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강민영 롯데웰푸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대리
최원석 프로젝트렌트 대표
ㅡ 2022년 4월 선보인 가나 초콜릿 하우스 시즌1이 팝업으로서도 성공했고 업계에도 많이 회자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팝업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강민영(이하, 강): 가나 초콜릿은 우리나라 국민의 약 90%가 아실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제품이에요. 하지만 어릴 적 먹던 ‘간식’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있다는 점이 풀어야 할 숙제였어요. 우선 가나 초콜릿이 디저트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활동이 필요했습니다. 가나 초콜릿은 소비자에게 점차 고급화 포지셔닝을 하려고 하는데 그 실체를 디저트로 풀어낸 것이지요. 기존 진행하던 광고만으로는 제품의 매력에 대해 보여주는 게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나 초콜릿은 이런 디저트야’라는 것을 소비자에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ㅡ 18세기 런던 초콜릿 하우스를 모티브로 콘셉트를 정한 점이 재밌습니다. 초콜릿 공장도 아닌 하우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최원석 (이하, 최): 기획 단계에서 고민한 부분 중 하나는 ‘우리나라 사람이 초콜릿을 제대로 즐겨본 적이 있을까’였습니다. ‘과자’의 영역에서 먹은 기억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진짜 맛있는 초콜릿을 즐기는 경험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서울에 카페가 약 3만 개 있는데 핫 초콜릿을 제대로 만드는 곳은 100개가 채 안 될 거예요. 그만큼 초콜릿을 사거나 먹는 경험이 적다는 이야기겠죠. 그래서 일단 즐길 수 있는 영역이 더 많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과거 초콜릿은 상류층이 즐기는 특별한 기호품이었고 초콜릿 하우스는 일종의 커뮤니티이자 살롱의 공간이었어요. 과자의 영역에서 디저트로의 변신을 보여주기에 초콜릿 하우스가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이었지요.
ㅡ 공간의 타깃은 어떤 고객이었나요?
강: 2030 세대를 타깃으로 했습니다. 기존 가나 초콜릿의 고객들은 주로 예전 TV-CF를 기억하는 세대가 많아요.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2030세대를 직접 만나 조금 더 프리미엄 디저트로서의 인식을 주고자 했습니다.
최: 팝업의 주요 소비층이 2030 세대이기도 해요. 하지만 가나 초콜릿은 50년 된 역사를 가진 브랜드잖아요. 기존 고객 역시 2030 때부터 가나 초콜릿을 드셔 온 거고요. 재미있는 건 이번 팝업스토어의 연령층은 정말 다양하다는 거예요. 오픈 첫날, 노부부는 물론 아기를 데리고 온 엄마, 가족 등 다양한 분들이 찾아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ㅡ 시즌1 때 2만 명이나 방문했다고 하는데, 어떤 점이 성공 포인트라고 보시나요?
강: 강: 사실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지리적으로는 정말 유동인구가 적은 성수동 뚝또시장 옆 한적한 동네의 한 가운데 있었고 당시에는 엔데믹이 올지도 몰랐거든요. 하지만 저희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담으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장소가 필요했고, 지리적 악조건을 브랜드가 가진 힘으로 이겨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내심 ‘사람들이 여기까지 팝업을 보러 올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나중에는 줄까지 서야 할 정도로 많은 분이 찾아오셨어요. 초콜릿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공간인만큼 초콜릿을 즐기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공간은 처음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인테리어부터 디저트, 음료, 굿즈까지 공간 안에 모든 것이 가나 초콜릿과 관련된 것이었으니까요.
ㅡ 브랜드 메시지가 명확했다는 점이 통한 것 같네요. 그리고 ‘하우스’라는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서 넓은 공간을 선택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고요.
강: 네, 처음 팝업을 기획할 때 고객들이 체류하는 시간을 1시간 이상으로 목표를 잡았거든요.
ㅡ 한 시간이요? 팝업은 보통 길어야 5분 정도 있다 나가지 않나요.
강: 팝업은 한번 쓱 둘러보고 기념품 하나 받아 가면 끝이라는 인식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일방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정보만 전달하거나 신제품 샘플링만 하면 상호소통이 되지 않으니까요. 또 디저트를 제대로 보여주려면 앉아서 취식도 해보고 직접 만들어보고 향도 맡아봐야 하니까요. 제대로 경험을 만끽하려면 공간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야 하고, 그러려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여러 프로그램을 넣는 것이 가능했어요.
최: 고객들은 대부분의 팝업을 세트장 같다고 느껴요. 내가 어필하고 싶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서 짠하고 보여주는 거죠. 그런데 가나 초콜릿 하우스는 겉으로 보이는 모든 F&B 시설이 실제로 가동 가능하죠. 소비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주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만드는 사람은 굉장히 힘든 일이기도 해요. 농담으로 저희끼리 일 년에 한 번씩 다이어트 한다고 얘기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라도 좋은 경험을 제대로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큰 건데요. 여기서는 공짜로 나눠주는 건 일절 없어요. 모든 디저트와 음료는 직접 돈을 지불해야합니다. 대신 팝업이기 때문에 굉장히 높은 퀄리티의 파인 디저트를 합리적인 가격에 접해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예약제로 운영하는 쁘띠 디저트 세트 역시 일반 디저트 숍에서는 상당히 고가인 메뉴들이고요. 부산에서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초콜릿과 페어링하면서 그 묘미를 알아가는 코스를 만들었죠.
ㅡ 프로젝트 렌트도 워낙 팝업의 강자이고, 롯데웰푸드도 팝업을 다수 진행해 왔는데요. 내부적으로 팝업의 성공 기준을 무엇으로 보는지 궁금했습니다.
강: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식도의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 매년 ‘가나 초콜릿을 디저트로 인식하는 동의도’를 조사하고 있고 목표했던 수치 이상 달성했어요. 그 외 바이럴 수치도나 정성적인 피드백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최: 렌트 역시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툴이 몇 가지 있는데, 브랜드 인지도 변화, 기존 인식 변화 그리고 재방문 희망율, 체류 시간과 구매 전환율을 합해 복합적으로 분석해요. 가나 초콜릿 하우스의 경우 특성상 구매 전환율이 95% 이상 됩니다. 인간의 경험이라는 건 소비를 하는 순간 완성되거든요. 쉽게 말씀드리면 썸타는 것과 사귀는 것의 차이랄까요. 매력적인 브랜드더라도 결국 구매 전환이 낮으면 그만큼 관계도가 낮다는 이야기예요.
ㅡ 이듬해 가나 초콜릿 하우스 시즌 2는 부산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낮과 밤’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적용한 점이 눈에 띄더라고요.
강: 똑같은 걸 장소나 지역만 다르게 해서 또 오픈하는 건 그렇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때 2030세대가 혼자 혹은 누군가와 함께 위스키 바에 앉아 고급 싱글몰트를 한 잔씩 먹는 행태가 언더에서 조금씩 유행이 되기도 했고요. 또 시즌1을 운영하면서 술과 함께 페어링 하면 좋겠다는 방문객들의 피드백도 더해져서 시즌2 때는 정말 ‘몰트 바’로 기획해보자고 의견이 좁혀졌죠. 그렇게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가 되는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최: 시즌2의 핵심은 고급화의 스테이지를 또 한 번 바꾸는 거였어요. 이미 고객들의 인식에 가나 초콜릿 하우스가 디저트 경험을 주는 곳이라는 것은 인식이 되었거든요. 더 나아가 위스키와도 어울리는 어른의 디저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거죠. 포인트가 바뀌든 메시지가 바뀌든 항상 새롭지 않으면 중간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강: 부산을 선택한 이유에는 ‘커피 도시’라는 이유도 있어요. 부산에는 유명한 로스터리 브랜드도 많고 커피가 맛있으면 그만큼 베이커리도 발전하게 되거든요. 카페 거리가 있는 전포동에 팝업을 오픈해 오가는 유동인구에게 가나 초콜릿을 어필해 보고자 했지요. 부산 지역의 유명한 모모스커피, 레망파티쓰리, 모루비, 피켄드와 협업하여 디저트와 커피를 선보였습니다.
ㅡ 시즌 3를 기획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강: 지난 시즌 때 가장 목표했던 고객들의 체류 시간은 이제 확실히 보증이 되었어요. 보통 방문 후 기본 1시간에서 2시간까지 머물다 가시거든요. 이번 시즌에는 방문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고자 했어요. 보통 갔던 곳을 재방문 하려면 메뉴가 다양해서 못 먹어본 메뉴 생각이 난다거나 아니면 다음 방문 때 새롭게 볼 수 있는 게 있어야 되거든요. 팝업 기간은 한 달인데, 주마다 사계절 별로 콘셉트와 디저트를 달리 구성해서 매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기획했지요.
ㅡ 가나 초콜릿 하우스의 특징 중 하나로 저는 ‘협업의 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루하루부터 케익바, 스트럿커피까지.. 전국 유명 셰프와 바리스타가 총출동했더라고요.
최: 협업이라는 일의 본질을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대기업들이 협업을 해도 그 브랜드를 내세우는 걸 두려워할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가나 초콜릿은 다른 영역에 있는 협업자와 충분히 윈윈할 수 있는 브랜드였던 점이 가장 컸어요. 일종의 아티스트 협업처럼 메뉴 창작에 필요한 초콜릿 원료도 풍족하게 제공해 주었고요. 시즌 1 때부터 좋은 사례가 쌓이다보니 브랜드에 제안을 할 때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봐주세요.
ㅡ 150평의 공간을 거대한 초콜릿 하우스로 변신시켰는데, 공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최: 결국 팝업이라는 건 일종의 판타지같은 공간인 것 같아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매일 갈 수 있다면 그다지 매력이 없잖아요.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환상을 충족시키는 공간과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고급스러움 사이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했어요. 무엇보다 초콜릿 하우스라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고요. 롯데웰푸드와 함께 콘셉트 확정과 인테리어, 서비스를 직접 컨트롤하여 하나의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죠.
ㅡ 앞으로 다른 프로젝트나 계획이 있다면?
강: 내년이 가나 초콜릿 출시 50주년의 해이기도 해서 ‘프리미엄 디저트 초콜릿’ 포지셔닝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들을 전개해 나갈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가나 초콜릿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TPO
최원석 대표가 영감을 얻는 공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들이 정말 많지만 도쿄 오모테산도에 있는 티 하우스인 ‘사쿠라이 재패니즈 티 익스피리언스(Sakurai Japanese Tea Experience)’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히가시야 긴자, 야쿠모사료로 유명한 오가타 신이치로의 디자인 스튜디오, 심플리시티가 만든 공간인데요. 이곳에서 저는 서비스 기반 콘텐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어떤 서비스든 그 의도가 잘 느껴진다는게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만든 이의 의도를 온전히 잘 전달하는 매개체란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디자인이 될 수도 있는데요. 저에게는 그것들이 영감을 받는 순간인 것 같아요.
TPO
롯데웰푸드 강민영 대리가 위안을 얻는 공간
사색에 잠기고 싶을 때 연희동에 위치한 카페, 푸어링아웃에 들립니다.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19호실’이 필요할 때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거든요.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면 곧바로 공간을 가득 채우며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어두운 우드 톤 인테리어는 마음에 안정감을 주고, 웅장하게 흘러나오는 내 취향의 신청곡을 듣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집니다. 머리도 한 번씩 비워줘야 다시 채울 수 있기에 생각을 비우고 싶을 때 자주 들리는 곳이에요.
*3편으로 이어집니다.
글 | 이소진 수석기자
사진 | 이명수 (아프로이 스튜디오)
사진 제공 및 협조 | 롯데웰푸드, 프로젝트렌트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성공 팝업 공식 만든 가나 초콜릿 하우스
: file no.1 : 진한 사계절의 맛
: file no.2 : 성수동 팝업은 가나의 전과 후로 나뉜다
: file no.3 : 성수동과 부산을 넘어 도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