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에서 시작하여 〈 케이팝 데몬 헌터스 〉로 이어지는 K-Culture의 붐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상품을 주목하게 했다. 과거에는 기성 기념품을 구매했다면, 최근에는 개인 취향과 감성을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기에 한국의 리얼 라이프를 경험하고픈 관광객이 등장하면서 우리 일상과 밀접한 굿즈를 소개하는 매개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것이 바로 피스레이어가 문을 연 이유다.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이를 위한 편집숍
피스레이어(Piece Layer)는 세상을 널리 흥하게 하는 ‘흥익인간’의 정신으로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고객에게 한국의 흥이 살아있는 상품을 소개하는 브랜드이자 편집숍이다. 피스레이어는 한국을 관통하는 에너지이자 K-Core로 ‘흥(興)’을 택했다. 공연장에서 떼창은 기본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선 기쁨을 나누고 함께 즐기는 것이 우리 모습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피스레이어는 우리 삶에 녹여있는 흥을 발견하고 전달함으로써 물건만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한국 삶의 방식과 태도, 에너지를 전파하는 곳이 되고자 한다.
피스레이어는 전통문화부터 세시풍속, 엔터테인먼트까지. 우리 실생활에 스며든 문화를 그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전달한다. 최근 K-Culture가 전통, 특히 조선시대의 문화만을 현대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피스레이어는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쌓아온 풍속과 문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매장을 둘러보면 전통을 해석한 상품은 물론, 한국의 근현대에 유행했던 음반과 영화까지 전시되어 있다.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선물을 찾는다면
피스레이어는 고유한 방식과 이야기로 한국을 해석한 제작자, 브랜드, 아티스트의 제품을 선별하여 판매한다. 여기에 피스레이어의 마스코트 토비가 주인공인 자체 MD 상품까지 더해져 선택지가 다양해진다. 복 보따리를 형상화한 키링, 한국 음주 문화를 재치 있게 담아낸 티셔츠, 자개 공예를 모티프로 만든 메모지와 스티커, 할머니 집에 걸려있던 달력을 작게 만든 탁상 달력 등 귀여움과 유머로 가득한 제품들은 구경만 해도 시간이 훌쩍 간다. 한국을 궁금해하는 외국 친구 혹은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친구에게 줄 선물을 찾는다면 바로 여기다.
‘피스레이어’라는 이름은 작은 것(Piece)이 겹겹이 쌓여서(Layer) 이뤄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신은 공간으로 구현되었다. 공간 구성과 동선, 가구 등 공간을 이루는 요소에 깊이와 소재를 층층이 쌓으며 작지만, 알찬 공간을 만들었다. 한편, 피스레이어는 이전 보습학원이었던 흔적을 일부러 지우지 않았다. 공간에 쌓인 시간을 존중함으로써 작은 것이 겹겹이 쌓인다는 이름의 의미를 살렸다.
귀여운 흥 전도사, 토비
피스레이어에는 흥 전도사이자 흥 최고 담당자(CHO) 토비가 있다. 토비는 한반도 흙의 정령으로, 갓을 쓴 토우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호기심이 많고 자유롭고 긍정적인 토비는 4천 년 동안 한반도에 머물면서 선조들의 흥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한국인의 흥을 전파하고 싶어 한다. 사실, 피스레이어는 토비가 그동안 모은 흥 수집품을 공개한 곳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았다고 하니, 토비의 보물들을 구경하러 피스레이어에 가보자.
Interview with 김청 오디너리 지니어스·피스레이어 대표
─ 피스레이어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2025년 여름에 시작하여 2026년 1월 2일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엔 이름만 떠올랐는데, 브랜드 방향성과 아이덴티티를 정리하면서 그림이 명확하게 그려졌어요. 사실, 피스레이어의 출발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아요. 대학교에서 한국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학문적인 연구보다 유물의 물성과 당시 제가 접했던 독립 출판, 인디밴드, 개인 카페와 같은 동시대 문화의 미감에 더 깊이 매료되었거든요. 그때부터 이어져 온 ‘내가 느끼는 동시대 한국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의 답을 내기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 피스레이어의 최고 흥 책임자, 토비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토비(TOBY)는 ‘토우 선비’의 줄임말로, 한국적 무드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캐릭터로 디자인했어요. 조선시대에서만 모티프를 얻는 현재 흐름에 아쉬움을 느껴서 삼국시대의 신라 유물인 토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토우의 유머러스한 표정과 자유로운 몸짓이 한국의 흥 정서를 잘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디자인 스튜디오 ‘민트컨디션’에서 제 생각을 바탕으로 갓을 쓴 토우라는 콘셉트로 발전시키면서 현재의 토비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 캐릭터를 전면으로 내세운 편집숍은 별로 없어서 더 눈에 띄었어요.
피스레이어는 장기적인 관점에선 토비를 중심으로 IP 세계를 확장하는 브랜드예요. 그래서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소개하고 구매할 수 있는 편집숍보다는 아주 작은 테마파크가 되길 바라요. 입점 브랜드와 토비가 서로 응원하고 연결하는 네트워크이자, 공간을 둘러보기만 해도 한국의 흥을 느끼고 경험하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 자체 기획전은 피스레이어를 특별하게 만드는 또 다른 장치인 것 같아요.
한국의 흥을 시간의 흐름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준을 고민하다가 ‘절기’가 떠올랐어요. 계절 변화를 섬세하게 감지하는 문화인 ‘절기’를 외국인 관광객에게 전하고 싶어서 입춘을 주제로 첫 기획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기획전으로 국내외 방문객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한국의 시간과 풍습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흥을 발견했으면 해요.
최근 두 번째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는데요.〈보부상 토비: 꽃단장〉이라는 기획전이에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면서 빠져든 매듭과 노리개의 아름다움을 동시대 매듭 아티스트들의 작업으로 소개하고자 준비했어요. 서울에선 3월 말부터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그 행사를 방문한 분들이 자연스럽게 피스레이어도 들릴 수 있도록 꽃단장 장터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 정월대보름 기간에 호두를 나눠주고, ‘내 더위 사가라!’라고 외치는 고함 항아리를 둔 이벤트도 재미있었어요. 덕분에 정월대보름이었다는 걸 알았거든요.
동지 주간에 열린 개업 잔치에서는 팥죽과 시루떡을 나눠줬고, 정월대보름에는 부럼 깨는 풍습을 소개하고자 호두를 나눠주는 등 이벤트는 가볍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준비하려고 해요. 조금은 엉뚱하고 채신머리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흥을 돋울 수 있는 작은 장치들을 계속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 매장을 둘러보니까 반가운 제품과 브랜드가 보였어요. 지금까지 반응이 좋았던 아이템이 궁금해요.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직관적으로 사랑받는 제품은 수집가무무의 봉제 키링 ‘선비콩’이예요. 한국적인 유머를 바탕으로 ‘콩쥐’라는 캐릭터 시리즈를 선보이는데, 콩처럼 자그마한 인형이 갓, 패랭이, 봇짐 같은 한국 전통 요소를 지닌 모습이 사랑스러워요. 디자인 브랜드 ‘아무개씨’의 제품은 다양하게 인기가 있어요. 비단 방석에 자수로 ‘복(福)’을 새긴 코스터는 그 의미를 알게 된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품처럼 여러 개 구매해요. 흥미로운 점은 방문객 모두가 토비에게 호감을 보인다는 점이에요. 입점 브랜드와 토비 그래픽을 활용한 협업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요. 특히 ‘텐트서울’에서 제작한 ‘토비 소주잔 세트’는 많은 고객이 구매하는 제품이에요. 한국의 술 문화와 토비의 유머가 함께 담긴 제품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 한국을 관통하는 에너지로 흥을 꼽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업하고 일기에 이런 문구를 썼었어요.
“멋을 쫓다가 흥을 만났다. 나는 얕고 너르게 흐르는 게 참 좋고, 졸졸 흐르며 흥 나는 골짜기마다 들르는 게 참 좋다. 깊이보다는 넓이, 나는 너르게 온 세상 사람들과 마주 보고 환하게 웃고 싶은 사람이다.”
처음엔 ‘멋’을 떠올렸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방향성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잠시 내려놓고 제가 사랑하는 한국을 떠올려 봤어요. 완벽하게 정제된 아름다움보단 조금은 어리숙하고 사람 냄새가 나는 아름다움이더라고요. 그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흥’과 가장 가까웠어요. 웃음과 눈물이 오가고, 혼자보단 여럿이 어울렁더울렁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마음씨가 흥이라는 단어에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 피스레이어 방문객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요?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웃고 즐길 수 있는 ‘흥’이 흐르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우연히 들러주신 분, 일부러 찾아오신 분 모두에게 잠시라도 흥이 머무는 곳으로 기억됐으면 해요. 또, 외국에서 한국을 떠올릴 때 혹은 서울을 다시 찾았을 때,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브랜드가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저희는 성수동에서의 자리를 오래 지키며 토비와 조금씩 세계로 나아가고 있을게요. 또 만나요!
글 허영은 객원기자
취재협조 및 자료제공 피스레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