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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1

[Destination Stay] 4. 부산 달맞이 고개에서 잠시 숨 고르는,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포룸스

아파트먼트풀(APF)이 빈티지 가구로 채운 첫 스테이 4RMS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없는 낯선 마을까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더 나아가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숙소에는 어떤 힘이 있을까. 헤이팝은 ‘데스티네이션 스테이(Destination Stay)’ 시리즈를 통해 숙박을 넘어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스테이 공간을 둘러본다.
ⓒ아파트먼트풀, 31호
ⓒ헤이팝

개인마다 여행에서의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다를 테다.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꼭 맛보아야 한다면 음식보단 편안한 잠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가 있고 보편적인 호텔을 택하는 이가 있다면 여행지에서만 경험해 볼 수 있는 숙소에 머무르는 이가 있다. 혼자 여행할 때와 여럿이서 떠날 때의 기준은 또 달라지겠지만.

 

부산은 혼자 여행하기 어렵지 않은 국내 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다. 출발지에서 부산까지의 교통편은 물론 부산 내 이동 수단 또한 정돈되어 있어 차가 없어도 어디로든 쉽게 떠날 수 있다. 이미 다녀온 이들의 수많은 부산 여행기 또한 여행자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터. 부산의 상징적인 구인 해운대의 달맞이길은 혼자 여행 온 초행자들에게 따뜻한 길목을 내어준다. 그리고 유유자적하는 시간을 제안한다. ‘달맞이길’은 해운대 모래사장을 지나 바다를 높이 조망할 수 있는 해안선 일대와 언덕길을 일컫는다. 계단식으로 겹겹이 올라가는 지형은 어느 곳에 있어도 바다를 바라보게 한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빌라, 작은 상점, 건물 사이사이 보이는 바다, 아주 잠시만 달맞이길을 걸어도 집약적으로 느껴지는 동네의 분위기가 있을 것이다.

ⓒ헤이팝, 달맞이 고개에서 본 풍경
ⓒ아파트먼트풀, 복합문화공간 에케 외관

옛것이 남아있는 동네에 이따금 새롭게 지어지는 상업공간은 자칫 동네의 분위기를 해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잘 만들어진 공간이라면 그 동네를 찾게 하는 역할을 다할 수도 있다. 달맞이고개 골목 모퉁이에 새롭게 문을 연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포룸스(4RMS)’는 고요한 동네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빈티지 가구를 위탁 판매하고 렌탈 서비스를 지원하는 아파트먼트풀(APARTMENTFULL)에서 만든 이 스테이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빈티지 가구로 공간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일상에서 접하기 어렵고 편집숍 등 판매점에서는 가구의 질감과 사용성을 온전히 느끼기 힘든 빈티지 가구를 선별해 아파트먼트풀만의 시각으로 스테이에 풀어냈다. 각기 다른 스타일로 만든 네 개의 방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포룸스(4RMS)’. 여느 숙박 시설처럼 다인 투숙객을 받지만 덴마크, 핀란드, 독일, 프랑스 네 나라의 디자인 사조와 분위기를 느끼고자 한다면 혼자서도 이곳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겠다. 

VIEW

에디터와 함께 살펴보는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포룸스

ⓒ아파트먼트풀, 41호
ⓒ아파트먼트풀, 42호

네 개의 객실 네 개의 룸 타입

 

2024년 하반기 10월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에케의 3층과 4층에 들어선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포룸스는 네 개의 객실에 네 가지 객실 타입을 만들었다. 앞서 서문에 언급한 덴마크, 핀란드, 독일, 프랑스는 스칸디나비아, 바우하우스, 프렌치 모던 등 독보적인 디자인 스타일을 구축한 나라다. 아파트먼트풀은 투숙객이 방문할 때마다 각기 다른 사조의 방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와 같은 공간 타입을 기획했다.  

 

에디터가 묵은 객실은 핀란드 빈티지 가구로 꾸며진 32호다. 스테이를 운영하는 아파트먼트풀의 본체는 빈티지 가구를 바잉해 판매하는 원오디너리맨션이다. 스테이 가구 기획은 원오디너리맨션 큐레이션 팀이, 인테리어 디자인은 아파트먼트풀이 맡아 최종적인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포룸스가 완성되었다. 

ⓒ헤이팝

여행의 피로도를 덜어주는 체크인 시스템

 

투숙객은 에케에 도착한 뒤 별도의 체크인 시스템 없이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에 올라가게 된다. 안내받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면 되는 무인 시스템이지만 이곳에는 상주하는 직원이 있다. 투숙객이 체크아웃한 이후 업무를 시작해 체크인 전 빠지기 때문에 투숙 고객과 마주칠 일이 없을 뿐 대부분의 시간을 건물에서 보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직원과 소통할 수 있다. 무인 시스템을 지향하게 된 건 아파트먼트풀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김성민∙이아영 대표는 여행지에서 숙소에 가기까지 엘리베이터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눈인사를 나누는 일, 호텔 프런트 또는 집주인을 만나 체크인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 일에도 나름의 피로감을 느꼈다. 아파트먼트풀 스테이에서는 이런 과정 없이 완벽에 가까운 휴식을 제공하고 싶었다.

ⓒ아파트먼트풀, 32호 다이닝 테이블
ⓒ아파트먼트풀, 32호 거실

평소보다 가까이서 마주하는 빈티지 가구

 

체크인은 3시, 체크아웃은 11시다. 도착했는데 체크인 시간이 남았다면 이용하는 층의 공용 라운지 소파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도 좋다. 라운지에 흘러나오는 음악과 은은하게 번지는 향, 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내가 부산에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목재로 된 문을 열고 객실에 들어서니 넓은 거실이 반긴다. 오렌지빛 소파와 스툴, 안락해 보이는 암체어, 러그에 위에 놓인 커피 테이블까지. 전시장에 온 듯한 기분이다. 디자인에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가구가 만들어낸 곡선이 공간에서 심미적으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느끼게 되지 않을까. 

ⓒ아파트먼트풀, 32호 부엌

거실과 이어지는 부엌에서는 원형 다이닝 테이블과 의자, 우측 벽면에 자리 잡은 싱크대, 정면에 세워진 키친 캐비닛이 눈길을 끈다. 하부장으로 짜인 싱크대는 눈에 거슬리는 것을 최소화하고 미니멀함을 지향해 북유럽 가구 디자인과 조화를 이룬다. 핀란드 대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딸라의 컵과 화병 등 오브제로 채워진 키친 캐비닛은 32호 객실의 정체성으로 느껴질 만큼 긴 서사를 품은 것처럼 보인다. 아파트먼트풀 스테이에는 TV가 없다. 원래도 조용한 달맞이 고개에 더 깊은 고요함을 안겨준 스테이 덕에 오랜만에 다이닝 테이블 앞에 앉아 캐비닛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32호에 머물며 캐비닛을 만든 시즈 브락만(Cees Braakman) 디자이너의 가구에 유독 마음이 사로잡혔다. 목재 트롤리, 옷장까지 단조로운 디자인을 보이지만 존재만으로 묵직한 느낌을 주어 공간의 중심을 잡는다.  

ⓒ헤이팝, 시즈 브락만(Cees Braakman) 캐비닛과 트롤리
ⓒ아파트먼트풀, 32호 침실
ⓒ헤이팝,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 크로스 체크 암체어

하룻밤을 책임질 침실을 살펴볼 차례. 침실은 거실과 부엌 사이 문을 기준으로 구분된다. 32호는 더블 싱글베드 2개가 붙어 있어 1인은 물론 2인까지 잠을 자기에 충분하다. 침대에 누우면, 오른쪽에 마주 보이는 ‘크로스 체크 암체어’의 독특한 디자인에 시선이 간다. 앉기 전에는 이 의자가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나무 꼬임으로 디자인되어 있어 딱딱해 보이는데 보이는 것과 다르게 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의자 뒤에 난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자세한 가구 리스트는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아파트먼트풀, 32호 화장실
ⓒ헤이팝
ⓒ헤이팝, 아파트먼트풀 스테이의 어메니티 '르 라보'

화장실에서도 느껴지는 북유럽 무드

 

객실 내 화장실은 침실과 연결되어 있다. 다른 공간들과 다르게 하얀 타일로 인테리어된 화장실은 샤워 부스와 변기가 분리된 구조다. 스테이 내 보일러를 켜면 화장실 바닥과 물이 따뜻해진다. 화장실에도 환기할 수 있는 작은 창이 하나 있다. 외부에서 화장실 내부가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닫이문을 이중으로 덧대어 달았는데 이런 디테일은 아파트먼트풀의 섬세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파트먼트풀이 구성한 어메니티도 화장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픈 시즌 어메니티로는 브랜드 ‘르 라보’가 구비되어 있다.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어메니티는 시즌별로 교체될 예정이다.

MADE BY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포룸스를 만든 사람들

Interview with 김성민∙이아영 아파트먼트풀∙원오디너리맨션 대표

원오디너리맨션 그리고 아파트먼트풀, 둘 다 서울에 있어요. 스테이 오픈 이후 아영 대표님이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을 봤는데 부산과는 연고가 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첫 숙박시설을 부산에 선보인 이유가 궁금했어요.  

스테이를 해보고 싶어 여러 곳을 알아보던 참이었어요. 지금의 복합문화공간 에케가 들어선 삼각형 부지의 주인이자 현재 에케 1층에 공예 상점 에크루를 운영하는 효진 님이 건물을 짓기 전 함께해보자고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자연스럽게 공간 에케에 합류하다 보니 부산에 첫 스테이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포룸스’가 들어선 곳은 에케의 3-4층이에요. 스테이가 문을 연 지는 약 두 달, 에케가 문을 연 지는 약 석 달이 되어갑니다. 텅 비어 있던 새로운 공간에서 시작한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복합문화공간 에케의 기획단계부터 지켜보았어요. 좋은 공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아파트먼트풀
ⓒ아파트먼트풀, 41호

‘포룸스(4RMS, 이하 포룸스)’라는 이름에도 나타나듯 스테이는 각기 다른 콘셉트로 꾸며진 네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31호, 32호, 41호, 42호 각각의 공간에 대한 짤막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31호는 대니시 모던 빈티지 가구로 채워져 있고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아요. 루드 티겐센 & 조니 쇠렌센의 북케이스가 놓인 다이닝 룸과 에릭 예르겐센의 소파, 뵈르게 모겐센의 1인용 체어가 놓인 거실 등 덴마크 특유의 고즈넉한 가구들이 곳곳에 있어요. 32호에서는 핀란드 빈티지 가구를 경험할 수 있어요. 알바 & 아이노 알토, 파보 튀넬, 리사 요한손파페 등의 손길이 닿은 투박하면서도 우아한 가구들을 거실과 침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41호는 미하엘 토네트, 에곤 아이어만, 디터 람스 등 모던하고 기능적인 독일 빈티지 가구들로 짜여져 있어요. 컬러풀하고 조화로운 모습의 의자가 서재에 한 점씩 놓여있는 모습이 멋스럽죠. 프랑크푸르트 키친의 오리지널 유닛을 볼 수 있는 부엌도 있고요. 42호에는 프렌치 모던 빈티지 가구가 모여 있어요. 로쉐 보보아의 그린 벨벳 소파를 중심으로 샤를로트 페리앙의 의자와 벤치, 피에르 사포의 스툴, 피에르 귀아리슈가 디자인하고 유니테 다비타시옹에 사용된 컵보드를 한 공간에서 누릴 수 있습니다.

 

포룸스는 누구와 함께 머물면 좋을까요?

구조상 31호, 32호, 41호는 친구 또는 연인에게 42호는 가족 단위의 숙박객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아파트먼트풀, 41호

‘빈티지 가구를 직접 체험해 보는 스테이’라는 점이 타 숙소와는 다른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아파트먼트풀과 원오디너리맨션이 기존에 해온 ‘빈티지 가구 유통’의 연장선이 ‘숙박’이 된 계기가 있나요? 

빈티지 가구의 좋은 용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구 시장이 확장되면서 여러 전시나 행사를 통해 빈티지 가구가 전보다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접근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어요. 구입해서 직접 사용해 보지 않고는 온전히 이 가구들의 매력을 느낄 수 없죠. 그들에게 조금 더 적극적인 경험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빈티지 가구로 채워진 스테이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하룻밤 묵은 32호만 떠올려 봐도 가구 배치에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져요. 공간을 조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각 방에 녹인 디자인 사조와 가구의 소재, 색감, 모양을 기준으로 하나의 공간에 있을 때 조화로운 가구 조합이 있어요. 공간의 크기나 층고, 마감에 따라 어울리는 가구의 형태가 달라지기도 하죠. 포룸스는 이 모든 걸 고려해 만든 공간이에요. 인공 빛을 최대한 지양하고 자연광과 주 조명만으로 내부의 빛을 살릴 수 있도록 조성하는 데에도 많은 손길이 닿았어요. 

 

스테이 안에서도 바다가 보여요. 바다와 맞닿아 있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기대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포룸스가 있는 달맞이길은 해운대까지 차로 10분 남짓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화려하고 유동 인구가 몰리는 해수욕장과 동떨어진 별세계 같아요. 운치 있는 건물과 오래된 간판, 나이 많은 가로수가 즐비한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죠. 작은 상점들과 유서 깊은 갤러리도 많아요. 스테이 주변을 산책하며 발견하는 여러 풍경으로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요. 관광지와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투숙하는 분들도 이 부분을 느끼길 바라요. 

ⓒ헤이팝
ⓒ아파트먼트풀, 42호
ⓒ헤이팝

어메니티에도 눈길이 가요. 호텔에서는 보편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브랜드 ‘르 라보’를 택했죠. 웹사이트에 소개된 바로는 “장식보다는 오로지 재료의 물성과 기능에 집중하는” 르 라보의 브랜드 철학과 빈티지 가구의 철학이 닮아 있어 해당 브랜드를 고르게 되었다고요. 시즌별로 교체되는 포룸스의 어메니티 컬렉션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어요. 

사람들은 여행을 하며 새로우면서도 마냥 낯설지 않은 좋은 경험을 하길 기대해요. 포룸스는 짧게 머물더라도 해당 공간을 떠올렸을 때 상기되는 무언가를 제공하기 위해 계절마다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4 Season Project’를 진행하고 있어요. 양질의 어메니티뿐만 아니라 입실할 때 들리는 음악, 서적 등도 계절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에요. 이 공간에서 최대한 다양한 취향을 맛볼 수 있도록 여러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부엌 식탁에는 시집 한 권이, 트롤리와 테이블 곳곳에는 서적이 놓여있더군요. 도서 큐레이션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나요? 

책은 아파트먼트풀 콘텐츠팀과 의논해 선정하고 있어요. 현재 모든 객실에 한강 작가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이 있어요. 오픈 준비가 한창이던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있었죠. 포룸스에 머무는 동안 스테이가 주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작가 작품 세계에 접근해 보길 바라며 그의 시집을 고르게 되었어요. 문학 서적뿐 아니라 이곳을 방문하는 디자인 가구 애호가를 위해 각 객실에 놓인 가구와 관련된 디자인 서적도 비치해 두었어요. 

ⓒ아파트먼트풀, 31호
ⓒ아파트먼트풀, 42호 화장실

아무래도 스테이를 만드는 일은 처음이다 보니 많은 난관에 봉착했으리라 짐작돼요. 

누군가에게 만족스러운 하룻밤을 제공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어요. 아파트먼트풀 자체가 공간에 대한 경험을 중시하는 회사이다 보니 투숙객이 체크인할 때 공간에 머무는 빛의 각도, 문을 여는 순간 풍기는 향, 들려오는 음악까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죠. 낮부터 밤까지 눈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조도를 계산하고 하룻밤 사이 생길 수 있는 여러 변수를 짐작하는 일 역시 쉽지 않았어요. 

 

그런 노력으로 완성된 스테이기 때문에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부산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에도 스테이를 만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현재로서는 아파트먼트풀의 스테이를 늘려나가기보다 스테이를 기획하려는 분과 운영하고 계신 분의 공간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MUST 3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포룸스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세 가지

ⓒ헤이팝

| 음악 

포룸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공용 라운지를 거친 후 체크인을 하게 되어 있다. 라운지에서부터 들리던 음악은 객실 방문을 닫은 뒤에도 스테이 안에서 잔잔히 들려온다. 스테이 내부에 비치된 아이패드와 뱅앤울룹슨 스피커 덕분이다. 스테이에 흐르는 음악은 공간에 대한 경계심을 금방 풀게 한다. 처음 방문하지만 마치 이전에 온 적이 있는 듯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충분한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아파트먼트풀의 배려가 돋보이는 요소랄까.

ⓒ헤이팝
ⓒ헤이팝

| 조명 

스테이 안에 있는 조명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부쩍 흐른 걸 발견하게 될 테다. 포룸스는 LED 등이 아닌 매입등과 곳곳에 설치된 조명만으로 공간의 밝기를 조절한다. 눈 둘 곳 없이 가득 채워진 방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곳곳의 여백을 따뜻한 빛으로 채우는 포룸스는 투숙객이 안정을 취하기를 바란 듯하다. 에디터가 하룻밤 머문 32호는 주방과 거실, 침실에 다섯 개의 조명이 있었고 조명의 색과 형태는 제각기 달랐다. 달라서 더 조화롭다. 그저 밝기만 책임지는 것이 아닌 내가 머무는 방만을 돋보이게 한다는 걸 직접 묵으면 느낄 수 있을 것.  

ⓒ헤이팝
ⓒ헤이팝
ⓒ아파트먼트풀

| 빈티지 가구

빈티지 가구 스테이인 만큼 가구 이야기를 빼놓으면 섭섭하겠다. 평소에 경험하기 힘든 가구에 앉아보고 가구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포룸스를 재방문할 이유로 충분하다. 아파트먼트풀이 스테이 투숙객에게 당부하는 공지가 하나 있다. 바로 임의로 가구를 옮기지 않는 것.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가구를 배치했기 때문에 해당 가구가 있어야 할 자리는 정해져 있다. 조용한 스테이에서 같은 자리에 머무는 가구를 응시하고만 있어도 멀게만 느껴졌던 빈티지 가구가 한층 친근하게 느껴질 테다. 어느새 원오디너리맨션과 아파트먼트풀 마켓에서 가구를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김지민 기자

자료 제공 및 취재 협조 아파트먼트풀 

장소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포룸스(4RMS)
주소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117번가길 219 3F~4F
기획자/디렉터
원오디너리맨션, 아파트먼트풀
김지민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다. 보고 느낀 이야기로 콘텐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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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Stay] 4. 부산 달맞이 고개에서 잠시 숨 고르는, 아파트먼트풀 스테이 포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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