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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2-09-21

디자인 거장, 하라켄야의 새로운 시작 ②

하라켄야를 거장으로 만든 주요 프로젝트

하라켄야의 디자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곳엔 사람이 있다. 보기 좋은 디자인 대신 ‘기분 좋은 상태’를 추구하고, 몸의 감각을 익히고 써보길 권유한다. 이제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예술가가 아닌 모든 사람이 익혀야 할 감각이다. 이번 편에서는 하라켄야의 주요 프로젝트를 통해 그의 디자인 세계를 살펴본다.

하라켄야 ⓒ designpress
하라켄야 Hara Kenya
1958년생, 디자이너. 일본디자인센터(Nippon Design Center) 대표, 무사시노미술대학 교수, 무인양품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고 폭넓게 접근해 디자인의 지평을 열었다. 나가노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 프로그램, 마츠야 긴자 백화점 리뉴얼 프로젝트, 우메다 병원 사인 프로젝트를 통해 오감을 확장하는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건축가들의 마카로니>, <리디자인―일상의 21세기>, <햅틱>, <하우스비전4: 2022 코리아 전람회> 등 전시를 기획했다. 그 외에도 마츠야 긴자, 츠타야서점, 긴자식스(GINZA SIX), 미키모토(MIKIMOTO), 야마토운수의 VI 디자인을 통해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2019년부터 ‘저공비행-High Resolution Tour’ 웹사이트를 통해 고해상도 관광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활동을 모색 중이다. 저서로는 <디자인의 디자인>, <백(白)>, <일본의 디자인>, <저공비행-이 나라의 형태(한국 타이틀 미정)> 등이 있으며 이중 <디자인의 디자인>은 제26회 산토리학예상을 수상했다.

— 국내에서 <디자인의 디자인>(2003)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많은 크리에이터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고요. ‘디자이너의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도 많은데 들어보셨나요? 

그런 수식어는 제가 <디자인의 디자인>이라는 책을 써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책을 읽어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디자인이 소비주의와 연결되어서 과한 생산을 위한다거나 많이 팔리기 위한 디자인이 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이 앞으로는 하나의 교양으로서, 예술 분야가 아니라 사회학에 들어가서 경제와 연결되거나 정치와 연결되는 그런 역할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때문에 아마 우리 모두가 몸에 익혀야 할 감각이 될지도 모르죠. 나는 디자이너들에게 뭔가를 전달하기보다는 디자인을 잘 몰랐던 일반 사람들에게 어떻게 디자인을 더 좋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그런 역할을 다하고 싶고요.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이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쓰는 시대이기도 하니까요.

ⓒ designpress

— 지금부터는 대표 프로젝트를 살펴볼 참인데요. 기억에 남거나 개인적으로 의미 있던 프로젝트가 있나요?

워낙 다방면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와서 그중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맞출지가 중요하겠네요. 제가 가장 인상 깊게 꼽는 작업 중 하나는 <리 디자인> 전시입니다. 그리고 ‘하우스비전 코리아’ 역시 저에겐 의미 있는 프로젝트이지요. 또 얼마 전에 책으로도 나온 ‘저공비행’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고해상도 관광을 콘셉트로 일본 열도의 여러 의미 있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하고, 글도 쓰고 있습니다. 여러 지역을 리서치하는 동시에 연구도 진행하는 건데요. 앞으로 이 자료들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관광 발전시킬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공간을 기획해서 호텔이나 료칸을 구상하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여러 지역의 환경과 풍토, 지역의 잠재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이것을 활용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 저공비행 프로젝트는 3편에서 자세히 소개합니다.

무인양품 기업광고 포스터 ‘지평선’ 2003

MUJI corporate advertising, 2003-2018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넓은 지평선을 배경으로 비워진 ‘공’의 개념을 통해 간결함 속에 충만한 삶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 무인양품 광고 캠페인. 하라켄야가 광고 캠페인의 디렉터를 담당했다.

나가노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프로그램 디자인,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프로그램 디자인, 1998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일본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그래픽을 적용했다. 올림픽이라는 국제 행사를 찾은 선수, 관객, 관계자에게 ‘눈을 밟은 기억’을 되살리고자 제지회사와 종이를 개발했다. 팸플릿의 소재는 푹신한 흰색 종이로 쓰고, 표지에 배치한 문자는 모두 요철로 눌러 표 현하는 디보스 기법으로 가공했다.

포스터, 제품 패키지 디자인 2000~2019

POLAND / JAPAN 포스터 2019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왼) 학킨 (마스이치 이치무라 주조장 정종 패키지), 2000 (오) ISPAHAN Pierre Hermé 한정 마카롱 패키지 2014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하라켄야는 ‘그래픽디자인 국제 리뷰’, 2019 대회에서 폴란드와 일본을 상징하는 두 편의 포스터로 ‘Ideography’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유리병이나 도자가 아닌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해 센세이션을 안겼던 학킨 정종 패키지와 프랑스 제과점, 삐에르 에르메의 패키지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리디자인–일상의 21세기> 전시, 2000

(좌) 반 시게루, 휴지 (오) 사토 마사히코, 출입국 스탬프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좌) 쿠마 켄고, 바퀴벌레 끈끈이 (오) 멘데 가오루, 성냥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기존의 것을 미지화하는 전시. 하라켄야는 1990년대에 ‘리디자인’ 개념에 빠져 있었고, 새 천년이 시작되던 해에 지류 회사인 다케오 창사 100주년 기념 전시를 기획하게 된다. 당시 32명의 작가에게 각자 일상용품을 다시 디자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표적인 예로 건축가 반 시게루의 사각형 화장지, 아트디렉터 사토 마사히코의 출입국 스탬프, 라이팅 디자이너 멘데 가오루의 성냥 등이 있다.

<햅틱> 전시, 2004

(좌) 파나소닉 디자인사, 젤 리모컨 (오) 야마나카 슌지, 플로팅 컴퍼스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좌) 후카사와 나오토, 주스 껍질 (오) 하라 켄야, 물 파친코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촉각을 다룬 전시로 건축가, 디자이너, 전통 장인, 가전제품 디자인팀 등 22팀에 감각을 일깨우는 디자인을 의뢰했다. 단단해야 할 물건들이 물렁해 진다던가 당연시되었던 소재가 다른 것으로 바뀌는 등 일상 속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다양한 디자인이 소 개되었다.

무인양품 아트디렉팅, 2002~

무인양품 기업광고 <기분 좋은 것은 어째서일까>, 2020 사람이 유일하게 청소를 하는 존재라는 것에 착안해 전개한 광고 캠페인이다.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디자이너 다나카 잇코에 이어 스무 해 넘게 무인양품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내용에 충실한 상품 개발, 간결한 포장 형태 등 ‘No Design’을 추구하던 브랜드에 더 높은 수준의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직감했다. 무인양품은 간결함 속에 새로운 가치관과 미의식을 만들어내고, 생산과정을 철저히 생략하되 소재와 기술을 적용시켜 무조건 싼 것이 아니라 현명한 가격대를 실현하는 브랜드다. 하라켄야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슬로건과 함께 광고 캠페인에서 ‘Emptiness, 비움’을 강조하며 비움이야말로 모든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임을 알렸다. 2020년 부터는 ‘기분 좋은 것은 어째서일까’를 슬로건으로 기분 좋은 사회와 생활을 제안하고 있다.

청소를 테마로 한 서적 <청소 Cleaning>(주식회사 양품계획(무인양품), 2020)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무인양품 기업광고 <기분 좋은 것은 어째서일까>, 2020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이 광고는 TV CF부터 온라인, 신문, 잡지, 무인양품 대형점까지 여러 미디어로 전개되었다. 일본 무인양품에서는 청소를 테마로 한 서적 <청소(Cleaning)>(주식회사 양품계획, 2020)도 발간되었다. 오리지널 사이트에서는 세계 각국의 여러 가지 청소 모습을 담은 60초 동영상이 2주 간격으로 5종류 공개되었다. 

일본 오리지널 사이트

한국 오리지널 사이트

무인양품 월드 태그 시스템. 각국에 적용되는 태그를 디자인 시스템화하여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무인양품의 브랜드 기조를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츠타야 서점, 2011

츠타야서점의 로고와 공간 및 사이니지 디자인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1983년 문 연 츠타야 서점은 책, 음악, 영화 등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공간으로 유명하다. 2011년 다이칸야마에 새로운 공간을 오픈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디자인을 의뢰하게 된다. 하라켄야는 츠타야서점의 로고를 영어에서 한자로 바꾸는 한편 ‘점dot‘을 이용해 전반적인 디자인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다케오 시립 도서관, 2013

다케오시립도서관 공간 및 사이니지 디자인 | 제공: 일본디자인센터

이 시설은 츠타야서점과 다케오시가 계약해서 다케오시립도서관을 츠타야서점이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도서관만 운영할 경우에는 수입이 생기지 않지만, 츠타야서점이 도서관과 서점을 동시에 운영하면 경제를 창출하면서 도서관 또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마을 사람들도 마음에 들어했고 멀리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도 많아져, 프로젝트로서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래픽 툴, 사인 디자인을 츠타야서점과 같은 톤으로 전개시키는 부분을 담당했습니다. 굉장히 아늑하고 차분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라켄야

이소진 수석 에디터

인물 사진 임상현(아토스튜디오), 어시스턴트 김수민

자료 제공 일본디자인센터(NDC), 무인양품

도움 김지은(NDC), 프레인글로벌

* 디자인 거장, 하라켄야의 새로운 시작은 3편의 시리즈로 기획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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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켄야의 첫 번째 이야기 _ 미래 주거 환경, 로컬과 투어리즘 인터뷰
하라켄야의 두 번째 이야기 _ 하라켄야를 거장으로 만든 주요 프로젝트
하라켄야의 세 번째 이야기 _ 하라켄야가 추천하는 [저공비행] 로컬 여행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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