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31

안녕한 연말을 지낼 강원 스테이 4

실내에서 마주하는 호젓한 정경
이맘때면 흥얼거리게 되는 어반자카파의 곡 ‘코끝에 겨울’ 제목처럼 어느새 겨울이 머지 않음을 알리는 찬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지나가는 해와 곧 다가올 해의 경계에서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은 어쩔 도리 없나 보다. 부디 올해의 마지막은 안녕히 끝맺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강원 자연 속 스테이 네 곳을 꼽았다.

탈 하우스 Tal Haus

갤러리에서의 하룻밤

사진 제공: 탈 하우스

프라이빗한 독채에서 온전한 쉼을 누리고 싶다면 ‘탈 하우스(Tal Haus)’를 추천한다. 숲과 대비되는 백색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1960년대와 1970년대 유럽에서 생산된 빈티지 가구들이 우리를 반긴다. 시간을 품은 오리지널 디자인 가구를 비롯해 공간에 분위기를 더하는 오브제까지 눈닿는 곳곳이 꿈에 그리던 집의 일부일 지도 모르겠다.

거실과 키친, 드레스룸 등 객실 곳곳에서 오리지널 디자인 가구들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 사진 제공: 탈 하우스

탈 하우스는 높은 천장고를 활용해 창을 다수 배치했다. 뭉근한 온기를 느끼며 마시는 커피 한 모금은 그 어느 때보다 향긋하지 않을까. 특히,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 알바 알토(Alvar Aalto), 디터람스(Dieter Rams), 앙드레 소르네(Andre Sornay), 루이지 마소니(Luigi Massoni) 등 익숙한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가구들을 체험하며 감상에 젖어보는 것도 탈 하우스를 즐기는 방법일 터.

사진 제공: 탈 하우스

자연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다면 야외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정원의 선베드에 누워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무던히 올해를 되돌아보길.

 

주소 강원 춘천시 동내면 금촌로 114-53

객실 타입 기본형

예약 링크

SNS @tal_haus_cc

건축 및 인테리어 탈 하우스

호미양양 好美洋洋

취향의 아름다움이 담긴 공간

사진 제공: 호미양양

좋을 호(好), 아름다울 미(美), 큰 바다 양(洋) 그리고 다시 한 번 큰 바다 양(洋). 이름처럼 건축주가 게스트에게 공유하고 싶은 아름다운 취향이 가득 담긴 ‘호미양양(好美洋洋)’은 하조대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서핑과 자유로움, 젊은 활기가 떠오르는 양양의 다른 해변가들과 달리 비교적 평화로운 하조대의 분위기는 건축물의 공간구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호미양양의 객실 A동에는 다락이 마련돼 더욱 아늑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 사진 제공: 호미양양
사진 제공: 호미양양

컨시어지동과 게스트를 위한 2개의 독채로 이루어진 호미양양은 주출입부 중정을 공유한다. 이곳을 중심으로 골목길처럼 나누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각 동의 현관에 다다르게 되는 것. 객실에서는 서로의 시선적 프라이버시를 확보해 독채의 특성을 뚜렷이 했다.

각 객실은 서로 다른 유형의 게스트를 초대한다. A동은 지인 혹은 자녀와 함께 방문하는 4인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다락에는 하늘이 내다보이는 천창과 함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음악플레이어를 두었고, 거실에는 대형 테이블을 두어 게스트가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했다.

호미양양의 객실 B동 | 사진 제공: 호미양양

B동은 보다 개성 있는 2인을 위한 객실이다. 작은 평형대가 주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향의 벽체를 구현하고 경관창 높이에 변주를 더해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했다.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아담한 규모의 다이닝과 다운슬라브 된 아늑한 거실이 돋보인다.

유유히 흐르는 바다가 고플 때면 잠시 길을 나서 보자. 걸어서 10분 남짓, 가벼운 산책 뒤 마주할 하조대 해변은 기대에 찬 2023년을 안겨줄 지도.

 

주소 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조대2길 48-19

객실 타입 A동, B동

예약 링크

SNS @ho.me.yang.yang

건축 스테이 아키텍츠(STAY ARCHITECTS)

호지 HOJI

둥근 원으로 이어진 가장 작은 마을

사진 제공: 호지

여름에는 여름 바다를, 겨울에는 겨울 바다를 보러 모여든 이들로 늘 북적이는 강릉은 성수기와 비성수기를 나누는 일이 무의미할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강릉에서의 안온한 휴식을 꿈꾸고 있다면 ‘호지(HOJI)’로 향하는 게 어떨까. 어느 시골에 위치한 원두막 같기도, 화려한 공연이 막을 내린 뒤의 한적한 서커스장 같기도 한 이곳으로 말이다.

호지를 구성하는 5개 건물은 둥근 길을 따라 이어진다. | 사진 제공: 호지
사진 제공: 호지

게스트가 묵는 둥근집, 긴 집, 팔각집과 운영인이 머무르는 공간, 공용 공간까지 호지를 구성하는 모든 건물들은 둥근 길을 따라 연결되어 하나의 조형물처럼 보이다가도 이름을 닮은 형태로 각각 분리되어 보인다. 금속 골강판 지붕과 콘크리트 벽으로 싸인 건물 외부와 달리 내부는 온통 나무 소재라 이 역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시골 원두막을 연상시키는 호지 팔각집 | 사진 제공: 호지

객실 내 의자와 침대를 비롯한 가구들의 키는 대체로 낮다. 지면과는 가까이, 천장과는 먼 시야로 집 안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호지만의 배려일까. 직선과 사선으로 이루어져 가공의 단계를 최소화한 가구의 형태는 서로가 닮아 있어 유연하게 관계한다. 탁자 옆에선 스툴이었던 가구가 침대 옆에서는 협탁으로, 높게 쌓으면 테이블이 되는 식이다.

사진 제공: 호지

호지가 단단히 가져가는 철학은 정원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스타일이나 조형성에서 벗어나 연결과 다양성에 기반을 둔 호지정원은 본래 터가 가진 환경에 어우러지는 다양한 식재를 품고 있다. 향을 맡고, 질감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가만히 앉아 바라만 보아도 따뜻한 연말 선물이 될 듯하다. 자전거를 타고 야생이 주는 자연스러움을 눈에 담는 것 역시 특별한 경험임이 분명하다.

 

주소 강원 강릉시 연곡면 신왕길 78

객실 타입 둥근집, 긴 집, 팔각집

예약 링크

SNS @hoji.stay

건축 및 인테리어 에이오에이 아키텍츠(aoa architects)

취호가 趣虎家

뜻을 취하는 호랑이 사원

사진 제공: 취호가

사람이 숨을 쉬고 잠을 자기에 가장 좋은 고도, 해발 700m 에 걸쳐 있는 ‘취호가​(趣虎家)’는 어쩐지 가장 쉼다운 쉼을 알려줄 것만 같다. 전나무, 구상나무 외에도 많은 풀과 돌들이 거칠게 나열된 입구에는 계곡 같은 수공간이 자리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떨어지는 물줄기와 두꺼운 콘크리트 벽, 그 사이 위용을 뽐내는 호랑이 회화를 지나 동굴 깊숙이 들어가면 마침내 또 다른 동굴, 객실에 닿게 된다.

사진 제공: 취호가

취호가의 출발은 ‘호흡’에서였다. 늘 두 방향인 호흡의 이름을 빌려 객실 ‘들숨’과 ‘날숨’이 탄생했다. 두 객실은 동일한 구조이나 다른 풍경을 창에 담아낸다. 게스트에게 제공되는 위스키 역시 객실에 따라 다른 특성으로 안배됐다. 공간을 맴도는 향은 수없이 많은 실험과 연구 끝에 완성된 취호가만의 향으로 이곳만의 특별한 정취를 더한다.

사진 제공: 취호가

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시간의 학대를 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끊임없이 취하라.

술이든, 시든, 선이든 그대가 좋아하는 대로….

Charles Pierre Baudelaire, Enivrez-vous

평창의 밤과 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최소화한 외부 조명 덕에 해가 지면 온전히 스스로의 호흡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유독 밤이 더 짙은 취호가에서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마음 속 품은 깊은 뜻을 취해 보자.

 

주소 강원 평창군 진부면 호명길 313-31

객실 타입 들숨, 날숨

예약 링크

SNS @chwihoga

건축 및 인테리어 백에이어소시에이츠(100A associates)

김가인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탈 하우스, 호미양양, 호지, 취호가

김가인
사소한 일에서 얻는 평온을 위안 삼아 오늘도 감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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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한 연말을 지낼 강원 스테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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