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3

노브랜드의 디자인 관점을 담다

월간 <디자인> X 노브랜드의 브랜드 북.
2015년, ‘브랜드가 아닌 브랜드’라는 파격적인 메시지로 등장한 노브랜드. 오로지 품질을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한다는 콘셉트는 소비자에게 적중했다. 2016년, 76억 원이던 매출은 2020년 1조 원을 초과했고, 영업 이익은 240억 원에 달한다. 노브랜드가 등장하면서 한때 유통업계는 PB 브랜드 열풍으로 들썩였고 지금은 온라인 마켓으로 그 장이 넓어진 추세다. 요즘 소비자는 단지 가격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노브랜드를 이토록 매력적으로 만든 것일까?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들의 브랜드 전략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브랜드 북이 나왔다. 디자인 전문지 월간 <디자인>이 노브랜드와 협력해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전략의 관점에서 노브랜드를 바라보고 분석한 책, "NO BRAND"다.

 

이번 브랜드 북은 노브랜드가 추구하는 정신을 담은 자기소개서이자 또 하나의 기획 상품이기도 하다. 월간 <디자인>은 디자인의 관점에서 정용진 부회장, 강희석 대표 등 노브랜드를 만든 사람들과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디자이너들을 인터뷰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양한 사회문화 트렌드를 짚어낸 기고문을 실어 보다 입체적인 관점으로 노브랜드의 디자인 가치를 담아냈다.

 

 

“디자인을 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본질적 탐구예요. 비누는 비누다워야 하고, 바늘은 바늘다워야 한다는 것은 디자인에서도 변하지 않는 형태적 가치죠. 이는 노브랜드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에요. 선인들이 자신의 철학과 깨달음을 간결한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처럼, 형태를 다듬는 과정에서 더 뺄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좋은 식재료가 가진 고유한 풍미를 살리기 위해 간을 담백하게 하듯 본연의 완성도가 높은 제품은 간결한 디자인적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빛을 발하니까요.” – 산업 디자이너 이석우, “NO BRAND” 본문 중

 

노브랜드가 담고 있는 디자인 가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축가 미스 반데어로에 Mies van der Rohe가 한 말로 ‘적은 것이 더 많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 추가할 것이 있는 게 아닌,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완벽한 상태의 미학과 아름다움에 대해 지금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 포스트모던 건축가로 알려진 로버트 벤투리 Robert Charles Venturi Jr는 ‘Less is Bore(적은 것은 지루하다)’라는 말로 ‘Less is More’를 반박한다. 모던한 디자인은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뜻으로 본질에 집중하지만 다양성 역시 확보할 수 있어야 흥미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지나면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난다. 이러한 현대건축과 디자인의 모호함과 복잡함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문장이 ‘More is More(많은 것이 더 많다)’로 이는 건축가 렘 콜하스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세 가지 모두 그 시대의 정신과 디자인 사조를 함축한 명언이다.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시대를 초월해, 디자인을 넘어 삶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어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고 있는 문장이기도 하다. ‘Less is More’의 개념으로 시작한 노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은 시대정신을 따라 ‘Less is Bore’, ‘More is More’로도 확장되었다. 이는 복잡하고 다변화된 세상에서 상생과 지속 가능성 등 고민해야할 가치가 점점 더 늘어남을 뜻하기도 한다.

 

 

“저가 PB 지만 자부심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어요. 진정한 스마트 컨슈머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벤츠를 타고 에르메스 백을 드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의 차 안이나 백에 들어 있는 저가 브랜드 제품 하나가 그를 무조건 브랜드만 좇는 것이 아닌, 의식 있는 소비자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죠. 그런 니즈로 탄생한 것이 노브랜드입니다.” –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NO BRAND” 본문 중

 

노브랜드와 스마트 컨슈머의 탄생

이마트가 개발한 PB 상품, 노브랜드는 2015년 세상에 나왔다. 노브랜드의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 바로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이다. 버터쿠키, 초콜릿, 감자칩 등 9개 상품을 출시했던 노브랜드는 2021년 현재 가공식품부터 생활용품까지 1,400여개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가 아니라고 선언한 브랜드가 이처럼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노브랜드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상품 본질의 기능만 남기고 포장 디자인은 물론 이름까지 없애 같은 상품군 대비 최대 67%까지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단순히 ‘싸다’는 이유만으로 요즘처럼 합리적이고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순 없다. 여기에는 브랜드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브랜딩과 디자인마저도 하지 않는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그 정체성과 의미를 각인시킨 전략이 유효했다.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No Brand’라고 쓴 심플한 디자인을 일괄되게 적용함으로써 품질과 성능에 무관한 비용은 모두 줄였음을 대대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서 주머니는 가볍지만 싸구려는 구입하고 싶지 않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들이 구매하는 것은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의 제품이 아닌 노브랜드라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NO BRAND”는 노브랜드의 탄생 과정과 철학, 비하인드스토리는 물론 어떻게 요즘 소비 트렌드를 분석했는지, 그에 따른 디자인 전략과 디자인 시스템 구축까지 노브랜드의 모든 영업 비밀을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산업 디자이너 이석우,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모빌리티 디자이너 이상엽, 그래픽 디자이너 전채리, 가구&제품 디자이너 장태훈・김동훈,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 김재원, 산업디자이너 최중호, 가구・공간 디자이너 박길종,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이자 기획자 신소현・전민성의 인터뷰를 통해 디자인과 브랜딩에 대한 두터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브랜드와 디자인에 대해 관심 있는 이라면 이번 브랜드 북을 눈여겨봐도 좋겠다.

브랜드를 지우고 소비자를 새로 쓴, 노브랜드

No Brand This is not a brand

지은이 월간 <디자인>, 노브랜드
펴낸 곳 디자인하우스

 

 

이소진

자료 협조 월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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