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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진
2021-09-29

대림맨숀과 에크루로부터, 이효진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의 가을 아이템 5.

에크루 내부. © 우정민

이효진은 부산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다. 숍 ‘코코로박스’를 만들어 실용성과 미감을 두루 갖춘 물건을 제안했고 몇년 전부터는 지은 지 40년이 넘은 대림맨숀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낡은 공동주거 건물의 107호에 자리한 ‘에크루’에서 그는 때마다 한 사람의 작가를 위해 공간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아티스트의 프로모터로 일하는 한편 ‘합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인테리어 스타일링 작업도 놓지 않는다고. 한 숨 돌리는 것도 잠시, 먹고 마시고 쇼핑하며 숙박할 수 있는 보다 넓은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에게 가을 물건에 대해 물었다.

사진 제공 | 에크루
© 우정민
대림맨숀 입구. © 우정민

코코로박스보다 잠잠하고 느린 호흡의 팝업 전시 공간, 에크루를 소개한다면. 

정의내리고 싶지 않은,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편안하게 보여주는 배경이다. 코코로박스는 대중성을 띤 온라인 브랜드로 실용적인 제품을 주로 선보였다면 이곳에선 한 명의 작가에게 집중할 수 있게 했다. 마치 작가의 방처럼 말이다. 친구 집에 놀러오듯 이곳에 들러 작가를 오롯이 알아가시길 바라고 있다.

 

에크루에서 부산의 감도 높은 관객과 만나고 있는데. 지금 부산의 라이프스타일 마켓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부산의 소비자들 역시 코로나로 인해 집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듯하다. 집과 관련된 전반적인 카테고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합스튜디오로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할 때면 집의 인테리어는 물론 가구나 소품 하나까지 확고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분들이 많다. 프라이빗 스타일링 시대가 머지 않았다고 느낀다.

 

크기를 막론하고 편집숍을 지탱하는 힘은 오너의 감식안일 테다. 좋은 물건을 잘 고르는 눈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좋은 물건의 정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아닐까.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찾아 사냥 중이다. (웃음) 결혼과 출산, 육아 등 라이프스타일의 굵직한 변화를 겪으면서 함께 녹아드는 살림과 소품에 주목하고 있다. 유행도 무시할 수 없지만 내 경우 물건을 고를 때 소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물건이든 소재가 좋아야 자연스럽게 낡고 닳더라.

 

다가오는 소식이 있다면.

에크루보다 규모가 큰 공간에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보여드리고자 준비하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브랜드가 모여 쇼핑하고 먹고 마시고 숙박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내년 여름 쯤이면 보여드릴 수 있을 듯하다.

이효진 대표의 자택 풍경. 사진 제공 | 이효진

이효진 대표가 추천하는

가을 일상 물건 5

비아인키노는 집과 가까워서 자주 들릅니다. 마음에 꼭 드는 디자인 서적이 많아서 현장에서 책을 고르곤 합니다. 큐레이션이 좋아요. 뷰티풀큐는 지인의 편집숍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표지의 책들이 많습니다. 사진집같은 경우 육아 틈틈이 곁에 두고 펼쳐 보면 힐링이 되더라고요.

워낙 좋아하는 브랜드입니다. 패브릭 제품부터 그릇까지 모두 좋아하지만 울 블랭킷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끼는 물건이에요.

오이뮤의 인센스는 선물받아 쓰기 시작했는데 향이 편안해서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오브젝트 늘은 제주를 기반으로 한 금속공예 스튜디오 겸 숍입니다. 인센스 홀더를 제주 여행 중 구매했는데, 향이 홀더 안에서 예쁘게 떨어지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항상 사이드보드 위에 올려두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맨발에 신어도 폭신한 착화감이 있어 편안하더라고요. 속옷, 잠옷, 슬리퍼처럼 집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은 좋은 것을 써야 하더라고요. 이를테면 머그컵도 예전에는 저렴한 것을 썼는데, 가장 빈번히 쓰는 컵인 만큼 지금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골라 쓰고 있습니다. 제 자신을 아껴준다는 마음으로요. 여행에 갈 때에도 잠옷을 아래 위로 다 챙겨 간답니다. (웃음)

조경을 다시 하려고 집의 정원을 다 뒤집어 둔 상태인데요. (웃음) 요즘 부쩍 식물에 집중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좋은 가방에 관심을 두었다면 지금은 종일 머무르는 집에서 사계절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식물이 참 좋아요. 계절 바뀔 때마다 꽃시장에 가는데, 화려한 꽃보다 나무 식물을 더 사게 됩니다. 옛날 엄마들이 “한철 가는 꽃은 아깝다”고 하신 이유를 알 것 같은 요즘이에요. 이제 저도 그런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에디터
CURATED BY 유미진
타임라인을 훑으며 멋진 것들을 좇는다. 17년 된 자동차를 타고 오늘의 팝업스토어로 향하고, 19세기 의자에 앉아 BTS의 싱글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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