다 보면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이런 와중에 새롭게 간판을 다는 카페가 있다면 필히 커피 그 이상의 콘텐츠를 선보일 각오가 되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카페 과포화 시대를 맞이한 스타벅스 역시 이러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몇 해 전부터 ‘스페셜 스토어’ 설립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특별한 고객 경험을 제안하는 스타벅스 스페셜 스토어는 더The매장과 콘셉트 스토어로 나뉜다. 더 매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경치에 초점을 둔 공간이고, 콘셉트 스토어는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카페를 찾는 젊은 세대를 겨냥하는 장소다.
올해 9월에 문을 연 장충라운지R점은 후자에 해당한다. 스타벅스의 열 번째 스페셜 스토어로, 인적이 드문 장충동 골목에 자리한 2층 저택을 새로 단장해 만들었다. 1960년대에 지은 이 집은 1세대 건축가 나상진의 작품이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건축물에서 그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데, 특히 공간 전체를 꿰뚫는 가로선 구조는 나상진의 수평 미학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갤러리처럼 꾸민 차고지를 지나 실내에 들어서면 7개의 방이 나타난다. 기존 가정집 구조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뮤직 룸’, ‘리딩 룸’, ‘파이어 플레이스 룸’ 등 방마다 고유한 스토리텔링을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공간에 스며든 경험의 밀도를 끌어올리면서도 재방문을 유도하는 영리한 전략인 셈이다. 곳곳에 놓인 가구와 오브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르코르뷔지에의 LC1 체어, 루이지 마소니가 디자인한 구찌니 모아나 램프 등 가구 애호가라면 한눈에 알아볼 법한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가 공간 분위기를 농익게 하고, 초인종·벽난로·샹들리에 등 이 집의 역사와 함께해온 오래된 기물이 장소의 헤리티지를 이어나간다. 아메리카노 한 잔만으로는 아쉬운 이라면 커피로 시작해 디자인으로 끝나는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에서의 여정에 동참해보자.
*해당 사진은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