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3

도시를 더 ‘나이스’하게! 방콕디자인위크 2023 ①

​방콕 전역에서 펼쳐지는 디자인 축제
방콕디자인위크의 메인 TCDC 광장 앞 전경. 크리에이티브 마켓, 오픈 스튜디오, 콘서트 등이 열렸다.

미술관과 갤러리는 디자인과 예술 전시로 활짝 문 열고, 화훼 시장, 목공소 거리에도 디자이너와 예술가의 손길이 닿았다. 낮에는 크리에이티브 마켓에서 먹고 마시며 쇼핑하고, 밤이 되면 유휴 지역에 설치된 미디어 아트를 감상하며 만담을 듣거나 콘서트를 감상한다. 지난 2월 4일부터 12일까지 9일간 열린 제6회 방콕디자인위크(Bangkok Design Week) 현장에서 마주한 풍경들이다. 위크 기간 동안 ‘어반 나이스 제이션(Urban NICE Zation)’을 주제로 방콕 9개 지역에서, 5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동시에 열렸다. 팬데믹 이후 오랜만의 열린 축제로 거리 곳곳마다 즐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방콕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복합쇼핑센터, 아이콘 시암.

Ι 방콕이 도시 디자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방콕디자인위크의 이번 주제는 ‘어반 나이스 제이션.’ 디자인으로 도시를 더 ‘나이스’하게 바꿔보겠다는 의지다. 방콕은 인구 1천만 명의 대도시다. 인구수로만 본다면 서울보다 많고, 면적은 훨씬 더 넓다. 도시가 커질수록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인구 과밀, 환경 문제, 지역 불평등, 자원 관리 등 고질적인 문제들을 방콕도 똑같이 겪고 있다. 여러 해결책이 있겠지만, 방콕은 이번 디자인위크를 통해 어바니즘과 연결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터의 참여에 기대를 거는 중이다.

 

디자인위크가 ‘더 나은 도시 만들기’를 위해 주목한 6가지 분야

-환경 Nice for Environment

-이동 수단 Nice for Mobility

-문화 Nice for Culture

-비즈니스 Nice for Business

-커뮤니티 Nice for Community

-다양성 Nice for Diversity

 

 

방콕디자인위크 2023 로고와 홍보 포스터 ⓒ Bankok Design Week
Ι 태국창조디자인센터(TCDC)와 방콕 디자인 특구

방콕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방콕에 요즘 가볼만한 디자인 스팟이 정말 많아.”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디자인 특구를 개발한다던데?” 디자인위크의 취재 또한 이 두 가지 질문을 확인하는 여정이었다. 방콕 디자인위크는 2018년 출범한 CEA(Creative Economy Agency)가 조직 및 운영한다. CEA는 태국이 추진하는 창조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국내총생산(GDP)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겠다는 목표를 지녔다. 태국은 왜 창조 산업에 주목할까?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의 창조 산업은 2020년 1조 1,9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58%를 차지했으며, 2012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1.23%의 성장률을 보이며 관련 분야에서 약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와 같은 성장세를 보면 국가에서 왜 주도적으로 성장시키려는지 이해가 간다. 소프트파워를 촉진할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 ‹Thai PBS World›기사 ‘Creative Economy Agency empowers Thai creative business on the global stage’ 중에서 발췌
방콕디자인위크의 중심, TCDC. 낮에는 크리에이티브 마켓과 토크 프로그램이, 저녁에는 콘서트가 열렸다.

또한 방콕은 관광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20%로 핵심인 만큼 방문객들을 꾸준히 유입할 계획이 필요하다. 실제로 CEA의 미션 중 하나는 새로운 창조 지구를 개발하는 것에 있다. 조직 산하에는 태국 창조 디자인 센터(이하 TCDC, Thailand Creative & Design Center : 2004년 설립)가 있다. TCDC는 태국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과 디자이너들 간의 협력 사업 및 국제 시장에서 태국 디자이너의 홍보를 돕는 등 디자인 및 크리에이티브 산업에 중심 역할을 하는 센터다. 현재 태국 내 방콕, 치앙마이, 콘깬 세 곳의 지점이 있고, 2024년 새로운 지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방콕 짜런끄룽 거리.

방콕 TCDC는 원래 쇼핑몰 내에 위치했는데 지난 2017년 구도심인 짜런끄룽 지역 내 중앙 우체국 건물 일부에 리뉴얼 후 이전했다. TCDC를 따라 힙한 카페와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근방 일대는 디자인 특구로 부상했다. 짜런끄룽 길은 을지로처럼 오래된 공구 상가 거리, 학교, 전통 시장 사이로 로스터리 카페, 리버시티 방콕 등 현대 공간이 혼재되어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을지로가 ‘힙지로’로 변신한 것처럼 최근 5년 사이 일어난 짜런끄룽의 변화도 다이내믹하다.

TCDC 전시 전경
Ι 소재에 주목하다

디자인위크 동안 방콕 총 9개 지역에서 행사가 열렸는데, 이중 메인 행사와 전시는 TCDC 건물에서 열렸다. 1940년 지어진 브루탈리즘 양식의 중앙 우체국 건물은 위풍당당했다. 건물 오른편 입구로 연결되는 TCDC 내부에서는 다양한 전시와 워크숍, 토크, 프로모션 행사가 열리는 중이었다. 미래 기술 및 음식에 대한 전시도 인상 깊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환경 문제에 대한 창작자들의 태도였다. 기획전인 <Better City>와 <Wast is More>에서는 커피 찌꺼기, 달걀 껍질, 나무 가공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 등 대체 소재를 제안하는 작업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버려진 페트병 뚜껑, 나무 줄기 등 친환경 소재에 주목한 전시 'Waste is More'
디자이너 룩양의 '웨이스트 포차나'

프로덕트 디자이너 룩양(LUKYANG)은 배달 음식으로 인해 넘쳐나는 포장 쓰레기에 주목했다. 그는 버려진 포장재들을 모아 음식 모형을 페이퍼 아트로 구현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방콕 내 의식있는 식당 6곳을 섭외했고, 이 가게들의 대표 메뉴를 만들었다. 태국의 대표 배달 앱 중 하나인 ‘라인 맨’과의 협업으로 위크 기간 동안 배달 포장을 줄이자는 캠페인도 함께 진행했다. ATTA 갤러리에서 열린 그룹전, <Trash Treasure>에서는 버려진 자원을 소재로 만든 작업들이 전시되었다.

Chakrit Pichyangkul

Interview with

차크리트 피차양쿤 / CEA 상무 이사 Chakrit Pichyangkul / Executive Director of CEA

방콕디자인위크가 올해 6회를 맞았다. 그동안 어떤 성장을 이뤄왔는가?

그동안의 통계를 살펴보면 디자인위크는 매년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 5번의 행사 누적 방문객 수는 약 2백만 명이다. 올해는 코로나 이후 진행된 가장 큰 규모의 디자인 위크로 기존 연도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는 최대 50만 명 정도 예상하지만, 아직 최종 통계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지역 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 매년 행사의 컨셉을 다르게 기획하고 있는데 그해 가장 중요한 주제나 콘텐츠를 살피고 이를 반영한다.

Metropolitan Waterworks Authority Maen Si

이번 2023년 방콕 디자인 위크는 ‘코로나 이후의 삶’에 포커스를 맞춰 기획하게 되었고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도시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에 대해 살펴보았고, 행사에 참여하는 모든 크리에이터와 관람객들이 이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

2018부터 2022년까지 진행된 방콕디자인위크의 포스터 | 출처: 방콕디자인위크

이번 방콕 디자인 위크의 주제는 ‘Urban NICE Zation’ 이다.

방콕디자인위크는 ‘창조 도시(Creative City)’를 만들어 나가려는 방콕 도시 사업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창조 도시를 현재 방콕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엑스포, 행사들이 모두 ‘창조’를 기반으로 한다. 방콕디자인위크는 ‘창조 도시(Creative City)’를 만들어 나가려는 방콕 도시 사업의 일부로,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될 뿐아니라 여러 플랫폼을 통해 열리는 중요한 행사다. 방콕에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여행객도 함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간 동안 도시 곳곳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예술가나 문화 활동가, 디자이너들은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통해 관람객과 교류한다. 또 플리마켓과 같은 시장이 형성되어 경제 활동까지 확장된다. 이처럼 크고 작은 행사들이 모여 ‘방콕디자인위크’라는 하나의 결과물로 귀결되는 것이다. 올해는 9개의 메인 지구를 포함, 12개 지역에서 위크가 진행된다. 특히 방콕의 오래된 지역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점이 포인트다.

최근 태국이 창조 산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들었다. 방콕디자인위크는 방콕시와 어떤 관계인가?

방콕시와 CEA는 서로 파트너 존재다. 방콕은 유네스코에 지정된 중요한 도시 중의 하나다. 그리고 이에 대해 방콕시, CEA, TCDC는 같은 하이어라키 상에 존재하며 방콕 디자인 위크를 통해 방콕 디자인의 위상을 알린다.

이번 방콕디자인위크에서 주목할 만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나 지역은?

이 질문은 프로그램 측면과 성과적 측면으로 대답하겠다. 우선 프로그램 측면에서 하이라이트 지역을 고르자면 방콕의 오래된 도시의 모습이 현존하고 있는 ‘방포(Bang Pho)’ 지역을 주목할만하다. 이곳은 오래된 목공소가 밀집된 지역으로 가구, 공예품 등 창의적인 작품과 제품들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아웃풋 측면에서는 아직 행사가 끝나지 않아서 어떤 특정 프로그램이나 지역을 꼽긴 어렵지만 올해 디자인 위크에 몇 명의 관람객이 이 행사에 참여를 했는지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경제적 이익을 발생시켰는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디자인 위크가 방콕에 있는 대학교의 예술 대학과 얼마나 많은 관계를 맺는지, 짜른끄룽 지역의 비즈니스를 얼만큼 성장시키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다. (방콕디자인위크는 지난 5회의 행사를 통해 약 총 13억 6,800만 바트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크리에이터, 기업가, 공공 및 민간 부문, 교육 기관은 물론 국내외 다양한 협력 기관의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였다.)

목공소가 밀집된 ‘방포(Bang Pho)’ 지역

최근 주목하고 있는 방콕 디자인 씬은 무엇이 있는가?

방콕 내에서 최근의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지역으로 답해보겠다. 디자인위크 스팟 중 하나이기도 한 ‘프럼퐁(Phrom Phong)’ 지역은 오피스 밀집 구역으로 디지털 아트, 디자인, 프로덕트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및 현대적인 분야의 씬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건축 분야에서도 신선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업무를 보는 장소라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앞으로도 많은 발전이 일어날 곳이라 생각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이다.

케이스티파이는 태국의 떠오르는 디자이너 10명과 스페셜 에디션을 제작했다.

방콕디자인위크의 성장과 함께 여러 협력이나 스폰서로 참여한 기업들의 활동도 눈여겨보게 된다.

올해 해외에서는 케이스티파이(CASETIFY)와 엡손(EPSON)이 메인으로 참여했다. 특히 케이스티파이는 방콕 디자인 위크를 위해 태국 로컬 디자이너 10명과 함께 방콕과 관련된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을 만들었다. 위크 기간 동안 오프라인 부스를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었다. 이처럼 우리는 방콕디자인위크를 더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CEA가 영화와 방송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 지식재산권 산업 등 폭넓은 문화 산업을 아우르는 조직이라는 점이다. 물론 방콕디자인위크가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여러 개의 사업 중 일부다. 올해 8월에는 6차산업과 관련된 비즈니스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창조 산업을 통해 각 지역과 비즈니스, 크리에이터들을 연결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자 목표다.

방콕디자인위크 2023 Bankok Design Week 2023

기간: 2023년 2월 4일 ~ 12일 (9일간)

주제: Urban NICE Zation :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더 나은 도시 만들기.

프로그램: 8개 카데고리, 500여 개 이상

장소: TCDC 및 짜런끄룽, 방포, 카셋, 아리 지구, 시암, 프럼퐁 등 9개 이상 지역 스폿

주최 및 주관: CEA (Creative Economy Agency)

*다음 편에서는 방콕디자인위크의 장외전시 6곳과 주목할만한 디자인 씬을 소개합니다.

도시를 더 나이스하게! 방콕디자인위크 2023 ②

유휴 지역의 대변신부터 디자인 스튜디오 투어까지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자료 제공 및 협조  태국 창조 경제 기구(CEA), 방콕디자인위크 조직위원회

도움 이현경 (한·태 문화 기획자, 태국 현지 브랜드 디자이너, <태국 문방구> 저자)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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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더 ‘나이스’하게! 방콕디자인위크 2023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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