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타일리스트 김은아는 지난 17년간 우리에게 눈으로 음식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릇을 대여해 주는 ‘차리다 빌리지’, 자체 제작 상품을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차리다 서울’ 등 ‘차리다’라는 브랜드 아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몇 년 전에는 차리다의 브랜드 디렉터이자 남편인 심승규와 함께 여행책을 출간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푸드스타일링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쉴 새 없이 달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김은아에게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Interview 김은아
푸드스타일리스트 & 차리다 공동 대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한 지 벌써 17년이 되었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면, 푸드 스타일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달라졌음을 느끼나요?
대학교 때 어시스턴트로 시작해서 졸업을 하자마자 바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는데, 당시에는 푸드스타일리스트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게 느낄 정도였어요. 게다가 현장에서도 역할이 작아서 주도적인 입장이라기보다는 감독과 디자이너가 그린 이미지를 구현하는 사람이었죠. 그러나 요즘은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방송이나 드라마 등에서 자주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넓어졌고, 푸드스타일링 분야 자체도 세분화되고 역할도 분명해졌어요.
푸드스타일링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죠. 그중 눈에 띄는 건 유튜브와 SNS를 통해서 푸드스타일링에 대한 콘텐츠를 방송하는 거였어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람들에게 푸드스타일링에 대해서 알려주자는 마음이 컸어요. 국내에는 푸드스타일링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도 별로 없고, 학원은 전문가 과정이라서 기간도 길고, 수강료도 비싸거든요. 아직 적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긴 시간과 높은 비용을 들이기에는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어서 우리가 유튜브를 통해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생각이었어요. 게다가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 ‘면 음식 스타일링’처럼 푸드스타일링에는 일반 사람들도 흥미를 가질 소재가 무궁무진하거든요.
먹스타그램의 영향인지 몰라도 최근 푸드스타일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예전에는 프로모션으로 요리교실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면, 지금은 플레이팅 클래스 의뢰가 많아졌어요. 간혹 집에 있는 그릇으로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연출법을 강연해달라고 하는 곳도 있어요. 집에서 배달음식과 간편식을 먹더라도 예쁘게 먹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 같아요.
푸드스타일링에도 유행이 있나요?
푸드스타일링은 인테리어 트렌드에서 영향을 받아요. 빈티지한 가구와 내추럴한 인테리어가 유행했을 때는 푸드스타일링도 일명 ‘킨포크 스타일’로 자주 연출했어요. 오래된 나무의 결을 살린 배경과 고급스러운 그릇을 두고, 주변에 허브를 뿌리고 소금통을 넘어뜨리는… 이런 이미지였죠. 그런데 요즘은 반대로 미니멀하고 심플한 느낌의 스타일링을 원해요.
그 역시 인테리어 트렌드에서 영향을 받은 걸까요?
화이트 인테리어와 화이트 테이블이 유행하면서 그에 어울리는 무광 그릇과 정갈하고 딱 떨어지는 플레이팅의 인기가 높아졌어요. 심지어 백화점 식품관 광고 이미지도 간결하게 변했어요. 이전에는 화면 가득 식품과 제품을 두어 풍성하게 보이도록 했다면, 지금은 식재료의 원래 색을 최대한 살리고 화면 안에 딱 하나만 두죠. 소품도 나무, 돌처럼 자연에서 가지고 온 오브제와 비정형 도자기, 무광 그릇을 사용해요. 한편, 컬러풀한 스타일링도 유행하고 있어요. 짙은 원색과 강한 명암 대비를 이용해서 마치 패션 화보처럼 보이게 촬영하죠.
편견일 수도 있지만, 왠지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집에도 예쁜 그릇이 잔뜩 있어서 분위기에 따라 플레이팅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하.
일 때문에 워낙 그릇을 많이 사기 때문에 막상 집에는 그릇을 많이 두지 않아요. 물론 밥 먹을 때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이악 크래프트의 그릇을 사용하지만, 밥그릇은 딱 4개밖에 없어요. 프라이팬과 냄비도 작은 거 하나, 큰 거 하나만 있고요.
예쁜 그릇과 소품을 사러 다니면 취향에 맞는 물건을 발견하게 될 텐데, 그때 사지 않나요?
푸드스타일링을 오래 하다 보면 제 자신을 위한 그릇이나 소품을 사지 않게 돼요. 가득이나 그릇이 많은데 괜히 공간만 차지하니까요. 촬영에 잘 사용할 것 같은 그릇과 소품은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사지만, 촬영에 사용하지 않을 그릇은 아무리 제 취향이라도 사지 않아요. 일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의 그릇을 모으니까 개인적인 물건을 살 때는 ‘10년 뒤에도 이걸 좋아할까?’를 고민하며 신중하게 골라요.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 궁금해요. 촬영장에서 빠른 요리와 세팅을 도와주는 나만의 도구가 있나요?
음… 뭐가 있을까요? 하하. 사실, 특별한 도구는 없어요. 예전에는 제 이름을 쓴 도구함을 들고 다니고, 필요한 도구들을 한 번에 수납할 수 있는 앞치마를 제작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앞치마도 잘 안 입고, 도구도 있는 대로 사용해요.
관록이 쌓인 걸까요?
그런 것 같아요. 초창기에는 ‘스타일리스트는 집게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을 예민하게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어디를 가도 두 손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딱 잡혔어요. 대신 체력과 컨디션 관리에 엄청 신경을 써요. 제 컨디션이 좋아야 모든 것이 잘 풀리거든요. 촬영 전날에는 아로마테라피를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마사지도 하면서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요.
사실, 촬영이라는 게 정말 체력 소모가 많은 일이잖아요. 하루 종일 서 있고, 긴장하고…
촬영 내내 서있는 것은 물론,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젓가락을 계속 사용하니까 손 근육이 안 좋아요. 그래서 손 마사지와 관련된 제품은 다 구매하는 편이에요. 괄사, 지압봉, 마사지볼… 집에는 아예 마사지 도구만을 따로 보관하는 서랍이 있어요.
일 때문에 쌓인 피로를 푸는 시간도 매우 중요하겠어요.
요즘은 샤워하는 시간을 좋아해요. 그 시간이야말로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기 때문에 길게 가지려고 하죠. 그러다 보니 샤워용품과 욕실 청소도구에 집착하게 되었어요. 다양한 향의 바디워시를 구비해서 그날의 기분에 따라 골라서 사용하는 행복과 예쁜 칫솔과 풋 스톤을 사용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죠. 그리고 건식 욕실을 사용하게 되면서 그 공간을 물기 하나 없이 쾌적하게 유지하는 재미도 즐기고 있고요.
하루 동안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군요.
일과 관련이 없으니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지나친 고민과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니까요. 전 제 일을 정말 좋아해요. 푸드스타일링은 제 꿈이었고, 그를 이뤄서 지금까지 탄탄하게 해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해요. 그렇지만 제 취미와 힐링까지 일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혹시 푸드스타일링과 전혀 관계없는 프로젝트를 할 계획이 있나요?
지금 단편 영화를 제작하고 있어요. 365일 내내 일을 하니까 푸드스타일링이 아닌 곳에 에너지를 분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푸드스타일링과 전혀 다른 일을 했을 때의 재미와 성취감도 느껴보고 싶었고요. 이런 생각을 남편과 나누다가 남편이 과거에 영화감독을 꿈꿨었다는 사실이 기억났어요. 다만, 감독은 어려우니까 투자와 제작을 하자고 결정했죠. 마침 영화를 전공한 친한 감독님이 단편 영화 시나리오가 있다고 해서 함께 하기로 했어요.
기대가 되는데요. 혹시 음식과 관련된 영화인가요?
아니요. 가족 이야기예요. 그런데 엄마가 밥상을 차리는 장면이 있어서 우리가 그 밥상을 스타일링하기로 했어요. 기존에 하던 푸드스타일링 작업과 달라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전인 셈이죠. 영화 제작은 저와 남편에게 지금 제일 재미있는 일이에요.
차리다 빌리지 회원들에게 감사 선물로 준 화병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색과 질감을 가지고 있어서 보자마자 좋아했지만, 비정형인데다가 색도 강해서 촬영에는 절대 쓸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일부러 선택했어요. 차리다 빌리지 회원들도 저처럼 촬영에 사용하는 그릇과 소품만을 살 것 같아서요. 다행히 제 예상이 맞았어요. 회원들 모두 좋아하더라고요. 전 집에서 사용하는데 청록색과 어울리는 노란색이나 주황색 꽃을 꽂아둬요.
최성우 작가의 수저는 가볍고 형태와 두께가 얇아서 입에 넣었을 때, 사이즈가 딱 맞고 느낌이 좋아요. 은평구 한옥마을의 한식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 우연히 알게 되어서 바로 주문했던 기억이 나요. 게다가 일반 수저보다 길이가 짧고 얼굴 부분도 작아서 푸드스타일링에 사용하면 사진이 잘 나와요. 원래 커트러리가 작으면 음식이 크게 보이고 비율도 알맞게 나오거든요.
하루 종일 안 좋은 자세로 서서 일을 하다 보니 이른 나이에 목과 허리가 안 좋아졌어요. 이후로 체형 교정을 받고, 여러 운동을 시작했죠. 그리고 집에서는 마사지를 해요. 근육을 풀어줘야 하기 때문에 손에 쥐고 다니는 마사지기는 물론, 관련 제품이라면 일단 사고 봐요. 이것저것 다 사용해본 결과, 세라젬 마사지기가 제일 좋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전날 컨디션 조절할 때 사용해요.
자료 협조 차리다
CURATED BY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