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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년 된 관사에서 즐기는 차 한 잔, 소제예찬1927 ②

: file no.2 : 단 하나의 신(Scene)을 위하여

소제예찬1927은 여러 브랜드의 팝업을 성공적으로 기획한 프로젝트 렌트와 한국의 전통차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티 컬렉티브가 협업하여 기획한 공간이다. 프로젝트 렌트의 남다른 기획력과 티 컬렉티브의 제품력이 만나 일으킨 시너지 효과는 차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Interview with

김지수 티 컬렉티브 브랜드 매니저 ·
최원석 프로젝트렌트 대표
티 컬렉티브의 김지수 브랜드 매니저와 프로젝트 렌트의 최원석 대표

─ 소제예찬1927이 탄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최원석(이하 최) 관사16호를 새로운 용도로 살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어요. 서울과 대전은 거리가 있어서 고민했지만, 건물을 보고 여기에 티룸을 열면 아름답겠다는 생각에 수락했습니다. 사실 관사16호는 콘텐츠를 채우기 어려운 건물이고, 차라는 아이템 역시 의미 있는 경험으로 완성되려면 작은 조각까지 온전하게 완성되지 않으면 힘들어요. 그럼에도 지금, 이 건물이 아니면 제대로 차를 다룰 수 없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죠. 

 

─ 소제예찬1927이 있는 관사16호는 원래 다른 용도로 활용된 건물이었죠. 

이 건물이 가진 역사와 이야기가 좋아서 선택한 거라 큰 욕심 없이 천천히 성장하면서 오래가는 콘텐츠를 채워보자고 생각했어요. 땅과 어울리는 콘텐츠를 넣어야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이곳은 갑자기 한 방에 뜨는 콘텐츠가 어울리지 않고, 규모도 작아요. 

─ 티 컬렉티브와 협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냉정하게 말하면 현재 국내 차 시장의 규모는 작아요. 이제 막 관심을 가지고 익숙해지는 단계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알려진 브랜드와 함께 하고 싶었어요. 마침 티 컬렉티브는 홈 케어 라인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소제예찬1927을 벗어나도 차를 기억하고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차를 제대로 즐기려면 다기가 갖춰져야 하는데 다도가 취미가 아닌 이상 집에서 그렇게 즐기긴 어렵죠. 그렇다면 집이라는 공간의 맥락에 맞게 차를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상품을 가진 브랜드와 함께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었어요. 

김지수(이하 김) 티 컬렉티브는 차를 매개로 사람들이 화합을 이루고 휴식도 얻기를 바라는 브랜드로, 이름에 ‘컬렉티브(collective: 집단의, 공동의)’라는 단어를 사용할 정도죠.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이 차를 가볍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어요. 한국 로컬 차의 효능에서 영감받은 셀프케어 및 웰니스 제품 라인을 추가하여 차를 바탕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나아가려고 하고요. 

 

─ 소제예찬1927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티룸이 아니라 차에 관한 인식을 넓혀주는 곳이네요. 

차를 마시는 것만으론 경험의 확장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어떤 지역에 들어갈 때,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어떨 때는 좋은 브랜드와 협업해서 그 땅에 맞게 다른 형태로 가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소제예찬 1927은 우리가 발굴하고 기획한 좋은 콘텐츠를 다른 지역으로 전파하는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죠.  

─ 티 컬렉티브는 처음 협업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요? 

최 대표님께서 관사16호를 살리기 위해 어떤 공간을 기획하고 있는지를 말씀해 주셨는데 매력적이었어요. 소제예찬1927에 담긴 의미가 로컬 차 농장과 협업하는 티 컬렉티브의 방향과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특히 관사16호가 과거와 현대의 감성이 조화된 공간이어서 한국 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브랜드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에 더 좋았어요. 

 

─ 대전에 티 컬렉티브를 알리는 계기도 되고요. 

마침 고객이 우리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오프라인 접점이 필요했어요. 저희 제품은 직접 향을 맡아보고 맛을 보며 사용해 봐야 진정한 매력을 알 수 있거든요. 그래서 오프라인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소제예찬1927과 같은 공간이라면 좋은 기회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죠. 

 

─ 티 컬렉티브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티 컬렉티브의 시그니처 차인 아르테미스를 비롯하여 저희가 생산하는 티 제품을 제공하고 있어요. 소제예찬1927의 티 소믈리에가 자체적으로 블렌딩한 차와 메뉴는 대부분 티 컬렉티브의 차로 만들어지고 있죠. 때에 따라 차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 계절에 어울리는 차를 제안하기도 해요. 이외에 티 컬렉티브의 홈 케어 제품과 차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 소제예찬1927의 매력포인트는 어디인가요? 

유리창을 다 열고 마당을 바라보면서 차를 마실 때요. 해가 질 무렵, 바람을 만끽하면서 차를 마시는 순간이야말로 소제예찬1927 경험을 완성시키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차를 마시는 다실이 좋아요. 이 공간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흔치 않아서 더 특별한 것 같아요. 

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Scene)을 완성하고 싶어요. 다도란 차라는 문화를 우아하게 즐기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상황을 조성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공간이 맥락을 완성할 때, 차를 더 매력적으로 즐길 수 있어요. 그래서 주변 환경, 즉 ‘씬’이 중요하다고 봐요. 

 

─ 그렇다면 많은 아이템 중 차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콘텐츠라는 건, 공간을 이루는 요소 하나, 하나가 연동되어 이뤄진 복합체와 같아요. 티룸이기에 티 플레이트와 클래스는 당연히 해야 하고, 마당에서 열리는 다회는 운영이 안정되면 진행하려고 해요. 이곳처럼 힘이 강한 공간은 어울리는 콘텐츠를 한 번에 찾기 힘들어요. 그래서 지금도 조금씩 실험하면서 콘텐츠를 찾고 있고, 어떤 콘텐츠와 제품을 확보해서 가져올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 편집숍처럼 선별한 브랜드의 제품과 공예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더라고요. 

다기를 고르라고 하면 예쁘고 비싸서 어렵게 느껴지고 왠지 곱게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느낄 때가 있어요. 반면에 소제예찬1927에서 소개하는 브랜드는 가성비가 좋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선정하려고 해요. 지금 판매 중인 아이자와라는 브랜드는 지역민들이 제품을 수작업으로 만드는 일본의 로컬 브랜드로, 우연히 츠타야 서점에 갔다가 발견했어요. 얼마 전, 일본 북쪽의 큰 지진이 났을 때 아이자와도 타격을 입어서 현재 제품 생산이 많이 안 된다고 해요. 나중엔 더 많은 브랜드와 제품을 선정해서 벽면 하나를 차지하는 진열대를 팝업존으로 운영할 계획도 하고 있어요. 

─ 지금 판매하는 티 컬렉티브의 차와 홈 케어 제품은 기념품처럼 구매할 것 같아요. 

차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홈 케어 제품을 개발할 때도 차의 향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브랜드 무드를 살리기 위해 쑥과 로즈메리 향을 베이스로 한 아르테미아 라인과 유자와 깻잎을 블렌딩한 주노스 라인을 개발하고, 모든 제품을 비건으로 만들었어요. 덕분에 차를 마셨을 때의 기분을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곧 룸스프레이와 샤쉐(Sachet, 향 주머니)도 출시할 예정이에요. 

 

─ 한편 차라고 하면 다기가 중요한데, 소제예찬1927의 시그니처 다구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이준호 작가와 협업하여 시그니처 다구를 제작하고 있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한국의 차 문화는 중국, 일본과 달리 형태를 부여하지 않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관계와 맥락이 완성한다는 정신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뚜렷하게 기억되는 형태가 없어 기물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 소제예찬1927만의 특별한 경험이라고 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간이라서 들어올 때부터 건물의 역사와 의미가 적힌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요. 그런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본다면, 이 공간을 제대로 경험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마당에서 열리는 다회를 멋지게 열어서 소제예찬1927의 다회에 오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으면 해요. 이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 지금 당장으로서는 티 세레모니를 할 때, 통유리창을 열고 마당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다양한 풍경을 즐기고 그 순간을 사랑스러웠다고 기억한다면 충분해요. 

 

─ 맞아요. 매 순간이 기억에 남지 않죠.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찰나가 추억이 되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니까요. 

안타깝게도 그 장면을 고민하지 않은 상업 공간이 많아요. 그건 감성의 영역이 아니라 완성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거든요. 요즘은 기능을 빨리 소비하고 가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공간도 많아요. 그래서 소제예찬1927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게 차를 주문하는 공간과 마시는 공간을 분리해서 직원의 시선을 떨어지게 만들었어요. 덕분에 자리에 앉아 조용히 차를 즐기고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어요. 

 

─ 티 컬렉티브는 소제예찬1927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나요? 

잠을 깨기 위해서 혹은 각성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면, 차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휴식을 위해서 마시죠. 그래서 저희는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이유와 마음을 생각하면서 제품을 개발해요. 특히 홈 케어 제품은 차와 비슷한 향을 맡고 차를 마셨을 때의 여유와 쉼을 계속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소제예찬1927에서 차를 마셨을 때의 기억을 저희 홈 케어 제품을 통해 일상생활에서도 계속 느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을 때, 샤워를 할 때, 쉬려고 누었을 때 등 일상에서 휴식이 필요할 때 저희 제품의 향을 오롯이 느껴주세요. 

─ 소제예찬1927를 기획할 때, 무엇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나요? 

이 공간이 자연스럽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게, 눈에 거슬리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특히 관사16호는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곳이라서 더 까다로웠어요. 

 

─ 이처럼 공간의 힘이 강한 곳에 콘텐츠를 조화롭게 넣을 수 있는 노하우가 궁금하네요. 

전체를 조망하면서 비워내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는 편이에요. 어떤 공간을 기획할 때, 심심하다고 느끼기 직전까지 덜어내고 사람이 들어왔을 때의 완성되는 공간감을 끊임없이 고민해요. 공간은 비로소 사람이 들어왔을 때 완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많은 사람이 로컬 공간과 콘텐츠를 개발할 때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소제예찬1927은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를 가지고 와서 전파하는 방법인데, 이는 어떠한 장점이 있을까요? 

로컬 콘텐츠를 기획할 때는 다른 지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을 전할 수 있느냐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그것이 반드시 그 지역에서만 만들어진 무언가라고 할 수 없어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타지역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주민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느냐’예요. 즉, 로컬의 정체성보다 수요자 입장에서 더 고민하고 판단해야 하고, 그래야 지속 가능한 로컬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요. 소제예찬1927도 차를 마시러 오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마당에서의 차회를 경험하게 해서 오고 싶게 만드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소제호를 상상하며 자연과 함께 하는 차의 완벽한 경험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목표예요. 

 

─ 다회가 성공적으로 완성된다면, 더 하고 싶은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곡차(술)를 즐길 환경을 조성하고 싶어요. 차와 곡차(술)을 번갈아 마시면서 살짝 알딸딸할 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달이 떠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바로 그 순간이 소제예찬1927의 또 다른 완성이 되는 거예요. 

─ 현재 소제예찬1927은 점점 완성해 가는 단계라고 했는데,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나요? 

차는 친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부러 현재 한국인에게 제일 친숙한 차인 커피를 일부러 메뉴에 넣었어요. 대신 차와 비슷하게 커피를 내리고 있죠. 이렇게 천천히 다가가면서 사람들이 차와 친해지고, 이 땅이 가진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TPO

최원석 대표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잘 구현한 공간 

일본 교토 아라시야마에 위치한 아라비카 % 카페토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긴다라는 환상을 완성하는 곳이에요. 커피를 주문하는 순간마저 창밖의 경치즐길 수 있고, 매장을 나와도 주변 자연경관을 방해 없이 볼 수 있 경험이 이어지죠. 그 (Scene)하나로 가장 교토스럽고 멋있는 카페가 된 것 같아요. 어니언 성수도 서울 성수동이라는 맥락을 잘 구현하고 그 지역 타지를 완성하여 아이콘이 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건 아니지만 과한 것 없이 자연스럽게 그곳에 위치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TPO

김지수 매니저에게 힐링이 된 공간

인왕산에 위치한 더숲 초소책방은 50년 된 경찰초소를 카페책방으로 바꾼 공간이에요. 원래 담장에 둘러싸인 폐쇄적인 공간이었는데, 담을 없애고 외벽을 통유리창으로 바꿔 인왕산은 물론 서울을 내려볼있도록 리모델링했어요. 그저 앉아서 아무 생각 없이 외부 풍경만 바라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되는 곳이요. 

글 허영은 객원 기자

사진 강현욱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프로젝트렌트, 티 컬렉티브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100년 된 관사에서 즐기는 차 한 잔, 소제예찬1927

        : file no.1 : 풍류와 낭만이 있는 티룸

  ▶ : file no.2 : 단 하나의 신(Scene)을 위하여

        : file no.3 : 시간이 이야기가 되는 곳

프로젝트
[Post-It] 소제예찬1927
장소
소제예찬1927
주소
대전 동구 수향길 19 관사16호
시간
수 - 금 12:00 - 18:00
토 - 일 11:00 - 20:00
(매주 월, 화 휴무)
크리에이터
기획 ㅣ 프로젝트렌트, 공동 기획 ㅣ 티 컬렉티브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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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된 관사에서 즐기는 차 한 잔, 소제예찬1927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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