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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2-07-12

패션 사진 작가는 이 시대의 새로운 예술가이다

패션 사진으로 구성된 전시 〈MAGIC SHOT〉

기간 2022.06.17 - 09.25
장소더현대 서울 ALT.1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6F)

패션 사진은 제법 큰 판형과 좋은 질의 종이를 통해, 그러니까 주로 잡지라는 포맷을 통해 일차적으로 등장한다. 요즘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 혹은 상대적으로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공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패션 사진이 비록 목적과 기능을 지닌 사진이라 해도 그 안에 담긴 예술성은 무시할 수 없다. 정말 잘 찍은 사진은 그 자체로도 바이럴이 되는가 하면 어떤 사진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목적을 잃고 순수하게 감동을 주기까지 한다. “패션 사진 작가는 이 시대의 새로운 예술가이다”의 원문은 “Fashion Photographers are the New Painters”인데, 이는 매직샷 전시의 안내 책자에 적힌 문구이기도 하다. 이 말은 패션 사진 계의 거장 피터 린드버그(Peter Lindgergh)가 한 말인데, 이번 전시에는 피터 린드버그와 닉 나이트(Nick Knight) 등을 비롯해 사토리얼리스트로 잘 알려진 스콧 슈만(Scott Schuman), 파리에서 활동 중인 키키 슈(Kiki Xue) 등 여러 사진 작가의 다양한 스타일이 담겨 있다.

(좌) 매직샷 전시 입구 (우) 매직샷 전시 도입부 설치물
왼쪽부터 다니엘 산발드, 마일즈 알드리지, 아나이스 레우의 작품
닉 나이트의 작품

전시는 사진 작품 자체도 눈을 끌지만 전시 공간 디자인도 만만치 않게 눈에 띈다. 처음 입장할 때부터 앞서 언급한 피터 린드버그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매직샷이라는 전시 이름을 크게 담은 입구 형상의 설치물부터 전시 섹션마다 입구에 있는 소개글, 각 섹션마다 포인트처럼 있는 공간 세팅은 물론 색감과 조명의 활용까지, 매직샷이라 불리는 사진 자체도 눈에 들어오지만 그것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전시 공간의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첫 번째 섹션인 ‘판타지’에서는 담백한 색채의 벽으로 사진이 지닌 강렬한 인상을 더욱 부각시켰고, ‘일상’ 섹션은 철조망과 노란색 색감을 활용해 주제에 맞는 사진 감상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이어지는 ‘초현실주의’에서는 분위기 반전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거대한 설치물을 배치하여 그 존재감을 활용했다. 각 사진마다 핀 조명을 주며 작품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고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진다.

모두 키키 슈의 작품
왼쪽부터 장 밥티스트 몬디노, 벤 와츠, 벤 와츠, 이네즈 반 램스위어드 & 비누드 마타딘, 윌리 반데페르의 작품
테니스 코트를 연상시키는 설치 공간
닉 나이트의 쇼스튜디오 화면 중 일부

실제로 판타지 섹션에 있는 사진은 하나같이 강렬하다. 그 와중에 닉 나이트의 거대한 사진도 존재감이 크지만, 키키 슈의 두 작품 “Peking Opera”(경극)와 “Boycott” 두 작품도 눈에 들어온다. 우선 닉 나이트는 한국에서도 단독 사진전을 개최한 적 있고, 40여년 간 작업을 해왔으며 라이브 스튜디오 섹션을 여는 등 패션 사진을 기반으로 그 이상의 예술성을 보여준 바 있다. 키키 슈는 중국 청두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 중이며 패션지 사진 작업을 하는 동시에 현실 세계를 담은 사진 작품은 물론 페인팅 작업까지 한다. 그래서 경극 배우를 찍은 작품은 좀 더 후자에 가깝고, 다른 한 장의 사진은 전자에 가깝다. 외에도 전시 공간에 있는 작품을 보다 보면 작품명 대신 GQ, W 매거진 등 익숙한 패션지의 이름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매체의 톤을 간접적으로 접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에는 단연 틴 보그가 눈에 띈다. 전시에는 틴 보그 특유의 밝고 화사한 색채 속에서도 10대가 본다고 하여 쉽게, 단순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진들이 있다. 여기에 패션 분야에서 최초로 디지털 비디오 아트를 제작했다고 하는 닉 나이트의 쇼스튜디오 영상 30편도 전시되어 있다. 좋은 사진 작품이 시기나 유행을 타지 않는 것에 반해 상대적으로 쇼스튜디오에서 재생되는 영상은 특정 시기의 유행이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아카이브라고 하기에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다수 담겨 있다.

일레인 콘스탄틴의 작품
'일상' 섹션 설치 공간
모두 펑 리의 작품

여기에 후반부 두 섹션인 ‘일상’과 ‘초현실주의’는 대조적이어서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앞서 언급한 스콧 슈만을 비롯해 일레인 콘스탄틴(Elaine Constantine), 펑 리(Feng Li), 엘리노어 카루치(Elinor Carucci) 등 다른 작가의 사진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스콧 슈만은 스트릿 포토를 예술의 경계로 올려놓은 장본인이며 일레인 콘스탄틴은 사진 작가이자 영화 감독이기도 하다. 보그, 아이디는 물론 구찌, 비비안 웨스트우드, MSGM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매거진의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노던 소울>이라는 영화를 통해 영국 아카데미 후보로도 올랐다. 여기에 영국의 스트릿 포토그래퍼이자 패션 포토 작업도 하는 펑 리, 90년대부터 꾸준히 개인전을 열며 사진 장르의 경계를 오가는 엘리노어 카루치까지 한 섹션에도 다양한 사진이 공존한다. 전시 전체로 보면 총 48명의 작품이 존재하는데, 다양한 이들의 다양한 스타일 속 서로 다른 온도를 주의 깊게 보다 보면 전시는 더욱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엘리노어 카루치의 작품, 뒤로 보이는 초록 공간(다음 챕터)와 대비가 느껴진다
초현실주의 섹션 한가운데 있는 설치물
모두 에릭 매디간 핵의 작품

초현실주의 섹션으로 가면 상대적으로 요즘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접근 방식과 기술로 혁신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들 중 대표적인 작가로는 이나 장(Ina Jang)과 에릭 매디간 핵(Erik Madigan Heck)이 있다. 이들은 패션 필름의 현주소, 그러니까 얼마나 발전해왔고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신선한 표현, 작가적 색채까지 담아낸다. 에릭 매디간 핵은 본인이 직접 매거진을 창간한 적이 있기도 한데 그만큼 예술과 패션에 관하여 조예도 깊고 잡지 자체에 관한 이해도 크다는 이야기다. 외에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이나 장 역시 회화와 사진의 경계에서 매력적인 작품을 연출하고 완성해낸다.

에릭 매디간 핵의 작품
솔브 선즈보의 작품
출구 전에 만날 수 있는 여러 포토그래퍼의 이름과 QR코드

패션 사진은 빠르게, 기술의 발전을 온몸으로 체화하며 발전을 거듭해왔다. 흑백에서 컬러로, 종이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며 적응했고, 클라이언트의 의뢰와 연출의 영역,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더해지며 독자적인 예술 장르가 되어가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제품으로서의 패션이나 의상도, 작품으로서의 회화적 특성도 모두 만날 수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패션 포토그래퍼 중 한 명인 마일즈 알드리지(Miles Aldridge)는 “아름다운 것을 추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든 아주 평범한 것을 이상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든 간에, 나는 이미지가 잡지 페이지를 넘기면서 쉽게 잊혀지는 사진이 아닌,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 사진을 찍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 한 문장 안에 패션 사진의 가능성과 기능, 역할과 작품으로서의 순수함까지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는 9월 25일까지 열리며 더현대서울 6층에 위치해 있다.

박준우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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