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9

검은 토끼의 해, 2023 어떻게 즐길까? ①

2023 트렌드 키워드 'POP! 팝업 전성 시대'
올해도 두 달 남짓 남았다. 벌써 내년의 트렌드를 예측하며 무수한 키워드가 쏟아지는 지금! 헤이팝이 그동안 인기가 높았던 콘텐츠들을 모아 2023년의 ‘디자인 트렌드’를 점쳐 보았다. 늘 수식어로 먼저 붙는 ‘MZ 세대’와 ‘취향’의 홍수에서 과연 우리가 준비해야 할 건 무엇일까? 검은 토끼의 해를 아주 힙하게 보내고 싶다면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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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팝업 전성 시대

#팝업스토어 #경험 가치 #인스타그래머블 #핫 스폿 #콘셉츄얼

최근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코리아(Lush Korea)가 론칭 20주년을 맞이하여 오픈한 체험형 위주의 팝업 스토어 현장. ⓒ 러쉬코리아

공교롭게도 ‘헤이팝’이란 이름 덕분에 2022년 ‘팝업’에 관련한 콘텐츠는 늘 주목받았다. 올해는 유난히 팝업이 많이 열리고 인기를 끌었는데, 여러 트렌드 북에서도 ‘팝업’이라는 공간에 주목하고 있으니 덩달아 반갑다. 왜 사람들은 팝업스토어에 눈길을 돌렸을까? 뜻하지 않게 길어진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자는 오프라인 경험에 대한 욕구가 급증했다. 특히 새로움에 갈망하는 MZ세대에게는 한정된 기간 동안 브랜드의 특별한 경험 누릴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까 싶다. 여기에 인스타그래머블*한 뉴 스폿을 찾는 이들에게 팝업이란 익스크루시브 이벤트와도 같은 느낌일 테다. 이 때문에 브랜드 역시 팝업에 대한 니즈가 늘어난 추세. 이전 팝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히 제품 판매를 위한 진열이 아닌 공간에 스토리를 담고, 브랜드의 가치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콘셉트’에 더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인스타그래머블이란, SNS 채널인 인스타그램과 ‘할 수 있는, 가능한’ 뜻의 -able이 합쳐진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의미의 신조어.
콘셉츄얼한 기획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알로소의 첫 번째 팝업 전시 ‘Inspired Lazyborns’. ⓒ 알로소

콘셉트는 각양각색이다. 신제품을 홍보하더라도 “나 오늘 갓나온 신상이야”라고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주최하는 브랜드의 세계관 안에서 존재하는 아이템일 뿐이다. 즉, 팝업을 오픈하는 목적 역시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신제품의 출시를 알리되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고 마니아층의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반면, 팝업을 방문하는 고객의 입장은 다르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2023)>의 분석에 따르면 2021~2022년 동안 팝업스토어의 연관 검색어로 사진, 공간, 카페, 경험, 전시, 포토존, 굿즈가 떠올랐다. 어쩌면 고객은 스쳐 가는 경험이 아니라 이곳에서 어떻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공유할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찐 경험’이라 말하는 몰입감에는 공간이 큰 역할을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공간력(Magic of Real Spaces)’을 하나의 키워드로 내세웠을 정도로 경험에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한 곳에서 브랜드를 체감할 수 있기에 팝업스토어에 관심이 더 쏠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어떤 콘셉트의 팝업스토어가 인기가 많았을까?

① MZ세대와 친해지는 법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한 공간이 인기가 높았다. 지난 4월에 프로젝트렌트 올드타운점에서 오픈했었던 ‘2022 가나 초콜릿 하우스’가 대표적인 예. 바 형태의 초콜릿 모양을 살려 17세기 영국의 초콜릿 하우스를 재현해 낸 것은 물론 여러 셰프와의 협업으로 선보인 디저트 페어링과 DIY 클래스 운영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24일간 운영 예정이었던 팝업스토어가 끊임없는 인기와 방문으로 약 2주간 연장했으니 말이다. 즐길 프로그램이 풍성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1975년에 탄생한 ‘가나 초콜릿’의 역사를 동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개하며 지갑을 열게 만들었던 아기자기한 한정판 굿즈도 한몫했다.

초콜릿 바 모양을 공간의 요소를 사용하여 몰입감을 극대화 시킨 '가나 초콜릿 하우스' 팝업 현장. ⓒ 프로젝트렌트
다양한 셰프와의 협업은 물론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DIY 클래스 운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 프로젝트렌트

또 다른 예로 젊은(?) 브랜드로 이미지 전환에 성공한 ‘부엌 바이 휴롬’ 역시 인상 깊었다. 녹즙기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휴롬은 요즘 세대에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건강 카페로 변신했다. 팝업스토어 부엌 바이 휴롬에서는 대표 제품과 신제품으로 갈아 만든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를 선보였다. 건강한 식자재를 사용해 부담 없이 즐기는 메뉴들에 각광받았다. 특히 헬시 플레저(Health Pleasure)*가 트렌드 키워드로 뽑힐 정도로 건강에 관심이 높은 MZ세대에게 통했다는 분석이다. 휴롬의 김재원 대표가 직접 팝업스토어 전체 공간을 기획할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던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 헬시 플레저는 건강의 ‘헬시(Heathy)’, 기쁨과 즐거움의 ‘플레저(Pleasure)’가 결합한 단어로 엄격하고 괴로움을 동반하는 건강 관리 방식이 아니라 효율적이면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신체∙정신건강 관리 트렌드를 뜻한다.
휴롬은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건강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카페 형태의 팝업 스토어 '부엌 바이 휴롬'을 오픈했다. ⓒ 휴롬

② 여기 콘셉트가 뭐니?

경험치가 많아진 MZ세대의 눈은 높아졌다. 아이템이든 공간이든 콘셉트가 없다면 앙고 빠진 찐빵일 뿐. 새로운 경험에 솔깃하고 상상치 못한 참신함에 손뼉을 친다. 그렇기에 짧은 기간에 콘셉트를 모두 보여줘야 하는 팝업스토어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도 있는 플래그십스토어의 경우 고민이 될 수밖에. 흔히 ‘힙’하다고 말하는 콘셉츄얼한 공간에 발길이 모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7월에 오픈한 ‘나이키 스타일 홍대’는 오픈 전부터 화제였다. 스포츠 문화를 창의적으로 재창조해 스포츠의 의미를 더욱 확장하는 나이키 스타일(Nike Style) 콘셉트를 전 세계 최초로 반영한 매장이기 때문. 제품을 자신의 취향대로 커스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젠더리스 트렌드에 맞춰 성별의 개념을 허물고 스타일과 사이즈에 따라 의류를 진열한 젠더 플루이드(Gender-Fluid, 유동적인 성 정체성) 쇼핑을 기반으로 둔 점이 이색적이었다.

젠더 플루이드 쇼핑을 도입하고 자신의 취향대로 커스텀할 수 있는 콘셉트 스토어 '나이키 스타일 홍대'. ⓒ 나이키

올해 피지컬 에듀케이션 디파트먼트(Phyps)에서 오픈한 두 개의 공간도 인기다.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 ‘Phyps Mart’ 신당점을 선보였는데, 과일이 놓여야 할 오픈 냉장고에는 티셔츠와 모자가 디스플레이되어 있고 인형과 쿠션 등 재밌는 굿즈로 변신한 야채들로 가득하다. 미국 빈티지 무드로 꾸민 핍스 마트는 볼거리로 재미를 더한 것은 물론 주변 시장 상인들과 협력해 신당 로컬 맛집 지도를 제작하고 식사권을 제공하는 등 건강하고 재미있는 먼데이루틴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두 번째 공간으로는 신용산역 부근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 ‘PHYPS HOME’이다. 이곳은 브랜드의 세계관으로 공간을 풀어냈는데 1970년으로 돌아간 듯 영화감독 래리 클락(Larry Clark)의 작품과 굿즈들로 가득하다. 또 집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욕실, 침실, 서재 등 공간을 나눠 판매하는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확연하게 다른 콘셉트로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색적인 즐거움을 유도하는 것 때문인지 헤이팝 콘텐츠의 반응도 꽤 높은 편이었다.  

이색적인 콘셉트 기획으로 친근함을 더한 핍스의 첫 번째 매장 '핍스 마트 신당점'의 모습. ⓒ 워즈코퍼레이션
유스 컬처를 모티프로 빈티지한 무드를 콘셉트를 두고 꾸민 복합문화공간 '핍스 홈'. ⓒ 워즈코퍼레이션

③ 디올에서 산책하고 루이 비통에서 밥 먹자!

올해 유독 눈에 띈 팝업이라고 하면 명품 브랜드의 행보가 아닐까 싶다.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럭셔리 브랜드의 허들을 낮춰 대중이 더욱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식음이나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디올(Dior)은 한국 서울에서 개최하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2022 가을 패션쇼를 기념하여 성수동에 콘셉트 팝업 스토어 ‘디올 성수’를 오픈했다. 스토어는 각각의 디올 컬렉션에 맞춰 다채로운 풍경을 선보이는데, 한국의 자연과 프랑스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조화롭게 꾸민 모습에 관심이 매우 높았다. 오픈부터 지금까지 긴 줄이 늘어서며 대기가 발생할 정도로 끊임없이 발길을 모았다. 최근에는 반짝반짝한 조명으로 연말 분위기를 더했는데, 마치 프랑스 궁전과 같은 이색적인 비주얼에 입소문을 타고 또다시 인스타그래머블 스폿으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서울에서 개최하는 2022 가을 패션쇼를 기념하는 의미로 오픈한 콘셉트 팝업 스토어 '디올 성수'. ⓒ 디올

하반기에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팝업 레스토랑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이 오픈했다. 미슐랭 스타 셰프 알랭 파사르(Alain Passard)가 함께하기에 기대를 모았던 것도 있지만, 일시적으로 꾸며 둔 레스토랑에서 루이 비통이라는 럭셔리 브랜드를 만끽할 수 있으니 더 눈길을 끌었다. 38일간 운영하는 팝업 레스토랑이 예약을 개시하자마자 5분 만에 전일 전 좌석 마감되었으니 말이다. 구찌(Gucci)는 지난 3월, 한시적인 운영이 아닌 정식 레스토랑을 열기도 했다. 브랜드 플래그십스토어인 구찌 가든 6층에 자리 잡은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Gucci Osteria Seoul)’은 구찌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선보인 공간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려낸 인테리어가 사랑받고 있다. 채도가 높은 세련된 그린 컬러와 벨벳의 소재감을 활용해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의 장식과 구찌의 미학적 요소를 적절하게 섞은 모습이 ‘여기가 구찌 세상이구나’를 실감케 한다. 역시 뜨거운 인기에 예약 전쟁에 성공해야 방문할 수 있다는 점.

루이 비통이 오픈한 팝업 레스토랑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 전경. ⓒ 루이 비통
구찌 가든 6층에 오픈한 컨템포러리 이탈리아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 구찌

명품 브랜드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MZ세대에게 럭셔리 소비란 사치품이 아닌, 일종의 자기 보상 행위이자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비용적인 부담은 무시할 수 없는 법. 그렇기에 일시적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의 형식의 이벤트가 더 각광받을 듯하다.   

 

▶ 생생하게 살아있는 디올의 정원 ‘디올 성수’ 기사 보기

▶ 루이 비통의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 기사 보기

▶ 구찌에서 럭셔리 한 스푼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기사 보기

검은 토끼의 해, 2023 어떻게 즐길까? 
▼ 2편에서 계속됩니다.

글  김소현 수석 기자

자료 출처  <트렌드 코리아 2023 (미래의창)>,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3 (싱긋)>, <라이프 트렌드 2023 : 과시적 비소비 (부키)>

김소현
호기심이 많아 궁금한 게 생기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ENFP. 그저 잡지가 좋아 에디터가 되었고 글 쓰기가 좋아 몇 년 째 기자를 하고 있다. 즐겁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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