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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2-07-26

우리는 기억의 바다에서 영원히 방황하고 있다

시오타 치하루의 개인전 〈In Memory〉

기간 2022.07.15 - 08.21
장소가나아트센터 (서울시 종로구 평창 30길 28)

가나아트는 일본 오사카 출신의 시오타 치하루의 개인전 〈In Memory〉를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0년 〈Between Us〉 이후 가나아트에서 2년 만에 열리는 전시로 치하루를 대표하는 대형 설치 작품을 공개했다. ‘Multiple Realities’(2022)는 흰 색 실을 사용한 대규모 설치 작업으로, 그간 사용해 온 검은 색과 붉은 색 실에 이어 신체의 내면을 다층적인 감각으로 구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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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ota Chiharu, In Memory, 2022, Dresss, wood boat, paper and thread, Overall dimensions variable

시오타 치하루(Shiota Chiharu)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전시에서다. 일본관 대표 작가로 나서 일본관 전체를 붉은 색 실로 엮었는데 그 광경은 참으로 섬뜩하면서도 처연한 느낌이었다. 이 구슬픈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시오타 치하루의 전시를 본 이들 중에는 ‘눈물이 날 뻔했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이들이 많다. 2020년에 이어 2022년, 서울 가나아트센터를 찾은 시오타 치하루의 개인전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In Memoty〉 전시 전경
새로 빨아 바싹 말린 흰 베갯잇과 이불보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거기 그녀의 맨살이 닿을 때, 순면의 흰 천이 무슨 말을 건네는 것 같다. 당신은 귀한 사람이라고, 당신의 잠은 깨끗하고 당신이 살아 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잠과 생시 사이에서 바스락거리는 순면의 침대 보에 맨살이 닿을 때 그녀는 그렇게 이상한 위로를 받는다._<흰 (White Book)> 소설 일부

작가는 흰색 실을 택한 이유에 대해 한강 소설가의 책 <흰(White Book)>(2017)을 꼽으며, 흰 색의 사물과 연계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에 크게 감명받았다고 전했다. <흰(White Book)>은 시인이자 난다 출판사 대표인 김민정이 기획한 책이다. 65편의 짧은 소설로 구성되어 있지만 한 권의 시집으로 읽히는 책이다. 강보, 배내옷, 각설탕, 입김, 달, 쌀, 수의… 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명명한 흰 것의 목록은 총 65개 이야기로 파생되며 각각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밀도 있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Shiota Chiharu, In Memory, 2022, Dresss, wood boat, paper and thread, Overall dimensions variable

우리를 현존하게 하는 삶의 일부, 기억을 띄우다

 

시오타 치하루는 ‘실의 작가’로 불린다. 드넓은 전시장을 통째로 활용해 작가 특유의 방법으로 공간에 거미줄처럼 실을 친다. 한 공간에 마치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실을 통해 시오타 치하루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뿐 아니라, 실존을 향한 탐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이전 설치작 〈Between Us〉(2020)에서는 붉은 색 실과 오래된 의자들을 활용했다. 공간에 의자를 일률적으로 놓고 붉은 실로 가득 엮음으로써 ‘개인의 존재’와 ‘관계’를 표현한다. 

본 전시에서 공개되는 〈In Memory〉(2022)는 제목 그대로, 기억을 주제로 한다. 작가에게 기억은 나를 실존하게 하는, 우리를 현존하게 하는 삶의 일부다.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하얀색 실 사이로 걷다 보면, 7m에 달하는 목조 배가 뼈대만 드러낸 채 공중에 떠있다. 그리고 그 위로는 흰 드레스 3벌이 놓여있다. 배는 기억의 바다를 떠다니는 오브제이자,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상징인 것이다.

Chiharu Shiota, Berlin, 2020 Photo by Sunhi Mang

시오타 치하루의 작업을 이해하려면, 두 지점을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는 그의 스승이다. 교토 세이카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한 작가는 1996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함부르크 조형대학에 진학했고 이후 브라운슈바이크 예술대학에서 러시아 출신의 퍼포먼스 작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 밑에서 공부했다. 이후에는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독일 작가, 레베카 호른(Rebecca Horn)의 제자로 수학했다. 스승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나 레베카 호른을 떠올리면, 시오타 치하루가 왜 신체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주제로 삼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과 투병에 대한 기억도 작업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처럼 예민하게 반응하고 작업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구의 마음속에나 존재할법한 공포와 두려움이 작업 한가운데에 있다.

Shiota Chiharu, Cell, 2022, Glass and wire, h = 28, Ø 30 cm, h = 11, Ø 11.8 in

어린 시절 할머니의 무덤에서 긴 잡초를 뽑으며 손 끝에서 느꼈던 죽음의 공포, 이웃에서 화재 후 집 밖에 내다 버린 불 탄 피아노의 강렬한 인상, 독일 이주 후 잦은 이사로 겪은 꿈과 공간에 대한 강박적 혼란, 암 진단과 항암치료 과정에서 경험한 몸에 대한 감각과 그것에서 비롯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등은 시오타 작업에서 존재의 근원과 장엄한 세계에 관한 이중의 시각적 표상으로 옮겨졌다.

안소연, 미술비평가

 

어린 시절 할머니의 무덤에서 느낀 공포, 이웃집에서 일어난 화재의 기억, 두 번의 암 투병으로 겪은 죽음에 대한 경험까지 그녀의 작업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과 트라우마가 투영된다. 유리와 네트 형태의 구조물이 엉켜 있는 ‘Cell’ 연작은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혈관’, ‘세포’ 혹은 ‘피부’를 연상케 하는 그의 작업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있던 불안정한 시기에 완성된 결과물이다. 시오타는 죽음이란, 육체로서는 끝이지만 내면의 의식은 영원히 존재할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오랜 경험과 고뇌를 통해 깨달았다. 즉, 신체는 수명이 다해 사라지더라도 의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Shiota Chiharu, In Memory, 2022, Dresss, wood boat, paper and thread, Overall dimensions variable
Shiota Chiharu, In Memory, 2022, Dresss, wood boat, paper and thread, Overall dimensions variable
Shiota Chiharu, Endless Line, 2022, Thread on canvas, 180 x 120 cm, 70.9 x 47.2 in
Shiota Chiharu, State of Being (Window, Letter), 2022 Metal frame, window, lette, thread, 80 x 45 x 45 cm

작가는 2004년 무렵부터는 창문이라는 매체를 세 번째 피부로 작업에 끌어들였다. 창문 역시 공간의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경계를 긋는 매체임과 동시에 일본인이지만 독일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작가의 정체성을 상기시켜 주는 재료다. 베를린에 위치한 작가의 집 창문에서 밖을 바라보면 서쪽 베를린이 보인다. 작가는 이 창문이 동독과 서독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라고도 여겼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지만, 서로를 경계 짓던 이전의 베를린의 모습은 정체성을 탐구하는 시오타에게 흥미로운 주제였던 것이다. 창문과 함께 있는 편지는 연애편지다. 이 편지는 독일의 중고시장에서 시오타가 수집하였다. 편지의 주인은 이미 죽고 없지만, 그의 기억과 흔적이 이 편지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Shiota Chiharu, State of Being (Doll House), 2022 Doll house, thread, 30.7 x 69.5 x 32 cm

2 전시장에 설치된 State of Being(Doll House)(2022)은 오래된 작은 소품들을 배치하고,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형의 집을 붉은 실로 엮은 작업이다. 붉은 실이 동양문화권에서 인연을 의미하는 것과 같이 시오타의 작업에서도 해당 재료는 인연, 타인과의 관계를 상징한다. 또한 작가는 벼룩시장에서 사 모은 오래된 인형 놀이 소품을 오브제 안에 넣었다. 시오타의 작업에는 일상을 그대로 축소한 듯한 작은 소품들이 자주 등장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을 상기하고, 평범한 삶의 소중함 동시에 평범한 삶의 어려움을 표현한다. 

 

“​

나에게 기억이 없다면, 나라는 존재를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내가 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는 기억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큰 배 위에 얹힌 옷의 외피와 같이, 우리는 기억의 바다에서 영원히 방황하고 있다.

시오타 치하루

 

실을 엮는 작가로 이름을 알렸지만 그는 실 뿐만 아니라, 옷, 유리창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삶과 죽음’, ‘경계’ 그리고 ‘존재의 이유’ 등 인류 공통의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조각, 캔버스, 드로잉, 설치, 나아가 퍼포먼스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오타의 설치 작업뿐 아니라 그의 전반적인 작업을 총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시오타 치하루의 여정을 따라가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만나 편집장

자료 제공 가나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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