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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6

교보문고는 왜 로컬 지도를 만들었을까

직원의 ‘찐 추천’으로 시작한 〈교보갔다 가볼지도〉 기획 비하인드

큐레이션의 시대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선별된 정보를 원한다. 특히 로컬에서는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추천한 공간을 찾고 싶은 사람들의 니즈가 커지고 있다. 교보문고가 로컬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대구점과 울산점 직원들이 직접 큐레이션한 로컬 지도 〈교보갔다 가볼지도〉, 부산의 스트릿 기반 편집숍 발란사와 협업해 선보인 굿즈와 팝업 공간이 그 주인공이다. 

 

교보문고는 왜 로컬 프로젝트를 선보였을까. 여기에는 지역의 교보문고가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공간을 넘어, 새로운 경험이 시작되는 ‘여행의 출발지’가 되기를 바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출발점은 교보문고 사내 프로젝트 ‘큐레이션 잼(jam)’이었다. 대구점 김꽃다발(김정화), 울산점 김동그라미(김세미)*의 아이디어에 본사의 지원이 더해져 실제 프로젝트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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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사와 협업으로 만든 ‘반란 서점’ 팝업이 열리고 있는 울산점. ©교보문고

무엇이 달랐을까. 이 프로젝트는 외부에서 고른 추천 리스트가 아니라, 로컬 지점 직원들이 실제로 자주 가고 좋아하는 공간을 지도에 담았다. 광화문 하면 교보문고가 떠오르는 것처럼, 지역의 교보문고도 각 도시의 문화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교보문고 마케팅팀에 이번 로컬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었다.

Interview with 교보문고 대구점 김정화, 울산점 김세미

― 어떤 고민에서 출발했나요.

교보문고가 ‘여행의 출발지’가 되기를 바랐어요. 교보문고를 찾은 분들에게 “주위에 이렇게 가볼 만한 곳이 많아요”라고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가 상징적인 공간이 된 것처럼, 지방의 교보문고도 지역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진정성’이었어요. 실제 지역에 근무하는 직원이 기획한 만큼, 우리가 잘 알고 좋아하는 장소를 선정했습니다. 서점 직원이 진짜 즐겨 찾는 맛집과 편집숍, 오랫동안 아껴온 공간만 담았어요.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직원의 사심 있는 추천이야말로 가치 있는 정보라고 생각했거든요.

교보갔다 가볼지도 대구점과 울산점. 직원들이 애정하는 장소로 큐레이션했다. ©교보문고

저는 평소에도 여행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평소 가보고 싶은 장소를 지도에 저장해두고, 직접 방문한 뒤에 감상평을 남기는 습관이 있거든요. ‘교보갔다 가볼지도’를 만드는 과정에 그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 ‘진정성’이 중요한 기준이었군요. 발란사와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요.

경상도라는 지역을 잘 담아낼 수 있는 브랜드를 고민했어요. 자연스럽게 경상도 로컬 브랜드와의 협업을 떠올렸죠. 경상도 하면 투박한 말투 속에 숨은 에너지, 유행을 무작정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태도가 떠올랐어요. 발란사가 가진 날것의 에너지와 감성이 그런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교보문고와 발란사가 만나면 재밌는 시너지가 날 것이라 기대했어요. 협업 아이템은 ‘여행의 출발지’라는 콘셉트에 맞춰 여행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 자연스럽게 정했어요. 가볍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 햇볕을 가릴 수 있는 모자,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북 파우치 같은 것들로요.

― 공개 후 반응은 어땠나요. 실제 서점 방문으로 이어졌다고 체감한 순간도 있나요.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SNS에서 서로 맛집과 코스를 공유하기도 했고, 지도에 소개된 공간을 반기는 댓글도 많이 남겨주셨습니다. “울산시가 못한 일을 교보문고가 해냈다”라는 댓글도 기억에 남고요. 일반 시민분들의 반응 외에도, 저희가 관심 있게 보던 매체에서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진심과 정성이 더 중요한 가치라는 걸 느꼈어요.

아이디어 디벨롭 과정에서 남긴 메모. ©교보문고

사실 ‘큐레이션 잼’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숫자로 성과를 따지기보다, 현장에서 자부심과 재미를 갖고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취지가 컸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프로모션처럼 지표를 중요하게 보지는 않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프로모션 성과 지표가 다른 프로젝트보다 좋았고, 회사 안에서도 이어서 해보겠다는 지점들이 생겼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온라인 페이지를 보고 먼 서산에서 매장까지 직접 찾아와 주신 고객님을 만났을 때였어요. 한정된 지역 점포에서 진행한 행사였는데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방문해 주셔서 놀라기도 했고, 감사했죠. 이번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고 있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발란사와 협업으로 탄생한 팝업 현장 모습. 대구점과 울산점. ©교보문고

― 프로젝트를 마친 뒤 기억에 남는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직원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팝업 기간 현장 직원들이 발란사 티셔츠를 입고 근무했는데, 평소보다 조금 더 자유롭고 자신감 있는 기분으로 고객을 만날 수 있었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늘 차분한 서점 공간에 새로운 활력과 생동감이 더해졌다는 반응도 많았고요.

 

운영 기간이 짧아 더 많은 분을 만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발란사 협업 공간을 정성스럽게 만들었지만, 프로젝트 팀원들이 일하는 점포를 중심으로 진행하다 보니 발란사의 본원인 부산 지역에 팝업 공간을 내지 못한 것도 아쉬웠고요. 다만 이번 협업 상품은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다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역이 멀어 방문하지 못했던 분들도 이번 기회에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오 기자

취재협조 및 자료제공 교보문고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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