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efing
앤유니페어*
*앤유니페어는 해당 건물 전체와 건물 내의 패션 편집숍을 모두 칭한다.
한남동의 좁다란 골목에서 마주하게 된 모던한 외관의 &unipair(이하 ‘앤유니페어’). 외관상 둥그런 형태의 건물 한 채와 직선적인 건물 한 채가 별개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사실상 한 채의 건물이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이 조형적인 건물은 외관만큼 매력적인 실내 디자인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하얗고 둥그런 외관에 앤유니페어의 간판을 따라가면 1층과 2층에 자리 잡은 패션 편집숍으로, 직선적인 건물의 gml 간판을 따라가면 3층의 카페로 향하도록 각각 출입구가 나뉜다.
앤유니페어는 강남에 있는 클래식 구두 전문점 ‘유니페어’의 확장판으로, 기존 상호명 앞에 ‘&’을 더하여 다양하고 넓은 범주의 스타일을 선보이는 편집숍이다. 패션 매장과 함께 선보인 카페 gml은 ‘그램 퍼 밀리리터(gram per milliliter)’라는 뜻과 함께 ‘인생을 위한 좋은 재료(good materials for life)’라는 의미가 중의적으로 담겼다. 그들이 한 건물에 패션 매장과 카페를 동시에 선보인 이유는 단순히 멋진 옷차림을 선보이는 걸 넘어 수준 높은 생활양식을 전파하고자 했기 때문. 그들이 공유하고자 하는 철학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공간에 표현했는지 면밀히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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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조우한 모던
패션 편집숍 앤유니페어와 카페 gml을 관통하는 지점은 기본에 충실하되 시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동시대성을 지향하는 브랜드라는 점이다. 클래식 구두 전문점 ‘유니페어’에서 시작한 ‘앤유니페어’는 변하지 않는 클래식 무드의 정장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캐주얼 의류, 빈티지 등의 조합을 경계없이 드나들며 선보인다. 한편, 카페 gml은 철학이 담긴 국내외 로스터리에서 공수한 커피 원두를 브루잉 기법으로 내려 커피 본연의 맛을 살려 제공한다. 지금 가장 훌륭한 로스터리의 원두를 모아다가 새롭게 해석한다.
‘한국의 랄프로렌’을 꿈꾼다는 강재영 앤유니페어 대표의 말처럼 앤유니페어는 패션에 멈추지 않고, 이상향을 완성하기 위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는 세계관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품은 채 말이다. 앤유니페어의 공간 디자인을 진두지휘한 인테리어 스튜디오 ‘더퍼스트펭귄’ 최재영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 가치관은 앤유니페어의 간판 디자인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간판은 동을 두들겨 만들었습니다. 두드린 과거의 흔적과 시간이 흐르며 색이 변하는 동시대적 흔적이 간판에 혼재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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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의 교감을 위한 공간
앤유니페어 전체 면적의 무려 1/4이 고객을 향한 환대와 배려의 공간으로 마련됐다. 원형 계단에 올라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1층의 카운터와 리셉션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리셉션에는 단 차이를 두어 고객과 직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오가도록 했다. 오직 리셉션의 가구에만 몰딩이 들어가 있는데, 이는 강재영 앤유니페어 대표가 클래식의 상징을 요청한 결과이다.
유니페어에서는 신발을 구매하기 전에 정확한 발 사이즈 측정을 위해 전용 브랜낙 디바이스(정확도가 95~96%에 달하는 발 사이즈 측정기)를 사용한다. 원하는 제품을 둘러보고 구매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쇼핑이 아니라, 본인의 체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직원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동반된다. 이처럼 직원과 고객 사이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앤유니페어에서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공간에 여백이 필요했다. 2층에 빈티지 체어와 은은한 조명, 카펫으로 조성된 라운지를 마련한 것도 그 이유. “1층과 다른 점이 있다면, 라운지는 벽체가 고정돼 있지 않아요. 무빙월을 닫으면 분위기가 아늑해지죠.”라는 최재영 더퍼스트펭귄 대표의 말에 따라 거대한 원목 무빙월을 움직여 행거를 덮자 마치 공간이 서재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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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을 기준으로 한 디스플레이
앤유니페어에서 브랜드를 기준으로 원하는 의류를 찾기에는 쉽지 않다. 다만, 원하는 스타일을 염두에 둔다면 마음에 드는 옷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앤유니페어는 브랜드나 의류 종류별로 진열하는 기존 디스플레이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경계를 흐린다(Blurring Boundaries)’는 앤유니페어의 슬로건이 가장 와닿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브랜드의 의류는 스타일을 기준으로 한데 뒤섞여 행거마다 아웃도어 스타일, 캐주얼 스타일, 데님 스타일 등 다른 스타일을 만날 수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통일감이 느껴지면서도 다채롭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일지도.
기존 유니페어에서 다루지 않았던 캐주얼 신발 브랜드인 클락스와 버켄스탁을 갖춘 점도 눈에 띈다. 이 브랜드의 신발을 착장에 맞춰볼 수 있어 쇼핑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1층에는 빈티지 안경이 준비되어 있고, 2층 행거에는 빈티지 의류까지 섞여 있으니, 브랜드라는 기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옷을 고르는 재미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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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유니페어의 향과 자연
우연히 맡게 된 향에 불현듯 떠오른 과거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강력한 향의 힘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앤유니페어의 강재영 대표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으니 그가 공간을 준비하면서 조향사를 찾아간 일도 납득이 된다. 유니페어 본점에 가면, 프래그런스 브랜드 산타마리아노벨라의 포푸리 향이 난다. 피렌체의 정원에서 채취한 풀로 구성된 자연의 향이다. 강재영 대표는 성수동 ‘조향사의 집’의 김활 조향사와 상담하며 그가 좋아하는 향은 포푸리 향 중에서도 월계수 잎의 향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 향을 포함해 오직 앤유니페어만을 위한 향을 제작했다. 추후 이 향은 홈 프래그런스 제품으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공간을 둘러싼 원목 자재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도 공간의 매력에 한몫한다. 바닥의 마루는 건축의 축을 따라 두 개의 방향으로 설치됐다. 기성품인 ‘원목마루’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소재 ‘원목’을 사용했기에 인위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바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나무는 가장 나무다운 방식으로 공간과 함께 나이 들어갈 것이라는 더퍼스트펭귄 최재영 대표의 설명을 덧붙인다.
숍과 외부 조경을 자연스레 연결한 공간 디자인이 돋보인다. 앤유니페어의 1층 행거를 둘러보다 보면 틈새 유리문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문은 외부 마당으로 이어진다. 또한, gml의 야외 테라스의 조경도 삭막한 도시 조망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패션 매장 혹은 카페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자연과 마주함으로써 자연이 선사하는 작은 휴식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는 앤유니페어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는 부분이다. 자연은 유행과 브랜드를 바삐 좇는 것보다 본인의 색깔에 어울리는 정체성을 깊이 고민하도록 도와주는 공간적 장치이기도 하니까.
*2편에서 계속됩니다.
글 성채은 기자
사진 표기식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앤유니페어, 더퍼스트펭귄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한국의 랄프 로렌을 꿈꾸며, 앤유니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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