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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1

[home seoul home] 1. ‘보면 흐뭇한 것’이 놓인 서교동 원룸

93년생 김성연의 집
서울의 집을 보여주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꿈처럼’ 아름다운 집보다는 생활감이 잔뜩 묻은 집, 사는 사람이 선명하게 보이는 집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거기 사는 사람과 두어 시간 이야기를 나눕니다. 현실과 취향이 어떻게 어긋나고 맞물리는지, 한정된 자원 안에서 무얼 취하고 단념하는지, 왜 이 브랜드가 여기 놓였는지 듣습니다. 누군가의 방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 속의 삶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뮤지션 RM은 그의 곡 ‘seoul’에서 노래합니다. “빌딩과 차들만 가득해도 이젠 여기가 나의 집”이라고, “사랑과 미움이 같은 말이면 I love you Seoul”이라고요. 어쨌든 서울을 집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홈 서울 홈(home seoul home) 시리즈로 처음 찾은 곳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1993년생 김성연이 사는 원룸이다. 그가 서울에 온 지는 7년이 조금 넘었다. 인터뷰 날은 그의 휴일이었다. 한창 집을 정리하던 중이라고 했다. @pangomineapple

아이폰 광각으로 찍은 집 안쪽 ⓒ yuyoung kim

집에 초대해 주어서 고맙다. 자신을 짧게 소개해 달라.

지금의 나를 설명할 땐 일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 올버즈(Allbirds)에서 일한다. 미국 브랜드인 올버즈는 국내 오프라인 스토어를 2021년에 열었고, 나는 오픈 멤버이기 때문에 다양한 일을 맡고 있다.

 

왜 서울에 왔나.

충남 천안에 살다가 영화 일을 하고 싶어서 군대 제대하고 바로 왔다. 2015년 겨울쯤? 아주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거든. 영화사 대부분이 서울에 있어서 그 외 선택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일을 하려면 업무에 필요한 기본 소양은 있어야겠다고 판단했기에 잠실의 한 영화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부모님에게 얘기하고 무작정 혼자 서울에 왔다.

김성연 ⓒ yuyoung kim

서울에서의 첫 집은?

잠실 아카데미 바로 옆의 고시원. 그곳에서 2년 넘게 지냈다. 보증금으로 쓸 목돈이 없어 보증금이 필요 없는 고시원을 구했다. 군대에서 군인 적금을 들었는데, 그렇게 모은 돈이 200만 원이 채 안 되더라. 그 돈 들고 왔다. 고시원은 누우면 방의 천장이 한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좁았고 부엌, 화장실, 세탁기 등은 다 공용이었다. 거기서 그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

집 안쪽에서 바라본 입구쪽 ⓒ yuyoung kim
옵션으로 전기 인덕션이 아니라 가스레인지가 있어서 더 기뻤다고 한다. ⓒ yuyoung kim

그곳에 살면서 아카데미에 다니고 영화 일을 시작했나?

영화 관련 업무 중에서도 제작 쪽 일을 하고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제작 쪽 막내로 들어가려면 운전면허가 꼭 필요했거든. 근데 내가 면허를 못 딴 거다. 도전을 안 한 게 아니다. 필기, 기능까지는 한 번에 다 붙었는데 도로 주행에서 열 번도 넘게 떨어졌다. 심지어 서울은 길이 복잡하니 더 어려울 것 같아서 천안의 한산한 대로에서 봤는데도. (웃음)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네.

사이드미러조차 못 보고 진짜 그냥 직진만 하는 거다. 시트콤 <세 친구>에서 안문숙이 핸들 못 꺾어서 부산 간 것처럼. (웃음) 도로 주행 시험에서 감독관이 내 운전대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실격이거든? 근데 감독관이 내 운전대를 딱 잡으면서 “당신은 제명에 죽고 싶으면 운전하지 마세요” 하더라. 너무 못하니까.

 

그러면 제작 업무 말고 다른 쪽으로 방향을 튼 건가?

마케팅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 일 역시 꿈을 이루는 다른 길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했다.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를 한 달에 서너 편 이상 담당할 때도 많아서 정말 바빴다. 24시간 중에 18시간을 회사에서 보낸 적도 있을 만큼.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 왔으니 잘하는 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리테일 업무에 뛰어들었다. 사람 만나는 일에 재미와 기쁨을 느끼는 편인데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스로 서비스직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거든. 올버즈 전에는 무인양품에서 일했다.

집 곳곳에 귀여운 소품들이 숨어 있다. ⓒ yuyoung kim
독특한 시계(좌), 그가 아끼는 양말 건조대(우). 아래 액자는 DDP에서 열린 픽사 30주년 기념 전시에서 산 굿즈 ⓒ yuyoung kim

첫 집에서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

하루는 고시원에 화재경보음이 울렸다.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 모두 ‘또 잘못 울리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아무도 대피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정말 옥상에 불이 났는데, 시도 때도 없이 울리던 경보음이 정작 그때는 안 울렸다. 연기를 보고 대피한 후 문득 ‘더이상은 못 살겠다’ 싶었다. 그때부터 더 열심히 돈을 모아서 셰어하우스로 이사했다.

 

셰어하우스?

고시원을 벗어날 때까지도 보증금이 부담스러웠다. 물론 좀 더 집값이 저렴한 지역으로 옮기면 원룸에 살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잠실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처음 자리 잡은 동네라서일까? 서울이 내겐 타지(他地)니까 어딜 가도 이방인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 잠실은 익숙한 곳이잖아. 시장이며 석촌호수며 다 정들었고…. 셰어하우스는 보증금이 원룸에 비해 덜 부담스러웠다. 또 그때 마침 셰어하우스에 사는 사람들 얘기를 그린 드라마 <청춘시대>를 봤거든. 그 영향도 없지 않아 있다. (웃음)

 

정말로 <청춘시대>와 같은 삶이 펼쳐지던가?

아니. 집 자체도 드라마처럼 아늑한 곳은 아니었고, 나를 포함해 거기 사는 그 누구도 박은빈이나 한예리는 아니니까. (웃음) 입주자들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이 정도였다. 그곳에서 일 년쯤 살았을 때 집주인이 집을 수리해야 한다고 해서 갑작스레 나오게 됐다. 그리고 당시 사귀던 애인과 함께 살게 됐지.

ⓒ yuyoung kim

애인과 함께 살 집을 구하는 일은 혼자 살 집을 고를 때와 좀 달랐나.

애인도 마침 이사를 가야 할 시기였다. 첫 일 년은 신림동의 원룸에서 함께 살다가, 돈을 더 모아서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좀 더 큰 집으로 이사했다. 좁은 곳에 같이 살 때 되게 많이 싸웠거든. 개인의 공간이 확보되지 않고 오랫동안 붙어 있으니 괜히 티격태격하게 돼서, 다음 집은 무조건 넓은 곳으로 찾았다. 거실과 방이 구분된 10평 정도의 집이었다. 10평이지만 굉장히 잘 빠진 10평이길래 바로 이 년을 계약했다. 근데 일 년 뒤 우리가 헤어져 버려서, 나머지 일 년은 남남인 채로 살았다.

 

그리고 이 집이구나. 잠실도 신림도 구로디지털단지도 아닌 마포구 서교동이다. 낯선 동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잠실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친구를 만나거나 주말에 놀 때 항상 홍대를 찾았더라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 있는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 모르게 마포구에 대한 이미지도 좋았다. 별로 망설이지 않고 홍대 근방으로만 집을 찾았다.

집을 구할 때, 중개사에게 ‘화장실이 웬만큼 깔끔할 것’이라는 조건을 말했다고. ⓒ yuyoung kim

수많은 집을 봤을 텐데 왜 이 집이었나?

중개사님에게 화장실이 깨끗하고 세탁기와 냉장고가 옵션이라면 좋겠다는 조건을 말했다. 화장실이 깨끗하다면 다른 시설도 어느 정도는 깔끔하지 않을까 싶었고, 세탁기와 냉장고는 무겁고 비싸니까. 이 집을 보여주기 전에 중개사님이 자신만만했다. 어떻길래 저렇게 자신감이 넘치지? 했는데 문을 열자마자 그 이유를 알았다. 원룸이지만 유사 1.5룸 같거든. 현관과 싱크대와 조리대가 일렬로 배치돼 있고, 입구에 가까운 쪽과 본격적인 방 사이에 좁은 벽이 있어서 분리된 느낌이 들었다.

작은 벽(사진 속 녹색 벽지)이 있어서 1.5룸 같아 보이는 효과가! ⓒ yuyoung kim

그러네, 통로에 커튼이나 발을 달면 완전히 분리할 수도 있겠다.

중개사님도 그렇게 말했다. 이사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안 달았지만. (웃음) 저 벽이 별것 아닌 듯해도 공간 활용도가 확 높아진다. 화장실도 좁긴 하지만 이 정도면 쓸 만하다 싶었고. 단박에 마음에 들었다.

벽으로 인해 생긴 공간 위엔 식물을 둔다. 외출할 때 꼭 필요한 마스크나 에어팟도 이곳에. 아래쪽은 신발장으로 활용한다. ⓒ yuyoung kim
‘로열 고객’임을 증명하듯 그의 신발장엔 올버즈 신발이 가득하다. ⓒ yuyoung kim

방은 어떻게 꾸미려고 했나?

어떻게 꾸며야겠다기보다는 이전 집에서부터 갖고 있던 가구를 그대로 가지고 와야 하니까, 어떻게 배치하느냐의 문제였다. 가구 위치를 이리저리 바꿔 보면서 최적의 동선을 찾았다. 벽면을 채운 철제가구는 무인양품의 SUS 선반 세트인데, 옷장이자 책꽂이, 수납장 역할을 골고루 한다. 유닛이 다양해서 여러 방식으로 조립할 수 있다. 우리 집을 살펴보면 무인양품 가구가 아주 많다. 무인양품에서 근무한 만큼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 브랜드의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결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일할 때 사면 직원 할인도 받을 수 있었고. (웃음) 침대와 이불, 테이블도 다 무인양품 것이다. 무인양품 제품을 하나씩 들이다 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가구는 너무 튀어서 못 두겠더라고.

왼쪽 사진의 철제 선반도, 오른쪽 사진의 테이블과 의자도 모두 무인양품 ⓒ yuyoung kim

무인양품을 좋아하는 이유를 좀 더 듣고 싶다.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어서 좋다. 대중적인 브랜드이지만 장인이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 일본의 절제된 미감도 좋다. 또 침대 매트리스와 이불커버가 호환되는 등 이 브랜드 제품끼리 호환되는 경우가 많아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같은 맥락으로 주방용품 브랜드 킨토(KINTO)도 정말 좋아한다. 식기는 대부분 킨토다. 가스레인지 위에 밥솥 좀 봐 달라.

 

저 밥솥도 킨토의 것?

작년 11월 킨토 정기 세일 때 샀다. 꼭 저 밥솥을 갖고 싶어서 일부러 밥솥을 안 샀다. 오래 꿈꿔 온 물건이다. 재밌는 건 11월에 산 후 아직 한 번도 밥을 안 했다. 밥솥이 없으니 햇반을 잔뜩 샀는데, 아직 많이 남았거든.

가스레인지 오른쪽에 놓인 킨토 밥솥 ⓒ yuyoung kim

햇반이 남았는데 왜 11월에 샀나?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둔 건 오늘 촬영을 위해서인가? (웃음)

워낙 오래 갖고 싶었던 물건이어서 세일만을 기다렸다. 킨토 정기 세일은 11월에 하는데, 그때 안 사면 일 년을 더 기다려야 하잖아. 정말 놔둘 데가 없어서 사자마자 저 위에 올려뒀다. 바라볼 때마다 흐뭇해하고 있다.

킨토의 잔도 사이즈별로 있다. ⓒ yuyoung kim
아로마 오일 워머도, 당연히 킨토의 물건 ⓒ yuyoung kim

가구라든지 식기는 소위 ‘가성비’ 제품을 찾기가 어렵지는 않다. 가성비라는 말이 종종 슬프게 들리기도 하지만, 자취생에겐 가성비 높은 물건이 달콤하고 고마울 때가 많다. 물론 ‘가성비 브랜드’ 하면 사람마다 다른 브랜드를 떠올리겠지만 말이다. 당신이 무인양품이나 킨토를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향 자체가 하나를 좋아하면 깊이 빠지는 편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로열 고객이지. 하다못해 면봉마저 무인양품에서 살 정도니까. 근데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물건은 견고해서 오래 쓸 수 있다. 면봉만 빼고! (웃음) 무엇보다 사용할 때 기분이 좋다. 또 나는 무턱대고 자주 사지 않는다. 오래오래 두고 보면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자주 검색하다 보면 세일 기간이나 할인 쿠폰 정보를 자연스레 알게 되거든. 온라인 숍에 가입하면 이메일 수신 동의 여부를 묻는데, 그때 보통 동의를 선택한다. 메일을 통해 좋아하는 브랜드나 숍 정보를 자주 확인한다. 영양가 없다 싶으면 수신 거부로 바꾸면 되니까. 그리고 모든 분야에 돈을 쓰지는 않아서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이를테면 옷은 이십 대 초반엔 무척 좋아했지만 요즘은 거의 안 산다.

선반 맨 위에 놓인 무인양품 면봉 ⓒ yuyoung kim
좋아하는 옛 동료가 선물해준 러그. 그 위에 놓인 룸슬리퍼는 올버즈 제품. 방문할 친구를 위해 총 세 켤레 준비했다. ⓒ yuyoung kim

집 곳곳에 책과 영화 포스터가 눈에 띈다. 애니메이션 굿즈도.

영화 일을 하고 싶어서 서울에 왔을 만큼 영화를 오래 좋아했다. 생각해 보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책도 영화도 다 이야기잖아.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책은 이사할 때마다 많이 처분한다. 중고 서점에 팔거나 기부하는 식으로.

 

어떤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느끼나?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끝나지 않는 영화가 있다. 뒷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거나 여운이 긴 작품들. 나라면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상상하는 일도 즐겁다.

에반게리온 극장판 4DX를 봐야지만 얻을 수 있었던 포스터 굿즈가 붙어 있다. 영화가 개봉한 날 제주도 출장 중이었던 그는 제주의 영화관에 처음 가봤다. ⓒ yuyoung kim

쇼핑은 주로 온라인으로?

책은 서점 앱으로 쿠폰을 써서 미리 구매하고 수령은 실제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는 편이다. 중고 서점에도 자주 간다. 생필품은 온라인이 저렴할 때가 많아서 온라인으로 사는데, 특히 세면·샤워용품은 와이즐리(WISELY)라는 서비스를 구독한다. 어떤 제품이 떨어졌는지, 필요한지 몇 주에 한 번 체크하면 해당 품목을 셀렉해서 집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아이맥 ⓒ yuyoung kim

지금 집에서 가장 아끼는 물건을 소개해 준다면.

얼마 전에 산 아이맥. 노트북이자 스마트폰이자 텔레비전 역할을 한다. 언제나 갖고 싶었던 물건이기도 하다. 옷 선반 위에 아이맥 박스를 보관하고 있다. 자주 이사를 다니는 자취생은 아이맥 박스를 버리지 말라는 팁을 읽었다. 어떤 뽁뽁이도 아이맥을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하는데, 오로지 아이맥을 위해 만들어진 저 박스는 다르다더라. 이사를 자주 할 테니 박스도 계속 챙겨야겠지. 또 있다. 자꾸 얘기해서 웃기지만 킨토 밥솥. (웃음) 저 밥솥을 보면서 ‘저걸로 밥을 하면 대체 무슨 맛이 날까?’ 상상하고 기대한다. 그것도 일상 속 작은 재미다.

킨토의 예쁜 밥솥 ⓒ yuyoung kim

킨토 밥솥으로 한 밥이 맛있기로 유명한가?

아니. 킨토 밥솥은 예쁜 걸로 유명하다. (웃음)

ⓒ yuyoung kim

이 집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일까.

보금자리. 서울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던 고시원 시절에는 집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쉬는 곳이라기보다는 옷장 같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 후로도 늘 타인과 함께 살았으니까 이 집에서야 처음 혼자가 됐다. 가구 배치도 바꿔보고 아끼는 물건도 놓아두고 하면서 점점 집을 나라는 사람과 맞춰갔다. 그냥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문득 행복하다. 곧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게 가끔 아쉽다. 월세가 오르지만 않는다면 계속 살고 싶다.

ⓒ yuyoung kim

이상향의 집을 그려 본다면.

음…. 가구에 욕심이 있는 편이다. 특히 잘 만든 원목 가구. 묵직한 가구를 갖고 싶은데 이사할 땐 그런 가구 옮기는 일이 고역이잖아. 이사를 안 다니는 날이 온다면 사고 싶다. 어쩌면 그런 가구를 놓을 수 있는 집을 꿈꾸는 것일지도 모르겠네. 영원히 이루지 못할 꿈인가 싶다가도 그리 생각하면 너무 서글프다. 아, 그런 가구와 더불어 만달라키 조명도 있는 집이면 좋겠다. (웃음)

ⓒ yuyoung kim

당신은 서울에 오고 싶었고, 와야 했던 사람이다. 와서도 성실하게 살았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떠올리면 어떤 마음이 드나.

뭐랄까, 나는 서울이 좋거든? 자주 가는 곳이 다 서울에 있고 익숙하고 편하다. 앞으로 계속 살아갈 도시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좀 차가운 도시라고 느낀다. 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대하는 서울시의 모습 따위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이곳이 더욱 차갑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대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가게나 개인이 눈에 띄는 동네라는 점 역시 마포구로 온 이유 중 하나였다. 모르는 사람 눈에는 절대 안 보이지만 보는 사람 눈에는 보인다. 보는 사람들이 이 동네로 모여드는 것 같기도 하다.

ⓒ yuyoung kim

동네 주민이 추천하는 마포구의 스팟을 묻고 싶다.

디저트 머라이언. 싱가포르 디저트 가게다. 싱가포르 관광청이 추천하고 싱가포르 수상 부부도 와서 맛보고 갔다고 들었다. 망고 베이스의 푸딩을 좋아한다. 상수의 카페 델문도도 추천한다. 특정 시즌에만 먹을 수 있는 한정 메뉴들이 다 맛있다. 디저트를 좋아하다 보니 두 곳 모두 디저트 가게네.

지역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평수 (김성연의 말에 따르면 ‘잘 빠진’) 7평

보증금/월세 1000만 원/50만 원

글·사진 김유영 기자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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