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있지만 몰랐던 트렌드, 읽고 나면 다르게 보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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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

건축과 조각, 관람객의 경험으로 점철된 뮤지엄 산의 새 공간 ‘그라운드’

안도 다다오와 안토니 곰리의 비전을 몸으로 직접 느껴볼 것
그라운드 내부

끊임없이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지만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특히 귀하다. 트렌드를 좇는 것만큼 온전히 내면에 집중할 기회도 필요하다.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뮤지엄 산의 새로운 공간은 이런 이유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강원도 원주에 자리한 뮤지엄 산은 살아갈 힘을 되찾는 공간으로, 한솔문화재단의 운영 아래 2013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개관과 함께 오픈한 제임스터렐관, 2018년 공개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명상관, 2023년 안도 다다오의 빛의 공간을 선보이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 빛의 공간 이후 2년 만에 만나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뮤지엄 산의 새로운 공간 ‘그라운드(GROUND)’는 어떤 곳일까?

현대 조각의 거장, 안토니 곰리 상설관

본인 작품 옆에 선 현대 조각의 거장 안토니 곰리

6월 20일 공개된 ‘그라운드’는 안도 다다오와 안토니 곰리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공간에 현대 조각의 거장 안토니 곰리의 조각이 들어서 거대한 작품을 만들었다. 세계 최초 안토니 곰리 상설관이기도 하다. 그라운드는 뮤지엄 산 초입 플라워 가든 아래에 조성됐다. 플라워 가든 옆에 들어선 건물의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그라운드를 만나게 된다. 지하세계로 들어서는 느낌을 받지만 그라운드 자체를 온전한 지하 공간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개방형 구조로 설계해 야외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 곰리는 변화에 무른 노출형 공간 특성에 따라 바뀌는 그라운드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기대된다고 말한다. 그 변화는 공기와 맞닿으면 색감이 변하는, 그라운드에 설치된 안토니 곰리의 철제 소재 작업물에도 적용된다.

그라운드는 야외와 연결되어 있는 노출형 구조다. 안토니 곰리의 작품이 공간 곳곳을 채운다.

이곳은 돔 형태의 모양을 띤다. 내부 조명 없이 온전히 자연의 빛을 받는 공간적 특징 때문에 관람객에게 동굴 안에 있는 기분을 선사한다. 내부 지름 25m, 높이 7.2m, 천장에는 지름 2.4m의 작은 원형 유리창이 나 있다. 유리창으로 유입된 빛은 공간 중심부에 퍼지며 외부와의 연결을 잇는다. 그라운드 곳곳을 채운 안토니 곰리의 ‘Block Works’ 조각품 일곱 점은 인간의 형태를 닮았다. 작품은 그가 조각가로 활동하며 오랜 기간 영감을 받은 동굴, 대지구조, 인체를 아우른다. 녹슨 철제 블록으로 이루어져 그라운드를 묵직하게 채운다. 그는 고체의 단단한 질량이 관람객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작품을 만들었다. 일본 교토 료안지 정원에 있는 열다섯 개의 바위를 떠올리며 자기 작품이 그곳의 바위처럼 정거장 역할을 하길 원했다. 

그라운드는 소리에 민감하다. 공간 중심에 서면 소리가 크게 증폭한다.

그라운드는 단순히 전시장으로서만 기능하지 않고 공간과 예술, 자연 안에서 경험을 선사한다. 인간과 자연의 상호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한 안도 다다오와 안토니 곰리의 비전이 하나의 구조물로 구현됐다. 관람자의 참여와 감각적 인식으로 완성되는 이 공간, 아래 두 방법을 따라 누려보자. 

| 울림을 느낄 것

 

그라운드는 작은 소리에도 크게 반응한다. 특히 공간의 중심에 서면 소리는 더욱 증폭된다. 안토니 곰리는 이 덕분에 공간의 생동감이 더해졌다고 말한다. 설계 당시에만 해도 소리가 이토록 크게 퍼질 것이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사소한 소음부터 관람객의 발소리까지. 그 소리를 통해 관람객은 그라운드에서의 여정을 명확하게 인식한다. 안토니 곰리는 관람객의 경험을 중요시한다. 관람자의 경험이 곧 그라운드의 주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소리에서 비롯된 울림은 공간을 완성하는 중요한 재료이다.

 

 

| 잠시 눈앞에 놓인 것을 관망할 것

 

그라운드는 총 3개의 공간을 관통한다. 지하로 내려가기 위한 플라워 가든 옆 지상 건축물, 유리 창문으로 그라운드를 미리 마주하는 옵저베이션 룸(Observation Room), 그라운드와 연결된 야외정원이 그것이다. 안토니 곰리의 작업 개념에서 보면 옵저베이션 룸은 인체의 시신경에 해당한다. 주 공간에 들어서기 전 유리창을 통해 미리 공간을 관조해 볼 수 있다.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있거나 웅크린 다양한 자세의 조각품 사이를 거니는 타 관람객을 바라보며 현재 나의 상태를 짚어보자. 명상 단계까지 가보는 것이 안도 다다오와 안토니 곰리가 관람객에게 제안하는 그라운드 속 경험이다.

옵저베이션 룸. 주 공간과 작품을 관조하도록 돕는다.

안토니 곰리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DRAWING ON SPACE〉

그라운드 개관과 함께 뮤지엄 산 청조갤러리(1관, 2관, 3관)에서는 안토니 곰리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11월 30일까지 펼쳐진다. 일곱 점의 조각, 마흔 점의 드로잉 및 판화, 하나의 큰 설치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제목인 DRAWING ON SPACE는 안토니 곰리가 오랜 시간 천착한 조각과 공간, 신체의 관계를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공간을 점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자가 자신의 몸과 감각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이끈다. 전시의 핵심은 물리적 공간과 상상적 공간을 함께 어우러지게 하는 데 있다. 안토니 곰리는 정보적인 것을 이야기하기보단 직접 관람객이 참여해서 발생하는 의미를 중요시한다. 누구에게나 있는 몸과 공간의 연결 지점을, 전시를 통해 느껴보자. 

청조갤러리 1관, ‘Liminal Field’

| 청조갤러리 1관, ‘Liminal Field’

 

청조갤러리 1관에는 안토니 곰리의 연작 ‘Liminal Field’가 준비됐다. 경계의 영역을 다룬 일곱 점의 조각은 해부학적 묘사 대신 기포의 형태로 인체의 형상을 구현한다. 직립한 작품 속 인간의 모습을 통해 관람객들은 자신의 몸과 공간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성찰하게 된다. 

청조갤러리 2관, 안토니 곰리의 드로잉과 판화

| 청조갤러리 2관, 안토니 곰리의 드로잉과 판화

 

청조갤러리 2관에는 지난 30여 년간 인체, 공간, 자연의 상호 관계를 지속적으로 추적한 곰리의 드로잉 및 판화 연작을 마주한다. ‘Body and Soul’은 그가 ‘몸 안의 암흑’이라 표현한 인간 내면의 감각과 의식 구조를 보여준다. 드로잉 작품 ‘Lux’는 빛과 어둠 사이에서 인간이 주변 환경과 맺는 관계를 탐색다. 안토니 곰리에게 드로잉은 공간적 사고를 시각화하는 첫 번째 단계’이자 조각과 동등한 조형 언어다. 

청조갤러리 3관, 'Orbit Field II'. 유아차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동선이 따로 마련됐다.
서른일곱 개의 스틸 원형 구조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 청조갤러리 3관, ‘Orbit Field II’

 

청조갤러리 3관에는 안토니 곰리 조각의 핵심 개념을 집약한 공간 설치 작업 ‘Orbit Field II’로 꾸려졌다. 우주 천체가 중력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운동을 형상화한 것으로 거시적 세계의 질서를 보여준다. 뮤지엄 산 학예사의 말에 따르면 작업 설치 기간만 5일이 소요됐다고. 서른일곱 개의 스틸 원형 구조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전시장 전체를 가로지르는 관람객의 움직임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허리를 숙이고 몸을 기울이며 작품 사이를 통과하는 행위는 관람자의 신체를 조각의 일부로 끌어들여 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김지민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뮤지엄 산

프로젝트
그라운드(GROUND), 〈DRAWING ON SPACE〉
장소
뮤지엄 산 (청조갤러리 1관 - 3관)
주소
강원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 999-13
일자
2025.06.20 - 2025.11.30
시간
화요일 - 일요일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주최
뮤지엄 산
클라이언트
후원 | 화이트 큐브, 한솔제지
참여작가
안도 다다오, 안토니 곰리
김지민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다. 보고 느낀 이야기로 콘텐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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