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4

도시를 더 ‘나이스’하게! 방콕디자인위크 2023 ②

유휴 지역의 대변신부터 디자인 스튜디오 투어까지
디자인위크 기간 동안 관람객에게 배포된 가이드 맵 ⓒ Bankok Design Week 

2월 4일부터 12일까지, 방콕 전역에서 열린 ‘방콕디자인위크 2023’. 올해는 ‘어반나이스제이션(Urban NICE Zation)’을 주제로 도시 곳곳에 필요한 문제들을 창조적인 방법으로 해결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이번 편에서는 행사의 중심지인 TCDC 지역 외 다채로운 장외 전시 현장과 디자인 씬을 소개한다.

*1편에서 이어집니다.

도시를 더 나이스하게! 방콕디자인위크 2023 ①

 

1. 유휴 시설이 된 물탱크에서 펼쳐진 미디어아트
Phra Nakhon| Metropolitan Waterworks Authority Maen Si
건물에 비치는 윤슬은 오래 전 식수원을 공급했던 물탱크의 존재와 역할을 반영했다. 바닥에 반짝이는 매트를 설치하고 빛을 반사시켜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냈다.
좁은 실내를 식물로 가득 채운 전시 'A Garden Too Secret'

이번 디자인위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 지금은 쓰지 않는 옛 물탱크 시설에서 열린 미디어아트와 전시다. 디자인 스튜디오 ‘디사이드 키트’와 국제 프린트 기업, 엡손이 ‘얼음’을 주제로 한 협업 작업을 선보였다. 태국의 옛 물탱크들을 시리즈로 찍은 사진전, 물길을 형상화한 설치물이 근사한 아우라를 풍겼다. 야외 미디어아트 특성상 저녁 7시부터 열리는데, 사람들이 모여들어 마치 여름날 한강 축제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건물 내부에서 열린 <A Garden Too Secret>은 도시의 극심한 녹지 부족을 풀어낸 전시다. (방콕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인당 공공장소에서 접근 가능한 녹지 공간의 최소 기준, 9㎡/1인당에 크게 못 미친다고.)

2. 가구의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Phrom Phong | CHANINTR

프럼퐁 지역은 굳이 비교하자면, 태국에서 청담동과 같은 부촌이라고 한다. 외국 사람도 많이 살기 때문에 이국적인 느낌도 난다. 이곳에 위치한 CHANINTR은 1994년 설립된 리빙 전문 리테일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가구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Your Choice Matters>가 열린다.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양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산업, 어떤 방법을 실천할 수 있을까. 현지 브랜드인 spruce는 디자인 가구를 몇 개월이든 할부를 통해 ‘빌려 쓰는’ 공유 서비스를 제안한다. 가구를 사고 버리는 대신 필요한 사람들에게 원하는 만큼만 소유하는 것이다.

3. 19세기 저택에서 감상하는 태국 타이포그래피 전시
Nang Loeng | Bangkok 1899 at Ban Chao Phraya Thammasakmontri

‘Bangkok 1899’는 1899년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로, 20세기 초 교육가이자 작가인 차오프라야의 옛집이다. 이탈리아 건축가가 지었다는 옛 저택은 규모는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넘쳤다. 이곳은 지금 LA와 방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국제 예술 단체인 ‘크리에이티브 마이그레이션(Creative Migration)’이 새로운 문화 공간이자 거점으로 운영 중이다. 위크 기간 동안에는 크리에이티브 마이그레이션의 작가 중 한 명인 파리 출신 아티스트 엘뷔 몬뒬레(Elvire Bonduelle)의 ‘뉴 타이 알파벳 타이포그래피’ 전시가 열렸다. 그림 같은 태국 알파벳을 심미적으로 접근하는 한편, 긍정적인 메시지를 넣어 의미를 전달하는 작업이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파얀차나(Phayanchana)

| Design Scene 1.

태국어 자음을 소재로 작업하는 디자이너

얼핏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태국어.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낯설게 보일 수밖에 없다. 태국 내에서는 영어와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최근 몇몇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모국어를 주제로 작업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래픽 아티스트 파얀차나(Phayanchana)는 TCDC에서 44개의 태국어 자음을 사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 전시 <Wannaroop>를 선보였고, 크리에이티브 마이그레이션의 엘뷔 몬뒬레 작가 역시 타이포그래피 자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방콕 시내의 옛 태국어 간판과 도로 표지를 촬영한 사진전도 눈여겨볼만하다.

아리 위켄드 마켓에서 만난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 아리 어라운드. 앱을 통해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모으면 '아리 코인'을 적립해준다.

| Design Scene 2.

왜 태국엔 커뮤니티가 많을까

위크 동안 여러 아티스트들을 만나면서 발견한 특이한 점 하나. 개인이나 스튜디오가 아닌 소속한 커뮤니티를 적극 어필한다는 것. 태국에서는 지역별 혹은 성향별로 커뮤니티를 이뤄 연대감을 갖거나 함께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흔하다. 위크 스폿 중 하나인 아리 지구에서 만난 아리 어라운드(Ari Around) 역시 자원 순환을 목적으로 앱 개발 및 서비스, 프로젝트를 도모하는 그룹이다.

4. 방콕 현지 생활감이 가득, 화훼 시장 
Pak Khlong Talat | Chakkraphet Road

디자인위크에 선정된 장소 중에는 방콕의 현지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특수한 지역도 있었다. 그중 하나인 ‘빡클롯 탈랏(Pak Khlong Talat)’은 방콕에서도 대표적인 화훼 시장이다. 시내를 걷다 보면 종종 신을 모신 사원을 마주칠 수 있는데, 크건 작건 간에 노란 메리골드로 만든 화환인 ‘푸앙말라이’를 걸어둔 것을 볼 수 있다.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꽃으로, 워낙 수요가 많아 화훼 단지에서는 큰 뭉치 단위로 판매한다. 꽃도 판매하지만 조금만 골목에 접어들면 농산물을 거래하는 시장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방콕의 생활감 가득한 공간에도 디자인위크가 열린다. 거리 곳곳에 화훼시장을 찍은 사진을 전시하거나 바나나 잎을 소재로 설치작품을 전시해둔 것. 물론, 직접 현장을 보는 게 훨씬 재밌다.

5. 뜻밖에 건축사 사무소 투어
Phrom Phong | Architects49

1983년 설립된 아키텍츠49는 태국 유명 건축사 사무소다. 이들은 단순하고 우아한 선을 지닌, 시대를 초월하는 건축을 지향한다. 마히돌 대학의 콘서트홀, 후아힌 메리어트 리조트앤스파, 방콕 중심부에 개발 중인 원방콕과 두싯 센트럴파크, TCDC 콘깬도 이 사무소의 작품이다. 방콕디자인위크 그리고 마침 40주년을 기념해 토크 및 주변 스튜디오와의 연계 프로그램인 ‘49 & FRIENDS’를 기획했다.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와 경험들을 공유하는 자리. 태국어로 진행되는 바람에 우리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사무소를 따로 투어하는 행운을 누렸다. “방콕 지도 모형을 만들고, 우리가 진행한 건물들을 노란색으로 표기했어요. 정말 많죠?” 우연히 알게 됐지만 놀라운 규모였다. 이어서 실제로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을 둘러보는 기분이란! (여담이지만, 사옥의 규모, 곳곳에 예술 작품이 걸려 있는 풍경, 업력 기간 모두 우리 회사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사무실 모니터에는 프로젝트 관련 자료를 띄워 놓았다. 사무실이 전시장이 되는 놀라운 현장이었다.

6. 태국 디자인 스튜디오 구경하기
Phrom Phong |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Dot Line Plain, Sunday Architects
Dot Line Plain
Sunday Architects

프롬퐁 지역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두 가지. 유명 가구 디자인 쇼룸 주변으로 작은 인테리어 및 건축사사무소가 밀집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디자인위크를 맞아 관람객들에게 사무실의 일부를 개방하거나 전시장으로 꾸며 초대하는 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인 닷 라인 플레인은 앞서 방문한 ‘49&프렌즈’에 참여하면서 사무실 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이곳에서는 디자인 애호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두었다. 썬데이 아키텍츠는 1인 가구에게 필요한 모듈형 원룸 구조를 설치해 놓았다. 모두 디자인위크에만 공개되는 장소인지라 특별하다.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자료 제공 및 협조  태국 창조 경제 기구(CEA), 방콕디자인위크 조직위원회

도움 이현경 (한·태 문화 기획자, 태국 현지 브랜드 디자이너, <태국 문방구> 저자)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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