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브랜드 더샘이 지난 6월 2주간 진행한 팝업 〈(I AM) THE SAEM〉은 약 1만 3천 명이 방문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방문자의 만족과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 상승을 동시에 이뤄낸 이 팝업은 어떻게 기획됐을까? 이 팝업을 총괄한 권민재 팀키도 디렉터와 팝업 공간의 인테리어·익스테리어를 담당한 안효훈 와비사비서울 디렉터를 만나 팝업 기획과 운영에 관해 물었다.
Interview with 권민재 팀키도 디렉터·안효훈 와비사비서울 디렉터
팀키도 광고와 비주얼 디렉팅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와비사비서울 상공간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다.
— 더샘의 팝업을 작업한 배경은 무엇인가?
권민재 나는 광고, 비주얼 디렉팅, 브랜딩 일을 오래 해 왔다. 특히 시몬스의 광고 비주얼 디렉터로 10년 정도 일하고 있다. 특정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그 일에 적합한 파트너들을 모아 팀을 구성해 운영한다. 현재 더샘이라는 브랜드를 보다 젊은 이미지로 리뉴얼하는 작업 의뢰를 받고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더샘이 새로워졌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방법으로 팝업을 떠올렸다. 리브랜딩 작업의 일환으로 팝업을 구상한 셈이다.
— 그렇다면 이번 팝업의 가장 큰 목표는 더샘이라는 브랜드가 새로워졌음을 알리는 것이었나.
권민재 그렇기는 하지만 모든 마케팅 활동은 결국 매출을 내는 데 목적이 있다. 팝업스토어 역시 당장 매출을 일으키지는 않더라도,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해서 미래의 매출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그러려면 팝업으로는 고객에게 브랜드를 확실히 경험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목적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 실제 더샘 팝업에서는 브랜드를 확실히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돋보였다. 자신의 피부를 진단해 알맞은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뷰티에 관심이 많은 고객에게는 재미와 실용성을 모두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권민재 나는 팝업 기획과 운영이 처음이다. 팝업 기획을 하면서 염두에 둔 생각은 ‘팝업을 위한 팝업’은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요즘 팝업이 너무 많다 보니 너도나도 뭔가 재미있고 새롭고 튀는 요소를 넣으려고 하는 듯하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브랜드와 관련 없는 프로그램은 넣지 않고 고객이 제품을 경험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 내가 팝업 기획을 처음 해본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뭔가 다르고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웃음)
— 또 립, 치크 등 컬러 메이크업 제품을 테스팅해 보고 맘에 든 제품 3종을 5천 원에 살 수 있는 프로그램도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데다, 자연스레 구매로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제품 3종에 5천 원이었으니 브랜드 입장에선 이윤이 남지 않는 가격 책정이었을 것이다.
권민재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한다는 목표에 집중했기에 브랜드 측에서도 제품을 과감하게 지원했다. 짚은 대로 정말 저렴한 가격 책정이었으므로 판매량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했다.
— 5천 원이라는 금액을 책정하고, 이로써 발생한 매출을 유기 동물 복지 증진을 위해 동물자유연대에 기부했다.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권민재 그냥 제품을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내가 특정한 액션을 해서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얻은 경험을 더 오래 기억한다. 제품을 제공하더라도 피부 진단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한 것, 소액이나마 가격을 책정한 것, 새 제품을 받으려면 자신이 쓰던 제품을 가져오게 한 것이 모두 그런 이유에서다. 또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한 만큼 이 팝업으로 엄청나게 큰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 매출로 ESG 활동을 하는 것이 브랜드 포지셔닝에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동물자유연대에 전액 기부한 배경이다.
— 자신의 소비가 의미 있는 일에 쓰인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에게도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 준다. 브랜드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할 것이다.
권민재 이런 장치를 통해 소비자는 제품도 사고 기부도 하고 기분도 좋아진다. (웃음)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선택이었다. 환경과 동물 보호는 많은 사람들, 특히 MZ 세대라면 대부분 중요하게 여기며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슈다. 마케팅 관점으로 보면, 매출을 동물보호를 위해 기부한다는 사실이 바이럴을 일으킬 수 있는 재료가 된다.
— 이번 팝업명은 〈(I AM) THE SAEM〉이었다.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권민재 브랜드의 해석은 나와 다를 수 있겠으나, 애초에 생각한 의미는 단순했다. ‘나는 더샘을 쓰는 사람이야.’ 뷰티 브랜드가 현학적인 이야기를 하면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효능을 명확히 밝히거나 콘셉트가 직관적인 편이 훨씬 유효하다고 본다. 또 뷰티 브랜드의 홍보에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크다. 그래서 인플루언서들을 섭외해 ‘아이엠 더샘’이라는 문구에 맞는 촬영을 진행했고 포스터 등으로 활용했다. 팝업스토어에 인플루언서를 초청하는 인비테이션도 실제로 쓸모 있으면서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준비하려고 골몰했다. 거울에 인플루언서 이름과 더샘 브랜드명을 새겨서 보냈다. 뷰티 인플루언서들의 릴스나 유튜브 영상을 보니, 그들은 보통 예쁜 거울을 앞에 두고 메이크업을 하더라.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예쁜 거울이라면 더 잘 사용해 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했다. 자연스레 브랜드명도 노출되기를 기대했다.
— 팝업 공간의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입장하면 정원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각각 테이크아웃 카페 부스, 제품 체험 공간이 마련된 형태였다.
안효훈 사람들이 들어왔을 때 편안함을 느끼기를 바랐다. 나의 경우 팝업에 가서 민망한 순간이 잦았다. 뭘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방문자가 민망함을 느끼지 않게 동선을 세심히 짜려고 했다. 파트를 명확히 나누고 입장하는 순간부터 프로모터들의 안내에 따라 움직이도록 계획했다. 또 각 구역이 붙어 있으면 입장 손님과 퇴장 손님의 동선이 겹칠 우려가 있었기에, 콘텐츠 공간과 카페를 마주 보는 형태로 배치했다.
— 파도식물과 협업한 정원 조경이 아름다웠다. 더샘 팝업의 정원은 팝업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포토존 이상의 기능을 하는 공간이었다. 방문한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도심 속 정원 같았달까.
안효훈 기획 단계에서부터 독일 베를린의 편집숍 부스토어(Voo Store)를 떠올렸다. 건물 중앙에 정원이 있는 형태인데, 이 팝업이 열리는 공간에서도 그런 형태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성수동은 공장 단지다. 이런 동네에서 식물이 있는 정원이라면 신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듯했다. 실제로 방문자 반응이 무척 좋아 체류 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 정원에는 LED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다. 그 스크린에서는 더샘 제품과 인물이 함께 나오는 영상이 재생됐다. 야외 공간에 스크린을 설치한 이유가 있나?
권민재 정원을 식물로만 꾸미자니 뭔가 아쉬웠다. 힙하거나 독특한 분위기를 더하고 싶었다. 스크린이 있다면 이 공간이 극장처럼 보이기도 하고, 좀 다른 공간으로 느껴질 것 같았다. 이 스크린으로 상영할 영상을 따로 촬영했고 스크린을 두는 위치도 섬세하게 조율했다.
— 팝업에서는 카페 오푸(OAFU)와 협업한 디저트와 음료를 맛볼 수 있었다. 특히 디저트는 더샘의 컨실러 제품을 꼭 닮은 형태여서 재미있었다. 음료와 디저트를 팝업의 한 요소로서 들인 이유가 궁금하다.
권민재 컨실러라는 품목을 또 다른 콘텐츠로 풀어내기란 보통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더샘의 트리플 팟 컨실러는 좀 달랐다. 동그란 원판 형태에 색깔도 세 가지로 구성돼 있어서 흥미롭게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공간 경험이 즐거워지려면 먹고 마시고 놀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봤고, 그래서 카페 공간을 구상하게 됐다. 나는 디저트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오푸라는 좋은 파트너가 있었다. 파트너와 머리를 맞대고 김밥 형태로도 만들어 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거쳐 완성했다. 음료 메뉴로는 피치우롱, 자몽허니 에이드를 준비했는데, 이 역시 더샘의 동명 틴트 제품에서 착안한 것이다. 제품과 디저트의 공통점이 확실했기 때문에 바이럴이 일어났다.
— 콘텐츠는 물론이고 공간의 실내 마감, 조경, 디저트 퀄리티, 굿즈 퀄리티, 스태프의 서비스까지 수준이 높았다. 예산이 한정돼 있었을 텐데 어떻게 가능했나?
권민재 나는 프로젝트를 맡으면 알맞은 파트너들을 찾아 유니온 팀을 꾸려 움직인다. 외주를 주는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당연히 예산은 정해져 있으니 견적을 최대한 정확하게 짠다. 파트너들이 많이 타협하지 않아도 되는,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견적을 짜놓고 그 외 세이브 가능한 부분은 확실히 세이브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 두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비용을 줄이라는 말을 안 하게 된다. 나는 신(神)은 디테일에 있다고 믿는다. (웃음) 비용을 줄이라는 말을 계속하게 되면 디테일은 무너진다. 팝업뿐 아니라 모든 프로젝트가 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 알맞은 곳에 매칭해서 좋은 퀄리티를 만드는 것이 나의 방식이다.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라든지, 혼자만 잘해서 되는 일은 별로 없다. 각자 역할을 잘했기 때문에 일이 잘 이뤄졌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 팝업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권민재 우선 2주간 1만 3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왔다. 초기엔 온라인 사전 예약 노쇼가 꽤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노쇼가 거의 없었다. 현장 예약도 매일 빠르게 마감됐다. 방문자 리뷰를 수집해 보니 공간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이 더샘이 그 더샘이야?’ 하는 반응도 적지 않아서 리브랜딩의 일환으로서도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글 김유영 기자
사진 이신영 콘텐츠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