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을 조각하는 작가’ 맥콜은 지난 50여 년 동안 시네마, 조각, 설치, 드로잉,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통해 ‘확장 시네마(Expanded Cinema)’를 중심으로 한 혁신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의 작업은 빛과 시간을 주요 요소로 삼고, 관객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빛을 활용해 공간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설치작품 시리즈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로 잘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뉴욕의 어두운 다락방에서 시작된 ‘솔리드 라이트’ 시리즈

21세기에 먼저 도착한 아티스트, 20여 년의 공백과 화려한 재개 영상과 설치, 드로잉, 조각, 시네마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인터랙티브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진정한 상호작용의 예술을 완성한 맥콜. 맥콜은 1970년대 뉴욕의 어두운 다락방에서 빛과 공기 중 떠다니는 먼지를 활용해 ‘솔리드 라이트’ 시리즈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필름 영사기로 빛을 쏘아 공중에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어냈으며, 이 빛 조각이 잘 보이도록 공기 중 먼지와 관객들이 피운 담배 연기를 활용했다.

1973년 작 〈Line Describing a Cone〉을 비롯한 대표작 솔리드 라이트 시리즈는 공기를 조각하는 듯한 빛의 드로잉을 통해 공간과 신체의 관계를 재정의한다. 1973년, 〈Line Describing a Cone〉이 스웨덴 전시에서 기대와 다른 결과를 보여주면서 솔리드 라이트는 전환점을 맞았다. 이 작품은 어두운 공간에서 연기나 입자가 있는 공기에 빛을 투사하여 3차원적인 형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지만, 전시장의 공기가 너무 깨끗하여 그가 원하는 빛의 형태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
그의 작품들이 기존의 스튜디오나 다락방이 아닌 전시장 공간에 전시되기 시작하면서 가시성이 떨어졌다는 점은 맥콜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맥콜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예술 작업을 중단하고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아트북 디자인과 출판에 집중했다. 당시 비물질적인 그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시하거나 지원하는 갤러리가 거의 없었던 점도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1990년대 후반 디지털 프로젝터와 헤이즈 기계의 개발 등 기술의 발전은 맥콜의 예술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맥콜은 2000년대 작품활동을 재개하며, 더욱 발전된 형태의 솔리드 라이트 시리즈를 선보였고,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1년 크리시 아일스가 기획한 휘트니 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휘트니비엔날레(2004), 파리 퐁피두센터(2004), 서펜타인 갤러리(2007-2008), 구겐하임 빌바오(2024) 등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되며 그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테이트 모던(2024.06~2025.06)에도 그의 전시가 작년부터 진행 중이며,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올해 6월까지 전시가 연장되었다.
맥콜의 1970년대 작품이 예술계에서 본격적으로 재조명받기까지는 20여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00년대 초반부터 그의 작업은 동시다발적으로 미술계의 관심을 받으며 다시 부상했고, 몰입형 예술과 미디어아트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적 제약이 많았던 1970년대에도 자신만의 혁신적인 방법으로 실험을 이어간 맥콜은 21세기를 앞서 도달한 예술가였다. 이제야 그의 작품이 구현되고, 이해되며 감상할 수 있는 기술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푸투라 서울은 맥콜의 작업 세계를 다층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아시아 최초로 서울 북촌에 열리는 안소니 맥콜 개인전

작년 9월 개관한 푸투라 서울은 북촌 가회동의 유구한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한 다각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예술공간이다. 개관전으로는 AI와 데이터를 활용한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 개인전 〈지구의 메아리: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소니 맥콜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Anthony McCall: Works 1972-2020〉에는 ‘솔리드 라이트’ 시리즈를 포함해 그의 작업 철학이 담긴 주요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가 50여 년에 걸쳐 구축한 예술세계를 압축적으로 선보이며, 관객이 직접 작품 안에 ‘들어가’ 경험하는 빛, 공간, 당신 사이의 예술을 실현한다. 또한 초기 실험 영화, 드로잉, 아이디어 스케치, 아카이브 등 그의 예술적 여정을 폭넓게 보여주는 자료들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현재 미술계에서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인
맥콜의 작품세계를 집약한 전시 〈Anthony McCall: Works 1972-2020〉.
국제 미술계의 지형도에서 그의 위상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
– 구다회 푸투라 서울 대표
글 이신영 콘텐츠 매니저
자료 제공 푸투라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