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0

어디서 본 것이 많아도 나의 집

91년생 신민정의 투룸
서울의 집을 보여주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꿈처럼’ 아름다운 집보다는 생활감이 잔뜩 묻은 집, 사는 사람이 선명하게 보이는 집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거기 사는 사람과 두어 시간 이야기를 나눕니다. 현실과 취향이 어떻게 어긋나고 맞물리는지, 한정된 자원 안에서 무얼 취하고 단념하는지, 왜 이 브랜드가 여기 놓였는지 듣습니다. 누군가의 방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 속의 삶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뮤지션 RM은 그의 곡 ‘seoul’에서 노래합니다. “빌딩과 차들만 가득해도 이젠 여기가 나의 집”이라고, “사랑과 미움이 같은 말이면 I love you Seoul”이라고요. 어쨌든 서울을 집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홈 서울 홈(home seoul home) 취재를 위해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서울 성동구 송정동, 1991년생 신민정이 사는 투룸이다. 스물이 되면서 서울에 왔다고 하니, 그가 이 도시에 산 지는 13년쯤 된다. 인터뷰는 토요일 낮에 진행됐다.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는 신민정은 외출 준비를 끝내고 인터뷰하며 마실 커피를 사 온 참이었다. @shimxmim

큰 방 ⓒ yuyoung kim

— 게임 디자이너로 일한다고 들었다. 무엇을 디자인하나.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의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한다. 유저가 승리했을 때 나오는 효과나 아이템처럼 3D와 배경을 뺀 나머지 요소를 디자인한다. 신규 맵이나 모드가 계속 개발되고 아이템도 끊임없이 출시되니까 늘 할 일이 있다. (웃음)

— 게임업계에서 일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 달라.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처음엔 영화 포스터를 만들고 싶어서 관련 회사에 취직했는데, 그 회사가 영화와 더불어 게임도 다루고 있었다. 점점 게임의 비중이 커지면서 어느샌가 게임 쪽 포트폴리오가 쌓였고, 그 업계에서 일하게 됐다. 첫 회사에서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다가 이직 후 PC 게임을 만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제는 좀 할 만하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걸 신나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 성취감을 느낀다.

재택근무 시기에 회사에서 지급해 준 컴퓨터 ⓒ yuyoung kim

— 언제 서울에 왔나.

대구에 살다가 스무 살이 되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왔다. 첫 1년은 기숙사에서 살았다. 한 집에 방이 네 개 있고 거실과 화장실, 샤워실은 공유하는 형태였다. 한 방에서 두 명이 살았으니 총 여덟 명이 함께 사는 셈이었는데, 아예 모르는 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1년 후 기숙사를 나와 친구와 함께 자취했다.

— 어디서 자취를 시작한 건가?

학교가 공릉에 있었기에 공릉 지역의 원룸이었다. 아주 비좁아서 책상을 놓고 나니 바닥에 딱 둘이 누울 공간만 남더라. 빨래라도 넌 날에는 빨래 건조대 밑으로 발을 뻗어야 할 정도였다. 잠결에 건조대를 건드려서 빨래가 쏟아지면 깜짝 놀라 깨서 치우고 자고 그랬다. 그렇게 2년을 산 뒤 친구는 교환학생 하러 떠나고 나는 다시 기숙사로 돌아갔다. 동생이 서울로 오게 되면서 같이 살게 됐다.

주방을 통로로, 큰 방과 작은 방이 이어진다. ⓒ yuyoung kim
가스레인지 옆 벽에 붙은 판화 포스터는 친구인 작가 키박의 작품(좌), 냉장고 옆 공간에 휴지통과 빨래 건조대가 자로 잰 듯 딱 들어갔을 때, 신민정은 뛸 듯이 기뻤다.(우) ⓒ yuyoung kim

— 동생과 함께 살 집은 첫 원룸보다는 더 넓은 곳으로 구하려 했겠네.

투룸을 구하려고 노력했는데 원룸보다 훨씬 비싸잖아. 그래서 정말 낡은 반지하로 갔다. 보증금 500에 월세 35였나, 투룸치고는 정말 싼 곳이었다. 새로 도배를 해놓아서 깔끔해 보였거든? 그래서 계약했는데 실수였다. 화장실에 전등도 없어서 아빠가 직접 달아 주셨고, 벌레도 수없이 나오고 곰팡이도 여기저기 피고…. 그곳에서 산 2년은 너무 괴로웠다.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작은 방. 잡동사니는 보이지 않게 직접 봉을 설치하고 천을 달아 가렸다. 옷장 위에는 컴퓨터 박스와 친구들이 자고 갈 때 쓰는 이불을 두었다. ⓒ yuyoung kim

— 그 후엔 보다 깔끔한 집을 찾으려 했나? 좁은 데 둘이 살기 힘들었으니 좀 더 넓은 곳으로, 곰팡이가 피는 곳에서 괴로웠으니 좀 더 깨끗한 곳으로.

그땐 이미 회사에 다니던 중이어서 회사가 있는 성동구로 이사하려고 했다. 그 외에는 ‘깨끗할 것’이 최우선 조건이었다. 근데 우습게도 그렇게 찾은 집에 못 들어갔다. 가계약까지 걸었는데, 갑자기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리겠다는 거다. 더 쓸 수 있는 돈이 없었기에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부동산 중개사가 이 집을 대신 제안했다.

— 운명적으로 만난 집이네. 이 집 역시 계약하기 전 깔끔한지 샅샅이 살펴봤겠다.

아니. 집을 보지도 못하고 계약했다. 리모델링을 한다고 집을 다 뜯어놨더라고. 벽돌만 덜렁 있는 상태였다. (웃음) 중개사가 “리모델링 후 모습은 못 보지만 금액은 맞춰줄 테니 어떠냐” 했고, 마땅한 선택지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했다. 근데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큰 방에서 주방과 화장실, 작은 방이 보인다. ⓒ yuyoung kim

— 보기엔 아주 쾌적하고 아늑하다. 도박하듯 계약했지만 집이 괜찮아서 참 다행이다.

문제가 없진 않지만 만족한다. 그러니 5년을 넘게 살았지. 고새 성수가 핫플레이스가 돼서 집세가 많이 오르고 있다. 집주인이 가격을 올리지 않기만을 바라며 산다.

— 무슨 문제가 있었나?

저쪽 천장에 덧댄 나무판자 보이나? 비 오는 날 자는데 갑자기 돌이랑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기겁하며 깼다. 정말 빗물이 새고 있었다. 확인하려고 구멍을 뚫었다. 구멍을 뚫어 보니 문제가 있긴 했는데, 보수 공사를 하려면 봄이 되어야 한다더라. 그때까지 천장에 구멍이 뚫린 채 살 수는 없어서 판자를 덧대놨다. 또 겨울에는 보일러가 계속 언다. (웃음) 처음 얼었을 땐 기술자를 불렀는데 출장비가 20만 원이었다. 그다음부턴 드라이어로 녹이고 있다. 근데 얼마 전엔 드라이어도 안 통해서 다른 방법을 찾았다. 핫팩을 넣은 양말로 보일러를 감싸면 녹는다길래 해봤는데 되더라.

구멍을 가린 나무판자 ⓒ yuyoung kim
깔끔히 정리된 화장품(좌), 화이트 인테리어를 좋아하던 시기에 산 다이소 서랍장. 이 서랍장은 산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고.(우) ⓒ yuyoung kim

— 이 집을 꾸민 과정이 궁금하다.

이전 집에서 물건을 그대로 가져왔기에 일단 그것부터 다 넣었다. 그때까진 화이트 인테리어를 좋아해서 당시 산 물건들은 다 하얀색이다. 작은 방을 쓰던 동생이 2년 살고 나갔다. 동생이 나간 게 인테리어를 또 한 번 싹 바꾸는 계기가 됐다. 당시엔 또 짙은 나무 색깔에 꽂혀 있었거든. 그래서 새로 들인 가구는 대부분 나무 색깔이다. 지금은 흰색과 나무색의 혼종이랄까? (웃음)

ⓒ yuyoung kim
ⓒ yuyoung kim
침대 옆엔 항상 아이패드를 둔다. 영상을 보고 그림도 그린다. 그에게 〈해리 포터〉 시리즈는 아주 특별하기에 침대 근처에 두었다. ⓒ yuyoung kim
에어컨 호스가 예쁘지 않아서 조화 덩굴을 사다가 감았다. 에어컨 설치로 생긴 구멍은 브랜드 팸플릿을 붙여 가렸다. ⓒ yuyoung kim

— 당신의 과거와 현재가 다 담긴 방이네. 동생이 나가면서 작은 방을 창고로 쓰게 됐구나.

동생이 쓰던 작은 방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다. 쉬는 공간과 업무 공간을 분리할까, 생활 공간과 창고로 나눌까 한참 궁리하다가 지금의 구조가 됐다. 집에 친구들을 데려오는 걸 좋아하는데, 친구들이랑 편하게 놀려면 방에 짐을 많이 두지 않아야 했다. 짐은 작은 방에 몰아넣고 이 방은 친구들과 둘러앉을 탁자와 친구들이 누울 소파 따위로 채웠다.

요리에 맞는 접시를 하나씩 들이다 보니 많아졌다. 잔은 친구들을 떠올리며 여러 개를 사곤 한다. ⓒ yuyoung kim

— 친구를 위해서 소파까지 사다니!

난 가글도 안 하는데 친구들을 위해서 가글까지 준비해 뒀는걸? 소파도 나는 거의 안 쓴다. 친구들이 자고 갈 때면 누울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침대를 얼마 전에 바꿨는데, 그전 침대는 유치원 때부터 쓰던 거라 무지 작아서 둘이 누울 순 없었다.

— 유치원 때부터 쓰던 침대를 여태 썼다고?

일곱 살 때부터 쓰던 침대인데 작년에 바꿨다. 어린이용이라서 슈퍼 싱글보다도 작은 사이즈였다. 누우면 발이 튀어나올 정도로. 늘 옆으로 구겨져서 잤다. (웃음) 근데 너무 정든 물건이고 튼튼해서 바꾸겠다는 생각을 못 했다. 부모님이 선물해 준 침대인데, 그 침대를 처음 본 순간을 여전히 기억한다. 작은 집에 살던 우리 가족이 빌라로 이사한 후 처음으로 ‘내 방’이라는 게 생겼다. 유치원에 다녀왔는데 엄마아빠가 “짜잔!” 하면서 내 방문을 열었다. 그 침대와 세트인 책장과 책상까지 세트로 딱 보인 순간 그 기분은…. 화이트 인테리어에 꽂혔을 땐 침대를 직접 흰색으로 페인트칠해서 썼고, 나무색에 꽂히고 나선 침대를 마당으로 꺼내서 갈색 페인트칠을 해서 썼다. 그 침대를 보내줄 때 마음이 정말이지 이상했다.

일곱 살 때부터 쓴 침대. 직접 페인트 칠로 색을 바꿔가며 사용했다. 사진 제공: 신민정

— 물건을 아주 아끼고 소중히 다루는 편인가 보다.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무엇이든 일단 내 것이 되면 잘 정리해서 보관하고 아낀다. 오래된 편지나 엽서, 쪽지는 물론이고 맘에 드는 브랜드의 팸플릿까지 다 모아뒀다. 예쁜 거, 귀여운 거 보면 사족을 못 쓰고 지갑이 열린다. 물욕도 많다. 만약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테마로 파티를 하기로 했다면, 준비할 요리에 맞는 그릇을 사고 싶어진다. ‘아, 이건 쇠로 된 그릇에 담아야 예쁠 것 같은데?’ ‘이건 좀 길쭉한 접시에 담아야 할 것 같은데?’ 싶어서 찾아보면 정말 예쁜 건 막 몇만 원 하니까, 다이소로 가서 느낌이 비슷한 것으로 산다.

편지를 모아둔 과자 박스(좌), 스티커나 메모지 등을 보관하는 박스(우) ⓒ yuyoung kim
ⓒ yuyoung kim

— ‘정말 예쁜’ 걸 사지 않아도 만족이 되나?

만족이 된다. (웃음) 난 특정 브랜드 제품을 갖고 싶다기보다는 그런 걸 일단 집에 ‘두고’ 싶어 하는 편인 듯하다. 물론 더 잘 만든, 좋은 물건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다만 난 자잘자잘하게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으니 맘속에서 저절로 타협이 되는 걸까 싶기도 하고. 물욕의 맥락으로 장비병도 있거든. 발레를 배울 때는 발레 스커트를 선생님보다 더 많이 사고 그랬지. (웃음)

스티키 몬스터 랩을 좋아한 흔적. 작가의 사인도 받았다. 캐릭터들이 신은 양말은 주기적으로 세탁해 늘 청결하게. ⓒ yuyoung kim
일본 작가 라쿠이 하나(Rakui Hana)의 주문 제작 스탬프. 필요는 없었지만 보는 순간 홀린 듯이 주문했다. 친구들이 놀러 오면 클럽 입장 도장처럼 찍어 줄 생각이었다. ⓒ yuyoung kim

— 눈에 들어오는 건 계속 생겨나는데 월급은 정해져 있다. 돈을 관리하는 남다른 방법이 있다면.

남다른 방법은 없다. 그냥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적금으로 빠지게 해놨다가 모이면 예금으로 묶는다. 남은 돈을 가지고 쓴다. 카카오뱅크 긴급 출금 이런 기능 다 없애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기능을 귀신같이 찾아내서 다 빼서 써버리니까. (웃음) 근데 아끼는 건 또 아낀다. 돈이 크게 나가는 건 잘 사지 않고, 보일러와 에어컨도 잘 안 켠다. 택시도 거의 안 탄다. 따릉이를 연간 구독하고 있다.

가스레인지 앞에 붙인 종이는 도넛을 사니 들어 있던 것 ⓒ yuyoung kim
가지런히 정돈된 부엌 ⓒ yuyoung kim

— 자잘하게 갖고 싶은 게 많다는 건 관심사가 다양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뭔가에 빠지면 깊이 빠지는데 오래 못 간다. 귀가 얇아서 보고 들은 것에 영향도 많이 받는다. 트렌드, 인스타그램, 브랜드의 마케팅에 매우 잘 넘어간다. (웃음) 친구 집이나 카페에 갔는데 눈에 들어오는 게 있으면 아른거리고, 아른거리면 또 한참 검색해 보고 적당한 가격대로 골라 산다. 다만 내가 늘 ‘예쁘다’ ‘갖고 싶다’라고 느끼는 것의 톤만큼은 비슷비슷하다. 차갑거나 모던하기보다는 따뜻하고 뉴트럴한 무드를 가진 것. 근데 옷은 색깔도 스타일도 다채롭게 입는다. 유행하는 거 다 산다. 올해도 어그부츠 사고 레그워머 사고, 뉴진스 느낌으로…. 며칠 전 집에서 머리도 직접 잘랐다. 수지 히메컷이 유행이라고 하길래. (웃음)

외출 준비를 마치면 이 거울 앞에서 셀피를 찍기도 한다. 매거진 랙에 놓인 〈매거진 B〉는 친구가 ‘디자이너 집에 매거진 B는 있어야 한다’며 사주었다. ⓒ yuyoung kim

— 말하자면 당신은 유행에 몸을 맡기는 사람이고, 스스로 안다고 말하니 유쾌하다. 그게 오히려 당신의 개성처럼 느껴진다. ‘난 이걸 진심으로 오래 좋아해 왔어’ ‘이것이 내가 만든 나의 취향이야’ 이런 느낌이 아니라 오는 물결에 기꺼이 올라타는 사람.

하고 싶은 일이나 좋아하는 게 명확한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나는 그렇지 않거든. 영화 일을 하고 싶어서 취직했지만 게임 일을 하게 됐고, 모바일 게임 팀으로 이직했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자 PC 게임 팀으로 옮겨서 잘해보려고 노력했다. 이런 게 왔어? 그러면 이렇게 배워서 가야지, 생각하는 편이다. 이 집도 그렇잖아. 어디서 본 것으로 채워져 있다.

ⓒ yuyoung kim

— 솔직히 처음 집 사진을 보았을 땐 그 생각을 아주 안 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 집에 와서 직접 보고 얘기를 들으니, 이 집은 당신의 역사와 습관이 잔뜩 담긴 집이다. 흰색에서 나무색으로 바뀐 취향이라든가, 작은 팸플릿이나 쪽지도 모아두는 습관이라든가, 스티키 몬스터 랩과 브라운 캐릭터를 좋아했던 시절 같은. 이 집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겁이 엄청나게 많아서 늘 불이나 텔레비전을 켠 채로 자곤 했다. 근데 이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안정감이 생겼는지 이젠 불 꺼놓고도 잘 잔다. 집 곳곳에 내 손길이 닿았으니까 더 정이 들었다. 화장실 변기의 까진 부분도 내가 수리하고, 고장 난 세면대도 직접 갈았다. 친구들과 이 집에서 만든 추억도 많다. 요즘은 대구에서 사나흘 머물다 보면 ‘우리 집에 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브라운 인형. 귀 한쪽이 불량인데, 이 특징마저 내게 와준 브라운의 특별함처럼 느껴져서 더 소중하다고. ⓒ yuyoung kim

— 집에 대해 더 바라는 게 있다면.

방은 이 정도면 됐다. 주방이 더 컸으면 좋겠다. 요리를 좋아하고 즐긴다. 친구들을 불러다가 먹일 때도 행복하다. 조리하는 공간도 넓고 커다란 양문형 냉장고를 놓을 수 있고 팬트리나 식기장도 큼지막했으면 좋겠다. 연예인 박나래 집을 보면 제일 부럽다. 요리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엄마가 요리를 정말 잘하시고 식당도 운영하셨다. 남이 먹는 걸 보는 기쁨을 어릴 때부터 알았다. 스트레스받을 땐 베이킹처럼 복잡한 요리를 한다. 다른 생각을 못 하고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하고 나면 개운하다.

요리에 진심이다. 맨 왼쪽 특대형 냄비는 ‘대한옥’ 꼬리찜을 먹은 후, 이 요리를 직접 만들어 친구들과 나눠 먹고 싶어서 대구에 계신 어머니께 보내달라고 한 것. ⓒ yuyoung kim

— 이제 서울이 당신의 도시라고 느끼나?

영원히 사는 건 장담하지 못하겠다. 한창 힘들 땐 당장이라도 대구로 돌아가고 싶었다. 근데 이제 엄마아빠를 제외하면,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다 여기에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도시에 산다는 게 내겐 중요하다.

꽃병의 꽃은 친구의 결혼식에서 받았다. ⓒ yuyoung kim
매일 드는 가방은 문 뒤에 건다. 다음날 입을 옷을 미리 골라 여기에 걸어 두곤 한다. ⓒ yuyoung kim

— 동네 자랑을 하면서 끝낼까.

중랑천 뚝방길이 언제나 좋다. 특히 벚꽃 피는 봄엔 정말 아름답다. 달리거나 산책하기도 좋다. 그리고 좀 생뚱맞을 수도 있지만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일을 잘한다. 정치인이 내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이토록 직접적으로 느낀 게 처음이다. 중랑천에 어린이 놀이터도 생기고 어둑했던 길에 조명 시설이 설치되고 1인 여성 가구를 위한 방범 키트도 신청만 하면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엔 소식지나 문자가 와도 관심이 없었는데, 좋은 변화가 계속 생기니까 이번엔 또 뭐 없나? 하면서 소식지도 살펴보게 되고 구청장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하게 됐다. (웃음) 아, 성동구민이라면 제레박 님 인스타그램 @zele._.park 도 팔로우하면 좋다. 쏠쏠한 정보가 많이 올라온다.

어머니는 매년 입춘대길을 써서 보내준다. ⓒ yuyoung kim

지역 서울시 성동구 송정동

평수 10평 투룸

글·사진 김유영 기자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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