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9

[home seoul home] 5. 펼쳐질 내일을 꿈꾸게 하는 집

01년생 박시원의 도림동 원룸
서울의 집을 보여주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꿈처럼’ 아름다운 집보다는 생활감이 잔뜩 묻은 집, 사는 사람이 선명하게 보이는 집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거기 사는 사람과 두어 시간 이야기를 나눕니다. 현실과 취향이 어떻게 어긋나고 맞물리는지, 한정된 자원 안에서 무얼 취하고 단념하는지, 왜 이 브랜드가 여기 놓였는지 듣습니다. 누군가의 방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 속의 삶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뮤지션 RM은 그의 곡 ‘seoul’에서 노래합니다. “빌딩과 차들만 가득해도 이젠 여기가 나의 집”이라고, “사랑과 미움이 같은 말이면 I love you Seoul”이라고요. 어쨌든 서울을 집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홈 서울 홈(home seoul home) 취재를 위해 다섯 번째로 찾은 곳은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2001년생 박시원이 사는 원룸이다. 4월 초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 박시원은 아직 집의 월세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고 했다. 다시 말해 그가 그 집에 산 지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 자신의 집은 물론 서울이라는 도시와도 또 가까워지는 중인 박시원의 집을 찾았다. @siwon__park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모습. 사진 오른쪽에 싱크대가, 왼쪽에 화장실이 있다. ⓒ heyPOP

초대해 줘서 기쁘다. 자신을 소개해 달라.

2001년에 태어난 박시원이다. 음악을 하고 있다. 음악을 한 지는 오 년쯤 됐다.

2001년생인데 음악 한 지 오 년쯤 됐다면, 십대 때부터 음악을 한 거구나.

익산이 고향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봤다. 대학을 서울로 와서 음악을 전공했고 졸업 후 익산으로 돌아가 가족과 일 년 정도 살았다. 서울에 다시 온 지는 두 달이 되어간다. 이 방에 들어온 건 한 달이 채 안 됐다. 아직 월세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 (웃음) 이 방에 입주가 가능하기 전까지는 고시텔에서 지냈다.

산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방인데 취재를 수락해 주어서 고맙다. (웃음) 적응하느라 여유가 없을 텐데.

아직 이 집에 완전히 적응을 못 해서 혼자 있을 때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돌아다니면서 커튼 만지고 냉장고 열어서 보고 화장실 청소하고 그런다.

동네 푸딩 맛집 ‘보름달 푸딩’의 푸딩을 함께 먹었다. ⓒ heyPOP

서울의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한 뒤 익산으로 돌아간 이유가 있나.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였다. 자신감도 없고 음악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도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익산으로 돌아간 후에도 일주일에 몇 번씩 서울에 오가기는 했다. 서울에서 기타도 배우고 작곡도 배우고 오디션도 가끔 보고 했거든. 주에 많으면 세 번 왔다 갔다 하기도 했는데, 이럴 거면 서울에 사는 게 낫겠다 싶었고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다.

서울에서의 일과는.

피아노 학원에서 매니저로 일하기로 하고 왔는데, 한 일주일 전쯤 잘렸다. 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였다. 그곳이 성인 전문 피아노 학원이어서 수강생을 대할 때 좀 더 다부질 필요가 있었는데, 나는 사회생활도 안 해봤고… 나도 힘들기는 했다. 지금은 카페 아르바이트를 두 개 한다. 5년 정도 나를 가르쳐 준 작곡 선생님께 레슨을 받고, 내가 다른 분께 기타 레슨을 하는 날도 있다. 그 외 시간에는 내 작업을 하고 개인 시간을 보낸다.

광각으로 찍은 집. 다른 건물과 너무 가까워 임시방편으로 창문에 커튼을 달았다. 마트에서 급히 산 것이라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 heyPOP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그만둔 건가?

꼭 음악 때문만은 아니다. 부모님이 프리한 편이시다. 중학교 가기 전에도 중학교에 가고 싶은지 물어보셨고,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도 그러셨다. 근데 그때는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그냥 입학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스스로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나 학교생활 되게 잘했거든?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선생님들도 좋아하고. 그런데도 그만두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만두니 어떻던가.

사실 일 년 정도 놀았다. 엄마랑 제주도도 가고 인문학 수업도 찾아서 듣고. 갈 데가 없어서 맨날 도서관에 갔다. 익산에 있는 영등도서관. 도시락 싸가지고 가서 하루 종일 거기 있었다.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도서관에 비디오가 아주 많았다. 영화는 하루에 많으면 세 편까지 봤다. 모든 책을 꼼꼼히 읽지는 않아도 계속 넘겨보곤 했다.

거기서 보낸 시간이 많은 걸 흡수하게 했겠다. 그런 시간은 늘 소중하잖아.

도서관에서 처음 책이라는 걸 제대로 접했다. 그때부터 책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선물받은 무드 등. ‘따뜻하고 시원하여라’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 heyPOP
ⓒ heyPOP

서울에서 대학 다닐 때는 어디에 살았나.

기숙사에서 일 년을 살고 나머지 시간은 친구네 집의 반지하 방에 세 들어 살았다. 친구 가족의 배려로 아주 저렴한 값에 지냈다. 친구가 위에 사니까 동거하는 느낌도 들었다.

학교 생활은 즐거웠나?

음악보다는 다른 데 빠져 보냈다. 독립영화관에 푹 빠져서, 고깃집이랑 돈가스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다 독립영화관에 썼다. 하루에 또 영화를 세 편씩 보고 그랬다.

독립영화의 무엇이 좋았는지 듣고 싶다.

독립영화도 영화지만, 독립영화관이라는 공간 자체에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했다. 관객이 거의 없잖아. 극장에서 그렇게 조용히 혼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이 좋았다. 학교 수업도 빼먹고 극장에서 하루 종일 있었다. 그래서 졸업하기 되게 힘들었다. 근데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괜찮았다. 서울은 문화적으로도 접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은 도시다. 익산에 살 때는 보고 싶은 공연을 여러 번 놓쳐서 무척 속상해하곤 했다.

영화, 영화제, 공연 등의 리플릿을 차곡차곡 모은다. ⓒ heyPOP

나도 서울 밖에서 자랐는데, 내가 자란 동네에서는 모든 주민이 극장 한 곳에서 영화를 봤거든. 영화 선택권도 없었다. 서울과 아닌 지역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느낀다. 이 집 얘기로 돌아와서, 왜 영등포구 도림동을 선택했나.

날 가르쳐 준 작곡 선생님의 영향이 컸다. 이제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분이다. 그분께 수업을 받기도 하고 가깝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분이 부천에 사셔서 부천으로 가려다가, 교통편이나 음악 작업 등 여러 문제를 생각하다 보니 신도림 쪽도 괜찮아 보였다. 아르바이트와 동네 분위기까지 따져 보다가 이 동네를 발견했다. 한적하고 역도 가깝고 근처에 도림천과 안양천도 있다. 천에서 달리기를 한다. 아, 도서관도 정말 가깝다.

책상이자 작업대. 왼쪽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놓여 있다. ⓒ heyPOP

집이 아주 깨끗하다. 물건도 많지 않다.

워낙 좁기도 하고, 침대, 세탁기, 냉장고처럼 필수 가구와 가전은 다 옵션에 포함돼 있었다. 텔레비전은 마음에 안 드는데 옵션이어서 코드를 다 빼서 정리해 놓았다. 가져올 짐이 거의 없었다. 옷장 안에 들어 있는 걸 빼면 지금 보이는 게 거의 전부다. 크게 악기, 옷, 스탠드 정도? 익산에도 내 물건은 별로 없다. 물건이 너무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근데 등받이가 있는 의자는 하나쯤 사야 할 것 같아서 생각 중이다.

옷장을 열면. ⓒ heyPOP
ⓒ heyPOP

음악 작업도 집에서 하는 건가?

원래 근처 작업실을 한 달에 49만 원 내고 사용했는데, 그 돈으로 차라리 장비를 더 좋은 거 사서 작업하자 싶었다. 이제 집에서 한다. 냉장고 소리가 나지 않는 30분 동안 바짝 녹음하고, 냉장고 소리가 또 윙-하고 나면 컴퓨터 작업을 한다. 물론 음원용으로 녹음하려면 실제 스튜디오에 가야겠지만 데모 만드는 데는 무리가 없다.

물건이 많은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꼭 집에 두려고 했던 물건이 있다면.

침대 위에 있는 인형.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인형이다. 당시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주신 거다. 얘는 당연히 들고 와야지 싶었다. 그리고 이 그림. 같이 음악 하는 언니가 직접 그려서 내 스물한 살 생일에 준 선물이다. 그림 속 생활한복을 입은 사람이 나다. 스물한 살 때까지는 한복을 자주 입고 다녔거든.

정든 인형과 직접 그린 그림(좌), 언니에게 선물받은 그림을 냉장고에 붙여 두었다. 가끔 해이해질 때 보고 마음을 다잡는다.(우) ⓒ heyPOP

한복?

부모님이 한복을 자주 입으셔서 나도 영향을 받았다. 어릴 때는 완전히 한복만 입고 살았다. 나에겐 한복을 입는 게 당연했는데 친구들은 좀 신기하게 보더라. 어릴 땐 나를 좀 ‘다르게’ 본다는 사실을 즐겼지만 크면서 조금 부끄러워졌다. 대학에 다니면서 만나게 된 애들이 너무 멋있는 거다. (웃음)

이젠 잠옷으로 입는 생활한복 바지 ⓒ heyPOP

음악 하는 친구들일 것 아닌가. 또 얼마나 멋지게 하고 다녔겠나. (웃음)

진짜 잘 꾸미고, 이게 서울 사람인가 싶고 그랬다. (웃음) 안 되겠다, 나도 서울 사람 같아지고 싶다고 마음먹고 아는 언니들이 옷 사러 간다고 하면 같이 구경하러 가고 했다. 그때부터 나한테 잘 어울리는 옷이 뭔지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 이제 한복은 입지 않는 건가?

잠옷으로 입는다. 생활할 때 입으면 편한 옷이다.

내 편견 때문에 음악 하는 친구의 집엔 포스터 같은 것이 마구 붙어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나도 막 붙여 보기도 했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더라. 정말 보고 싶은 건 옷장 안쪽에 붙여놨다. 보이는 게 중요하지 않다. 영화 포스터를 모아서 파일에 정리해 둔다. 그중 하나를 책상 위에 붙여 두긴 했다. 보지 않은 영화의 포스터다.

보지 않은 영화의 포스터를 책장 깊숙이 붙였다. ⓒ heyPOP
옷장 안쪽에 붙여 둔 소중한 것 하나. 할머니의 쪽지. ⓒ heyPOP
옷장 안쪽의 소중한 것. 가까운 사람과 찍은 사진, 추억이 담긴 단풍잎, 기타를 멘 박시원을 그린 그림. 그림은 선물받은 것이다. ⓒ heyPOP

아랫면이 분홍색인 이불만 빼고는 무채색에 가까운 색감으로 채워진 집이다.

이불은 엄마가 사서 주신 거다. 사실 이 핑크가 마음에 들진 않는다. 그래서 회색 면이 위로 가게 해 뒀다. 자연에 가까운 색을 좋아하거든. 침대 옆에 둔 협탁도 엄마가 주신 건데, 내 마음에 꼭 들지는 않아도 나무로 되어 있기는 하니까 괜찮다. 정말 못 견디겠는 건 침대의 저 헤드 부분이다. 나무 무늬 시트지를 붙여놓은 건데, 나는 저렇게 인위적인 것이 싫다.

위는 회색, 아래는 핑크인 이불(좌), 엄마가 준 나무 협탁을 침대 옆에 뒀다. 나무 무늬 시트지가 붙어 있는 침대 헤드(우) ⓒ heyPOP

마이크에 덮어놓은 미색 천처럼 자연스러운 색감을 좋아한다는 거지?

이솝에서 제품을 샀더니 담아 준 천 주머니다. 색깔도 소재도 마음에 들어서 저렇게 두었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먼지 쌓이지 않게 무언가 덮어 둬야 하기도 하고. 근데 이솝 정말 위험한 브랜드더라.

향이 너무 좋아서 자꾸 사게 되니까?

향도 향이지만 직원들이 사람을 되게 홀린다. 그래서 돈을 막 쓰게 된다. 내가 봤을 때 이솝 직원들은 연기 전공 같다. 사람의 눈을 정말 잘 바라본다. 그 사람에겐 나밖에 없다는 눈빛을 하고 바라본다. 그런 느낌을 주니까 못 이기겠다. 그래서 두 개만 사려고 갔는데 마음이 약해졌다. 돈이 더 있었으면 더 샀을 거다.

마이크, 책상 위 조명에 모두 이솝의 천 주머니를 씌워 놓았다. ⓒ heyPOP

좋은 물건에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고 느끼는 편인가?

내 기준에서 좋은 건 오래오래 쓰게 되더라. 이 옷도 그렇다. 내가 학생 때 수원 행궁동에 갔다가 산 옷인데, 무려 26만 원이다. 나한테는 엄청 비싼 금액인데 알바비를 털어서 샀다.

수원에서 산 옷 ⓒ heyPOP

뭐가 그리 맘에 들었나?

내 거였다. 보는 순간 알았다. (박시원이 다른 옷을 들어 보였다.) 또 이 옷은 엄마 생일 선물로 큰맘 먹고 샀던 건데 이제 내가 입는다. 지금 내가 입기에도 좀 성숙한 느낌의 옷이긴 하다.

엄마에게 이 옷을 사 드리고 싶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엄마가 흰옷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었다. 몰랐는데 이 브랜드가 중년층이 많이 입는 브랜드라고 하더라. 그래도 난 여전히 이 옷을 입는다. 이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옷장 위쪽 제일 오른쪽에 걸린 흰옷이 엄마께 드렸던 옷 ⓒ heyPOP

좋아하는 옷 입으면 기분 좋잖아. 옷이 주는 기쁨은 그런 데 있는 것 같다. 또 집에 있는 것 중 아끼는 물건이 있나.

베지터블 가죽 케이스로 감싼 수첩. 원래 무엇이든 쓰는 게 습관이어서 수첩이 아주 많다. 수첩엔 모든 말을 적는다. 필터링을 하지 않는다. 마피(mafi)라는 베지터블 가죽 브랜드를 알게 된 후로 수첩이 더 각별해졌다. 마피의 가죽 케이스를 산 후, 직접 물건을 만들어 보는 클래스도 들었다. 내가 만든 케이스를 작곡 선생님께 선물로 드렸다. 그분과 같은 물건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참 좋다.

마피의 베지터블 가죽 수첩 케이스 ⓒ heyPOP

마피라는 브랜드에 빠진 이유가 있다면.

음, 카페에서 잔 밑에 깔린 코스터가 예뻐서 봤는데 그게 마피의 물건이었다. 코스터에 물이 스며들며 생기는 자국이 좋았다. 물건을 보면서 이걸 만든 사람이 궁금하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특정 브랜드나 물건을 좋아한다기보다는, 그저 당신에게 말을 거는 것에 응답한다는 느낌도 든다.

고쳐야 하나 싶어서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내게 15만 원이 있다고 하자, 버스를 타려면 14만 원까지만 써야 한다. 근데 이게 나한테 굉장히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15만 원을 써버리고 걸어오는 스타일이다. 자주 찾아오지는 않는 순간이라서, 망설이기는 해도 결정하고 나서는 후회를 안 하려고 한다.

ⓒ heyPOP
ⓒ heyPOP

수첩도 편지도 포스터도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수첩은 이런저런 글들로 빼곡하고. 기억을 잘 모아두는 것 같네.

다 기록한다. 가사 쓸 때는 물론이고 마음이 허전하거나 외롭거나 슬플 때 펼쳐본다. 외로워도 사람한테는 연락을 잘 안 한다. 연락했다가 후회한 적도 많고 그래서. 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그림, 편지나 수첩을 뒤적이다 보면 위로도 되고 의지도 생긴다. 괜찮아진다.

그래서 내 물건이 각별한 것 같다. 모양은 똑같을지 몰라도, ‘이건 어쩔 수 없이 나의 것’인 물건들. 난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어떤 집도 진정한 내 집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물건이 있는 집은 또 진짜 내 집이기도 했다. 당신 이야기를 들으니 물건은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스밀 때 가치가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또 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한 달을 채 머물지 않은 집인데도 이 집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건 추억 담긴 물건들 덕분이다.

추억 담긴 것을 잘 정리해 두었다. ⓒ heyPOP

어떤 음악을 만드나.

자연의 느낌을 품은 음악. 그러니까 원래 소리에 초점을 맞춘다. 기타라면 기타의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찾으려고 한다. 덜어낼 줄 아는 음악도, 덜어낼 줄 아는 사람도 좋다. 음악가를 한 명 말하라면 루시드폴. 올해 한 달에 한 곡씩 데모 작업을 하고 연말쯤 싱글 하나를 발매하는 게 목표다. 나는 마감이 좋다. 마감이 없으면 안 하니까. 스스로 마감을 정해 두고 곡 작업을 하고 있다.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음악 작업이니까 곡을 쓰고 그걸 소속사에도 보내 보려고 한다.

ⓒ heyPOP

이 집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음악 하는 젊은이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자주 나오는 장면 있잖아. 연출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청춘의 시기가 이제 이 집에서 시작될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방 안에서 곡을 쓰고, 이 방 안에서 청춘을 쌓아갈 것 같다.

ⓒ heyPOP
ⓒ heyPOP

영화 〈비긴어게인〉이나 〈라라랜드〉 초반 장면에서 음악을 듣고 부르고 만들며 순수하게 기뻐하던 인물들이 떠오른다. 여기 산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이미 일어난 일로 이 집을 정의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품은 공간으로 느낄 수는 있는 거구나.

기적을 믿는 편이다. 기적과 희망, 꿈 같은 것. 꿈을 말하는 건 늘 너무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꿈을 말하고 싶다. 곡 쓰고 무대에서 노래하고 공연하는 게 꿈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꿈을 이뤄지게 하는 곳이 이 집이지 않을까.

ⓒ heyPOP

지역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동

평수 5평

보증금/월세 4000만 원/36만 원

* 보증금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음

글·사진 김유영 기자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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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eoul home] 5. 펼쳐질 내일을 꿈꾸게 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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