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7

송지오 하우스가 도산에 세운 블랙 큐브, 갤러리 느와 ②

: file no.2 : 지키면서 성장하기

송재우 대표가 송지오 인터내셔널의 대표가 된 것은 2018년이다. 패션을 학교에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송지오라는 큰 디자이너의 아들로 자란 그에게 패션이란 공기와 같은 것이었다. 송재우 대표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인 송지오의 디자인과 예술적 자산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도약시킨다는 꿈을 품었다. 갤러리 느와 오픈은 그 꿈을 이룰 중요한 단계 중 하나다.

송재우 송지오 인터내셔널 대표·크리에이티브 디렉터

Interview with 송재우 송지오 인터내셔널 대표·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랑스 에콜 자닌 마뉘엘 졸업 후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미술사를 공부했다. 송지오를 한국, 나아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패션 하우스로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갤러리 느와는 플래그십 스토어일 뿐 아니라 현대미술 갤러리이기도 합니다. 스토어이자 갤러리인 공간을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요?

이곳에 방문하는 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고민해 봤어요. 카페처럼 편안하게 쉬는 공간도 좋지만, 조금 더 진지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영감을 얻거나 사색할 수 있는 공간 말이죠. 그래서 갤러리를 떠올렸습니다. 예술은 송지오의 중요한 정체성이기도 하고요.

공간의 건축 디자인 총괄을 맡았죠. 퍽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을 텐데요, 직접 진행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송지오의 첫 매장부터 지금까지, 모든 매장 디자인을 늘 제가 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또 송지오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무래도 저희가 가장 잘 알고 있겠죠. 직접 디자인해야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초반에는 저도 많이 부족했는데 매장 80여 곳을 직접 디자인하다 보니 경험이 쌓인 듯합니다.

직선과 곡선이 두드러지는 공간. 고전미와 웅장함이 느껴지는 기둥이 공간에 무게를 부여한다.

이곳에는 평소 송지오의 옷에 많이 사용되는 디자인 요소를 여럿 반영했다고요. 패션 디자인의 요소들이 건축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요.

2층 복도 쪽 콘크리트에는 기다란 홈이 파여 있어요. 저희 옷에 많이 사용하는 슬릿(slit) 디테일에서 착안한 거죠. 2층 공간은 좁고 긴 형태인데요, 자칫하면 답답한 느낌이 들 수 있어서 오래 고민했어요. 복도 쪽 벽을 수직으로 세우지 않고 사선으로 기울여 1층과 연결되는 느낌이 들게 했어요. 벽을 완전히 막지 않고 중간중간에 홈을 파서 1층이 보이도록 했고요. 또 공간 전체에 조명을 활용해 부각되는 영역과 그림자가 지는 영역을 확실하게 보이게 했어요. 입체감을 주기 위해서죠. 옷을 디자인하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를 건축적으로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면의 마네킹 위로 사선으로 기울인 2층 벽이 보인다.
2층 벽의 디테일. 슬릿처럼 홈을 파 2층에서도 1층의 모습이 보이도록 했다.

공간 곳곳에 송지오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유화며 드로잉이 걸려 있어요. 현재는 조기석 사진가와 협업한 컬렉션의 사진 작품과 미디어 아트도 전시돼 있죠. 3층에서는 스튜디오 신유의 전시가 열리고요. 앞서 말한 대로, ‘예술’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송지오라는 브랜드에 예술이란 무엇인지 더 들려줄 수 있나요?

엄청나게 특별한 무언가라기보다는 그저 자연스러운 것이에요. 순수한 아트 작업을 이어 나가는 것이 오히려 저희 일의 순수성을 지켜주기도 하고요. 한결같이 저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극대화해서 보여줘 왔다는 사실이 결국 지금 라인을 다양화하고 더 많은 시도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소비자들의 취향이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지면서, 저희가 확고하게 구축해 온 스타일을 선호하는 분도 늘어났거든요.

송지오 디자이너의 드로잉
지하 1층에는 미디어 아트 월이 설치됐다.
지하 1층에는 미디어 아트 월이 설치됐다.
2층, 행거를 받치는 면은 검은색 캔버스를 형상화한 것이다.

전개하는 라인과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면서, 송지오의 중심 정체성을 좋아하는 새로운 분들이 유입되었으리라 생각해요. 이러한 변화가 브랜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보다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활동을 강화하는 일이 원래 하던 작업에 자칫 방해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하기도 했는데요. 오히려 새로운 동력이 돼요. 상업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비슷한 것, 하던 것만 계속해서 하게 될 위험이 있거든요. 그런데 상업 활동을 강화하면서 사람들의 니즈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물론 저희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지만, 그 안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 보려고 노력하게 되어서 컬렉션 작업을 할 때도 좋은 영향을 받아요.

특히 이번 공간을 오픈하면서, ‘갤러리 느와’라는 이름으로 예술과 패션을 결합한 아트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어떤 일들을 도모하려 해요?

시작 단계라 아직 브랜드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웃음) 그저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엽서나 키링, 퍼즐이나 향초, 연필과 공책처럼 일상적인 물건들에 우리의 감성을 녹여내고 싶기도 했죠.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협업할 수도 있고요.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라인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네요.

엽서와 향초

이번 공간 오픈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특히 오는 9월쯤 프랑스 파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다고 들었어요.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는 어떤 모습일지 귀띔해 줄 수 있을까요?

갤러리 느와와 닮은 부분이 많아요. 사용한 자재나 디자인 면에서 그렇죠. 그런데 파리는 서울에 비해 건축 관련 규제가 엄격해요. 저희가 공사 중인 건물은 18세기 초에 지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지켜야 할 조건과 건드려선 안 되는 영역이 많아요. 처음엔 조금 힘들었어요. 저희가 표현하고 싶은 모양이 있는데 첫 기획대로 구현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면서, 제약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풀어내다 보니 오히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와는 다른 매력을 품은 공간이 완성되어 가고 있어요.

디렉터님은 송지오라는 브랜드의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싶다는 뜻을 자주 밝혀 왔죠. 여성복 론칭뿐 아니라 잡화 등으로 영역을 다각화하겠다는 말씀이었는데요. 브랜드가 다루는 영역을 넓힌다는 것은, 송지오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저희가 쌓아 온 디자인 자산은 쭉 풍성했어요. 그 자산을 보다 오래도록 유지하거나 더 널리 알리려면, 브랜드의 상업성을 높여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먼저였어요. 저희는 커머셜 시장 확보를 위한 활동을 비교적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브랜드 성장을 위해서 영역을 넓히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고객층을 넓히려면 브랜드의 라인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또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느낀 것이 있어요. 아무리 좋은 상품이 새로 나오더라도, 이 상품을 사람들이 인지하기까지는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거예요. 최대한 많이 벌려놓고, 시작해놓은 다음에도 사람들이 좋아해 주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한 거죠. 이왕 신발, 가방, 쥬얼리를 하게 될 날이 올 거라면 빨리 시작하자, 라고 생각하고 있죠. 새로운 걸 꾸준히 만드는 일이 저희를 끊임없이 환기하기도 하고요.

지난해 송지오는 30주년을 맞았습니다. 한국 패션계에 귀한 자취를 남기며 역사를 만들고 있어요. 30년을 이어오는 동안, 여전한 것과 달라진 것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제가 30년 역사를 전부 함께한 것은 아니어서 비교하기는 어려워요. (웃음) 다만 오래도록 정체성을 잘 유지해 온 브랜드의 장점은 무언가를 했을 때, 그 일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다는 거예요.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전에 하지 않던 시도를 해보더라도, 이제까지 지켜온 심지가 있기 때문에 믿어주는 거죠. 감사한 일이에요.

가까운 미래에 이루고 싶은 일은 뭔가요?

우선 프랑스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잘 오픈하는 것이고요. 내년에는 미국 플래그십 스토어를 무사히 열고 싶어요. 또 여성복 라인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한편, 서브 브랜드인 지오송지오를 보다 고급화할 계획이에요. 특히 남성복의 기본인 수트 아이템들을 부각할 예정입니다.

송재우 디렉터가 조기석 포토그래퍼와 협업한 컬렉션 사진 앞에 섰다.
TPO

송재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환기한 공간

일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최근에 들른 공간이 많지는 않아요. 아, 몇 달 전에 갔던 제주도에서 우연히 슬로보트라는 카페에 머물렀어요. 바닷가에 있는 카페였는데,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개방감이 느껴지더군요. 특히 그곳에 있는 사진집들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패션 사진, 아트 사진 할 것 없이 귀한 책들이 잔뜩 쌓여 있었죠. 그때 본 사진들을 서울에 돌아와서도 종종 떠올렸습니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김유영 기자

사진 강현욱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송지오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송지오 하우스가 도산에 세운 블랙 큐브, 갤러리 느와

      : file no.1 : 패션과 예술이 공존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 : file no.2 : 지키면서 성장하기

      : file no.3 : 송지오의 중요한 순간

프로젝트
[Post-It] 갤러리 느와
장소
갤러리 느와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2길 54
시간
11:00~20:00
기획자/디렉터
기획 | 송지오, 시공사 | 창조플랜, 건축주 | 송지오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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