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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이토록 다채로운 블랙,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①

: file no.1 : 카페, 레코드숍, 리빙 편집숍이 한 건물에

Briefing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옷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플라워 프린팅으로 여름을 활짝 물들였던 마르디 메크르디(Mardi Mercredi)의 반팔 티셔츠를 기억할 것.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이 브랜드가 지난 5월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서울 한남동의 내리막길 초입에 자리한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Noir Mardi Mercredi)는 콘크리트 파사드에 새겨진 ‘마르디 메크르디’의 브랜드 로고가 연상시키는 패션 매장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복합문화공간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지하 1층은 레코드숍 ‘티 더블유 레코즈(TW RECORDS)’, 1층과 2층은 카페 겸 문화공간, 3층은 팝업 및 전시 공간, 4층은 리빙 편집숍 ‘파운드오브젝트(F.O.)’로 운영해 각 층에 활기를 더한다.

 

2018년 상반기에 론칭한 마르디 메크르디의 이름은 브랜드를 만든 박화목 대표의 ‘화’와 이수현 감사의 ‘수’에서 따온 이름으로, 프랑스어로 ‘화요일, 수요일’을 뜻한다. 론칭 당해에는 겨울 코트를, 2019년에는 가방을, 2020년에는 플라워 프린트 맨투맨과 티셔츠 등 연이어 아이코닉한 아이템을 선보여 왔다. 마르디 메크르디를 운영하는 회사인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증시 진출을 앞두고 2025년에 1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패션 이외에도 유리를 소재로 한 리빙 브랜드 ‘아르노 글래스(Arno Glass)’, 프래그런스 브랜드 ‘나디스(Nardis)’ 등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 침투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지난 6월 1일에 일본 다이칸야마에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일본 현지의 인기를 입증했다. 이미 일본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조조타운’에서 일 매출 1억 원이라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달성한 바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인다는 것은 브랜드의 인지도를 확고히 한다는 점에서 다른 의미가 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일본 이외에도 중국과 홍콩, 마카오, 태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마련해 한국의 패션 문화를 널리 전파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시작한 마르디 메크르디가 한남동에 하나둘씩 선보여 온 매장과 이번에 새로 선보인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마르디 메크르디의 이름을 걸고 오픈한 지난 매장들은 상업 공간의 성격이 짙지만,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는 문화를 향유하며 즐기는 것으로 충분한 공간이다. 한남동을 중심으로 한 로컬 문화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에서는 매 주말 공연이나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팝업이 진행되기도 하는 등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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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노는 건물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들이 복합문화공간 성격을 띠는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화목 대표는 “돈을 벌어야 하는 목적이 있는 회사가 목적을 무시하고 돈을 벌겠다는 의도가 없이 벌이는 일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마르디 메크르디는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였고, 이번에는 멋있는 걸 하고 싶었던 거예요.”라고 전하며, 상업적인 목적과 별개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문화로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신념을 드러냈다.

 

박화목 대표는 마르디 메크르디의 공간을 전담해 온 스튜디오 언라벨과 멋있는 공간을 꾸리기 위해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공간 1층 중앙에 검은색 나선형 계단을 설치했다. 존재감 짙은 이 계단을 중심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콘셉트는 건물의 핵심인 검은색을 뜻하는 ‘누아르(Noir)’라는 이름이 탄생한 계기가 됐다. 유리섬유로 제작한 계단과 동일한 소재로 제작한 의자와 테이블로 1층을 채우고, 2층은 공연을 염두에 두고 빨간색, 초록색 등으로 조명 컬러를 화려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바리솔 조명을 설치했다. 날 것의 재료와 블랙의 유리섬유가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한 그는 돌의 속성을 지닌 콘크리트와 금속류인 스테인리스의 세 가지 건축 재료를 사용해 건물을 완성했다.

2층에서 시선을 끄는 검은 조형물의 실체는 거대한 디퓨저이다. 프래그런스 브랜드 ‘나디스’에서 제작한 이 디퓨저를 통해 브랜드를 소개하고자 했다고. 2층은 카페 공간이기 때문에 커피 향기를 풍기기 위해 아직은 디퓨저 용액을 넣어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곧 조향을 의뢰한 디퓨저 용액이 완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의 화장실에는 나디스의 향을 경험할 수 있는 핸드워시와 핸드로션이 비치되어 있으니 한남동에 들른다면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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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팀을 보유한 회사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의 지하 1층에는 ‘티 더블유 레코즈’라는 이름의 레코드숍이 자리한다. 마르디 메크르디를 운영하는 회사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이번 공간을 만들기 약 1년 전부터 DJ를 모아 지인의 카페에서 공연을 해왔다. 시청역 부근의 ‘커피앤시가렛’과 한남동의 ‘카시나’ 등에서 공연을 하고, 공연 영상이나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해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1년이 흘러, 마침내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의 지하 1층에 마련된 ‘티 더블유 레코즈’의 공간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희귀한 레코드와 공연을 통해 DJ 문화를 전파한다. ‘TW RECORDS present After Lunch Live Vol.1’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6월 15일 토요일에 열린 첫 번째 라이브 공연에는 밴드 까데호(Cadejo)가 참여했으며, 6월 23일 일요일에는 DJ인 Jaehee, Offcourse, Sinahill이 ‘TW RECORDS present Sunday Pick Vol.1’이라는 타이틀로 한데 뭉쳐 한남동의 주말을 신나게 물들였다.

사진 제공: 마르디 메크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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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재발견

건물 4층에는 유리를 소재로 한 리빙 브랜드 ‘아르노 글라스’의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리빙 편집숍 ‘파운드 오브젝트(F.O.)’가 자리한다. 가구, 조명, 식기, 화분 등을 선보이는 파운드 오브젝트는 보편적인 리빙 편집숍이 큐레이션 하는 방식을 거부한다. 이들은 브랜드나 제품 유형별로 제품을 진열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흩뜨려 놓아 고객이 직접 눈에 띄는 물건을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수십 년간 이름 없는 장인에 의해 제작된 제품, 리프로덕션 제품, 신진 디자이너의 제품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고유성을 간직한 제품을 소개한다.

이중 피스피스스튜디오에서 전개하는 브랜드인 브랜드인 아르노 글라스에서는 20세기 디자이너인 조 콜롬보(Joe Cesare Colombo)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수많은 시도 끝에 탄생한 디자인의 가치와 장인정신을 존중하며, 1960년대 초반 이탈리아의 공장과 동일한 공정을 통해 핸드메이드로 모든 제품을 제작하는 데에 그 가치가 있다. 각진 사각 형태의 손잡이가 달린 투명 유리잔은 아르노 글라스의 대표 제품. 제작 과정 중 금형 틀에서 유리를 꺼낼 때 70%가 무너져 버릴 정도로 고도의 기술력이 있어야 하는 디자인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index 4

컵에서 시작해 카페까지

아르노 글라스의 컵을 사용할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2층의 카페가 탄생했다. 카페에는 서울브루어리의 다채로운 크라프트 맥주와 로우키의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에서만 제공하는 필터 커피 메뉴도 추가되어 더욱 다채로운 음료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씁쓸한 커피와 궁합이 좋은 3종의 디저트는 공간 콘셉트를 고려하여 검은색을 뜻하는 ‘누아르(NOIR)’를 달콤하게 해석했다. 초콜릿 시트 위에 재료를 층층이 쌓아 만든 프랑스식 케이크인 ‘누아르 케이크(NOIR Cake)’와 돌 모양의 생김새가 보는 재미를 더하는 ‘누아르 스톤(NOIR Stone)’, 원형의 초코 케이크 위에 새하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얹어진 ‘블랑 온 초콜릿(BLANC on Chocolate)’이 그 주인공. 무채색의 공간에 재미있는 비주얼을 더하는 콘셉추얼한 디저트를 맛보며 공간을 음미해 보자.

해외로 진출할 뿐 아니라, 키즈 라인부터 애슬레저 라인, 이제는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아우르는 마르디 메크르디. 마르디 메크르디를 이끄는 박화목 대표는 지금의 브랜드가 존재하기 위해 지난 여러 시도가 모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망한 경험이 꽤 중요해요. 내 브랜드가 망해도 세상이 무너진 게 아니라는 태도를 갖게 되거든요. 마르디 메크르디도 위기에 놓였던 적이 있어요. 수중에 500만 원 정도가 남아 있었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시도해서 성공한 아이템이 마르디 메크르디 가방이에요. 망해도 후회가 없도록 도전하는 용기가 지난 경험에서 나왔다고 생각해요.” 박화목 대표와 나눈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이야기는 이어지는 2편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채은 기자

사진 이현지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마르디 메크르디(피스피스스튜디오)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이토록 다채로운 블랙,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 : file no.1 : 카페, 레코드숍, 리빙 편집숍이 한 건물에

       : file no.2 : 멋으로 점철된 공간

       : file no.3 : 한남동 로컬 문화의 중심이 되는 꿈

프로젝트
[Post-It]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장소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5
시간
11:00 - 21:0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크리에이터
공간 기획 | 마르디 메크르디, 스튜디오 언라벨
시공 및 공간 디자인 | 스튜디오 언라벨
성채은
희망과 다정함이 세상을 구할 거라고 믿는 낙천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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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채로운 블랙, 누아르 마르디 메크르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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