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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푸하하하프렌즈의 상상력은 공간으로 실현된다

10년 넘은 건축사무소가 늘 새로운 공간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실로 꿰매 만든 벽과 바닥의 안경점 ‘오르오르(oror)’, 연분홍색으로 도장한 파이프가 목재와 어우러진 공간 ‘파이프 피자’ 등. 늘 새로운 시도로 건축계에 즐거운 긴장감을 불어넣는 푸하하하프렌즈가 일하는 방식.
사운즈한남에 위치한 안경점 '오르오르' ⓒ노경
HYBE 사옥 ⓒKyung Roh ,Texture on Texture, Kyoungtae Kim

2013년에 윤한진, 한승재, 한양규 세 명의 건축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건축사무소 ‘푸하하하프렌즈(FHHH friends)’는 엉뚱한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해 낸다.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 ‘HYBE 사옥’처럼 대규모의 프로젝트뿐 아니라, ‘오르오르(oror)’, ‘대충유원지’ 등 한정된 규모에서도 그들이 독창성을 놓치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 2023년 10월, 회사 설립 10주년을 맞이해 발간한 책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라는 건축 에세이를 통해 팀원 모두의 철학을 담아냈다. 이후로도 꾸준히 창작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이들의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과 원동력이 궁금했다.

Interview with 푸하하하프렌즈 한승재 소장

— 7월 초에 책 〈현실처럼 비현실적인〉을 출간했습니다. 꾸준히 글을 쓰는 이유는?

본인 작품에 한해서는 자기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쓰기를 중요시해요. 스위스의 건축가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의 건축처럼 감정적인 전달을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면 굳이 언어로 건축을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때로는 건축을 통해 사회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전할 때도 있거든요. 건축에 있어서 본인이 말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기 위해 계속 쓰고 있죠.

 

— 최근 몰두하고 있는 작업이 궁금합니다.

요즘 푸하하하프렌즈는 베트남의 문화시설 지명 설계에 당선돼서 설계에 힘을 쏟고 있어요. 공원과 디지털 도서관, 디지털 박물관으로 구성된 베트남의 선유도 공원과도 같은 프로젝트이죠. 또, 디스이즈네버댓 성수 프로젝트를 내부 다른 팀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인테리어 스튜디오 COM과 협업해서 곧 오픈할 예정이고요. 저는 서울 연남동의 실용 음악학원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계는 끝났고, 이제 공사를 하는 중이라 내년에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돼요.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최근 시작된 전시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에는 ‘집 안에 골목(2019)’과 ‘제주 세거리집(2018)’을 포함해 세 작품으로 참여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지나간 프로젝트를 전시했나요?

미술관에서 그간 한국 주거 건축을 아카이빙한 전시가 없었기 때문에 좋은 기분으로 참여했습니다. 세 개 전부 재미있는 건물인데 전시로 기록에 남게 되어 기뻐요.

제주 세거리집(2018) ⓒYoon, Joonhwn
제주 세거리집(2018) ⓒYoon, Joonhwn

— 지난 프로젝트는 어떻게 보관하고 기록하는 편인가요?

건축 모형을 제작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접착해둔 조각들이 떨어져 관리가 까다롭긴 하지만요.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때 제작한 모형은 먼저 네모난 박스를 만들고, 그 안에 음각으로 제작했어요. 전시가 끝나면 박스 뚜껑을 덮어 보관이 용이하도록 했죠.

 

— 2014년 김해건축대상을 시작으로 2019년 젊은건축가상처럼 명예로운 상을 다수 수상했죠. 푸하하하프렌즈에게 건축상은 어떤 의미인가요?

건축상은 건축계에서 일하는 모두를 위한 축제라고 생각해요. 동기부여도 되고, 서로를 북돋을 수 있는 계기라고 여겨집니다. 가장 큰 의미는 직원들이 회사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는 데에 있어요. 가족에게 회사를 소개할 때에도 유용하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곳에 다닌다는 자긍심을 갖게 되죠. 젊은건축가상을 받았을 당시에는 건축 프로젝트보다 인테리어 프로젝트가 훨씬 많았어요. 그래서 상을 받고 나니, 우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아닌 건축가라는 증명을 한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타설된 콘크리트 위에 남겨진 고양이의 발자국을 그대로 둔다던가(김해 흙담, 2014), 클라이언트에게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ㅁㅁㄷ, 2016) 방식으로 엉뚱하고 유쾌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이러한 시도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했을 때, 월등하게 잘할 수 있지 않으면 좀 다른 방식으로 시도하는 것 같아요. 항상 같은 작업을 하다 보면, 지겨움을 잘 느끼는 편이어서 똑같은 걸 두 번은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못하더라도 이상하고 다른 시도를 하는 편이예요.

흙담(2015) ⓒ김용관
흙담(2015) ⓒ김용관

— 팀으로 일하는 것도 큰 영향을 끼치나요?

맞습니다. 팀원이 항상 같은 인원으로 구성되는 게 아니라 늘 변화를 주고자 해요. 그러다 보면 누구랑 팀이 되느냐에 따라 설계가 변하기도 하죠. 현장에서 직접 바느질을 하기도 했던 ‘오르오르’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 손이 꼼꼼한 팀원들이 투입됐기 때문에 ‘그냥 꿰매버릴까?’하는 의견이 나올 수 있었던 겁니다. 누구랑 팀을 하게 되느냐에 따라 프로젝트 양상이 달라져서 매우 많은 조합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팀원들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할지 많이 고민되는 지점이기도 해요. 끝까지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지켜봐야 되나, 아니면 내가 적정선에서 끊고 진두지휘해야 하나 이런 고민이죠.

 

— 작업한 공간이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위 ‘핫플레이스’로 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푸하하하프렌즈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건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공간의 주인이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인테리어가 멋진 것은 잠시 반짝일 뿐이지만, 운영하는 사람이 매력적인 철학을 갖고 공간을 이끌어 나간다면 사람들도 계속해서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공간 인테리어에 주인의 생각이나 고집이 반영되어 있을 때 공간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되죠. 인테리어와 주인이 매칭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쌩뚱맞아 보이기도 해요.

디스이즈네버댓 (thisisneverthat, 2019) ⓒ신경섭
디스이즈네버댓 (thisisneverthat, 2019) ⓒ신경섭

— 가장 최근에 멋있다고 생각한 장소는 어디인가요?

한강이 요즘 더욱 멋있어졌어요. 한강 변에서 지속적으로 조경 공사가 이뤄지고 있어요. 옛날에는 고수부지가 매우 많았고, 허허벌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근 들어 조경을 공들여 가꾸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보통 레퍼런스는 어디서 찾나요?

건축 관련 레퍼런스는 정말 안 찾아요. 인스타그램도, 핀터레스트도, 건축 관련 서적도 그 무엇도 안 봐요.

 

— 푸하하하 ‘프렌즈’ 입니다. 작업자와 건축주의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친구로 남은 사례가 있나요?

많은 건축주들과 친구 같은 사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분들도 선생님을 찾아온 게 아닌 친구 같은 사람을 원해서 찾아온 이유도 있고요. 건축 과정을 진행하면서도 솔직하고, 편하게 대하거든요.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잘하면 잘했다고, 못한 것 같으면 못 했다고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죠.

 

— 우리나라 건축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가장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미래는 밝다! 과거에는 건축이 무겁게 다뤄졌기 때문에 특정한 사람들만 선보일 수 있는 분야였는데, 지금은 다양한 설계사무소와 재미있는 작업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별로인 작업도 많지만요. 과도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괜찮은 건축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에서는 다양한 수준의 건축들이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 다양성은 이미 갖춘 상태라고 보고, 앞으로 더욱 멋있는 작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성채은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푸하하하프렌즈

성채은
희망과 다정함이 세상을 구할 거라고 믿는 낙천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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