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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9

예술과 자연이 잇닿는 백색의 미술관, 솔올미술관 ②

: file no.2 : 마이어 파트너스가 흰 면과 빛으로 만든 것
©솔올미술관 ​

‘솔올’이라는 미술관의 이름은 연덕호 마이어 파트너스 파트너가 지었다. 그는 이 대지를 처음 만났을 때, 강릉의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강인하게 아름다운 소나무에서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 풍경에는 울창한 숲을 간직하며 조용히 존재하는 미술관이 마땅했다.

 

설계에 돌입한 후 4년, 미술관은 여전히 푸르른 소나무 숲과 변화무쌍한 강릉의 하늘을 있는 그대로 품는 모습으로 완성됐다. 어디로든 시선이 흐르는 공간, 사람을 자연스레 산책하게 만드는 공간을 설계한 마이어 파트너스의 연덕호, 오샤론 건축가를 인터뷰했다.

전시실과 사무공간이 있는 큐브를 멀리서 바라본 모습

Interview with 

연덕호 마이어 파트너스 파트너 · 오샤론 마이어 파트너스 프로젝트 건축가

 

연덕호 마이어 파트너스 건축가. 마이어 파트너스에서 30년간 재직하며 주택, 박물관, 호텔, 도시 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국 뉴욕 ‘685 First Avenue’, 콜롬비아 보고타 ‘Vitrvm’, 한국 강릉 ‘씨마크 호텔’ 등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담당해 왔다.
오샤론 마이어 파트너스의 건축가. 2012년 마이어 파트너스에 합류한 이후 박물관, 레지던스, 호텔 등 여러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국 뉴욕 ‘One UN Park’, 멕시코 멕시코시티 ‘Torre Cuarzo on Reforma’, 한국 강릉 ‘씨마크 호텔’ 등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담당해 왔다.
왼쪽부터 오샤론 마이어 파트너스 프로젝트 건축가·매니저, 연덕호 마이어 파트너스 파트너

솔올미술관은 강릉 교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터에 지어졌습니다. 이 대지를 마주했을 때의 감상을 듣고 싶습니다.

연덕호 이 터는 소나무가 많은 언덕이었어요. 해발 62m쯤 되는데, 교동공원에서 가장 높은 장소입니다. 건물 위 전망대에 오르면 강릉 바다가 보여요. 저희가 작업해 2015년 오픈한 씨마크 호텔도 보이고요. 전망이 좋은 언덕이라는 대지가 괜찮았고, 특별한 건물이 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릉이라는 도시 안에서도 중심부이기도 하고 주변에 좋은 장소가 많습니다.

미술관에서 교동시내가 내려다보인다.

그 ‘특별한 건물’을 어떤 모습으로 상상했습니까?

연덕호 미술관이라는 건물 성격과 대지의 특성, 입지 등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꼼꼼히 고려해서 솔루션을 찾아 설계를 해야 합니다. 솔올미술관은 한국미술을 조명하는 전시실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 점을 생각하니 조용하고 서정적인 공간이 떠올랐습니다. 예술을 돋보이게 하는 건물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느꼈지요.

오샤론 처음 이 사이트에 왔을 때 자연이 아주 아름다웠어요. 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물이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과 예술과 건축이 경계 없이 하나가 되는 공간 말이죠. 관람객이 물 흐르듯 그 모든 요소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름다운 주변 풍경은 또 다른 작품이 된다.
레이아웃 스케치. 제공: 마이어 파트너스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이라든지 미(美)를 설계에 반영하려 했다고요.

연덕호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변화하는 자연과의 관계성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더불어 한국의 추상 미니멀리즘 예술의 선구자들로부터 영감을 받았습니다. 한국 작가를 위한 전시가 열리기도 하는 만큼, 유교 영향을 받은 미술 작품이 전시될 가능성도 고려할 사항 중 하나였지요. 한옥과 똑같은 방식으로 짓는 것이 아니라 다만 한옥 건축이 띠는 특성을 반영해 설계하려 했습니다. 중앙 마당을 건축물 세 동으로 감싼 건 그래서입니다. 마당과 건축물들은 각기 존재하되 이어지지요. 안에서 바깥을 볼 수 있고,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관람할 수 있고, 빛을 받고 누릴 수 있는 동선을 만들었습니다.

중앙 마당의 일부분. 수공간도 추후 전시 공간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미술관 마당으로 나서면 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다.
프로그램 다이어그램 스케치. 제공: 마이어 파트너스

진입로부터 입구, 로비와 전시실, 전시실과 마당, 마당과 뒤쪽 공원의 숲 등 여러 구역을 자연스레 연결했습니다. 상호작용하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또 신경 쓴 부분이 있습니까?

오샤론 건물의 북쪽 윙(Wing)에는 두 개의 메인 전시 공간이 있습니다. 캔틸레버 구조로 만들었기에, 야외 중앙 마당에서 보면 윙은 공중에 떠 있습니다. 윙이 공중에 떠 있음으로써 생기는 윙의 밑 공간은 조각 작품을 배치하는 야외 전시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실내에서도 예술을 즐기고, 걸음이 이끄는 대로 걷다 보면 마당이 나오고, 마당을 거닐다 보면 야외에서 또 다른 작품을 만나는…. 그런 공간을 구상했습니다.

 

연덕호 각 구역의 명암 차이도 미술관을 보다 풍부하게 느끼게 하는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열리는 루치오 폰타나 전의 전시 공간은 굉장히 어둡습니다. 작품에 맞게끔 설정된 상태인데, 전시실에서 나오면 아주 밝아집니다. 어두운 곳에서 환한 곳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유리창 밖으로 바깥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명암 차이가 사람을 자연스럽게 야외 공간으로 이끌지요. 또 미술관 입구 역시 매우 투명한 유리로 마감했기에 안이 다 보입니다. 뒤쪽의 마당까지 보이죠. 입구에서부터 마당의 존재를 인지하게 됩니다. 안과 밖의 경계가 흐려지는 거지요.

 

오샤론 또 실내 곳곳에 외부로 향하는 벤치를 두었어요. 유리창으로 밖의 나무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죠.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다가 또 자연이라는 작품을 관람하는 거예요.

메인 갤러리 스케치. 제공: 마이어 파트너스
큐브 스케치. 제공: 마이어 파트너스

건물을 비추는 빛, 건물로 들어오는 빛이 이 건물의 인상을 달라지게 합니다. 빛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며 섬세하게 다뤘음이 느껴져요.

연덕호 빛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빛은 건물에 숨을 불어넣습니다. 저희가 건축에 자주 사용하는 흰색이 이 미술관에도 쓰였습니다. 햇빛이 이 흰색의 미술관을 바꾸지 않던가요? 퍽 흐렸던 오전과 날이 개면서 환한 빛이 들어온 오후, 건물의 색감이 바뀌었지요. 미술관에 온 우리의 감정도 달라졌고요. 빛은 건물의 모습과 분위기뿐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술관 곳곳에 빛이 스민다.

한편 빛은 대다수의 예술 작품에 치명적이기도 합니다. 빛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작품을 보호할 수 있도록 어떤 장치를 마련했는지 궁금합니다.

오샤론 모든 창에 롤러쉐이드를 정밀하게 설치했습니다. 천창과 벽면의 가로창, 바닥과 가까운 아래쪽의 창에도 있죠. 작품과 전시 성격에 따라 채광과 조명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마당에 선 나무가 멋집니다. 나무를 통해 미술관의 계절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무를 왜 그 자리에 두었나요?

연덕호 야외에서도 조각 작품을 소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전시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무도 하나의 조각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나무의 형태가 대단히 아름다운 조각처럼 다가왔습니다.

오샤론 그 나무는 강릉에서 자란 낙엽송이에요. 강릉에서 자란 나무라는 것도 의미가 있지요. 따뜻해지면 분홍색 꽃이 핀다고 해요.

마당에 자리 잡은 나무 ⓒ솔올미술관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미술관을 더욱 다면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안과 밖, 건축과 자연 등 어떤 경계에 대해 강조하셨어요. 그 결과 탄생한 솔올미술관은 사람들의 시선이 여러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건축물입니다. 작품뿐 아니라 곳곳으로 눈길이 향하도록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샤론 어느 장소에서 느낀 모든 것이 결국 오래 남는 추억이 됩니다. 작품은 물론이고 햇빛, 날씨, 경치… 그 순간을 이루는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한 공간의 이미지를 만들죠. 또 이런 대지였기에 꼭 그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서울이었다면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겁니다.

연덕호 그러한 상호작용은 예술 작품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그저 비어 있는 공간에서 작품을 바라볼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되지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실내에만 눈을 두기에는 숲이 가까운 이 대지가 정말 좋지 않습니까?

이 미술관에서는 시선이 여러 방향으로 흐른다.
TPO

건축가에게 의미 있는 공간

연덕호 파트너(위), 오샤론 프로젝트 건축가(아래)

— 건축가로 일하면서 세계의 여러 공간을 보고 경험하신 걸로 압니다. 두 분께 각별한 공간은 어디인가요?

연덕호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자랐습니다. 여행을 좋아해요. 시골도 좋아하고 해변도 좋아하고… 안 가본 곳이 거의 없습니다. (웃음) 하지만 결국 가장 편안한 곳은 미국 뉴욕입니다. 뉴욕에 살고 있거든요. 시끄럽고 더러운 도시라고들 하지만, 어딘가 떠났다가 뉴욕에 도착하면 마음이 가라앉아요. 마음이 편안한 장소가 제일인 것 같군요.

 

오샤론 마이어 파트너스의 작업 중 더글라스 하우스(Douglas House, 1973)가 떠오르네요. 미국 미시간에 있는 건축물입니다. 숲속에 자리한 하얀색 집이에요. 앞으로는 호수가 흐르고요. 바라만 봐도 평화로워져서 좋아합니다. 덧붙여 문화적으로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여행지는 모로코였습니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김유영 기자

사진 표기식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솔올미술관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예술과 자연이 잇닿는 백색의 미술관, 솔올미술관

      : file no.1 : ‘미술관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 : file no.2 : 마이어 파트너스가 흰 면과 빛으로 만든 것

      : file no.3 : 기획과 건축을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

프로젝트
[Post-It] 솔올미술관
장소
솔올미술관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원대로 45
시간
하절기(5월~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동절기(11월~4월) 오전 10시-오후 6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무료입장(현장구매만 가능)

*예약제 운영
기획자/디렉터
MI 디자인 및 가이드라인 개발 | 헤이조(Hey Joe), 전시 기획 |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KoRICA), 건축 디자인 | 마이어 파트너스(Meier Partners), 건축 디자인 참여자 | 연덕호 (Dukho Yeon), 기예르모 무르시아 (Guillermo Murcia), 오샤론 (Sharon Oh), 최형규 (Hyunggyu Choi), 정유화 (Yuhwa Jeong), 아베 테츠히토 (Tetsuhito Abe), 카와이 준 (Jun Kawai), 시공사 | 아시아종합건설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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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자연이 잇닿는 백색의 미술관, 솔올미술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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