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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1

도시의 빈칸을 채우는 법,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 ②

다시 찾고 싶은 거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거리는 선언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비어 있던 자리에 새로운 간판을 걸고, 서로 다른 브랜드를 한 골목 안에 모으고, 사람들이 그 길을 다시 걷게 만드는 데에는 보이지 않는 조율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브랜드를 불러올지, 동선을 어떻게 제안할지, 기존 상권과 주민에게는 어떻게 설명할지.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보이는 변화 안에는 수많은 설득과 판단이 쌓여있다.

 

지난 4월 진행된 〈다시, 서울숲〉 캠페인은 그 과정이 바깥에 드러난 첫 장면이었다. 체크인 이벤트로 24개 매장을 연결하고, 〈코쿤의 사적인 커피 작업실〉 팝업으로 방문의 계기를 만들어, 서울숲길을 하나의 동선으로 경험하도록 했다.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를 이끄는 류기승 팀장과 〈다시, 서울숲〉 캠페인을 기획한 서유빈, 고서니 매니저를 만나 이 변화가 어떤 고민과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서울숲 아뜰리에길을 주목하다

 Interview with 류기승 무신사 오프라인기획팀 팀장

― ‘성수’는 이미 무신사에 상징적인 지역입니다. 그 안에서도 서울숲 아뜰리에길을 주목한 이유가 있나요?

성수를 넓게 보면 동쪽에는 건대 상권이 있고, 서쪽으로는 어느 정도 완충 구간을 지나 서울숲으로 이어져요. 연무장길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운 반면 서울숲 상권은 공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죠. 서울숲이라는 좋은 랜드마크가 있고, 저희가 이미 보유하고 있던 공간도 있다 보니, 조금만 힘을 보태면 상권이 다시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게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어요. 서울숲 일대를 다시 주목하고, 이 지역이 가진 가능성을 살려보는 것. 그렇게 지난 여름부터 조사와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 프로젝트 준비 단계에서 가능성을 어떻게 진단했나요? 유동 인구, 업종 구성, 공실률 등 중에서 내부적으로 특히 중요하게 본 지표가 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서울숲 아뜰리에길은 참고할 공공 데이터가 많지 않았어요. 연무장길이나 홍대, 명동처럼 상권으로 명확하게 인식되는 곳은 공공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는데, 서울숲 아뜰리에길은 한번 가라앉은 뒤로는 상권으로 잘 인식되지 않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직접 돌아다니며 공실이 얼마나 있는지, 유동 인구는 어느 정도인지, 어떤 업종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했어요. 가장 중요하게 본 건 공실률인데요. 정확한 수치는 아닐 수 있지만, 당시 30%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 하나 눈에 띄었던 건 거주지 성격이 다시 강해졌다는 점이에요. 중간중간 카페나 레스토랑이 남아 있긴 했지만 예전처럼 활발한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코로나19 이전에는 붉은 벽돌길이나 카페거리라고 불리면서 데이트 코스로 많이 찾던 거리였거든요. 서울숲이 가까워서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았고요. 그런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F&B 매장들이 타격을 받았고, 거리 자체가 다시 조용한 주거지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숲 인근은 F&B 중심 상권으로 인식되어 왔어요. 이곳에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더하고자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먼저 다양성을 고려했어요. 하나의 카테고리로만 채워지면 경쟁이 심화되잖아요. 그 안에서 우열이 생기고, 경쟁력이 약한 곳은 빠져나가는 구조가 반복될 수 밖에 없어요. F&B만 있는 것보다는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함께 섞여 있는 편이 훨씬 건강하다고 봤어요.

 

또 하나는 연무장길 분위기를 이어오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연무장길에 가면 패션도 있고, 리테일도 있고, 먹거리도 있잖아요. 요즘 브랜드는 외국인 관광객을 잡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이슈거든요. 다행히도 아뜰리에길은 서울숲이라는 랜드마크 덕분에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거리였어요. K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더했을 때 외국인들의 반응이 빠르게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 서울숲 프로젝트를 함께할 입점 브랜드는 어떻게 선정했나요?

특별한 기준을 세운 건 아니지만, 두 가지 조건을 따져봤어요. 오프라인 스토어가 많지 않은 브랜드일 것, 서울숲 상권과 잘 어울릴 것. 처음에는 남성복 브랜드도 많이 검토했어요. 그런데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울숲 아뜰리에길은 여성과 더 잘 맞는다는 피드백이 많더라고요. 실제로 공실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여성복 브랜드가 있었고요. 그래서 여성 고객을 중심으로 접점을 만들어보자는 방향이 생겼습니다.

 

또 하나 중요하게 본 건 서울숲이라는 장소가 가진 맥락이었어요. 예를 들어 러닝이 그렇죠. 서울숲은 러너들이 모이기 좋은 환경이잖아요. 무신사 런 매장을 기획할 때도 제품 구매를 넘어 서울숲을 뛰고, 매장을 둘러보고, 거리에 있는 다른 숍까지 이용하는 식으로 하나의 동선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주변 시설과 연계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어요. 서울숲길 초입에 오래된 사우나가 하나 있는데, 러닝을 마친 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휴를 제안한 적도 있어요. 아쉽게 성사되진 않았지만, 동네 안에 있는 자원들과 연결해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스토어가 많지 않은 브랜드를 찾은 이유가 있나요?

K브랜드와 함께 성장하자는 무신사의 기조를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지키고 싶었어요. 많은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싶어 하면서도, 실제로 실행하기까지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임차료나 인테리어 비용도 있고, 무엇보다 ‘이 자리에 고객이 찾아올까?’라는 확신이 필요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변에 어떤 매장들이 있지?’를 보게 되죠. 비슷한 카테고리의 매장이 가까이 있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내가 지향하는 감도와 잘 맞는 브랜드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비슷한 결의 브랜드가 함께 있을 때 생기는 안정감이나 클러스터 효과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서울숲 일대를 무신사 입점 브랜드가 함께 채워가는 그림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브랜드 입장에서도 상권이 조성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혼자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 수 있잖아요.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첫 매장을 낸 브랜드도 있고, 다른 지역에서 운영하던 매장을 서울숲으로 옮긴 경우도 있었어요. 결국 특정 브랜드를 개별적으로 키우기보다, K브랜드들이 오프라인에서 더 안전하게 실험해볼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싶었던 것에 가까워요.

해브어웨일은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서울숲 아뜰리에길에 열었다 출처: 무신사

설득이 어려운 경우는 없었나요?

초반에는 설득이 쉽지 않았어요. 서울숲 아뜰리에길은 비교적 연식이 오래된 건물이 많고, 공실률도 높았으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서울숲 프로젝트 1호 매장이 프레이트(FR8IGHT)인데요. 그 공간은 어림잡아도 3년 넘게 공실로 남아 있던 자리에요. 건물주도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만 하던 상황이었고요. 그런데 새로운 매장으로 들어서고, 관련 소식이 알려지면서 말 그대로 거리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결국 처음에는 설득이 어려웠던 지점이, 지금은 이 프로젝트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변화가 된 거죠.

프레이트 매장이 들어서기 전후 모습 출처: 무신사

― 프레이트를 시작으로 이구키즈 서울숲까지 12개 매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아직 현재 진행형인 만큼, 앞으로더해지길 기대하는 브랜드나 콘텐츠가 있을까요?

글로벌 브랜드 유치에 신경쓰고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오프라인 진출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가 ‘주변에 무엇이 있느냐’거든요. 같은 거리에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쳐요. 연무장길은 대림창고나 자그마치 같은 공간이 흐름을 만들었고, 이후 디올 성수가 인식을 크게 한번 바꿨잖아요. 그때부터 규모가 있는 제도권 브랜드가 빠르게 의사결정을 했거든요. 상권 흐름에도 일종의 기준점이 있는 거죠. 물론 K브랜드와 함께 성장한다는 미션에는 변함이 없어요. 다만 서울숲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매장들을 위해서라도 기준점 역할을 해준 글로벌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 상권 발달은 늘 젠트리피케이션 이슈와 함께 이야기됩니다. 서울숲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원칙을 세우고 있나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고민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있었어요. 아무래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 특정 상권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반기는 분들도 있지만 우려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기존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차료가 오르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고, 카테고리가 겹치는 매장이라면 생업에 영향을 받는다고 느낄 수도 있고요.

 

저희가 가장 경계한 건 임차료의 급격한 상승이었어요. 작은 상권에서 누군가가 시장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임차하기 시작하면, 그게 곧바로 주변 시세에 반영될 수 있다고 봤거든요. 저희는 그런 방식으로 상권을 흔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기존 시세를 최대한 지키면서 계약을 진행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불필요하게 임차료가 자극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다행히도 현재까지는 주변 임차료가 오르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어요. 프로젝트에 참여한 브랜드들도 매출이 임차료 대비 비교적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씀하시고요. 저희 프로젝트가 기존 상권을 밀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공실이 많았던 거리에 새로운 활기를 더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습니다.


― 성동구나 기존 상인, 주민들과의 협의도 필요했다고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성동구에 먼저 말씀을 드렸어요. 부동산이 연결된 일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봤거든요. 서울숲길은 성동구 안에서도 비교적 철저하게 관리하는 지역이에요. 대기업이 특정 카테고리 매장을 열려면 주민협의체의 승인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요. 저희도 주민협의체를 만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어요. 어떤 취지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지,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 이곳을 지켜온 분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설명드렸죠. 다행히 서울숲길 상권이 한동안 가라앉아 있었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거리에 활기가 생길 수 있다는 부분도 긍정적으로 봐주셨어요.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됐습니다. 프로젝트 담당자로서 서울숲 아뜰리에길이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나요?

서울숲 아뜰리에길에 더 많은 이야기가 쌓였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무신사가 진행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관심 받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가 시작했는지는 흐려질 수 있잖아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이 거리에 다시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 안에서 각자의 기억이 쌓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수익을 목적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었어요. 전대 구조상 일정한 수익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절대 큰 규모는 아니거든요. 서울숲 상권이 다시 활기를 찾고, 그 안에 들어온 브랜드들이 꾸준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중요한 목적이었어요. 무신사도 그 과정에 책임감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물론 무신사가 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좋지만, 그것이 가장 앞에 놓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몇 년 뒤에는 ‘무신사가 만들었다’는 말보다 ‘서울숲길이 다시 재미있어졌다’는 이야기가 먼저 나오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변화 안에 무신사가 만든 작은 계기가 하나의 스토리로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골목 깊숙이 활기를 더하는 법

 Interview with 고서니 29CM 브랜드마케팅팀 매니저, 서유빈 무신사 브랜드마케팅팀 매니저

ㅡ 이번 캠페인 이름은 〈다시, 서울숲〉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고서니 말 그대로 서울숲길을 다시 즐겨보자는 메시지였어요. 디올, 젠틀몬스터, 그리고 무신사 여러 매장이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들어서면서 성수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그 부근을 떠올리게 됐잖아요. 그런데 서울숲도 성수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소라고 생각해요. 서울숲 인근 거리를 걷고, 카페에 들르고, 공원에서 하루를 보내는 문화가 분명 있었거든요. 이번 캠페인은 그 감각을 다시 꺼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해보자는 제안에 가까워요. 그래서 캠페인명도 복잡하게 가기보다 〈다시, 서울숲〉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으로 정하게 됐어요.



ㅡ 기획자 입장에서 바라본 서울숲 아뜰리에길은 어떤 곳이었나요? 연무장길 상권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었나요?

고서니 서울숲 아뜰리에길은 성수 내에서도 유독 고즈넉하고 정감어린 곳이에요. 주거지와 상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가 있죠. 여기에 서울숲이라는 랜드마크이자 산책로가 있으니 특정 세대나 취향에 한정되지 않고 남녀노소, 외국인 관광객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거리라는 특징이 있어요.

〈다시, 서울숲〉 캠페인 현장 출처: 무신사

ㅡ 〈다시, 서울숲〉 캠페인은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를 대중에게 처음 알리는 행사였습니다. 여러가지 목표가 있었을 것 같은데, 가장 중점에 뒀던 과제가 있다면요.

서유빈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서울숲 아뜰리에길은 성수 안에서도 취향이 뚜렷한 거리였어요. 지나가다 우연히 들르기보다 카페나 소품숍처럼 목적을 갖고 방문하는 공간들이 있었고, 그게 이 골목의 결을 만들어왔다고 봤죠. 캠페인을 기획할 때도 새로운 브랜드만 보여주기보다, 기존에 사랑받던 공간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했어요. 

 

ㅡ 상생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게 느껴져요. 일반적인 커머스 캠페인과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서유빈 맞아요. 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입점 브랜드를 알리는 행사가 아니라, 서울숲 상권을 다시 환기하는 프로젝트에 가까웠어요. 저희가 말하는 상생에는 기존 상인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성동구청의 도움을 받아 설명회 형식의 자리를 만들기도 했어요. 캠페인을 진행하면 유동 인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주민분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거든요. 캠페인의 취지와 기대 효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우려를 사전에 함께 이야기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가장 중요하게 말씀드린 건, 이번 캠페인이 일회성 방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재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캠페인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간 사람은 다시 거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잖아요. 그런 경험이 쌓였을 때 거리가 실제로 활기를 찾을 수 있다고 봤고, 그 부분을 충분히 설명드리려고 노력했어요.

ㅡ 서울숲 아뜰리에길을 사람들에게 다시 어필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내부적으로 설정한 키워드나 문장이 있었나요? 

고서니 서울숲길은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한 타깃이 있는 공간이잖아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메시지로 ‘오늘은 서울숲길로’라는 태그라인을 만들었어요. 다소 직설적이고 선언적인 메시지이지만, 고객에게 강요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캠페인 안에서는 조금 더 부드럽게 풀어내려고 했어요. 오늘은 서울숲길로 가볼까?,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도록 하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중요한 목적이었죠.

 

ㅡ 그러고 보니 요즘은 약속 장소를 정할 때 서울숲길을 먼저 떠올리는 일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 같아요. 가더라도 서울숲을 오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정도로 생각하기 쉽고요. 

서유빈 맞아요. 예전에는 서울숲길 자체를 목적지로 삼는 분들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감각이 조금 흐려졌다고 봤어요. 서울숲 아뜰리에길은 숍들이 골목 사이사이에 흩어져 있다 보니, 특별한 목적이 없으면 한 매장만 들렀다가 돌아가는 경우도 많고요. 아뜰리에길이라는 이름은 알아도, 그 안쪽에 어떤 매장들이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캠페인을 통해 서울숲 아뜰리에길을 단순히 서울숲으로 가는 길목이 아니라, 그 자체로 둘러볼 만한 거리로 다시 보여주고 싶었어요. 쇼핑몰을 둘러보듯 여러 매장을 자연스럽게 오가면서, 서울숲길의 계절감도 느끼고 이 거리에서만 가져갈 수 있는 경험을 발견하길 바랐죠.

〈다시, 서울숲〉 캠페인 체크인 이벤트 출처: 무신사

ㅡ 〈다시, 서울숲〉 캠페인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나요? 

고서니 〈다시, 서울숲〉은 서울숲 아뜰리에길 곳곳을 직접 걸으며 다양한 매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캠페인이었어요. 서울숲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을 연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기존에 서울숲길에서 사랑받아온 F&B, 라이프스타일 매장까지 함께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핵심 프로그램은 체크인 이벤트였어요. 캠페인에 참여한 총 24개 매장에 QR 코드를 배치하고, 방문객이 네 곳 이상에서 체크인을 완료하면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던 무신사 스페이스 서울숲에서 럭키드로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경품으로는 무신사 머니 상품권을 비롯해 다양한 리워드를 준비했고요. 특히 일부 실물 경품은 해당 매장에 직접 방문해야 수령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이벤트 참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문객이 서울숲길 안에 어떤 매장들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발견하고, 실제 매장 경험까지 이어지도록 만든 장치였어요.

 

ㅡ 코드 쿤스트와 언스페셜티가 함께한 〈코쿤의 사적인 커피 작업실〉 팝업도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어떻게 기획된 이벤트인가요?

서유빈 〈코쿤의 사적인 커피 작업실〉은 〈다시, 서울숲〉 캠페인의 베이스캠프에서 진행한 팝업이었어요. 체크인 이벤트가 서울숲길 전체를 돌아보게 만드는 장치였다면, 베이스캠프에는 사람들이 이 기간에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방문객 입장에서도 ‘지금 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 역할을 해준 콘텐츠가 코드 쿤스트와 언스페셜티가 함께한 〈코쿤의 사적인 커피 작업실〉이었습니다. 코드 쿤스트는 패션부터 인테리어까지 여러 방면에서 취향이 분명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잖아요. 커피를 좋아하는 모습도 방송을 통해 알려져 있고, 이전에 언스페셜티와 게릴라성 바리스타 이벤트를 진행한 적도 있었고요. 서울숲 아뜰리에길 역시 카페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곳이라, 캠페인과 잘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서니 조심했던 부분도 있어요. 서울숲 아뜰리에길에는 이미 좋은 카페들이 많잖아요. 유명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팝업이 자칫 그들과 새로운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코쿤의 사적인 커피 작업실〉을 카페 팝업이라기보다, 코드 쿤스트가 제안하는 원두와 커피 취향을 소개하고 경험하는 콘텐츠로 설계한 것도 그 이유였어요. 커피를 마시는 공간보다 취향을 발견하는 경험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협업은 오프라인 팝업에서 끝나지 않고 29CM 리미티드 오더로도 이어졌어요. 팝업에서 소개한 원두를 한정 판매하고, 코드 쿤스트의 커피 취향을 보여주는 오리지널 콘텐츠도 함께 발행했죠. 현장에서 경험한 커피 취향이 이후 온라인 콘텐츠와 상품 구매로 이어지도록 흐름을 만든 셈입니다. 

ㅡ 코드 쿤스트를 설명할 때 ‘취향’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네요. 이 키워드가 서울숲 프로젝트를 풀어가는 데도 중요한 단서였나요? 

서유빈 맞아요. 사실 무신사만 놓고 보면 ‘취향’이라는 키워드가 바로 떠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서울숲이라는 장소와 함께 생각하면 잘 어울린다고 봤어요. 서울숲 아뜰리에길은 산책하듯 걸으며 각자의 취향에 맞는 매장을 발견할 수 있는 거리잖아요. 캠페인을 기획할 때도 그런 관점에서 어떤 스폿을 소개할지, 어떤 동선을 만들지 고민했어요. 결국 ‘취향’이라는 키워드가 서울숲길 경험을 만드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ㅡ 캠페인에 참여한 브랜드 반응은 어땠나요? 그들이 곧 이번 캠페인의 주인공이기도 하잖아요.

고서니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어요. 제품 교환권을 증정했던 매장들은 저희가 직접 방문해 현장 반응을 확인했는데요. 이벤트를 통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새롭게 오픈한 매장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매장의 위치나 특장점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 있었어요. 서울숲 아뜰리에길 안에 어떤 매장이 있는지 몰랐던 분들도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된 거죠.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매장에서도 ‘우리도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고객센터를 통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서유빈 저희가 제휴처 대표님이나 담당자분들께 계속 말씀드렸던 키워드가 ‘상생’이었어요. 무신사가 캠페인을 통해 일방적으로 노출하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매장도 캠페인에 맞춰 함께 움직일 때 더 큰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일부 매장에서는 〈다시, 서울숲〉 테마에 맞춰 별도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SNS 이벤트를 열거나, 매장에서 자체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식이었죠. 각 매장이 캠페인을 자기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서울숲길 전체의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ㅡ 거리에 새로운 활기를 만드는 일이 캠페인 한 번으로 완성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시, 서울숲〉 이후에도 이어가고 있는 계획이 있나요? 

서유빈 〈다시, 서울숲〉 캠페인 이후에도 무신사의 IP 매장들은 순차적으로 문을 열었고, 각 매장 오픈에 맞춘 마케팅도 이어졌어요. 여기에 더해 5월에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와 연계해 조성한 무신사 정원을 통해, 서울숲길 안의 여러 매장을 함께 방문해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요. 그러니까 〈다시, 서울숲〉이라는 이름을 매번 쓰지는 않더라도, 서울숲 아뜰리에길을 함께 알리고 방문을 유도하는 흐름은 계속 가져가고 있는 셈이에요. 새 매장이 문을 열거나 외부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것이 서울숲길 안에서 또 하나의 방문 이유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계절이나 추가 오픈 일정에 따라 다시 한 번 서울숲길을 환기하는 캠페인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구키즈 서울숲은 오픈에 맞춰 아이를 환영하는 서울숲 스폿 28곳을 큐레이션해 지도 형태로 소개했다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

 

장소 서울숲 아뜰리에길 일대

참여 매장 프레이트(FR8IGHT), 유르트, 제너럴아이디어, 룩캐스트, 해브어웨일, 고요웨어, 푸마, 무신사 런, 무신사 백&캡클럽, 사브르파리, 메종플레장, GBH, 도씨, 이구키즈 서울숲 

                 

*3편에서 계속됩니다.

김기수 기자

사진 박은비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무신사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Project Cabinet] 도시의 빈칸을 채우는 법,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

:file no.1 : 어쩌면 ‘무신사’만이 할 수 있는 일

:file no.2 : 다시 찾고 싶은 거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file no.3 : 서울숲 아뜰리에길 걸어보기

프로젝트
[Post-It]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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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빈칸을 채우는 법,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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