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에 설립된 이곳은 다양한 분야의 국내 신진 작가들과 작품을 소개하고, 그들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응원하는 커뮤니티다. 때론 해외 갤러리와 협업해 젊은 작가들과 연결 다리를 놓아주는 에이전시 역할도 한다. 다과를 즐기며 부담 없이 예술 작품과 접할 수 있는 이곳은 항상 크리에이티브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곳을 운영하는 공간 디자이너 안서후는 퇴계로 끝자락의 작은 동네에서 발견한 1939년에 지어진 적산가옥을 최대한 보존해 지금의 공간을 탄생시켰다.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높은 층고의 건물을 찾다가 아름다운 천장을 만난 것이다. 서울 역사의 출발점이 되는 오래된 장소에서 가장 현대적인 것을 전시하는 감흥이 남다르다고.
미식은 다양한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해 3개월마다 새로운 전시를 연다. 인지도와 경력과 상관없이 누구든 미식에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작가 선정에 대한 어떤 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오픈 직전 작품들을 받고 천천히 살펴보면서 작가들과 함께 즉흥적으로 공간에 작품을 배치할 뿐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6번의 전시를 열었고, 약 40명의 작가가 이곳을 거쳐 갔다.
미식은 주로 가구나 테이블웨어 등 일상에서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트퍼니처와 실내 오브제 작품을 다루고 있다. 느슨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들은 무질서하게 늘어서 있다. 공간 구성이나 동선에 딱히 구애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배치는 공간에 독특한 인상을 부여한다. 창문에 작품을 설치하거나 작품 설명이 바닥에 적혀 있는 등, 시선이 닿는 곳마다 아티스트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작품들이 그대로 취식 공간으로 활용되어 원래 공간 인테리어의 한 요소인 것처럼 자연스레 녹아드는 점이 인상적이다. 찻집과 갤러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음료를 즐기는 공간이 곧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이 된다.
미식의 메뉴는 계절과 전시에 따라 바뀌어 작품의 콘셉트나 분위기를 식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차와 다식을 즐기는 상황 자체가 전시 관람의 일부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커피 없이 차와 에이드만 판매 중이며, ‘차와 테이블’, ‘위스키와 테이블’이라는 이름의 세트 메뉴로 음료와 간식을 묶어 팔고 있다. 작품의 아름다움이 작품의 조형과 작가의 의도에 있다면 음식의 아름다움은 제철 재료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라며, 강원도, 전북 부안 등 특색 있는 로컬 식자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7번째 전시 <미학적 참조 : Aesthetic Reference>는 작품의 ‘원형’을 생각해 보는 전시다. 네 명의 작가들의 작품은 서로 다른 원형에서 출발해, 혼성적이고 복합적인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사랑과 스티로폼, 장석과 산업재료, 아르데코와 기하학, 사이버틱 장르와 휠 등을 주제로 무엇을 어떻게, 왜 참조할 것인가 끊임없는 물음과 대답을 이어가며 원형과 작품 간의 관계를 관찰한다.
앞으로도 미식은 작가들에게 진실하게 다가가며, 서로 종속되지 않는 평등한 관계로 함께 성장해 가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공간에 방문하면 정성스레 내오는 ‘웰컴티’를 마시며, 동시대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즐겁게 감상해 보자.
글 소원
자료 협조 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