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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9

검은 토끼의 해, 2023 어떻게 즐길까? ②

2023 트렌드 키워드 '취향 큐레이션 & 예술 소유욕'
올해도 두 달 남짓 남았다. 벌써 내년의 트렌드를 예측하며 무수한 키워드가 쏟아지는 지금! 헤이팝이 그동안 인기가 높았던 콘텐츠들을 모아 2023년의 ‘디자인 트렌드’를 점쳐 보았다. 늘 수식어로 먼저 붙는 ‘MZ 세대’와 ‘취향’의 홍수에서 과연 우리가 준비해야 할 건 무엇일까? 검은 토끼의 해를 아주 힙하게 보내고 싶다면 주목해보자.
검은 토끼의 해, 2023 어떻게 즐길까? 
▼ 1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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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취향이요? OO에 진심인 편!

#취향의 전성시대 #디깅모멘텀 #아름다운 과몰입 #취향 큐레이션

가수 박재범이 론칭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브랜드 원스피리츠의 '원소주'. ⓒ 원스피리츠

최근 몇 년간 ‘MZ세대’만큼이나 가장 많이 들었을 단어가 아마도 ‘취향’이 아닐까 싶다. 뜻을 너무나 잘 알 듯하면서도 또 과연 나의 취향을 어떻게 정의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수히 쏟아지는 취향이라는 늪에 갇힌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싫고 좋음을 확실히 구분해내는 MZ세대의 취향은 꽤나 명확하다. 혼자 즐기더라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제 시간을 누린다는 게 한편으로는 멋지다.

이런 취향 홍수의 시대에서 여러 트렌드 북에서도 이에 관한 키워드를 제시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은 ‘디깅모멘텀(Thorough Enjoyment: ‘digging Momentum’)’을 얘기한다. 단순히 취미를 넘어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아름다운 과몰입’, 즉 디깅모멘텀이라 말하며 ‘OO의 진심인 사람’을 표현했다. 특히 즐기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발견하고 행복전환점을 찾는 데 의의를 둔다.

프라이빗하게 술을 즐길 수 있는 바 '베스퍼'. 마치 숨겨진 아지트와 같은 공간이다. ⓒ heyPOP

그러면서 공간의 역할도 변모하고 있다. 취미 활동을 집중할 수 있는, 또 같은 취향의 사람이 편히 모일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을 찾게 된 것. 소비가 이뤄지는 스토어의 경우 다양한 취향을 수용할 수 있는 큐레이션 숍이 되었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2023)>에서는 술 문화를 예로 들었는데, 이전에는 술자리라면 기본적으로 펍(Pub)과 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주점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혼자서도 조용히 술을 즐길 수 있는 바(Bar)를 선호한다. 취향에 따라 주(酒)종도 다르기에 흔히 칵테일을 파는 바보다 전통주나 프리미엄 주류를 전문으로 하는 바를 찾는다고. 전통주는 힙한 술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고 프리미엄 주류는 자기 보상 심리를 채우는 술이 되었다. 덩달아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혼술을 좋아하는 이가 많아지면서 편의점은 주류 편집숍으로 탈바꿈했다.    

오픈할 때마다 수많은 인파가 모여 대기까지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원소주의 팝업 스토어. ⓒ 원스피리츠

올해 가수 박재범이 론칭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브랜드 원스피리츠의 ‘원소주’가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서울과 부산에서 두 차례 열린 팝업스토어는 원소주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줄을 이었다. 한정된 수량에 팝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매 예약 문의가 쇄도했고 중고 거래 장터에서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진풍경도 그렸다. 이렇게 반응이 폭발적일 줄이야! 경험 소비를 1순위를 두는 MZ세대의 선택은 취향도 곧 개성, 힙한 브랜드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취향도 다분화되고 하나에 파고드는 성향의 요즘 세대의 이목을 끌려면 타깃을 좁히고 참신함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곧 외면당한다는 것. 만약 브랜드라면 어떤 방법이라도 경험을 통해 고객과 직접적인 스킨십이 필요할 때다.

3

좋은 작품에 지갑을 열어야죠!

#아트시장 #예술 소유욕 #작품 구매 #취향의 향유 #아트테크

올해 가장 인상적인 페어를 뽑는다면 아마도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가 아니었나 싶다.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 미술 시장 중 한국이 주목받고 서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점에서 ‘프리즈’가 서울 코엑스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특히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은 동일한 기간에 ‘키아프 서울 2022’까지 함께 열려 반응이 매우 뜨거웠는데, 두 아트페어에 참여하기 위해 국내외 300여 개의 갤러리가 모였다니 절대 놓칠 수 없는 큰 규모의 행사였다.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는 것도 놀랍지만 나흘 동안 여기서 6,500억 원어치의 작품이 판매되었다는 게 더 놀랍다. 이전에는 예술 작품을 그저 감상하고 보는 것에서 그쳤다면 이제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구매한 연령이 MZ세대가 60% 이상이라니 예술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아트마켓 플랫폼인 카비네트에서 소개하는 10명의 컨템포러리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보였던 팝업 전시 〈KABINETT of Collectors〉. ⓒ 카비네트
30여 명의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했던 전시 〈ART-IST: ways of seeing〉의 현장. ⓒ heyPOP

셀러브리티의 예술 활동도 영향이 있다. 예술 분야에 관심이 높은 BTS의 RM은 여러 전시회를 방문하고 작품을 구매하면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행위를 따라 하고 인증하면서 만족을 얻는 팬들도 늘어났다. 한편으론 예술 작품은 공산품과 달리 아주 희소하고 특별하기에 소장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진 추세. 아트테크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이들은 투자라는 관점보다 ‘취향의 향유’, ‘예술 작품에 대한 소유욕’에 더 핵심을 둔다고 한다. 더불어 관심 있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팔로우하고 직접 소통하는 등 예술에 적극적인 태도다. 전시회를 방문하여 작가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미술 시장의 활발한 거래를 도모하는 아트 플랫폼도 큰 역할을 하는데, 마주하기 어려운 해외 작품까지도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기에 더욱 사랑받는 듯하다. 앞으로 아티스트와 관객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지고, 일상에 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단지 작품으로의 가치가 아닌 삶의 일부가 되길 기대해본다.    

글  김소현 수석 기자

자료 출처  <트렌드 코리아 2023 (미래의창)>,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3 (싱긋)>, <라이프 트렌드 2023 : 과시적 비소비 (부키)>

김소현
호기심이 많아 궁금한 게 생기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ENFP. 그저 잡지가 좋아 에디터가 되었고 글 쓰기가 좋아 몇 년 째 기자를 하고 있다. 즐겁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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