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9

예술과 자연이 잇닿는 백색의 미술관, 솔올미술관 ③

: file no.3 : 기획과 건축을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
백색의 벽, 유리, 빛이 조화를 이룬다.

숫자로 보는 솔올미술관

62m

솔올미술관 대지의 해발고도

솔올미술관은 강릉시 교동7공원에서도 가장 높은 지대에 자리 잡았다. 고지대에 위치한 덕분에 날씨가 맑은 날엔 미술관 전망대에서 교동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멀리 강릉 바다와 마이어 파트너스가 작업한 또 다른 프로젝트인 씨마크 호텔까지 조망 가능하다. 공원 복판에 설립된 솔올미술관 주변으로는 소나무가 우거진 공원이 있다. 아직 진행 중인 조경이 마무리되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자연 속 미술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마이어 파트너스의 솔올미술관 프로젝트 진행 기간

마이어 파트너스가 솔올미술관 작업에 착수한 건 4년 전이다. 팬데믹 시기였기에, 미국 뉴욕과 강릉을 오가는 과정도 수월하지만은 않았다고. 프레젠테이션부터 답사 등 수많은 절차에 자가격리와 줌 미팅 등이 동반됐다. 그 끝에 탄생한 미술관은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마이어 파트너스의 철학을 드러내는 한편 예술 작품을 위한 바탕이 되어준다.

6점

솔올미술관에 전시되는 루치오 폰타나의 공간환경 설치 작품 수

솔올미술관은 개관전 〈루치오 폰타나: 공간·기다림〉으로 현대미술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1899-1968)를 소개한다. 루치오 폰타나 재단의 협력,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과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의 후원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관 최초의 루치오 폰타나 전이다. 전시실 1과 2 두 공간에 걸쳐 회화 12점, 조각 9점, 공간환경 설치 6점 등 총 27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그중에서도 전시실 2와 로비에 설치되는 공간환경 설치 작품 6점이 하이라이트다. 1940~60년대 전시됐던 원본을 루치오 폰타나 재단의 승인 하에 그대로 재건했다. 셔터 소리도,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전시실 안에서 관람객은 현실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빛과 공간 속으로 몰입하고,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2번째
마이어 파트너스의 강릉 프로젝트(2024년 2월 기준)
마이어 파트너스는 강릉과 인연이 깊다. 솔올미술관은 마이어 파트너스의 두 번째 강릉 프로젝트다. 1971년부터 40여 년 동안 경포대를 지켰던 호텔 현대 경포대의 재건을 마이어 파트너스가 담당했기 때문. 호텔 현대 경포대는 2016년 씨마크 호텔(Seamarq Hotel)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씨마크 호텔에서도 마이어 파트너스의 건축 철학을 느낄 수 있다. 동해와 경포호, 태백산맥이 내려다보이는 자연환경과 백색의 호텔은 하나의 풍경처럼 뒤섞인다.

 

연덕호 마이어 파트너스 파트너는 헤이팝과 인터뷰하며, 씨마크 호텔 프로젝트 당시 만났던 해송(海松)을 회상했다. “강릉의 해송은 굉장히 독특해요. 바닷물의 짠 기운을 머금은 바람 때문에 구불구불하고 독특한 형태를 갖게 되는데, 그게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솔올미술관 터에도 그런 소나무들이 많았고, 그 풍경에 깊은 인상을 받은 연덕호 파트너는 미술관 이름을 ‘소나무가 많은 고을’이라는 뜻의 ‘솔올’이라 제안한다.

Scrap

알고 가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 3

1. 카페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
솔올미술관 카페 ⓒ솔올미술관

솔올미술관의 대표 부대 시설은 로비의 카페다. ‘솔올블렌딩’ 원두 등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커피 맛이 수준급이라는 평. 또한 미술관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가구는 로비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미술관 측은 미니멀한 건축과 어우러지는 한편, 단순하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가구를 찾기 위해 수소문했다고. 홀앤홀브(hol&holb)의 최경덕 디자이너가 이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디자인했다. 솔올미술관에서 ‘창(window)’이란 바깥에서 안을, 안에서 바깥을 보게 하는 중요한 매개이므로, 카페의 가구 디자인에도 창의 모티프를 반영했다. 솔올미술관 카페에 간다면 테이블과 의자에서 이 모티프를 찾는 재미도 즐겨볼 것.

2. 뮤지엄 아이덴티티 디자인
솔올미술관 로고

솔올미술관 아이덴티티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헤이조(Hey Joe)가 담당했다. 헤이조는 ‘솔올’이라는 자소 형태에서 착안해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했다. 솔올이라는 글자의 자음과 받침인 시옷(ㅅ), 이응(ㅇ), 리을(ㄹ)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영문 알파벳화하며 아이덴티티를 드러냈다. ‘ㅅ’, ‘ㅇ’, ‘ㄹ’을 이루는 대각선, 원, 직각의 모티프에서 파생한 선으로 글자를 만들었다. 마이어 파트너스의 건축 콘셉트와 마찬가지로, 이 아이덴티티에도 ‘연결’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3. 벌써 화제인 다음 전시
현재 로비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루치오 폰타나의 〈제9회 밀라노 트리엔날레를 위한 네온 구조〉 (Struttura al neon per la IX Triennale di Milano), 1951/2024

현재 열리는 〈루치오 폰타나: 공간·기다림〉 전과 〈In Dialog: 곽인식〉 전은 오는 4월 14일까지 진행된다. 그 후에는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의 개인전이 개최될 예정인데, 객원 큐레이터로 프란시스 모리스(Frances Morris)가 참여해 더욱 관심이 뜨겁다. 前 테이트모던 미술관장이자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초빙석좌교수로 부임하는 그는 21세기 현대미술의 방향을 규정한 권위자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그를 초청해 준비하는 아그네스 마틴 전시는 작가의 절제된 미감과 내적 성찰을 보여줄 것이라고. 아그네스 마틴 전과 더불어 단색조 추상화가 정상화의 전시가 두 번째 ‘In Dialog’ 프로젝트로 동시 진행된다. 아그네스 마틴과 정상화의 예술 세계가 조우하며 촉발될 대화를 기대해 본다.

*끝

 김유영 기자

사진 표기식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솔올미술관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예술과 자연이 잇닿는 백색의 미술관, 솔올미술관

      : file no.1 : ‘미술관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 file no.2 : 마이어 파트너스가 흰 면과 빛으로 만든 것

▶ : file no.3 : 기획과 건축을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

프로젝트
[Post-It] 솔올미술관
장소
솔올미술관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원대로 45
시간
하절기(5월~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동절기(11월~4월) 오전 10시-오후 6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무료입장(현장구매만 가능)

*예약제 운영
기획자/디렉터
MI 디자인 및 가이드라인 개발 | 헤이조(Hey Joe), 전시 기획 |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KoRICA), 건축 디자인 | 마이어 파트너스(Meier Partners), 건축 디자인 참여자 | 연덕호 (Dukho Yeon), 기예르모 무르시아 (Guillermo Murcia), 오샤론 (Sharon Oh), 최형규 (Hyunggyu Choi), 정유화 (Yuhwa Jeong), 아베 테츠히토 (Tetsuhito Abe), 카와이 준 (Jun Kawai), 시공사 | 아시아종합건설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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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자연이 잇닿는 백색의 미술관, 솔올미술관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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