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5

태양 에너지와 디자인의 결합을 돕는 디자이너

태양 디자이너 '마르얀 판 아우벨'
환경 오염이 심해져 기후까지 변화하는 상황이 되면서, 화석 연료보다는 청정 에너지로 불리는 태양 에너지, 풍력, 수력 등에 대한 관심과 발전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그 어느 때보다 개발이 활발하지만, 아직 일상과는 거리가 조금 있는 듯하다. 여전히 대부분의 생활이 화석 연료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술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 또한 함께 이루어져야 미래의 모습이 보다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디자이너, 아티스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디자이너 마르얀 판 아우벨(Marjan Van Aubel) 사진 출처: frameweb.com

이런 가운데 네덜란드 디자이너 마르얀 판 아우벨(Marjan Van Aubel)​의 활약이 눈부시다. 암스테르담의 게릿 리트벨트 아카데미(Gerrit Rietveld Academy)와 런던의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현재 ‘태양 디자이너(Solar Designer)’로 명성을 알리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일상에서 친숙한 가구, 창문 등에 태양 전지를 결합시켜 태양 에너지 기술을 일상생활에 어울리도록 만드는 지속적인 프로젝트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장 먼저 사람들에게 소개된 것은 태양 전지와 테이블을 결합한 ‘현재의 테이블(Current Table)’이었다.

태양 전지와 테이블을 결합한 '현재의 테이블' 사진 출처: marjanvanaubel.com

이 테이블은 단순히 가구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청정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써 만들어졌다. 테이블의 상판은 유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유리에는 염료 감응 태양 전지(DSSC: Dye-Sensitised Solar Cells)가 포함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태양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산란광 아래에서도 효율적으로 전력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태양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최초의 가구이기도 하다. 마치 식물이 광합성하듯, 이 테이블은 햇빛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상관없이 에너지를 생산한다. 전력 걱정이 없는 가구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marjanvanaubel.com

2015년에 선보인 버전 1.0은 런던 디자인 박물관의 권위 있는 올해의 디자인 상 후보에 올랐으며,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보에이만스 판 뷔닝언 박물관(Boijmans van Beuningen)의 영구 컬렉션에 포함되며 아이디어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디자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 테이블은 현실성 있는 2.0 버전까지 개발되었다.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여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파워 플랜트' 모습 사진 출처: marjanvanaubel.com ​

디자이너는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에도 초점을 맞춘 아이디어를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그녀는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분야가 농업이라는 것에 주목했고, 도시 어디에서나 식량 재배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건축가 엠마 엘스턴(Emma Elston), 연구원 야스민 오스텐도르프(Yasmine Ostendorf), 암스테르담 대학교 및 전문가 그룹과 공동으로 협업하여 만든 ‘파워 플랜트(Power Plant)’는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여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사진 출처: marjanvanaubel.com

온실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이 공간에서 온실과 다른 점은 공간을 감싸고 있는 ‘유리’에 있다. 이 투명한 태양 유리는 태양열을 이용하여 공간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세워진 건물에 전력을 더할 수도 있다. 파워 플랜트 내부에서 재배되는 작물들은 수경 재배로 키워지는데, LED 조명을 통해 기존 보다 4배 이상 빠르게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물을 사용하는 재배방식이지만 효율성을 높였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토양을 이용하는 농사보다 최대 90%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도시 어디서나 햇볕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작물을 재배할 수 있어 실용적인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다.

실내에서 충전이 가능한 조명 '선' 사진 출처: solarsunne.com

이어 디자이너의 명성을 널리 알린 디자인은 바로 실내에서도 충전이 가능한 조명, ‘선(Sunne)‘이다. 창문에 가깝게 걸어놓을 수 있는 이 조명은 태양 전지와 통합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으며 햇볕을 수집하여 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디자이너는 모든 빛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이를 통합 배터리에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이 조명을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solarsunne.com

조명은 전력을 스스로 만들기 때문에 전선이 필요 없으며, 그래서 깔끔한 디자인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로지 햇빛만을 사용하여 빛을 내기 위해 디자이너는 네덜란드 에너지 연구 센터와 협업하여 ‘선 파워(SunPower)‘라는 태양 전지를 만들어냈다. 이 전지는 창문을 향하는 면에 달려 있으며, 이렇게 모인 에너지는 자동차를 운행시킬 정도의 양이 된다고 하니 새삼 기술의 발전이 놀라울 뿐이다.

사진 출처: solarsunne.com

방을 향한 면에는 회로 기판을 바탕으로 LED와 배터리가 있다. 조명을 켜기 위해서는 조명 상단을 터치하거나 조명을 관리하는 앱을 사용하면 되는데, 이 앱에는 주변 환경에 맞춰 저절로 켜지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조명의 빛은 우리가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색이라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새벽의 오묘한 빛, 신선한 낮의 햇빛, 감동적인 노을의 빛, 이렇게 세 가지 색으로 조명의 색을 정할 수 있다. 조명의 빛, 전원 설정과 함께 태양 전지로 생성되는 에너지와 배터리 잔량 확인은 앱을 통해 가능하다.

2020 두바이 세계 엑스포 네덜란드 관 지붕 사진 출처: marjanvanaubel.com ​

방을 향한 면에는 회로 기판을 바탕으로 LED와 배터리가 있다. 조명을 켜기 위해서는 조명 상단을 터치하거나 조명을 관리하는 앱을 사용하면 되는데, 이 앱에는 주변 환경에 맞춰 저절로 켜지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조명의 빛은 우리가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색이라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새벽의 오묘한 빛, 신선한 낮의 햇빛, 감동적인 노을의 빛, 이렇게 세 가지 색으로 조명의 색을 정할 수 있다. 조명의 빛, 전원 설정과 함께 태양 전지로 생성되는 에너지와 배터리 잔량 확인은 앱을 통해 가능하다.

사진 출처: marjanvanaubel.com

“당신은 에너지를 가져오고, 만들고, 소비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내야 합니다.”

 

-마르얀 판 아우벨

네덜란드 디자인 위크 기간에 소개한 '솔라 파빌리온'의 모습 사진 출처: archdaily.com

2022년에는 웨어러블 기술을 활용한 의류 디자인을 선보이는 네덜란드 패션 디자이너 폴린 반 돈겐(Pauline van Dongen)과 함께 ‘솔라 비엔날레(The Solar Biennale)‘를 설립했으며, 이를 통해 더욱 활발하게 전 세계에 태양 에너지의 아름다움과 효율성에 대해 알리려 애쓰고 있다. 네덜란드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솔라 파빌리온(The Solar Pavilion)‘도 이런 노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앞서 2020 두바이 세계 엑스포 때 손을 잡았던 V8 아키텍츠와 다시 협업한 이 파빌리온은 태양 에너지가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고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 archdaily.com

V8 아키텍츠는 “현재 에너지는 기술 기능적인 방식으로만 수확됩니다. 우리는 태양 에너지를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도록 일상 생활에 통합하는 방법을 탐구합니다.”라며 “파빌리온에는 380개의 태양 전지판이 통합되어 있습니다. 방문자는 이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볼 수 있으며 파빌리온을 쉽게 분해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모든 연결 부분, 전선 및 디스크를 보이게 두었습니다. 구조의 실용적인 관점입니다.”라며 독특한 파빌리온을 설계한 이유를 밝혔다. 덕분에 이 파빌리온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태양 전지를 통해 전력이 모이는 과정과 더불어 이 전력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태양의 미래 - 태양과 함께 화석 시대 이후의 세계를 설계하는 방법」 사진 출처: japsambooks.nl ​

최근 마르야 판 아우벨은 태양 에너지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은 책, 「태양의 미래 – 태양과 함께 화석 시대 이후의 세계를 설계하는 방법 (Solar Futures- How to Design a Post-Fossil World with the Sun)」이라는 책을 출판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책에는 태양 에너지 개발 현장에 참여하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만날 수 있으며, 동시에 ‘태양 기술’에서 ‘태양 디자인’으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를 알아볼 수 있다.

「태양의 미래 - 태양과 함께 화석 시대 이후의 세계를 설계하는 방법」 사진 출처: japsambooks.nl

책은 세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태양 디자인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과거에 우리가 어떻게 태양을 디자인했는지 설명하고, 태양 에너지 발전의 역사적 발전에 대한 시각적인 시간의 흐름을 선보인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현재 우리가 설계하고 있는 태양 디자인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건축, 패션, 운송 및 제품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태양 에너지와 관련된 디자인들을 둘러볼 수 있어 유용할 듯 보인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태양 에너지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한 질문이 함께 한다. 그야말로 태양 에너지와 디자인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책이라 볼 수 있다. 아직 태양 에너지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 예측과 그에 대한 우려를 함께 고민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디자이너 마르야 판 아우벨 사진 출처: ddw.nl

지금까지 다양한 태양 에너지 디자인들이 선보였지만, 우리가 이를 체감하려면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이 네덜란드 디자이너가 펼쳐내는 아이디어들이 무척 귀중하게 여겨진다. 그녀 덕분에 미래에 더 다양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들이 선보일 것이며, 환경은 지금보다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박민정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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