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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0

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한국계 디자이너는 누구?

해외 매거진에 소개된 바 있는 디자이너 정재유 인터뷰
얼마 전 해외 디자인 매거진 잇츠나이스댓(It’s Nice That)에서는 정재유 디자이너의 작업이 기사로 등장했다. 베이징에 있는 X 뮤지엄 브랜딩과 디자인이 실렸고, 그 안에는 디자이너에 관해서 알 수 있는 약간의 힌트가 있었다.
School of Visual Arts

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브랜딩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타이포그래피 작업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플러스엑스라는 대형 브랜딩 디자인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고, 미국에서는 콜린스라는 큰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에 가면 더 많은 브랜딩 작업을 만날 수 있는데, 하나 하나가 조금씩 달라서 흥미롭다. 궁금함이 늘어나 직접, 더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인터뷰는 한국어로 진행하였으며, 가급적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그의 이야기는 물론, 그의 작업도 함께 만날 수 있다.

Interview with 정재유 디자이너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반갑습니다. 디자이너 정재유(Jaeyou Chung)입니다. 현재 뉴욕 콜린스(COLLINS)에서 associate designer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유님의 포트폴리오 전에 재유님 이야기를 조금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두, 세 질문 먼저 드리려고 합니다. 이 일을 하시는 데 있어 부모님 영향이 크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조금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네, 부모님 두 분 모두 예술 쪽에 계셔서 어렸을 때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자랐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판화를 전공하시고, 아버지께서는 디자인과 교수이셔서 집에 예술 작품과 디자인 서적도 많았고 두 분께서 작업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라 예술이라는 분야가 친숙했던 거 같아요. 아버지께서 저와 저희 형 둘을 앉혀놓고 타이포그래피, 브랜딩 관련해서 설명도 자주 해주시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설명도 많이 해주셨어요. 그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Herb Lubalin의 타이포그래피 작업과 Paula Scher의 브랜딩 작업들이에요. 어머니로부터도 유화, 판화, 꽃꽂이 등 여러모로 정서적인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던 거 같아요. 

 

그러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신 시점이나 계기를 여쭤봐도 될까요? 

네 살 때쯤 부모님 직업 때문에 시카고에서 2년 정도 처음 미국에서 지냈고, 그 이후 고등학교 때 커네티컷에서 다시 유학생활을 하게 되면서 현재까지 있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모두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너무 치열한 사회에서 자라지 않길 원하셨어서 유학을 권유해주시고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Storefront for Art and Architecture_Animation

처음에는 경영학을 공부하시다가 그래픽 디자인으로 넘어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도 궁금해요.

처음 대학 진학할 당시 폭넓은 경험을 쌓기에 경영학이 좋은 선택이라 생각이 들었는데, 공부 도중 앞날에 대한 의문과 길 잃고 열정 없이 의무감에 하는 공부에 흥미를 잃었어요. 무엇을 정말 하고 싶은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당시 디자인 전공하고 있던 저희 형의 모습이 멋있고 재밌어 보여서 그 영향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도 항상 멋있는 디자인을 보면 가슴 설레었고 저만의 디자인을 해보고 직접 만들고 싶다 라는 마음이 그래픽 디자인으로 진로를 바꾸게 된 큰 계기인 것 같습니다. 조금 먼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지금은 만족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하시다가 코로나 이후 플러스엑스에서 일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플러스엑스에서 일하셨던 경험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네, 맞습니다. 뉴욕에서 학교 3학년을 마치고 인턴 후 팬데믹으로 휴학 후 한국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그때 좋은 기회로 플러스엑스에서 일 년 조금 넘게 일을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 있었어서 한국 사회문화가 궁금하고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그 부분에 있어 많이 해소가 되었어요. 한국 회사에서는 어떻게 일하는지, 업무 문화 등 많은 경험을 하기에 좋았습니다.

Storefront for Art and Architecture

브랜드 아이덴티티, BX가 연결되는 디자인 작업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이러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셨던 것인지 여쭤봅니다. 

건축과 공간이 조형적 아름다움 이외에 사람에게 감정과 경험에 커다란 영향을 주듯이 브랜딩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시적인 시각적 즐거움에서 머물지 않고 저의 디자인이 사람들 삶 속에 녹아 들어 지속적으로 살아있고 소통한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타이포그래피에 항상 가장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가장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직접 실무를 하시는 입장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일의 가장 큰 특수성은 어떤 것인가요?

모든 디자인이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일에 대한 가장 큰 특수성은 브랜드를 정의 내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고유의 시각적 언어와 규칙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으로는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만 그것을 브랜드의 이념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비주얼 시스템으로 체계화시킨다는 것에 특징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시각적 규칙들로 웹사이트, 캠페인, 브랜드 산출물까지 적용되어 디자인됩니다. 브랜드 쪽이 아닌 이외에 계시는 분들은 단순히 로고만 그리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조금 더 큰 컨셉과 큰 그림을 그리면서 브랜드가 운영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X MUSEUM

지금은 콜린스에서 일하고 계신데요.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콜린스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 베이스를 둔 브랜딩 에이전시입니다. 딱딱하고 정제되어 있는 디자인보다 새로운 비주얼과 시도를 통해 디자인 필드에 신선함을 가져다 주는 것에 주목을 많이 받고 있어요. 현재 필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크레이티브 에이전시라고 생각해요. 함께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수평적인 문화, 자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같이 일 하는 디자이너들도 개개인의 역량이 너무 뛰어나고 서로 존중하는 게 느껴져서 너무 만족하며 즐기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콜린스도 워낙 큰 프로젝트도 많이 하고 대형 클라이언트도 많은 곳인데요. 그곳에서 하시는 역할도 브랜드 아이덴티티 쪽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현재 재밌는 프로젝트부터 글로벌 브랜드 리브랜딩까지 많은 작업 진행 중에 있어서 앞으로 공개될 작업들 많이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X Museum

얼마 전 It’s Nice That에 X MUSEUM 작업이 실렸어요. 당연히 기쁘셨겠지만,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나 기사가 나갔을 때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언젠간 한 번쯤 내 기사가 실렸으면 좋겠다고 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이루어져서 많이 놀라고 기뻤습니다. 제 디자인이 더 많은 대중들에게 소개되고 이후에 제 작업에 영감 받았다는 이메일도 받고 있어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한국에까지 제 이야기와 작업을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네요.

 

기사를 보고 깨달은 건데, 보통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디자인은 대개 평면적으로 드러나는 편이었어요. 그러한 가운데 그 안에서도 입체적인 것을 구현하신 것이 X MUSEUM이었던 것 같아요. 

X Museum은 베이징에 위치한 뮤지엄으로 실제 전시 공간과 온라인 상의 가상공간에서 전시를 하는 큰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다른 두 차원의 “공존”이라는 컨셉을 기초로 하여 평면적인 공간을 뒤틀면 앞면과 뒷면이 같이 보이는 입체적 현상을 타입페이스에 담아 새로운 비주얼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공간감을 기초로 한 컨셉이다 보니 타이포그래피 이외의 부분에서도 최대한 입체성을 전달하였습니다.

BOU

또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어떻게 보면 무형의 것을 유형으로 만드는 것이잖아요. 가장 크게 고민하시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신지도 궁금합니다. 

여러 가지 고민하는 부분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는 건 브랜드의 이념과 컨셉이 디자인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되었는지 고민해요. 결과적으로 디자인이 저에게 만족스러운지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정형화되고 예상 가능한 디자인은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합니다.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없으면 남들이 이미 묘사한 기법에서만 머무르게 되는데 거기서 벗어나서 저만의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페이지에 있는 브랜드마다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기도 하는데요. 그 안에 본인만의 것을 심고자 하시는 편인지, 혹은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이 드러나게끔 두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작업할 때 어느 정도 저의 개성과 스타일이 드러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부분들에서 다른 작업들과 차별성이 있고 즐겁게 작업하게 되어서요. 그래야 무엇보다도 결과물이 만족스럽게 나와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이면 크게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아요.

A24

X Museum 외에 페이지에 있는 작업 중에 A24, Grow, Deeponde에 관해 조금씩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A24는 미국의 독립 영화 회사로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네레티브와 시간의 흐름으로 해석하여 작업했습니다. 이것들을 시각화를 하기 위해서 태양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그림자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기하학에서 기초가 되는 도형중 구의 사용으로 햇빛에 의해 변하는 구의 그림자를 시스템에 담았습니다. 그 부분을 로고에서부터 타입 시스템까지 확장하여 적용했습니다.

Grow

Grow는 식물을 위한 물 브랜드로 물의 속성과 식물의 성장을 로고에 적용하여 만들었습니다. 로고에서 식물이 성장할때 뻗혀나가는 힘과 물의 유동적인 느낌을 담았습니다. 아트 디렉션 같은 경우 너무 뻔한 식물 이미지만 담기보다는 식물을 텍스쳐화 시켜서 적용시키는 방식으로 풀어 조금 더 유기적인 표현을 담았습니다. 

Deeponde

Deepondé는 플러스엑스에서 작업했었던 스킨케어 브랜드로 현대화된 동양의 이미지를 담아내고 브랜드의 이념인 깊은 연구와 노하우를 반복되고 중첩되어 있는 패턴으로 개발해 패키징 및 코어 시스템으로 적용하였습니다. 

 

수상하신 Young Ones Student Awards에 쓰여있는 바이오를 보면 “그는 개념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개념을 시각화하고, 그것들을 미시적에서 거시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을 즐긴다.”라고 쓰여있더라고요. 디자인을 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디자이너가 아닌 사이드에서 브랜딩을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재유님께서는 요 부분에 있어서 좀 더 얘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컨셉적인 부분은 책과 영화 같은 디자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곳에서 많이 배웠고 다른 예술 작품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작가들은 어떤 식으로 자기의 생각을 발전시키는지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던 거 같아요. Pinterest나 인스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면적인 디자인 보다도 유명 스튜디오나 에이전시에서 디자인 브리프를 읽어 가면서 사고 능력과 개인의 테이스트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 디자인 프로세스는 브랜드 해석 및 정의, 컨셉 도출, 비주얼 리서치, 그리고 본격 디자인 페이스로 들어가요.

 

끝으로 가까운 시일 안에 공개 예정인 것이 있으신지, 그리고 이 인터뷰를 읽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COLLINS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가장 가까운 시일 안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제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개인 작업들을 업로드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박준우 객원 필자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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