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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2

온천에서 누리는 지극한 호사, 유원재 ①

온전한 휴식을 위해 설계된 온천 호텔

Briefing

유원재

오늘날, 온천을 대중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 2024년 기준, 목욕업을 포함한 국내 온천 이용 업소는 555개.* 107년 전통의 유성관광호텔이 2023년 3월 영업을 종료했고, 주요 온천지구 호텔이 잇달아 사라졌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감소한 온천 이용 인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관광 콘텐츠로도 쉬이 언급되지 않는 온천을 주류라고 하기엔 부족하게 느껴진다. 세대를 막론하고 온천 문화가 견고하게 자리 잡은 일본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료칸 등 숙박 시설을 중심으로 일본 온천 관광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데에 반해 우리나라 온천 도시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수안보도 그중 하나다.

수안보가 다시 이야깃거리가 된 건 유원재 때문이다. 1박에 최소 170만 원이라는 높은 금액으로 이목을 끈 유원재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성수기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유원재가 품은 진짜 이야기는 가격이나 호화스러움이 아니다. 잊혀진 한국의 온천 문화를 되살리는 것. 그동안에 없던 한국형 프리미엄 온천 호텔을 제시한 유원재는 우리나라 온천 문화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 행정안전부 「2025 전국 온천 현황」자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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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온천, 수안보

온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이다. 수안보 온천은 3만 년 전부터 솟아오른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 용출 온천이자 고려부터 조선까지 임금이 탕치*를 위해 자주 찾았던 ‘왕의 온천’이다. 19세기 실학자 이규경이 저술한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수안보 온천을 두고 “(온천) 수질이 좋아 병자들이 먼지처럼 모여든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7·80년대에는 신혼여행과 수학여행 장소로 호황을 누렸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간 백만 명이 찾던 도시의 열기는 온천 관광이 시들해지면서 점차 미온해졌다.  

 

충주시는 수안보를 ‘온천 도시’로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마침 판교에서 수안보까지 운행하는 KTX 열차가 개통되면서 접근도 쉬워졌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자체가 중앙 집중 공급 방식으로 온천수를 관리, 공급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덕분에 수안보 내 모든 온천 시설은 충주시에서 관리하는 양질의 온천수를 동일하게 공급받는다.

 

*탕치: 온천에서 목욕하여 병을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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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방문을 유도하는 열여섯 개의 선택지

유원재에는 열여섯 개의 객실이 있다. 유순, 겸화, 청심, 수정 네 가지 타입으로 구분되며, 객실 이름은 건강한 정신을 위해 퇴계 이황이 처방했다는 서른 개의 덕목에서 따왔다. 한지 창호와 짙은 우드 톤이 차분한 분위기를 만드는 유순, 하트 노천으로 연인에게 인기가 좋은 겸화, 히노끼 욕조와 노천탕을 구분한 청심, 최대 네 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넉넉한 규모로 설계된 수정이다. 객실마다 크기, 조경, 마감 등을 달리해 여러번 방문해도 지루하지 않다. 유원재의 다양한 객실을 체험하기 위해 여섯 번이나 방문한 고객이 있을 정도다. 

모든 객실에는 개별 정원과 노천탕이 있어 타인의 방해 없이 한갓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휠체어 이용 고객을 위한 배리어프리 객실도 잊지 않았다.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단을 제거했고, 화장실 거울 각도를 조절하는 등 휠체어 고객이 이용하기 편리한 객실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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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이 준비된 휴식의 여정 

유원재는 동남아 풀빌라나 일본 료칸처럼 식사, 음료 등이 숙소 값에 모두 포함된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호텔이다. 별다른 추가 비용 없이 모든 투숙객은 유원재가 준비한 여정을 동일하게 즐길 수 있다. 객실과 관내 시설에서 착용할 의상과 신발 역시 인원수에 맞게 제공해 짐 없이 훌훌 떠나와도 좋다. 

체크인 과정에서 제공되는 차와 다식부터 유원재 고객만을 위해 준비된 카페의 제철 음료와 디저트까지 결제 없이 즐길 수 있다. 독립된 개별 공간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식사하는 레스토랑 미선은 투숙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휴식의 클라이맥스다. 아홉 가지 코스로 제공되는 파인 다이닝과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13첩 한상차림 조식이 준비된다. 객실 내 노천탕과 남·여 대중탕은 언제든 횟수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다. 여느 호텔처럼 객실 미니바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객실마다 제공되는 웰컴 샴페인을 포함해 모든 음료와 주전부리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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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자체가 이야기가 되도록

공간에 들인 정성은 쉽게 체감된다. 유원재는 건축, 인테리어, 조경, 조명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오랜 고민을 거쳐 완성한 공간이다. 로비 옆에 마련된 갤러리에서도 그러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유원재 갤러리는 작품을 전시하는 것뿐 아니라 유원재의 사계와 건축에 담긴 이야기까지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유원재를 설계한 양진석 건축가는 이를 ‘건축 마케팅’이라 표현한다. 건축이 공간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건축 자체가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곳곳에 녹아든 공간 디테일을 살피는 건 유원재에서 누릴 수 있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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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색을 녹이다

유원재를 상징하는 ‘미선나무’는 수안보 인근 지역인 충북 괴산에서 자생하는 한국 토종 식물이다. 유원재 로고 또한 둥근 부채를 닮은 미선나무 열매 모양에서 영감을 얻었다. 객실 내에서도 미선나무를 감각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객실에 배치된 룸 디퓨저는 조향 브랜드 꽁티드툴레아와 함께 협업한 제품으로, 유원재 정원과 미선나무의 사계절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그 외에도 유원재 곳곳에 지역의 색을 녹였다. 로비와 갤러리에 전시된 토속적인 분위기의 조각품은 수안보에서 활동하는 정봉기 작가의 작품이다. 레스토랑 미선에서 식전주로 제공하는 막걸리 역시 충주 지역 특산품인 사과를 갈아 넣어 만든 제품으로 오직 유원재에서만 맛볼 수 있다. 

유원재

장소 유원재

주소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온천리 305

건축면적 4,336.55㎡

연면적 4,943.16㎡

건축 설계 및 감리 와이그룹 건축사사무소(양진석, 신현준, 현주학)

객실 인테리어 설계 와이그룹 건축사사무소(양진석, 문진경)

인테리어 시공 서울실내건축

네이밍 와이그룹 건축사사무소(양진석)

조명 설계 비츠로앤파트너스(고기영, 안상미)

공용부 인테리어 설계 씨씨피(고기영, 이지수)

로고 및 그래픽 디자인 씨씨피(고기영, 김선영)

조경 설계 및 시공 비오이엔씨(최재혁, 장혁준)

건축 시공 희상건설

*2편에서 계속됩니다.

 김기수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유원재, 와이그룹 건축사사무소, 박영채 건축사진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온천에서 누리는 지극한 호사, 유원재

▶  : file no.1 : 온전한 휴식을 위해 설계된 온천 호텔

       : file no.2 : 한국의 온천 문화를 골몰하다

       : file no.3 : 유원재 머무르기

 
프로젝트
[Post-It] 유원재
장소
유원재
주소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온천리 305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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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에서 누리는 지극한 호사, 유원재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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