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일 중요한 건 태도다.” 카페, 진정성의 김정온 대표는 지난 10년간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변치 않는 태도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카페, 진정성의 태도는 무엇일까?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브랜드명처럼 ‘진정성’임을 알게 되었다. 유행도 빠르고, 흥망성쇠도 명확한 한국의 커피 업계에서 묵묵히 10년이라는 시간을 지켜온 카페, 진정성은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브랜드의 진심을 한 명 한 명에게 전달하고, 그렇게 쌓은 업력과 경험을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태고자 한다.
Interview with
김정온 카페, 진정성 대표

─ 제주 종점이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편’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카페를 시작했어요. 그곳의 어떤 점이 마음을 바꾸게 한 건가요?
동료로 함께 했던 로컬 브랜드 사업팀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공간을 채울 새로운 콘텐츠를 찾고 있는데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공간인지 찾아봤는데 의미와 뜻이 좋은 곳인 거예요(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옛 전남도청으로, 5·18 시민군이 마지막까지 남아서 저항했던 역사적인 곳이다.). 마음이 끌리니까 직접 보고 싶어서 배우자에게 광주로 휴가를 가자고 거짓말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아갔죠.
─ 실제로 보고 ‘여기다!’ 하신 거군요.
건축물과 공간이 지닌 역사와 이야기에 압도되었어요.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시기라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렇다면 이 자리에 카페, 진정성이 들어와서 닻을 내렸을 때,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앵커 효과가 일어난다면 의미 있겠다 싶었죠. 이전에 우리가 보여준 성취들은 주로 상업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서 우리의 힘을 다른 방법으로 보여주고도 싶었어요. 광주편이 오픈한 지 2년 반 정도 지났는데 잘 안착하여서 무리 없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 그 마음이 자연스럽게 한강편으로 이어졌고요.
수십 개의 서울 매장을 정리하고 제주 종점이 마지막이라고 했을 때, 다들 아쉬워하시면서도 이해해 주셨거든요. 그런데 광주편이 등장하니까 서울로 다시 올 생각은 없느냐고 많이 물어보셨어요. 생각해 보니까 그분들 말씀이 맞더라고요.

─ 사실 저는 궁금했어요. 왜 제주 종점 이후로 서서히 마무리를 하겠다고 했는지요.
가장 큰 이유는 진심이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카페, 진정성은 우리가 어떤 재료를 사용했고, 어떻게 만드는지를 손님에게 일대일로 전달함으로써 사랑받았는데, 바빠지면서 소통할 시간이 없어졌어요. 또 사업을 확장하면서 브랜드 가치와 부딪치는 상황도 생겼고요. 저의 예상이지만, 그 시기에는 카페, 진정성을 커피가 아닌 밀크티 맛집이나 수도권 대형 카페로 알고 오시는 손님이 더 많았을 거예요. 그러한 시기를 거치면서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일은 무엇을 하든 콘텐츠가 빠르게 소진되고 결과도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 음… 왠지 지금의 카페 문화를 되돌아보게 되네요.
요즘은 마치 스탬프 투어를 하는 것처럼 오늘 새로운 카페에 가면 내일 또 다른 카페에 가는 분위기가 있죠. 그만큼 새로운 콘셉트와 스타일, 테마를 갖춘 카페들이 계속 등장하니까요. 그게 잘못된 방향이라는 건 아니에요. 다만 카페, 진정성과 맞지 않는 방향일 뿐이죠. 이전처럼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진정성과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마침 양화대교의 유휴공간이 나타난 거예요. 미래한강본부의 관련 계획 소식을 접했을 때, 바로 공간 콘셉트가 그려졌어요. 한쪽은 규모가 크지 않고 커피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다른 한쪽은 손님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응대할 수 있는 곳으로 꾸리면 좋겠다 싶었죠.

─ 아이디어를 번뜩 떠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죠.
한강편은 첫 구상부터 현실화까지, 일 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지기는 했어요. 하지만 그뿐 아니라 카페, 진정성을 10년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경험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먼저 차를 소개했던 ‘김포 서점’을 운영했을 땐 미숙했거든요. 그런데 한강편은 완숙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준비한 만큼 손님들께 정말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어요.
─ 또 다른 궁금증은 ‘왜 카페, 진정성이 차를 할까?’였어요. 혹시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계시나요?
그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사업 확장의 의미는 아닙니다. ‘느리게, 천천히’라는 공간의 메시지와 진정성이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차와의 시간을 떠올린 것뿐이에요. 동시에 제가 먼저 경험한 차를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 그래서 동편에서 차를 주문하면 작은 부분까지 설명해 주시는 거군요. 한강편의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동편은 손님께 찻잎과 차를 내리는 과정을 설명하고, 그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고, 피드백도 받는 공간이에요. 정성스럽게 만든 고급 찻잎과 다기를 사용하고요. 그래서 가격이 다소 높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공간과 메뉴를 음미하다 보면 아깝지 않다고 느끼시리라 믿어요. 다른 카페와 차별화한 서비스와 메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지리적, 환경적 한계를 극복하려고 했죠.

─ 지금까지 그 전략이 성공했나요?
그런 것 같아요. 한강편은 날씨에 구애를 많이 받는 곳이라 손님들이 눈과 비를 뚫고도 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친절한 접대를 기본으로 동, 서편에 어울리는 구성과 분위기, 운영 방식 등을 갖추고자 했죠. 이 중 가장 큰 핵심은 ‘태도’예요. 앞서 말한 요소들과 더불어, 브랜드와 어울리는 태도가 갖춰져 있다면 손님은 다시 방문하고 싶어 할 거예요.
─ 한편으론 손님에게 하나하나 설명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카페, 진정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선 손님도 이 공간을 천천히 여유롭게 즐겨야 해요. 특히 동편에서는 카페, 진정성의 초창기 공간처럼 저와 대화를 나누며 차와 커피를 즐길 수 있어서, 눈이나 비가 내려도 그 경험을 하려고 오는 손님들도 계세요.
─ 대표님의 응대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차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나? 싶었어요.
최대한 우리나라 차를 소개하려고 하거든요. 한국의 차가 정말 좋은데 사람들이 잘 몰라요. 한강편에서 제 이야기를 듣고, 경험한 분 중에서 누군가가 계속 흥미를 느끼고 차를 마신다면 결국 우리나라 다원에 도움이 되는, 공공의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겠죠.

─ 서편에는 양화대교를 지나가다 들르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동편에는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서편과 똑같이 우연히 지나가다 왔다고 하는 분도 있는데 평일 같은 경우, 손님의 80%가 지인의 추천을 받고 오는 분이에요. 지인에게 동편을 권했다는 건 이 공간에서 느낀 만족도가 높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신뢰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도 될 테고요.
─ 카페, 진정성이 말하는 ‘진정성’이란 무엇인가요?
제주도와 일본에서 공수한 최고 품질의 말차 잎을 우리나라의 장인이 만든 맷돌을 사용해서 직접 가루를 내요. 그러면 아주 약간이지만 향이 더 좋아지거든요. 또, 꽃차 같은 경우도 손으로 조심스럽게 딴 꽃을 정성스럽게 말린 꽃잎 차를 공수해 와요. 어떻게 보면 조심스럽게 딴 차와 훑어서 딴 차의 향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제가 이를 고수하는 이유는 진정성이란 아주 작고 소소한 차이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바닐라 시럽을 와인 셀러에 숙성하고, 선별한 홍차를 24시간 냉침해서 밀크티를 만드는 등… 이런 정성들이 미묘한 차이로 나타나는 것, 그것이 진정성이죠.

─ 그러고 보니 일대일 티하우스는 예약제가 많은데, 동편은 그러지 않아서 좋았어요. 예약제가 편리하지만, 때로는 복잡할 때도 있고 자유롭게 즐길 기회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김포 서점을 예약제로 운영했는데 전달의 한계가 있었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퍼지지 않는다는 어려움도 있었어요. 그래서 동편은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했어요. 제가 동편을 생각할 때, 떠오른 단어 중의 하나가 ‘우연’이었거든요. 우연히 양화대교를 건너다가 찻집을 발견해서 들어왔는데, 이 공간의 모든 콘텐츠와 작동 원리들이 평소에 경험할 수 없는 것이라면 기억에 깊게 남을 듯했어요. 실제로 우연히 들어온 손님들께 소감을 물어보면 ‘특별했다’, ‘재미있었다’, ‘맛있었다’ 등 긍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와요.
─ 우연히 만난 카페(찻집)가 특별함으로 남는 거군요.
한강에선 두 가지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는 사람과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일상’적인 경험이 있고, 유람선을 타거나 불꽃축제를 보는 것처럼 ‘비일상’적인 경험이 있죠. 이를 한강편에도 적용하여 일상의 커피와 차는 서편에서, 비일상의 차와 커피는 동편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어요.

─ 손님이 동편과 서편에서 느끼는 감정도 다르다고 생각해요. 서편은 자유롭고 편해서 가까운 동네 친구처럼 느껴지고, 동편은 있을수록 느긋하고 마음이 놓여서 볼수록 매력이 있어요.
카페, 진정성을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카페, 진정성을 오래전부터 좋아해 주셨던 분들은 동편과 서편을 모두 편하게 생각하시거든요. 마치 오랜 연인처럼요. 하지만 처음 동편을 방문한 고객 중에는 우연히 마주친 공간에 설렘을 느끼는 분도, 저와 조용히 대화를 나누면서 무척 집중하는 분도 계세요. 또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분은 방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설명도 간단하게 하고요.
─ 이번 한강편 공간 디자인도 10년째 호흡을 맞춰온 스튜디오 ‘더퍼스트펭귄’과 함께 하셨죠.
더퍼스트펭귄과는 함께 한 시간이 오래되었어요. 제가 생각한 키워드와 의미들을 더퍼스트펭귄에 전달하면, 그분들은 이를 명확한 형태로 구체화하고 디자인으로 풀어내시죠. 이젠 하나의 키워드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면 전체 분위기부터 공간 내부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들까지 척척 디자인해 주십니다. 카페, 진정성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이야기가 공간과 기물을 통해 작동하고, 전달되게 해주는 분들입니다.

─ 한강편 공간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창밖 한강뷰예요. 그러고 보니 카페, 진정성의 김포 기점과 제주 종점도 뷰가 매우 아름다웠죠.
몇 번의 안타까운 경험을 한 이후로, 공간을 새로이 기획할 때 ‘경관이 영구 보존될 수 있는가’를 엄격하게 따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순간을 즐길 수 있게 하죠. 김포 기점은 햇빛이 강해도 파라솔을 치지 않아요. 그 햇살을 그대로 느끼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한강편도 마찬가지예요. 한강이 변할 일은 없으니까요(웃음). 특히 동편은 저녁에 국회의사당과 여의도 빌딩에 불이 켜지면 정말 예쁩니다. 또, 봄이나 가을에는 양화대교 밑 버드나무 덕분에 유럽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 그러고 보니 미래한강본부와의 계약이 끝나면 한강편은 사라질 수도 있는 건가요?
이제 저는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과 건물에 매력을 느껴요. 그런 공간을 잘 꾸며서 운영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우리 이후로도 용기를 내서 들어올 브랜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일 카페, 진정성이 떠나더라도 다른 로컬 브랜드들이 여기에서 자기만의 색을 보여주고 또 다른 좋은 공간을 만들기를 바라요. 이게 한강편의 목표였어요. 저는 공공 가치에도 관심이 높아요. 실제로 대학생 때 유휴공간을 활용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카페를 기획할 정도로요. 그때의 마음이 지금의 ‘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 점과 비교했을 때, 편은 조금 더 자유롭다고 할까요? 유연함도 느껴지고요.
점도 세상의 다른 존재들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정점에서 내려오고 사라지는 게 당연해요. 이를 이어서 편으로 다시 시작하는 거죠. 광주편과 한강편을 하면서, 편마다 각기 다른 의미가 담기고 독자적으로 길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광주편의 액자에 쓰여 있는 것처럼, 편은 확장이 아니라 독립적이되 지난 세월과 태도를 이어가는 거예요. 어쩌면 편은 카페와 티 하우스가 아니라 다른 형식으로 발현될 수도 있어요. 편은 그렇게 열어 뒀어요. 단, 태도만 변치 않으면 돼요.
─ 진정성이라는 브랜드도 자유로워진 걸까요?
카페, 진정성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인격체로 느껴졌으면 해요. 사람은 살면서 오르막도 올랐다가, 내리막도 경험하잖아요. 그처럼 카페, 진정성도 올라갔다면 내려오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물론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힘들었죠. 하지만 이젠 편안해요.
TPO
김정온 대표에게 브랜드다움이 느껴졌던 공간

프릳츠라는 브랜드를 좋아합니다. 카페, 진정성을 하기 전에 프릳츠에 입사 지원할 정도로 동경했던 브랜드였어요. 특히 프릳츠 도화점은 어느 것 하나 과함이 없는데, 더 매력적인 부분은 부족함도 없다는 점이에요. 프릳츠의 공간에서는 항상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게 돼요. 그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거든요. 제 눈에는 프릳츠라는 브랜드와 그 브랜드가 만든 공간은 모든 게 완벽합니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글 허영은 객원 기자
사진 표기식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카페, 진정성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한강 다리 위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 카페, 진정성 – 한강편
: file no.2 : 10년을 버틴 카페 브랜드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