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preview
❶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착하지 않은’ 방식들
❷ 비정기적 크루가 진정성 갖고 일할 수 있는 이유
❸ 협업하면서 ‘우리다움’을 잃지 않는 법
❹ 오프라인의 힘은 분명하다
3355 콜렉티브를 처음 알게 된 건, 독거노인의 삶을 의자로 재해석한 전시 〈그루터기: 시간이 만든 자리〉였다. ‘독거노인’이라는 단어가 가진 그늘 때문일까, 전시를 보기 전부터 어딘가 비감한 풍경을 떠올렸다. 하지만 현장은 예상과 달랐다. 공간에는 화사한 볕이 내려앉았고, 디자이너가 제작한 가구는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전시장 안에는 때때로 기타 선율이 번졌다. 고운 진달래 색으로 칠해진 의자에 앉아 할머니의 독백을 들었다.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주름진 목소리는 나를 보살펴주는 그늘에 가까웠다.
사회적인 이야기는 왜 늘 무겁고 어두워야 할까. 메시지는 때로 ‘엄숙함’이라는 포장 안에서 더 빨리 소진된다. 3355 콜렉티브의 전시를 보고 나면, 낯선 이들에게 마음속 공간을 기꺼이 내어주게 된다. 독거노인, 실종 아동, 자립준비청년… 어렵게만 느껴졌던 존재들의 뿌리가 실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3355 콜렉티브는 인문학, 예술, 경영, 디자인, 홍보, 콘텐츠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결성한 비정기적 크루다. 고정된 조직의 형태를 따르기보다, 매번 선택하고 결심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그 유연함이 오히려 이들의 진정성을 만들고, 책임감을 선명하게 한다.
그 중심에는 정혜수 대표가 있다. 인터뷰가 성립되기 전, 따로 티미팅을 가졌다. 관련 기록이 많지 않아 그가 어떤 태도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왔는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대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깊어졌다. 정해진 질문지와 연습된 답변 없이도 시간이 술술 흘렀고, 어떤 순간에는 이 대화를 그대로 옮겨 적어도 인터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견고한 이야기를 쌓은 사람은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다는 말을 그에게서 실감했다. 질문이 미처 던져지기도 전에 이미 대답이 도착해 있었고, 대답은 곧 또 다른 질문을 데려왔다.
이번 인터뷰는 그들이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보다, ‘무엇을 끝까지 지키려 하는가’에 가깝다. 3355 콜렉티브가 사회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고유한 방식, 그리고 정혜수라는 기획자가 지켜온 단단한 기준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Interview with 정혜수
3355 콜렉티브 대표
— 3355 콜렉티브 관련 콘텐츠를 모두 살펴봤어요. 2024년에 진행한 ‘당연하지 않은 저녁 식사’를 다룬 기사가 가장 많더라고요. 매체 주목도가 아직 높지 않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저희가 다루는 주제들에 대한 매체의 관심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요. 현실적으로 자극적인 이슈나 사건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야기가 널리 전달되기 쉽지 않은 구조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실종 아동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퍼포먼스 프로젝트 ‘당연하지 않은 저녁식사’ 때 셀럽분들을 게스트로 모셔 각자의 플랫폼을 통해 이야기를 더 넓게 전하고자 했듯, 진심으로 ‘스피커’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섭외하고 협업합니다. 동시에 그 영향력이 일회성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사전 브리핑부터 참여 방식까지 충분한 맥락을 공유하고 세심하게 준비하죠.
사회적 이슈를 다루다 보니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도 분명히 있지만, 언젠가 누군가의 영향력이 꼭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외면되지 않도록, 지금은 신뢰할 수 있는 사례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ㅡ 왠지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가 맴돌아요.
개인적으로 그 표현에는 조금 불편한 마음이 있어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애써 한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마치 선심을 베푸는 것처럼요. 팀원들에게도 늘 말해요. 우리는 누군가를 돕는 게 아니라고요.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순간 되려 무언가를 바라게 되고, 최선에서 멀어지게 돼요.
ㅡ 그렇다면 ‘왜’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어요. 왜 하나요?
멋진 이유는 아니지만, 방관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책이나 르포를 통해 어떤 이슈를 접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 자신이 싫거든요. 그 감정이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원동력이기도 해요. 실종자를 직접 찾는 건 제 역량으로 할 수 없지만, 크리에이티브한 방식으로 풀어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일은 할 수 있잖아요. 그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사회 공익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ㅡ 누군가 3355 콜렉티브의 프로젝트를 보고 ‘착한 전시’라고 한다면, 그 표현에 동의하시나요?
‘착하다’는 말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 단어가 가장 앞에 붙는다면 전시를 조금 납작하게 경험하신 건 아닐까 싶어요. 3355 콜렉티브가 다루는 프로젝트에는 분명 이슈와 당사자가 있어요.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일 때도 많고요. 그런데 결국은 ‘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관람객과 이슈 사이의 교집합을 집요하게 찾아내고, 끝내 그 이야기를 ‘나’로 연결되게 하는 전시를 만들고 있어요.
ㅡ 그게 바로 ‘3355 콜렉티브’다운 방식이겠죠.
기존 공익 광고의 효과는 많이 희미해졌다고 느껴요. 그런 콘텐츠를 접하면 죄책감이 먼저 들잖아요. 저는 죄책감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희 전시에서는 무기력함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기력은 결국 무관심이 되기 쉬우니까요. 관람객이 자꾸 무언가를 해보게 하고, 자기 삶과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이유예요.
ㅡ 기부나 굿즈처럼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행동을 제안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저희도 금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다만 그걸 바로 앞세우진 않았어요. 그 전에 선행돼야 하는 단계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사자분들과 대화해보면, 이야기 자체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다 보니 기부도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기부만큼이나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또 하나는, 단순히 도움을 주는 일로 이슈가 정리되는 게 조심스러워요. 그렇게 되면 ‘도움을 줬으니 됐다’로 끝나버리기 쉽거든요. 저는 오히려 계속 말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 싶어요. 예를 들면 실종 아동 가족의 시간은 왜 멈춘 것처럼 느껴질까, 우리는 왜 정신과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됐을까. 사람들이 평소 잘 꺼내지 않는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는 목적이 커요. 그런 대화 없이 금전적인 후원만 남는다면, 기존 공익 광고와 큰 차별점이 없다고 생각해요.
ㅡ 3355 콜렉티브가 기획으로 참여했던 자립준비청년 관련 전시를 보고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포털 사이트를 볼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자립준비청년’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예전에는 흘려보냈던 것을 보기 시작했다는 자체가 이 전시가 해낸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어요.
맞아요. 실종 아동 관련 전단이나 플랜카드도 한번 인지하고 나면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사실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무관심했던 거죠. 저는 그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이 변화의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이유로 ‘이게 뭘 바꿀 수 있냐’ 같은 시니컬한 태도에 동의하지 않아요. 당장 오늘, 혹은 올해에는 바뀌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대화가 시작되면 그 다음 행동이 생겨요. 앞서 질문하신 기부와도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저희는 전시에서 별도로 액션 플랜을 주지 않아요. 관람객이 스스로 느끼고,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찾아야 더 진심이고 오래 간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기부를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더 널리 알리는 식으로 움직일 수도 있겠죠.
ㅡ 진정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제도가 동반되어야 할 텐데, 3355 콜렉티브의 프로젝트가 그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나요?
물론이에요. 다만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특별한 것’으로 여기지 않게 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주말에 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보듯, 자연스럽게 오가고 이야기하는 순간들이 쌓여야 흐름이 생기고, 그 흐름이 제도의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저희는 그 흐름이 만들어질 때까지 계속 해나가고 싶어요.
3355 콜렉티브가 일하는 방식
ㅡ 3355 콜렉티브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아요. 이름처럼 삼삼오오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정기적 크루잖아요. 자유롭지만, 한편으로는 불안정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고정된 조직 형태를 갖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팀원들에게 의사를 물어요. 주제에 따라 누군가는 다루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잖아요. 인아웃이 가능한 구조여야 진정성이 유지된다고 봐요. 선택지가 주어져야 책임감도 생긴다고 믿고요. 내가 하겠다고 결정한 일이니, 더 진지하게 임하게 되거든요. 프로보노로 참여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정혜수라는 사람이 좋아서, 혹은 도와준다는 마음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씀드려요.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건 재밌는 일이 1%고, 힘든 과정이 99%예요. 책임감이 없다면 지속하기 어려워요.
ㅡ 대표님은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기획부터 외부 커뮤니케이션, 비주얼 디렉팅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리드해요. 제가 초반 기획안을 만들면 팀원들이 각자의 역량으로 살을 붙이는 방식이에요. 누군가는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고, 누군가는 홍보를 맡고, 누군가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식으로요. 예전에는 기획 단계부터 모두 함께 시작해야 ‘팀’이라고 생각해서 여러 방식을 시도했는데, 제가 큰 방향을 제안하고 함께 완성해 가는 구조가 더 잘 맞더라고요. 3355 콜렉티브만의 색깔도 그런 반복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같고요.
ㅡ 자료 조사에도 꽤 많은 시간을 들이겠어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절대량을 늘리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독거노인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는 독거노인에 관한 책만 읽는 게 아니라 더 넓은 주제를 다룬 책까지 함께 찾아봐요. 다양한 인풋을 확보하려는 거죠. 대충 공부하고 기획하는 건 스스로 용납이 안 돼요. 사실 이런 태도는 두려운 마음 때문이에요. 혹시라도 잘못된 정보로 누군가에게 실례가 되는 결과물을 만들까 봐요. 가끔은 수치심 같은 감정이 원동력이 되는 순간도 있어요. 계속 공부하고, 필요하면 자문도 받고, 그렇게라도 ‘창피한 팀’이 되지 않도록 붙잡고 가는 것 같아요.
ㅡ 실종 아동, 독거노인, 자립준비청년… 다양한 이야기를 흡수하면서 대표님 마음속 공간이 넘치진 않을지 어설픈 걱정을 해보기도 했어요.
좋은 표현인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입력만 하고 끝났다면, 어느 순간 과부하가 왔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아이디어를 한번 세탁하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치잖아요. 결과물로 만들고 나면 마음속이 바글바글해지기보다 오히려 정돈된 느낌이 들어요.
ㅡ 지금까지 여섯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주최가 3355 콜렉티브인 경우도, 외부 기관인 경우도 있더라고요. 작업 방식의 차이가 있나요?
예산 운용에서 차이가 있지만, 강조하는 건 같아요. 우리는 에이전시나 하청업체가 아니라 공동 협업 파트너라는 점이에요.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권한은 저희가 갖고, 협업도 그 구조를 전제로 진행하려고 해요. 우리다운 감각을 잃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계약서에 ‘컨펌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기도 해요. 물론 기관으로서는 조심스러울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저희는 시장을 알고, 타깃을 알고, 이 프로젝트가 어떤 방식으로 닿아야 하는지도 알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저희가 다루는 프로젝트에는 당사자가 있잖아요. 홍보성이 과하게 느껴지는 순간, 누군가는 이용당했다고 여길 수도 있어요. 계약 관계나 구조가 어떻든, 저에게는 당사자분들이 1순위예요. 그분들이 불편하지 않은 전시를 만드는 게 첫 번째 기준입니다.
ㅡ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이상적인 결과와 현실적인 예산 사이에서 부딪히는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요.
공간적인 경험만은 포기하지 않아요. 제가 비즈니스 마인드가 조금 더 강했다면 최소한으로 진행하고 예산을 남기는 선택을 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고 해서 제작물을 빼거나, 공간 퀄리티를 낮춘 적은 없어요. 종이 한 장의 질감 같은 사소한 디테일까지도요.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그 기준을 지켜왔고,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봐 주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퀄리티를 유지하려면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해요. 아직은 수익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이지만, 지속가능성을 위해 멤버십 같은 부수적인 모델도 고민하고 있어요.
오프라인의 힘은 분명하다
ㅡ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전시로 진행됐어요. 전시라는 형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가 전시 비평 글을 쓰게 했어요. 일기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청소년기의 감정까지 모두 녹아있죠. 저에게 전시는 특별한 이벤트라기보다, 카페처럼 일상적인 포맷에 가까워요. 힘든 일을 겪을 때도 늘 예술로 풀어냈고, 그게 몸에 밴 방식이에요. 전시이든, 퍼포먼스이든 오프라인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아요. 그게 제 정체성이니까요.
ㅡ 오프라인의 힘을 믿으시는군요.
오감으로 경험한 순간은 확실히 다르게 남아요. 그리고 대화가 생기려면 결국 오프라인이라는 ‘장’이 필요해요. 그래서 연계 프로그램도 매번 시도하는 거고요. 사실 오프라인 현장을 만든다는 건 체력적으로도 힘든 일이 많아요. 그럼에도 최대한 현장에 있으려고 해요. 관람객의 반응을 보고, 당사자분들을 만나고, 그 표정과 대화를 살피는 게 저에게는 가장 큰 인풋이거든요.
실제로 예상치 못한 대화의 순간을 보기도 해요. 〈정신과 꽃가게〉 전시를 진행할 때 부장님처럼 보이는 분이 동료들에게 “나 요즘 정신과 다닌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더라고요. 평소라면 하기 어려웠을 말이잖아요. 그런 장면이야말로 오프라인 전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ㅡ 3355 콜렉티브의 전시를 보고 처음 느낀 감상은 ‘예쁘다’였어요. 공공성을 띠는 소재를 아름답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한 번 더 눈길이 가기도 했고요. 전시의 미감이 사회적인 메시지를 약화할지 우려된 적은 없었나요?
저는 오히려 사람들이 어둡다고 생각하는 이슈일수록 더욱 세련되고 아름답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전시’인지 모르고 들어왔다가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구나’ 깨달았다는 피드백도 많거든요. 심리적인 경계를 낮추는 일도 중요한 것 같아요.
ㅡ 민낯을 드러내 충격을 주는 예술도 있잖아요. 3355 콜렉티브 전시는 관람자가 긍정적인 감정을 안고 가길 바라는 것 같았어요.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커뮤니케이션 문법을 바꾸고 싶어요. 충격 요법은 소화가 어렵거든요. 불편한 감정은 체화되지 않고, 오히려 뱉어내기 쉬워요. 중요한 건 관람객들이 그 이슈를 자기 안에 남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건 당사자분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해요. 그분들도 미감이 있고, 자신들이 어떤 방식으로 다뤄지는지 느끼거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퀄리티로 표현하려고 해요. 그게 3355 콜렉티브가 지키고 싶은 태도예요.
ㅡ 3355 콜렉티브가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의 목적지는 결국 당사자분들을 향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실종 아동 프로젝트 관련해서 경찰청장 감사장을 받은 적이 있어요. 단상에 올라 객석을 바라보는데, 제복을 입은 경찰 관계자 뒤로 세월이 흔적이 느껴지는 알록달록한 옷차림의 실종 아동 가족분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순간 ‘내가 아니라 저 분들이 받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하는 일이 결국 ‘사람’이 있는 프로젝트라는 것도 크게 깨달았고요. 그날 이후로 이 주제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스스로 기준이 더 분명해졌어요.
ㅡ 전시 오프닝마다 당사자분들을 첫 번째로 초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겠네요
그건 신념처럼 지키고 있는 일이에요. ‘우리를 들러리처럼 세우지 않아서 고맙다’고 이야기하신 분도 있었어요. 그런 감각은 당사자분들이 오히려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거든요. 저는 관람객보다 당사자분들을 실망시키는 게 더 두려워요. 상처 드리고 싶지 않고, 제가 하는 일이 예의 없이 닿는 순간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ㅡ 3355 콜렉티브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해요. 앞으로 반드시 다룰 주제를 세 가지만 말해주신다면요.
학교 폭력, 은둔 청년, 범죄 피해. 올해나 내년 안으로는 꼭 진행하고 싶은 주제들이에요.
ㅡ 마지막 질문입니다. 혜수 님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
〈선물교환센터〉는 저희가 서른 개의 제작물을 하나하나 채워 넣어야 하는 방식이었어요. 빛도 잘 들지 않고, 에어컨도 작동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점프슈트를 입은 팀원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땀에 젖어가던 장면을 잊을 수 없어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움직이던 마음. 그 비하인드가 저에게는 ‘아름다움’이에요.
글 김기수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3355 콜렉티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