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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2022-07-08

스케이트보드를 향한 고집, 팀버샵

애정에서 비즈니스로

경기도 의왕 아울렛에 해가 지면 야광 빛을 밝히는 스케이트보드 파크가 있다. 바로 현대미술작가 구정아의 작품 ‘NEGAMO’(2021)이다.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와서 탈 수 있다. ‘내가 뭐?’라는 우리말을 옮긴 작품 제목에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이들의 아집이 느껴진다. 넘어지고 까지고 멍이 들어도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깃들었다. 나 자신에 대한 확신과 고집이 필요하다. 여기 그 누구보다 스케이트보드를 향한 고집을 꺾지 않는 이가 있다. 10년 차 로컬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팀버샵을 이끄는 조양수 공동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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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세일리(왼쪽)와 조양수(오른쪽) 팀버샵 공동대표 © designpress

세기말부터 오늘까지

 

그간 스케이트보드에는 극단적인 두 가지 시각이 존재했다. “와! 멋있다!” 혹은 “양아치야 뭐야.” 특히 기성 세대에게 스케이트보드는 그저 불량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타고 노는 시끄러운 놀이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지난 도쿄 하계 올림픽을 계기로 그 이미지가 180도 변하는 중이다. 최초로 스케이트보드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기 때문. 이후 스케이트보드를 향한 관심은 증가했지만 스케이트보드 시장에서는 해외 브랜드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로컬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전개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팀버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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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6월 중순. 조양수 팀버샵 공동대표는 처음으로 스케이트보드를 구매한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는 주말마다 강동구에서 마포구를 오가며 펑크 밴드 공연을 쫓아다녔다. 밴드 맴버 중에서 꼭 한두 명은 스케이트보드를 탔는데 그 모습에 반해 스케이트보드를 타야겠다고 결심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PC통신을 통해 간신히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스케이트보드는 소수의 취향이었다. 즉, 아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전유물이었던 셈. 지금과 다르게 스케이트보드 파크가 많지 않던 시절, 비록 전용 파크는 없었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장소는 꽤 존재했다. 송파구 올림픽공원 광장, 동대문 훈련원공원, 지금은 롯데백화점이 들어선 노원구 미도파 백화점, 삼성역 한전 앞 등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이들 사이에서만 공유하는 장소는 특별함과 고유함을 더했다. 하나의 대상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이 모이고 어울리면 신(scene) 이 된다. 문화가 된다. 오늘날 스케이트보드 신과 문화 또한 바로 지난 세기 소수의 취향과 장소로부터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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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연령대가 낮아졌다. 예나 지금이나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20~30대의 규모는 비슷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바로 10대가 증가했다는 점. 젊음의 패기가 무섭다고 오늘날 10대들은 스케이트보드를 단순 놀이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국가대표 선발, 대회 입상, 대학 진학 등 뚜렷한 목표가 존재한다. 더욱이 부모님들이 그들의 목표를 물심양면 지원해주는 낯선 풍경도 달라진 모습 중 하나다. 스케이트보드는 특정 나이에 딱 떨어지는 문화가 아니다. 조양수 대표의 말이다. 그는 올해 마흔이지만 아직도 10대 친구들과 함께 보드를 타고 이야기 나누며 친구처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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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땅에 헤딩하기

 

스케이트보드를 향한 조양수 대표의 진심과 애정은 오늘날 10대 스케이터들이 지닌 뚜렷한 목표 못지않다. “스케이트보드가 아닌 다른 일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 순수하게 스케이트보드만을 좋아했거든요. 다른 것에는 정을 못 줄 정도로 말이죠. 또래 남자 친구들이 흔히 하는 PC방 게임이나 당구, 볼링, 낚시 이런 건 전혀 할 줄 몰랐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는 30살이 다 될 때까지 오직 스케이트보드 외길을 걸었다. 조양수 대표는 어릴 적 허리 부상으로 또래 친구들이 군대에 갈 시기에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 첫 직장으로 우후청산(雨後靑山)이라는 이름의 스케이트보드 숍에서 비즈니스를 배웠다. 이후 로닌(Ronin)이라는 스노보드 매장에 들어가 5년을 일했다. 매장 업무에 적응하고 일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성과가 좋아지자 매장에서 스케이트보드 판매도 도맡아서 하게 됐다. 특히 마지막 1년간 해외에서 스케이트보드를 수입해서 판매와 관련 이벤트도 혼자서 개최했다.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으로 나만의 비즈니스 노하우를 쌓아온 셈. 그러던 중 거래처인 해외 스케이트보드 유통 업체 케이덴스 디스트리뷰션으로부터 공동 대표 제안을 받았다. “이미 형성된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쉽지 않죠.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그리고 할 줄 아는 것이 스케이트보드가 전부라 다른 생각은 못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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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팀버샵과 팀버 보드

 

영어로 목재라는 뜻을 지닌 팀버는 나무로 만드는 스케이트보드의 데크를 말한다. 팀버샵이라는 이름은 스케이트보드의 기반이 되는 재료를 파는 곳, 스케이트보드의 시작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팀버샵은 2012년 명동에서 처음 시작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에 매장을 열었다. 아무래도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외국인에게 더 높았기 때문이다. 이후 신사동을 거쳐 2017년 홍대로 자리를 옮겼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여러 해외 브랜드를 수입하고 소개하면서도 이들이 2013년부터 꾸준히 전개한 비즈니스가 있다. 바로 팀버샵이 자체 제작한 팀버 스케이트보드를 판매하는 것. 일명 팀버 보드는 로컬 브랜드로서 팀버샵이 스케이트보드 신 안에서 지향하는 이정표와도 같다. “한국에도 실력 있는 스케이터가 정말 많아요. 하지만 레드불, 반스, 슈프림 등 해외 브랜드와 직접 소속 계약을 맺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팀버샵이 그 역할을 하면 어떨까 싶었죠.” 팀버샵은 팀버샵 소속 최재승 선수의 시그니처 데크 ‘Jason’을 제작하고 판매한다. 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출신인 최유진 선수를 비롯해 국내 유망 선수들에게는 대회 출전을 위한 팀버 보드를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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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데크 브랜드

 

스케이트보드는 데크, 트럭, 휠, 베어링, 볼트, 그립 테이프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자전거처럼 부위별로 전문 브랜드가 존재한다. 그중에서 팀버샵은 가장 핵심인 몸통, 즉 데크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데크 제작의 시작은 그래픽 디자인부터 이후 데크의 길이, 너비 그리고 양 끝의 구부러진 정도를 정한다. 데크 디자인과 모양을 결정하면 미국과 중국에 있는 보드 전문 공장에 작업을 의뢰한다. 충분한 주문량과 오랜 비즈니스 신뢰도가 없다면 제조를 맡기기 어려운데, 공장마다 데크를 제조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쉽게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팀버 데크는 캐나다산 단풍나무 일곱 장을 겹쳐 그 위로 압력을 준 뒤 하나로 뭉친다. 탄력감이 좋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팀버 보드의 특징을 꼽자면 세 가지가 있어요. 합리적인 가격, 뛰어난 품질 그리고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개방성.” 팀버 보드는 자체 디자인 작업뿐만 아니라 로컬 아티스트 및 브랜드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작년에 팀버샵은 그래피티 아티스트 제바의 작품을 데크 디자인에 담아 출시하기도 했다. 팀버샵 소속 멤버이자 일본의 스케이트보드 유튜버 카츠야를 통해서 팀버 보드의 매력이 알려진 뒤 일본 수출도 성사됐다. 지난 2년간의 팬데믹 기간 또한 팀버 보드의 존재가 알려진 또 하나의 기회였다. 아웃도어 용품 매출이 오르면서 스케이트보드의 매출이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의류 매출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역전됐어요. 스케이트보드와 장비에 대한 수요가 3배 이상 증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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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보드 비즈니스 10주년을 맞이한 팀버샵의 원동력은 꾸준한 콘텐츠 생산과 문화 비즈니스에 대한 현실 감각이다. “비즈니스라는 말은 어느 산업에서나 쓰이잖아요. 스케이트보드는 커뮤니티와 문화 기반의 산업이에요. 비즈니스 마인드로 문화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야 해요. 이런 역할이 있어야지 스케이트보드 신을 현실적으로 서포팅하고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해외 프로 스케이터 초청과 대회 개최,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공장 탐방, 국내외 팀버 투어, 팀버샵 일상과 브랜드를 소개하는 팀버 에피소드 영상 제작과 비디오 시사회까지.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다양한 채널과 장르로 소개한다.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이 신에서 이탈하지 않고 직업으로도 삼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조양수 대표는 로컬 브랜드를 론칭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것 이상을 바라본다. 스케이트보드 문화의 저변화 그리고 비즈니스의 확장. 그에게 팀버샵은 여전히 그 꿈을 실현할 단초이다.

이정훈 에디터

포토 강지훈 포토그래퍼

모델 최유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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