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30

종로를 온전히 누리는 방법, 청운동에서 부암동 산책 코스

전시부터 맛집까지, 오감이 깨어나는 종로 공간 5

걷기 좋은 동네의 조건은 무엇일까. 가까이 천이 흐르고 나무가 있으며 언제든 쉬어갈 공간이 많은 곳이 아닐까. 서울 종로구의 현재 슬로건은 ‘서울의 길 종로’다. 서울의 모든 길은 종로로 통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특히 종로의 중심이라 불리는 광화문과 청와대 인근은 서울을 처음 찾는 외국인도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매력적인 동네다. 나는 종로를 마음의 안식처로 여긴다. 정처 없이 걷는 이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는 다양한 문화 공간이 있다. 개성 있는 감각으로 채워진 쇼룸과  카페에 잠시 머물면 다시 걸음을 옮길 힘이 차오른다. 

 

종로를 누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청운동과 부암동은 자연과 문화시설이 공존해 고요하면서 동적인 종로의 매력이 잘 보이는 곳이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청운동과 부암동은 걷고 버스를 타며 둘러보기 좋은 길이다. 청운동에서 부암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오를 때 버스를 타고 내려올 때 걷는다면 여러 각도로 종로를 포착할 수 있다. 걷는 재미를 알려준 두 동네의 산책 코스를 소개한다. 

뮤통

청운동
사진 출처: 뮤통 인스타그램

본격적인 산책에 앞서 든든하게 당부터 채워보자. 뮤통은 청운동에서 부암동으로 넘어가는 고개 초입에 자리를 잡고 있다. SNS를 보고 찾아오는 이들과 동네 주민이 적절히 섞여 있어 처음 방문해도, 묘하게 익숙한 동네에 온 듯하다. 매장은 작은 테이블 여섯 개 공용 테이블 하나가 딱 맞게 들어가는 아담한 규모다. 두 분이 운영하는 동네 카페지만, 계절의 맛을 담은 메뉴를 준비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커피도 맛있지만, 이곳의 따뜻한 밀크티는 다른 곳에서 맛본 적 없는 깊은 맛을 낸다. 여름에도 굳이 뜨거운 밀크티를 주문하는 이유다. 디저트로는 계절에 따라 플레이버가 바뀌는 아이스크림과 프렌치토스트를 추천한다. 따뜻한 프렌치토스와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는 조합도 괜찮다. 

뮤통은 해가 지기 전까지 별도의 조명 없이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내부가 아주 밝지는 않지만,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공간을 채운 빈티지 가구와 잘 어우러진다. 테이블 수가 적어 웨이팅이 발생할 수 있으니 방문 전 캐치테이블로 현황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30길 21 1층

청운문학도서관

청운동
사진 출처: 비짓 서울

든든하게 배를 채웠으면 힘내서 걸어볼 시간. 뮤통 앞에 있는 경북고교 버스정류장에서 청운문학도서관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해도 좋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종로구의 열여섯 번째 도서관이자 종로구 최초의 한옥공공도서관이다. 시와 소설, 수필 위주의 문학 도서를 소장한 문학 특성화 도서관인 만큼 다양한 국내 문학작품으로 채워졌다. 기획전시와 인문학 강연 등 연계 프로그램도 종종 열린다. 이곳의 매력은 공간에서도 느낄 수 있다.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도서관은 지하 1층에 한옥 열람실은 1층에 자리한 독특한 구조다. 밖에서 보면 두 공간 모두 지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층에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열람실에서 책을 읽는 게 좋다. 

이 도서관에는 폭포가 있다. 한옥 열람실이 있는 1층으로 올라가면 인공폭포와 자연이 반긴다. 폭포 앞에 있는 정자도 열람실로 사용하고 있으니 잠시 물멍하며 책을 읽어보자. 폭포는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되니 방문에 참고하길.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36길 40

석파정 서울미술관

부암동

이제 부암동으로 넘어간다.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서울시 유형문화유산 석파정과 미술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관람 요금이 따로 적용되니 석파정과 미술관을 모두 보고 싶다면 통합관람권을 이용하자. 전시도 좋지만 이곳을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석파정이 있는 야외공원 때문이다. 서울미술관 개관과 함께 2012년 대중에게 처음 공개됐다. 바위에 둘러싸인 풍경과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부암동 일대를 내다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도심에서 찾기 어려운 개방감이 느껴진다. 마침, 8월 말까지 석파정 야외공원에서 한국 대표 조각 작품과 도예 명장의 도자기전을 만나는 〈아로새긴 숲길〉 전시가 열린다. 자연과 예술을 함께 누려보길. 

사진 출처: 석파정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오는 10월 12일까지 서울미술관에서 일본의 사진작가 카와시마 코토리의 기획전시가 진행된다.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인 〈사란란〉에서는 그의 작업 세계 전반을 짚어본다. 대표작 「미라이짱」부터 서울에서 촬영한 신작 「사랑랑」까지 총 309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한 상설전도 주기적으로 열리니 참고하자. 

 

주소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11길 4-1

소소한풍경

부암동
(좌) 사진 출처: 소소한풍경 인스타그램

부암동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음식 만둣국도 좋지만, 이번에는 퓨전 한식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잠시 시골집으로 내려온 듯한 정겨운 분위기가 인상적인 소소한풍경은 한식 코스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물론 단일 메뉴도 있다. 블루리본만 7개를 받았으니 기본적인 맛은 보장한다. 담백한 요리를 먹고 싶다면 방문해 보자. 

 

여러 메뉴가 있지만 단품을 먹는다면 건두부쌈과 김치전병을 추천한다. 건두부쌈은 건두부에 오이, 당근 등 채소와 다진 돼지고기를 넣은 된장을 함께 올려 먹는 메뉴다. 싱거운 듯하지만 된장이 심심한 맛을 채워 조화롭다. 김치전병과 함께 먹으면 풍미가 더 산다.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0길 75

꼰떼

부암동

분위기를 잠시 바꿔보고 싶다면 부암동에서는 꼰떼가 답이다. 꼰떼는 이탈리아 가정식집으로 부암동의 작은 이탈리아로 불린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온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라 인테리어도 음식도 현지에 온 것 같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우) 사진 출처: 꼰떼 인스타그램

올 때마다 꼭 먹는 메뉴가 있다. 바로 라자냐. 꾸덕한 치즈와 진한 라구 소스, 수제 파스타 시트의 조합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곁들여 나오는 샐러드와 와인 한 잔을 함께하면 끝없이 먹게 된다. 시즌마다 주재료가 바뀌는 파스타도 매력적이다. 다음에 방문했을 때 지난번에 먹었던 파스타가 없을 수도 있으나 당황하지 말자. 그 계절에 먹었을 때 가장 맛있는 파스타를 선보인다. 

 

주소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길 6-1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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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지민 기자

김지민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다. 보고 느낀 이야기로 콘텐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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