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되면 도시는 숨을 고른다. 익숙하게 방문하던 식당의 조명은 꺼지고, 평소 붐비던 거리에도 잠시 여백이 생긴다. 가족의 식탁으로 향하는 열차에는 빈자리가 없다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을 멈춘 채 도시에 머문다. 고요해진 서울을 걸으면서 왠지 더 일찍 허기가 지는 건 기분 탓일까. 홀로 식사하고 싶은 사람도, 연휴를 맞아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도, 귀향하지 않은 친구끼리 모여 안부를 나누고 싶은 이들도, 명절 음식 대신 외식을 택한 가족도 만족할 수 있는 미식 공간을 모았다. 모두 설 당일에도 영업하는 귀한 곳이다.
노주
혼자하는 식사도 번듯하게
출처: 노주 인스타그램
아무리 혼자라도 끼니를 대충 해결하고 싶지 않을 때, 서울 마포구 망원동 ‘노주’를 추천한다. 이탈리안 기반의 무국적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다이닝 바로, 매일 조금씩 구성이 달라지는 시그니처 코스와 런치 코스 A, B를 함께 운영한다. 런치 코스 B는 애피타이저부터 아란치니, 파스타, 고기 요리, 후식까지 포함해 3만 5천 원으로 부담이 적다. 데이트나 가족 식사로도 손색없지만, 혼자 방문하기 좋은 이유는 1인도 코스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혼자라는 이유로 코스 요리 메뉴를 선택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 특히 반갑게 느껴질 만하다. 바 테이블 너머로는 개방형 주방이 이어진다. 생면을 만드는 과정을 비롯해 조리 전반을 바라볼 수 있다. 엔다이브, 카르파초, 감베로니처럼 주류와 곁들이기 좋은 메뉴도 있고, 주류 콜키지도 가능해 혼술 장소로도 추천한다.
노노스탄테
달콤한 초콜릿과 함께
출처: 노노스탄테 인스타그램
데이트 장소는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다. 연애 초반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간이 지닌 분위기와 음식의 결이 우리 관계에도 그대로 닿는 느낌이랄까. 연남동 주택가에 있는 노노스탄테는 과하지 않은 낭만이 깔린 음식점으로, 클래식 이탈리아 요리와 수제 초콜릿을 함께 선보인다. 노노스탄테는 11년간 이탈리아 현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페이스트리 숍, 이탈리아 요리 학교 ALMA 본교에서 강사로 활동한 오민석 셰프가 운영한다. 퇴근 후 초콜릿을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던 유럽에서의 일상에서 출발해, 식사와 디저트를 분리하기보다 초콜릿을 하나의 요리로 제안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실내 공간으로 자연광이 넉넉히 들어오고, 테이블 간격도 여유롭다. 대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적어 차분한 데이트를 즐기기 좋다.
리퍼
동네 사랑방에서 파티를
출처: 리퍼 인스타그램
친구나 동료와의 만남은 지나치게 각 잡힌 분위기보다 편안한 공간이 어울린다. 서교동에 자리한 리퍼는 8평 남짓한 작은 레스토랑이자 바다. 바형 테이블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는 구조를 갖췄다. 일행이 아닌 손님과도 같은 공간을 공유하게 되는 방식 덕분에, 동네 사랑방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리퍼는 호주 멜버른에서 10년 이상 캐주얼 다이닝 문화를 경험한 박진영, 류지영 부부가 운영한다.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메뉴가 자주 바뀌며, 같은 요리라도 재료 구성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여섯 명부터는 단체 예약과 대관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연휴에 집에 머무는 친구들을 하나하나 모아보는 건 어떨까. 파티원만 모집되면 우리만의 코스 요리나 스탠딩 파티도 가능하다.
미소헌
우리만을 위한 식탁
출처: 미소헌 인스타그램
가족 외식은 신경 쓸 것이 많다. 공간이 지나치게 소란스럽지 않은지, 음식의 간은 적당한지, 건강을 해치는 음식은 아닌지. 제기동에 있는 미소헌은 이런 기준을 가뿐히 충족하는 곳이다. 하루 한 팀만을 위한 원 테이블 식당으로, 식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미소헌은 약선요리 명인이자 대한민국 조리 기능장인 김보경이 운영한다. 본래 수업을 진행하던 공간을 식당으로 전환해 운영 중이며, 예약이 들어오면 인근 경동시장에서 식재료를 직접 고른다. 재료의 상태와 조리 과정을 모두 책임지는 방식이다. 메뉴는 전채, 냉채, 육회, 전, 후식으로 구성된 기본 코스와 갈비찜을 더한 한 상이 준비돼 있다. 약선요리를 바탕으로 한 구성답게, 재료의 균형에 신경 쓴다. 좋은 소금을 직접 빻아 사용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 점에서도 음식을 향한 태도가 드러난다. 설 연휴 기간에는 전통주 한 병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니,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