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디자인은 과정의 연속이다. ‘프로세스’라는 일련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제품’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선풍기, 공기청정기 역시 수많은 제안과 집요한 실험을 거쳐 대량 생산의 가능성을 쫓은 결과물이다. 성수동 코사이어티에서 열린 전시 <SWNA-ANWS>에서는 디자인 과정에서의 스케치, 드로잉, 미니어처, 프로토타입 등이 구체적으로 펼쳐진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열리는 디자인 전시와는 사뭇 다르다. 결과물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디자인에 집중한다. 산업과 효용이라는 시각으로 여과 없이 펼쳐낸 작업을 통해 10년 차 스튜디오가 ‘산업 디자인’을 대하는 현실적인 태도와 생각을 관찰할 수 있다.
더불어 SWNA 소속 디자이너들이 만든 의자 10점도 전시한다. ‘사람이 앉았을 때 편해야 한다’라는 전제 외에는 별다른 제약 없이 풀어낸 디자인이다. 곡선의 아름다움, 강직한 물성, 구조의 디테일 등 10명의 디자이너가 저마다의 디자인 어휘로 해석한 ‘의자’라는 결과물을 통해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인 <SWNA-ANSW> 역시 소속 디자이너의 상징인 ‘Associate’를 전면에 내세워 10명의 디자이너가 만든 나무 의자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는다. 산업 디자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와 이종 교배하고 실험한 프로세스, 그리고 그 이면의 과정을 통해 감상자들은 디자인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4월 18일까지.
SWNA 이석우, 3 chairs I love
One Chair
2000년대 초, 구조주의적 관점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원체어One Chair는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의자로 손꼽힙니다.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는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죠. Vitra, Magis, Cappellini, Flos와 같은 대표 가구 및 조명 회사들과 가장 왕성하게 협업하는 산업 디자이너 중 한 사람입니다. 원체어는 종이, 나무 등의 재료로 만들기를 통해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그의 특별한 프로세스가 돋보이는 개성 있는 결과물입니다.
Standard SP
20세기 프랑스 가구 디자인계를 대표하는 장푸르베Jean Prouvé는 ‘건축과 가구는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철과 알루미늄을 소재로 기능적 가구의 대량 생산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당시 장식성 짙은 아르누보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스탠더드 체어Stadard SP는 그의 철학을 함축하는 조형과 공법을 보여줍니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Spun Chair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은 자신만의 특별한 시각과 창의성을 갖고 있습니다. 도시설계부터 건축, 파빌리온, 가구, 오브제 등 전방위적 디자인을 전개합니다. 그의 스펀 체어Spun Chair는 ‘의자는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통념을 깬 가구입니다. 앉았을 때의 착석감뿐 아니라 팽이처럼 돌아가며 움직임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의자이면서 의자가 아니다’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끊임없는 질문과 실험적 태도를 통해 디자인에 경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