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1

맨해튼 빌딩 위, 수백 송이 백합은 필 수 있을까?

패시브 하우스에 부여되는 미적인 시도!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친환경 바람이 뉴욕 초고층 빌딩에도 상륙했다. 개발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브루클린 다운타운을 주축으로 패시브 하우스 건물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에너지 측면만은 아니다. 코로나로 잠시 도시가 봉쇄되자 작디작은 공간에서 하루를 온종일 보내다 보니 작은 발코니의 소중함도 일깨워지고, 실내 식물들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났다. 서서히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있지만, 뉴요커들은 이미 성큼 곁으로 다가온 언택트 시대에 적응해버렸다. 더 좋은 환경에서 원격으로 일하던 근로자들에게 시끄럽고 빽빽한 도시의 사무실로 돌아오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로써 이제 오피스에도 매력적인 요소가 있어야 할 판이다.
알록달록한 색이 건물을 뒤덮고 있는 모습이 시선을 끈다. 사진: Studio Vural

 

브루클린에서 지속 가능한 건물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약 10년 전부터 시작된 태양광 패널부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고급 타운하우스가 많아지면서 움직임이 가속화됐습니다.

 

Selim Vural

 

* 낙후된 지역에 외부인의 유입으로 임대료가 상승하고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건축가 자신이 직접 오랜 기간 식물을 재배해오면서 적합한 식물을 찾았다. 사진: Studio Vural
백합은 봄에 다양한 색으로 꽃을 피우고 일 년 내내 초록색을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사진: Studio Vural

 

알록달록한 색깔로 롤리 폴리 캔디가 떠오르는 이미지는 현실이 아닌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미국 건축회사 Studio Vural이 제시한 초고층 빌딩 디자인이다. 건물을 뒤덮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백합이다. 그것도 아시안 백합이다. 건축가가 아시아 어딘가에서 가파른 절벽을 뒤덮고 있던 아시안 백합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백합은 매년 봄에 빨강, 주황, 노란색의 꽃을 피우고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겨울에도 녹색을 띤다. 길고 삭막한 겨울, 뉴욕 한복판에서 녹색으로 빛나며 다가올 봄에 대한 희망을 끊임없이 심어줄 예정이다.

 

춥고 긴 뉴욕의 겨울에 한줄기 녹색 빛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Studio Vural

 

실제로 건축가는 직접 집에서 다양한 식물을 재배한다. 브루클린의 집 옥상에서 약 93 제곱미터의 텃밭을 가꾼다. 물탱크까지 직접 만들어가며 다양한 식물을 키우고 토양에 대한 공부를 해온 지도 15년이 지났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가는 백합과 라일락이 찬 바람과 추운 겨울을 견디는 강한 생명력과 자생력을 가지고 있고, 최소한의 관리로도 유지될 수 있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백합에 주기적으로 물을 주는 방법으로 드론을 제시하며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적용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건물은 주거와 근무 시설이 함께 있는 복합시설로 계획됐다. 사진: Studio Vural

 

브루클린에 생겨나는 패시브 하우스들은 모두 기존의 건축 형태에 녹아들어 있다. 최대한 건물에 적용된 친환경 요소들을 숨기려고 한 노력이 엿보이기까지 한다. 건축가는 이 점을 주목하면서, 패시브 하우스 요소들을 겉으로 드러내는 시도를 했다.

 

건축은 프로젝트의 전반에 걸친 모든 요소들에 미적인 요소를 더하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프로젝트에서 친환경 요소에 미를 더했습니다.

맨해튼에 수백 개의 백합이 있다면,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될 것입니다.

 

Selim Vural

 

단순 백합을 외부에 배치하는 것이 패시브 하우스 건축의 전부는 아니다. 건물을 뒤덮은 백합의 토양은 단열 역할을 하고, 지열 에너지를 이용한 냉난방을 할 때 외부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건물의 양옆 부분은 유리로 되어 있어 햇빛을 받아들이고 양쪽으로 자연환기가 가능하다.

 

추운 겨울에도 잘 견디는 아시안 백합 수백 송이가 건물을 뒤덮고 있다. 사진: Studio Vural
건축가는 브루클린에 새로 개발되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패시브 하우스 요소를 적용하는 걸 보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사진: Studio Vural

 

제안된 건물은 사무실이 21개 층, 주거가 18개 층인 복합건물로 계획됐다. 그 이유는 재택근무의 일상화로 더 이상 이전만큼의 사무실이 필요하지 않아 주거의 요구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교통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도 더해지면서 근무지와 가까운 주거지의 선호도가 높아졌고, 한곳에서 많은 것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생겼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공유 오피스와 편의 시설에 많은 공간을 할애했다. 현재로서는 단순히 제시된 콘셉트로, 그 실현 가능성은 뉴요커들의 반응에 달렸다.

 

 

정유화 기자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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