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T 제30회 〈2025 서울리빙디자인페어〉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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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5

가장 영화 같은 시간, 라이카시네마 ①

서울에 불시착한 복합문화공간

Briefing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경험 

코로나의 급습, OTT의 성장, 문화생활의 다양화로 인해 극장을 찾는 영화 관객 수가 줄어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극장 누적 관객 수는 전년도 대비 1.6% 감소한 1억 2,313만 명을 기록했다. 억 단위의 숫자에 놀랍겠지만 아쉽게도 이는 코로나 이전(2017~2019년) 평균 관객 수의 55.7%에 그치는 수준이다. 

 

줄어드는 관객 수에 모두가 머리를 꽁꽁 싸맬 때, 한 줄기 빛 같은 소식은 독립예술영화에서 들려온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2023)은 53만 관객이 봄으로써 예술영화 붐은 물론 새로운 관객층 유입에 성공했다. 〈추락의 해부〉(2024),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4)는 호불호가 강할 것이라는 평과 달리 각각 10만, 21만 명이 관람했고, 최근에는 데미 무어에게 첫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안긴 〈서브스턴스〉(2024)는 33만 명을 넘어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때아닌 예술영화의 붐에는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독립예술영화관의 노력이 있다. 비록 코로나19와 경영난으로 2019년 72곳이었던 예술영화관은 2025년 1월 현재 65곳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독립예술영화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더 많은 관객에게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경험’을 전한다. 이전과의 차이점을 한 가지 꼽자면 관객의 성향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씨네21 기사*에 따르면,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이 아니라 트렌드에 민감한 얼리어답터가 예술영화관을 하나의 문화적 경험을 위해 찾는다는 것이다. 즉, 이 새로운 관객층에게는 영화보다는 ‘영화적 경험’이 중요하다. 이런 성향을 보인 이들에게 최근 자주 거론되는 영화관이 있다. 연희동의 최초 예술영화관인 ‘라이카시네마(LAIKA CINEMA)’다. 단 1관만 존재하는 라이카시네마는 관객에게 영화 같은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매일 영화라는 우주를 향해 출발한다. 

 

* 임수연, “‘어떤 예술영화가 흥행하는가’, 한국 아트하우스 영화시장의 현재”, 씨네21, 2024. 0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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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에 불시착한 우주선, 스페이스독 

라이카시네마가 위치한 스페이스독(SPACEDOG)은 연희동 토박이인 이화유니 서기분 대표와 스페이스독의 이한재 대표가 협심하여 지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지하 1층에는 라이카시네마, 1층에는 로비 겸 티켓박스, 2층엔 카페, 3~4층 공유오피스가 들어서 있다. 공간 기획을 맡은 이한재 대표는 한적한 연희동 골목길에 세워질 복합문화공간의 존재가 마치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선과 같다고 생각했다. 이에 우주와 공간을 뜻하는 SpaceDog 결합한 스페이스독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여기서 독(Dog)은 우주선을 연결하는 도킹(Docking)뜻하기도 한다.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선이라는 컨셉 아래, 에이아키반 건축사무소는 콘크리트라는 소재를 선택하여 우주성과 같은 묵직한 느낌의 건물을 지었다. 인테리어를 담당한 코브 스튜디오는 지하 1층에서 옥상까지 올라가는 과정을 우주에서 지구로 진입하는 과정비유하여 공간을 구성했다. 그리고 이한재 대표와 논의하여 상영관은 조종실, 로비는 대합실과 같이 층마다 조금씩 다른 콘셉트를 지니도록 했다. 우주선이라는 콘셉트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을 꼽으라면 상영관의 출입구다. 반짝이는 검은색 패널과 하얀색 조명이 설치된 상영관 입구 복도는 우주선에 탑승하는 기분을, 눈부실 정도로 하얀 출구 계단은 기나긴 우주여행 끝에 지구로 귀환하는 기분을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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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간 최초의 , 영화관의 이름이 되다

1957년 소련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는 우주에 간 최초의 개 라이카(LAIKA)가 탑승했다. 이한재 대표는 바로 이 강아지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관의 이름을 지었다. 연희동 최초의 예술영화관과 우주에 간 최초의 개라는 점이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라이카가 인류 대신 우주 탐의 시작을 열어준 것처럼 라이카시네마를 통해 영화로 광활한 여정을 떠났으면 하는 바람을 고자 했다. 라이카시네마의 모토인 Life like a cinema라이카의 스펠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라이카시네마에서 영화 같은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었다. 그래서 언제나 라이카시네마는 말한다. 우리는 당신의 영화 같은 시간을 위해 노력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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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경험을 선사하는 상영관 

영화관의 본질은 상영관이고, 상영관의 본질은 최고의 영화 관람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에 이한재 대표는 무엇보다 최고의 상영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다행히 신축 건물이라서 영화관에 맞는 환경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정해진 요소들이 있어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었다. “마음 같아선 객석도 넓게 시설도 최상급으로 하고 싶었죠. 하지만 상영관의 크기 등 변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주어진 환경에 최적화된 영화관을 만들자’고 목표를 정했습니다.” 

그 결과, 라이카시네마는 서울 내 독립예술영화 최초로 입체음향 시설인 돌비 애트모스를 설비하여 최고의 음향을 자랑한다. 덕분에 음향과 음악이 중요한 영화 이곳에서 보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관객이 있을 정도다. 이와 함께 라이카시네마의 또 다른 자랑은 몰입도를 도와주는 편안하고 넓은 프리미엄급 좌석이다. 의자 자체도 넓고 편안하지만, 좌석 간의 간격이 넓고 단차도 높아서 어디에 앉아도 시야가 방해되지 않고 발을 쭉 뻗어도 앞좌석을 치지 않아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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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좋아하는 예술영화를 소개합니다 

예술영화를 보고 싶어도 주춤하게 만드는 건 예술영화는 어렵고 심오하다는 편견 때문이다. 실제로 독립예술영화 중에는 일상과 맞닿은 이야기를 다루고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담하게 다루는 영화도 많다. 그래서 라이카시네마는 일반 사람들도 접근하기 쉬운 예술영화를 선정하여 진입장벽을 낮추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화 프로그램은 문유 이사 담당하고 있어요. 극장을 찾아오는 관객들의 취향을 고려하면서 동네 주민들처럼 독립예술영화를 잘 모르는 분도 즐길 수 있게 상영작을 고르고 있습니다. 

라이카시네마의 상영 시간표는 매주 수요일마다 한 주 단위로 공개된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5회차가 상영되는데 최신작과 함께 고전영화, 개봉 시기가 지난 영화도 상영한다. 재미있고 좋은 영화임에도 시기를 놓쳐서 못 보는 경우가 많죠. 아무리 OTT에 올라온다고 해도 영화관에서 보는 경험은 또 다르니까요. 그래서 장기 상영하는 영화 꽤 있어요. 종종 관객들을 찾아오는 기획전도 새로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다. 지금 화제 되는 감독 배우의 영화나 관객들이 좋아했던 영화들을 라이카시네마만의 관점으로 큐레이션 는 특별 상영전 좋아하는 영화를 다시 한번 영화관에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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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시네마에 없는 두 가지– 광고와 팝콘 

독립예술영화관은 집중에 방해되지 않도록 지켜지는 몇 가지 규칙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정시 상영이다. 라이카시네마를 포함 대부분의 예술영화관에서는 광고 없이 예정된 시간에 영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상영 시작 10분 뒤에는 입장도 제한된다. 영화 시작 전에 예고편이나 영화관 자체 제작 영상이 재생되는 경우도 있지만 정시 상영이라는 규칙은 반드시 지켜진다. 

또 다른 규칙은 음식 반입 금지다. 팝콘은 영화 감상에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지만 예술영화관에서는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 매점에서 판매하는 음료를 제외하고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새로운 관객이 유입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예술영화는 영화 자체를 오롯이 즐기고 싶어 하는 관객이 많은 장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음식을 먹는 소리나 냄새는 방해가 될 수 있다. 상영관이 작다는 이유도 있죠. 크지 않은 공간에선 소리와 냄새가 더 민감하게 다가오거든요. 한편, 라이카시네마 맥주와 하이볼 같은 도수가 낮은 주류를 판매하여 영화 감상하며 간단히 술을 마실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영화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두 잔 이내로만 판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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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대합실 같은 로비와 카페 

스페이스독 1층에 있는 로비와 티켓박스는 라이카시네마의 첫인상이다. 원래 카페로 구성되었지만 관객이 점차 늘어나자 로비로 리모델링하고 모니터를 설치해서 상영작의 예고편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영화 상영까지 시간이 남은 관객을 위해 로비 한에 영화 관련 도서 진열되어 있다. 2층 카페 모그는 영화 전, 후 시간 보낼 곳을 찾는 관객 위해 준비했다. 카페 역시 우주선이라는 콘셉트를 기준으로 궤도라는 세밀한 콘셉트를 정해서 인테리어를 꾸몄다. 카페 공간을 가로지르는 컨테이너 벨트는 행성의 궤도를 형상화한 것으로 바리스타와 고객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바리스타가 만든 커피와 음료가 트를 통해서 고객에게 전달되는 재미있는 장치다). 

루프 스페이스독과 라이카시네마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콘텐츠다. 건물에서는 콘크리트, 금속, 기하학적 가구, 강한 조명, 모노톤으로 우주의 행성과 물질을 표현했다면 루프에서는 비슷한 재료로 지구의 자연을 표현했다. 유일하게 외부와 연결되는 공간 루프 우주선과 지구연결점이라고 생각하여 돌과 나무와 같은 천연 재료로 태초의 지구를 느낄 수 있게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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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이라는 최고의 콘텐츠 

이제 영화 관람은 상영시간영화를 보기 전 혹은 후의 시간까지 포함한 경험으로, 그에 맞춰 영화관은 영화 이상의 콘텐츠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려고 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예술영화관은 조건상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기 어렵다. 로비와 카페, 루프 마련한 라이카시네마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다행히 문화예술 콘텐츠가 풍부한 연희동이라는 지리적 장점이 뒷받침하고 있다. 

“방문객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점은 있지만 일부러 유도하진 않아요.” 이한재 대표의 말에 따르면 연희동은 이미 콘텐츠가 많은 동네여서 영화관에 오기 전, SNS와 블로그를 통해서 주변에 있는 카페, 레스토랑, 편집숍을 다 조사하고 루트를 짜서 오는 관객이 많다고 한다. 오히려 이 루트에 라이카시네마가 포함된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그래서 라이카시네마는 개관 초기부터 연희동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동네 주민들에게도 가까운 영화관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라이카시네마

장소 라이카시네마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8길 18, 스페이스독 1층

기획 이화유니폼(서기분 대표), 스페이스독(이한재 대표)

운영 스페이스독

건축 에이아키반 건축사

인테리어 코브스튜디오, 공간지훈(리모델링)

브랜딩 코브스튜디오

조경 슬로우파마씨

*2편에서 계속됩니다.

 허영은 객원 기자

사진 강현욱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스페이스독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가장 영화 같은 시간, 라이카시네마

▶  : file no.1 : 서울에 불시착한 복합문화공간

       : file no.2 : 작지만 큰 울림이 있는 영화관

       : file no.3 : 라이카시네마가 선택한 영화들

프로젝트
[Post-It] 라이카시네마
장소
라이카시네마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8길 18, 스페이스독 1층
기획자/디렉터
이화유니폼(서기분 대표), 스페이스독(이한재 대표)
크리에이터
운영ㅣ 스페이스독 건축 ㅣ 에이아키반 건축사무소 인테리어 ㅣ 코브스튜디오, 공간지훈(리모델링) 브랜딩 ㅣ 코브 스튜디오 조경: 슬로우파마씨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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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화 같은 시간, 라이카시네마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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