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2

판타지가 실현되는 무대, 인스파이어 아레나 ①

: file no.1 : 국내 최초의 공연 전용 아레나

Briefing

인스파이어 아레나

지난해 12월 열린 〈2023 MMA: 멜론뮤직어워드〉 현장, 1만 2천여 명의 관객이 둘러싼 원형의 무대 위에 아티스트가 오르자 함성이 쏟아졌다. 무대와 스탠딩석 앞줄 사이의 거리가 3~5m에 불과했던 만큼 아티스트와 관객은 가까이에서 호흡했고, 무대 곳곳에 설치된 크고 작은 LED는 다양하게 형태와 위치를 바꾸며 분위기를 돋웠다. 이 대규모 음악 행사가 열린 곳은 인천 영종도에 자리한 인스파이어 아레나(INSPIRE ARENA). 국내 최초의 다목적 공연 전용 아레나로, 2023년 12월 2일 〈MMA: 멜론뮤직어워드〉를 개최하며 대중에 첫선을 보였다.

〈2023 MMA: 멜론뮤직어워드〉 현장. 제공: 인스파이어

아레나(Arena)란 초기부터 라이브 공연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주로 1만~2만 석 규모의 전문 공연장을 일컫는다. 국내에서 공연 전문 아레나의 부재는 오래도록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1만 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시설은 대표적으로 잠실 주경기장(6만 9천여 석, 현재 리모델링 중),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1만 5천여 석), 고척스카이돔(2만 5천여 석), 잠실 실내체육관(1만 1천여 석) 등이 있다. 그러나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공간들은 체육시설로 계획된 곳이므로 전문 공연장에 비해 공연 연출이나 인프라 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아레나 입구. 티켓 박스 양쪽으로 게이트가 있다.

국내 공연 산업 규모가 커지고 케이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는 전문 공연장의 필요성이 더욱 자주 대두했다. 그 결과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 아레나 건립이 논의되었으나, 막대한 자본을 조달해야 하고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야 하는 등 사업의 특성 때문에 계획이 예상보다 더뎌지거나 백지화되었다. 현재 국내에서 오픈 후 운영 중인 아레나는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유일하다.

에픽하이 20주년 앵콜 콘서트 현장. 제공: 인스파이어

이러한 시점에 만난 장현기 인스파이어 아레나 GM(General Manager, 이하 장현기 GM)은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성공해 좋은 선례가 된다면 국내에서도 보다 많은 시도가 이뤄질 수 있을 겁니다. 이곳을 성공적인 공연장으로 안착시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오픈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인스파이어 아레나엔 아직 보완할 부분도 풀어야 할 숙제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아레나가 갖는 의미와 확장할 미래가 분명히 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이야기를 세 편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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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라는 공연장

라틴어 아레나(harena)는 ‘모래’라는 뜻이다. 고대 로마에서 검투사들이 겨루던 원형 경기장에 모래가 깔려 있던 데서 지금의 의미로 발전했다. 사람들이 모여 중앙에서 펼쳐지는 경기나 공연을 관람하는 공간 전부가 ‘아레나’라 불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상적으로 공연 인프라로서의 아레나란 적어도 8천 석 이상을 갖춘 대규모 실내 공연장을 말합니다.” 장현기 GM의 설명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레나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로, ‘대규모’ ‘실내’ ‘공연장’이 그것이다. 첫 번째 키워드인 ‘대규모’, 아레나의 기준이 되는 좌석 수가 규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최소한 8천 석, 1만 석에서 2만 석 사이를 갖춰야 한다. ‘실내’도 중요한 키워드다.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계절 어느 날씨에나 공연을 열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연장’이라는 키워드는 공간의 설립 목적이 다른 이벤트가 아닌 ‘공연’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아레나 좌석

공간의 설립 목적이 공연에 있다는 조건은 특히 중요하다. 이 경우엔 설계 단계에서부터 음향을 고려한 건축음향 설계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 “음향 설계가 잘 이뤄진 공연장을 평가하는 척도가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건축음향 설계가 잘된 공연장에서는 다양한 음역의 소리가 각각 명료하게 들립니다. 보컬이면 보컬, 전자 기타면 기타, 드럼이면 드럼, 코러스면 코러스가 깨끗하게 들리는 것이죠.” 실제로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전문 음향 평가에서 ‘전, 후, 좌, 우 공간 설계를 포함한 스피커 설치와 튜닝으로 잔향 및 명료도에서 우수하다’라는 결과를 얻었다. 실제로 여기서 공연한 아티스트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아 다시 이곳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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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무대, 변하는 객석

마룬파이브 콘서트 〈INSPIRE CONCERT SERIES #1 : MAROON5〉 현장. 제공: 인스파이어
1층 객석을 펼친 아레나의 모습. 제공: 인스파이어

소리뿐 아니라 목적과 필요에 맞춰 다양하게 무대 구성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은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큰 특징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주요 요소는 천장과 가변형 객석이다. 장현기 GM의 설명을 들으며 아레나의 천장을 올려다봤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천장에 걸 수 있는 하중이 100톤에 달합니다. 수치상으로는 그 이상도 가능하고요. 리깅 포인트(Rigging points)*는 180개입니다. 천장의 어느 위치에든 장치와 설비를 걸 수 있죠.”

* 천장에 장치나 설비를 걸 수 있는 지점.
내부 통로에서 바라본 무대 일부
하역장부터 무대까지 동선이 이어져 중장비나 차량도 드나들 수 있다.

천장 어디든 장치와 설비를 장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곧 그 아래 어디든 무대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곳에서는 T자형, 유선형, 원형 등으로 무대의 형태를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다. 객석 역시 무대에 맞춰 변화한다. “저기 1층 벽면에 들어가 있는 구조물 보이시나요? 지금 쓰지 않는 객석을 수납해 둔 겁니다. 수납형 객석을 갖춰 이벤트의 성격에 따라 서랍을 여닫듯 객석을 꺼내고 넣을 수 있습니다.” 태민, 동방신기, 마룬5 등 국내외 뮤지션의 대규모 콘서트는 물론 WTT(World Table Tennis, 국제 탁구대회), 발로란트 챔피언스 서울과 같은 스포츠·e스포츠 경기, 세계지식포럼에 이르기까지 여러 성격의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1층 객석이 수납된 모습
샤이니 콘서트 〈SHINee WORLD VI "PERFECT ILLUMINATION : SHINee'S BACK"〉 현장. 본무대 일부가 떨어져 나오며 객석 위로 이동했고, 천장에서 구조물이 내려와 새로운 무대가 됐다.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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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안의 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시설의 일부다. 호텔, 카지노, 수영장, 식음 시설, 쇼핑몰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함께 운영되는 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주요 정체성이다. 공연장과 리조트 내 다른 시설은 자연스럽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는 리조트 전체 기획 단계부터 염두에 뒀던 일로, 장현기 GM이 보고 싶은 풍경과도 맞닿는다. “공연 관람 경험이 달라지는 모습을 꿈꿉니다.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에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미디어 아트를 감상할 수도 있고, 공연을 계기로 호텔에 묵거나 수영을 하면서 여가를 즐길 수도 있겠죠. 이곳에서 그런 경험이 가능하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지난 7월 이승철 콘서트 〈Rock’n All〉이 열린 시기, 리조트 내 식음 시설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다고. 해당 콘서트 관람 주 연령층이 40~50대임을 고려했을 때, 이들이 공연과 더불어 식음과 쇼핑, 미디어 아트 등을 두루 즐긴 것으로 보인다.

아레나 앞 로툰다 공간에 설치된 미디어 아트. 공연을 보러 온 이들은 여러 작품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또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케이팝 콘서트의 경우 외국인 관람객 비중이 약 60%에 달하는데, 이들의 편의를 위한 디테일을 갖추려 한 노력도 눈에 띈다. 큰 짐 보관 서비스나 호텔과 연계해 숙식을 간편히 해결하는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는 것.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복합 리조트 안에 있는 대형 공연장은 가능성이 큽니다. 새로운 관광 루트가 될 수도 있지요.”

티켓 박스 옆에 오픈한 ‘아레나 인사이드’ 공간. 아티스트 대기실을 재현한 곳으로, MD 숍이자 포토존의 역할을 한다.
공연 대기 공간. 간단한 먹을 거리를 판매한다. 제공: 인스파이어

리조트 내 여러 시설을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는 만큼, 이 특성을 활용한 공연들이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일례로 지난 6월 개최한 〈2024 위버스 콘 페스티벌(Weverse Con Festival)〉은 인스파이어 아레나와 리조트 외부 잔디마당 ‘디스커버리 파크’를 동시에 활용하는 공연이었다.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르세라핌 등 출연한 아티스트의 특성에 맞춰 아레나와 잔디마당 무대를 각각 다르게 채웠다. “아레나가 오픈한 지 사계절이 지나지 않았어요. 내부 기획 팀이 다양한 일들을 구상 중입니다. 아레나와 워터파크를 연결하는 콘서트와 파티 같은 이벤트를 해볼 수 있을 거고요. 아레나와 마이스(MICE) 센터, 호텔을 연결한 대규모 비즈니스·학술 행사 개최도 가능합니다.” ‘관객의 하루 전체를 기쁨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라는 큰 꿈을 꾸는 인스파이어 아레나. 이곳이 그리는 미래와 그 근거를 2편에서 소개한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준공일 2023. 11. 21

오픈일 2023. 12. 02 (2023 MMA : 멜론뮤직어워드)

시공사 한화 건설부문

설계사 AA아키그룹(구 현대종합설계)

건축주 MGE (Mohegan Gaming & Entertainment)

면적 15,000 ㎡(가로 135m 세로 125m 높이 40m)

높이 바닥에서 Rigging Point 23m

리깅 포인트 180ea(전체 하중 102 ton, 체인 모터 1 ton 160ea 2 ton 20ea)

김유영 기자

사진 강현욱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인스파이어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판타지가 실현되는 무대, 인스파이어 아레나

▶ : file no.1 : 국내 최초의 공연 전용 아레나

      : file no.2 : 태민이 거꾸로 서 노래할 수 있었던 이유

      : file no.3 : 이어지며 확장하는 공간

프로젝트
[Post-It] 인스파이어 아레나
장소
인스파이어 아레나
주소
인천 중구 공항문화로 127
링크
홈페이지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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