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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yoo
BY 소원
2021-07-27

경계를 이어주는 가구를 만듭니다, 스튜디오 신유

스튜디오 신유의 일상과 작업을 연결해 주는 물건 4.

스튜디오 신유. 유승민 대표(좌)와 신용섭 디자이너(우)

 

“우리는 창작자이며, 동시에 번역가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한 디자이너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스튜디오 신유는 가구를 만들고 번역하는 중이다. 201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첫 번째 영 앰버서더로 선정되어 이목을 끈 이후로 꾸준히 전시와 새로운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리고 어느덧 2주년이 된 지금, <선선>이라는 또 다른 지평을 탐구하는 개인전을 진행한다.

 

LIN TABLE. ‘린’이란 숲 林과 라인 line을 뜻한다. 나무와 숲처럼 세로로 높아지고 가로로 넓어지는 확장성을 담아냈다.

 

그들이 가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처음과 변함없다. 삶을 이루는 문화적 유산들의 경계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초월하는 가치를 담아내는 것. 서양과 동양, 인공과 자연, 건축과 가구 등 역사가 정의한 다문화적 기호들을 해석하고 그 두 개념 사이를 연결하는 보편적인 미학을 가구에 적용시킨다.

 

LIN STOOL. © 나인본스튜디오

 

스튜디오 신유는 디자인을 ‘번역’이라고 말한다. 디자인은 그 사람의 가치관과 추구하고자 하는 미학을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번역’의 과정이자 ‘연결’의 행위이다. 그렇다면 좋은 가구를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일상에 깃들어 있는 그 사람의 취향이자 사유의 시간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경계와 연결을 탐구하는 그들에게 일상과 작업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스튜디오 신유의 “연결체”로서의 일상과 취향을 들여다 보았다.

 

 

Interview 스튜디오 신유

 

요즘은 어떤 일을 준비하고 계시나요?

스튜디오 신유의 첫 번째 작품 시리즈인 린 컬렉션을 완성하는 마지막 작업으로 소파와 테이블 세트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201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첫 번째 영 앰버서더로 선정된 이후 최근까지 무척 바쁜 나날을 보냈어요. 꾸준히 신작을 선보이고 새로운 전시를 진행하면서 일상을 많이 놓치고 있었죠. 요즈음은 일상의 리듬을 회복하는 동시에 두 번째 작품 시리즈를 구상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산책도 자주 하고, 미뤄두었던 책들도 틈틈이 읽으며 여유 있는 시간을 늘어놓고 있어요.

 

LIN COLLECTION

 

스튜디오 신유는 어떤 것들 사이의 경계를 푸는 연결체로서의 가구를 만들고 있어요.

스튜디오 신유의 디자인 철학은 연결체 자체보다 연결체가 서로 다른 타자를 ‘어떻게’ 이어줄 수 있느냐에 무게가 실려 있어요. 단순히 무언가를 이어주기 위해 그것을 붙여놓는다면 그건 두 개를 합쳐놓은 하나가 될 테죠. 문화든 공간이든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날 때 각각 가지고 있던 특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사이 공간으로 그들을 올바르게 이어주기 위해, 문화적 특수성 속의 보편성과 전이 공간을 가구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요즘 이것과 이것의 사이를 풀어보고자 한다하는 있나요?

역시 일과 생활 사이에서의 균형입니다.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일 안에 깊이 파묻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잃기 쉬워요. 무언가에 집중할 땐 숨을 잠시 멈추기도 하듯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호흡법을 놓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틈틈이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무신사원 전시 전경

 

내가 만드는 가구와 실제 나는 닮아 있는 같나요?

일면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인지 특정하긴 어렵지만 작품을 구상하기까지 쌓아온 경험들, 작품에 담고자 했던 디자인에 대한 고민들과 철학이 모여서 최종적으로 작품이 완성되니까요. 제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질감들이 작품의 곳곳에 투영되거나 중첩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다른 부분도 존재할 것 같아요. 현실의 저는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합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작품과 저를 같은 선 위에 놓고 이해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사이에서 무언가 다른 점을 발견할지도 모르지요.

 

LIN STAND LIGHT.  © 나인본스튜디오

 

개인 SNS 계정을 보니 일상에서 마주치는 장면들을 아카이빙해 놓았어요. 평소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요?

계정에 있는 사진은 서울의 높은 건물의 단면적인 특징이 두드러지는 장면을 주로 촬영한 것입니다. 스웨덴에서 돌아온 직후였기에 그곳과 대비되는 한국적인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현재는 어릴 적 살던 경기도 시흥에 집과 작업실을 두고 있는데, 어릴 때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심어놓았던 식재들이 풍성하게 자라나 오래된 아파트와 사람, 그리고 조경 모두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결국 일상 속에서 제가 영감을 받는 것은 2가지 전제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걸을 때 발견하게 되는 것. 두 번째는 이전에 익숙했던 환경과 다른 부분일 것. 이런 말도 존재하니까요. “여행은 잃어버렸던 힘과 사랑을 당신에게 돌려준다.”

 

 

스튜디오 신유의 작업은 검정색이 두드러져요. 스튜디오 신유에게 있어 검은색이란?

검정색을 택하게 된 출발점은 사실 ‘하얀 벽’이었습니다. 원목 가구를 제작했던 2012년부터 가구를 고객님께 전달드릴 때 놓여지는 공간은 늘 하얀 벽 앞이었어요. 어디에나 있는 하얀 벽의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흰색은 모든 빛을 포괄하지만, 검은색을 모든 물질을 포괄합니다. 따라서 밝은 흰색 벽 앞에서 내면의 균형을 맞추어 줄 검은색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서양의 이성은 빛으로 상징되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반면 동양의 학문은 비유와 직관을 중요하게 여기며 발전해왔어요. 일본의 근대 소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그의 저서 <음예예찬(그늘에 대하여)>에서 당대 유입된 서양 문화에 대비되는 동양의 아름다움으로서 ‘어둠’을 강조하기도 했지요.

 

린 테이블은 철과 나무를 사용해 인공과 자연이라는 또 다른 문화적 경계를 탐색하고 연결한다.
크리에이터스 쇼룸 전시 with 유진투자증권
크리에이터스 쇼룸 전시 with LG 오브젝트시그니처

 

서양에서 출발한 모더니즘 건축은 한국에 각진 흰색 벽면의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저희는 그 안에서 내면의 감성을 차분히 간직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고자 해요. 각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문화적인 연결체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디자인하우스 사옥에서 열린 첫 개인전 “DESIGN TRANSLATORS”
한 공간은 작품이 탄생한 배경과 디자인 철학에 대한 설명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다른 한 공간은 벽을 검은색으로 칠한 뒤 동양 문화의 특징인 직관과 감성을 통해 작품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건축과 전통에 관심이 많아요. 어떤 도시가 가장 흥미를 부추기나요?

2년 전 유럽건축기행을 통해서 다양한 국가와 도시들을 경험했지만, 서울만큼 전통과 현대, 건축과 자연이 흥미롭게 뒤얽힌 사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까지 서울이 걸어온 길도 무척 특이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상상하는 일은 더욱 흥미롭습니다. 미팅이나 전시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할 일이 있으면 근처에 들러볼 만한 곳이나 새로 생긴 공간 등을 찾아보곤 하는데, 매번 새로운 감흥을 얻습니다.

 

스튜디오 신유가 포착한 서울의 모습

 

좋은 가구를 만들기 위해, 혹은 나를 단련하기 위해 즐기는 루틴이나 리추얼이 있다면?

평일 오전 5시 경에 일어나 가벼운 책을 읽거나 가벼운 활동을 합니다. 출근하러 나가기 전, 잠시 커피 마시는 시간을 가집니다. 오후 16시 30분이면 하던 일을 멈추고 기계처럼 운동을 하러 갑니다. 주말 오전에는 작업실 근처 바닷가 길을 따라 달리기를 합니다. 산책은 시간 날 때마다 자주 합니다.

 

 

작업하면서 듣는 노래가 궁금해요.

아주 예전 노래를 듣거나 아주 요즘 노래를 듣습니다. 예를 들자면, Johnny Mathis의 Chances are를 듣거나 Pink Sweat$의 At my worst를 듣습니다.

 

 

스튜디오 신유가 꼽는 취향의 브랜드는?

안전에 관심이 많은 겁 많은 가구 제작자로서 칼하트 사의 작업복을 좋아합니다. 칼하트는 작업복 라인과 패션 라인을 따로 가지고 있는데,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패션 라인이라 미국에서 작업복 라인을 따로 구매해 옵니다. 작업실이 공장 단지에 위치해 있어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흔히 입는 작업복도 즐겨 입는데 정말 편하고 좋아요. 혹시 작업복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브랜드가 있다면 꼭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칼하트의 작업복

 

 

스튜디오 신유의 원스리스트!

생활과 작업 사이를 연결해 주는 좋은 물건 top 4

가구라는 물건이 제게는 일상이자 일인데, 어느 쪽이든 잘 어울리는 박종선 작가님의 가구들이 너무 멋져서 자주 보려고 침대 맡에 두었습니다.

현 시대의 포스트모더니즘 다음의 패러다임에 대해 상상의 담론을 자주 펼쳐내는 편인데, 다음 현상을 예측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저보다 값진 물건입니다. 모든 제작이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죽기 직전까지 가구를 제작하고 싶은데,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박종선 작가님의 도록
마르쿠스 가브리엘
Felder 사의 K500S Panel Saw

 

 

자료 협조 스튜디오 신유, 나인본스튜디오

에디터
CURATED BY 소원
디자인을 하고 글을 씁니다. 따뜻한 햇살과 아이스 카페라떼를 원동력 삼아 책을 읽고 영감을 얻고 콘텐츠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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