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4

유럽 건축 대가들의 주택들을 만나볼 수 있는 바이센호프 주택단지

건축가들의 기능적이고 미니멀한 주택들
바이센호프 주택단지(Weissenhof Estate)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주택단지로, 20세기 초에 활발하게 활동한 건축가들인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한스 샤로운(Hans Scharoun) 등이 참여하여 설계된 곳이다. 이 주택단지는 20세기 초기에 독일에서 설립된 조직이며 독일의 산업인, 건축가,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도이처 베르크부트(Deutscher Werkbund)의 1927년 전시회를 위해 건설되었다. 인터내셔널 건축 스타일을 강조하고 기능적이며 편리한 생활, 깔끔한 기하학적 형태, 반복적인 모듈식 구조에 초점을 두었다.
© Veitmueller

바이센호프 주택단지는 총 33개의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미스 반 데어 로에는 1-4번 주택을 맡았으며, 제이콥 요하네스 피터 오우트(J.J.P. Oud), 빅터 부르주아, 발터 그로피우스, 한스 샤로운 등 다른 건축가들에게도 일련의 주택들이 배정되었다. 이처럼 여러 건축가들이 모여 함께 지은 주택단지인 만큼, 바이센호프 주택단지는 다양한 건축기술과 스타일을 보여주며 당시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실험적인 건축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바이센호프 주택단지는 독특한 건축 시스템과 재료를 사용하여 건설되었으며 이 건축 시스템은 스켈레톤(금속 또는 목재), 솔리드 월(벽돌 또는 블록), 포인트 구조(콘크리트 또는 금속)로 구분된다. 각 건축가는 다양한 시공 방법과 재료를 사용하여 자신의 주택을 설계했다. 이러한 건축 시스템과 기법은 주택의 기능성, 건축적인 특징, 열 및 음향 절연 등을 고려하여 선택되었다.

© BohunkaNika

각 주택들의 독특한 특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한 1-4번 주택들은 24개의 아파트가 있는 총 4층의 주거용 블록으로 구성되었으며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형태와 깔끔한 기하학적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 각 아파트의 평방미터는 48㎡에서 80㎡까지 다양하다. 주거용 블록은 철제 사각형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벽체는 벽돌로 채워져 있다.

주택들은 바이센호프 주택단지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주택 내부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단, 주방 및 욕실은 고정된 공간으로 설계되었고 나머지 공간은 유연하게 분할할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대형 유리창과 문을 통해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여 실내와 야외 공간 간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내부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기능성과 실용성을 중시했다. 건축가는 단순한 디자인과 최소한의 가구를 활용하여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주거 공간을 창출했다. 이 주택들을 통해 건축가는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이어지는 디자인 테마를 확립했다.

© Knipserin

제이콥 요하네스 피터 오우트가 디자인한 5-9번 주택들은 2층으로 구성된 연립주택으로 직사각형 형태의 단순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으며, 기하학적인 패턴과 균형 잡힌 비례를 강조한다. 이 주택들은 기능성과 실용성을 중요시한 설계를 특징으로 한다.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형태와 디자인은 당시의 현대 건축 원칙을 잘 대변하고 있다. 각 주택의 개별적인 특징들도 인상적이지만, 주택 간의 조화로운 배치도 주목할 만하다.

건축가는 기하학적인 패턴을 활용하여 주택들의 형태와 구조를 정교하게 조합했다. 간결한 직선과 곡선, 대칭적인 배치, 규칙적인 창문과 문의 위치 등이 특징이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들은 주택들의 시각적인 조화와 균형을 창출하면서도 실용성과 기능성을 함께 고려한 결과물이다. 주택 내부 인테리어는 공간의 효율성과 자연광의 활용을 고려했으며,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5-9번 주택은 바이센호프 주택단지에서도 현대 건축의 진보적인 예시로 손꼽힌다.

© Shaqspeare

1920년대 벨기에 아방가르드 건축의 선두주자인 빅터 부르주아(Victor Bourgeois)가 디자인한 10번 주택은 2층 구조의 단일 가구 주택이다. 이 주택의 여러 곳에서 곡선이 사용되었는데, 예를 들어 발코니나 욕조 주변의 벽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택 내부의 각 공간은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생활 공간과 개인 공간의 분리를 고려하여 설계되었다. 내부의 컬러는 건축가와 독일의 화가이자 풍경화 디자이너인 빌리 바움에이스터(Willi Baumeister)가 함께 기획한 것이다. 빅터 부르주아의 디자인은 곡선과 인상적인 컬러를 통해 주택에 현대적인 요소를 더하였으며 바이센호프 주택단지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 Zinnmann

르 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지네레(Pierre Jeanneret)가 공동으로 디자인한 13-15번 주택은 바이센호프 주택단지에서 매우 돋보이는 주택들 중 하나이다. 13번 주택은 깔끔하고 간결한 기하학적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4개의 층으로 구성된 단독주택이다. 이 주택은 건축가의 시트로한(Citrohan) 유형에 해당되며, 1920년부터 그는 이 주택 유형을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사용했다. 주택은 심플한 디자인과 현대적인 미학을 특징으로 하며 외부와 내부의 구성은 기능성과 사용자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여 설계되었다. 주택의 외부는 일반적으로 르 코르뷔지에 작품의 특징인 화이트톤으로 도색된 벽과 깔끔한 직선이 돋보이는 창문을 갖추고 있다. 이는 당시 혁신적이었던 인터내셔널 양식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이다. 내부는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생활을 위해 설계되었으며 간단한 가구와 조명으로 조화롭게 완성된다. 건축가는 주택의 내부 공간을 활용하여 기능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큰 중점을 두었다.

더블하우스(Doppelhaus)로 알려져 있는 14-15번 주택은 르 코르뷔지에의 혁신적인 건축 원칙을 따르며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주택들은 상층에 변형 가능한 거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매우 독특하다. 이 공간은 낮에는 거실로, 밤에는 침실로 사용된다. 이를 위해 금속 슬라이딩 침대가 디자인되었으며, 낮 시간 동안에는 벽장 안에 침대를 숨겨둘 수 있다. 이러한 이중 공간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는 열차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 Andreas Praefcke

한스 샤로운이 디자인한 33번 주택은 원 패밀리 하우스(Einfamilienhaus)로 알려져 있다. 이 주택은 철골 구조로 건축되었으며, 단열 판자로 외부를 마감했다. 디자인적으로 외부와 내부의 유기적인 연결을 강조하며 곡선형의 창문과 계단이 돋보인다. 내부는 현대적이면서도 기능적으로 디자인되었으며 공간의 유연성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추구한다. 주택은 선과 곡선의 조화, 대칭성의 부재 등 새로운 형태와 공간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바이센호프 주택단지 프로젝트는 단순한 형태와 기능적인 접근 방식을 강조하여 주거환경의 혁신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되며, 이후의 건축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바이센호프 주택단지는 최근까지도 건축 및 예술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자료로 여겨지고 있다.

최새미 객원 필자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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