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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Walk with] 5. 나무가 무성한 나만의 공간을 꿈꾸며, 크리에이터 김규린을 따라 걷기

2002년생 크리에이터를 자극하는 공간은?
새로운 공간도 공간에 관한 이야기도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선택지가 무수하다면, 미더운 이를 동행으로 삼아 산책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요? 그를 따라 걷다가 매력적인 샛길을 발견할 수도, 혹은 과감하게 들어서고 싶은 공간을 만날 수도 있을 테니까요. 헤이팝은 워크 위드(Walk with) 시리즈로 패션과 미술, 문학과 음악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를 만나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통해, ‘좋은 공간’을 한층 다채롭게 정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규린

워크 위드(Walk with) 시리즈로 함께 걸을 다섯 번째 인물은 크리에이터 김규린이다. 2018년 처음 유튜브에 브이로그를 올린 이후 꾸준히 영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온 김규린은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중학생 때부터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서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나누며 크리에이터의 길을 걸어온 그는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좋아한다. Z세대들에게 많은 공감과 응원을 받으며 나아가는 김규린은 일찍이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 일상을 잘 가꿔나가고 있는 그를 인터뷰했다.

ⓒ김규린

Walk with 크리에이터 김규린

@kyurln

— 안녕하세요 규린 님. 헤이팝 독자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0년 차 크리에이터 김규린입니다. 패션이나 일상, 인테리어 또는 음악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표현하고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 규린 님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괜찮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지키는 루틴이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늘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요. 제가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수면시간인데요. 8시간은 꼭 자야 하는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무리 침대에 누워서 늦게까지 릴스를 보고 싶어도 욕구를 억누르고 일찍 잠에 들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의지나 열정, 원동력이 모두 체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김규린

— 하나의 콘텐츠가 나오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갈 것 같아요.

영상을 만들기 위해 거치는 일련의 과정이기도 한데요. 스쳐 지나가듯 하는 생각들이 하나의 아웃풋으로 나올 만큼 묵직한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를 기다려요. 아주 작은 아이디어에 살이 붙어 조금 몸집을 부풀리기 시작하면 어떤 식으로 만들지 종이에 적기 시작해요. 기획할 수 있을 만큼의 내용이 만들어진 때인 거죠. 그 내용을 기반으로 영상을 찍어요. 

 

— 규린 님의 유튜브를 보면 다큐멘터리 영상 같은 일상에서부터 패션 룩북, 토크 영상까지 선보이기도 하죠.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사소한 모습을 잘 조명하는 것 같아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어떤 확신이 있어야 나올 수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무언가를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서 사소한 모습을 조명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런 모습이 확신이 있는 사람의 모습으로 연결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MBTI도 ‘INFJ’인 만큼 저는 생각이 많고 원체 복잡한 사고 체계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랜 시간 고민하기도 했어요. 제가 내린 첫 번째 결론은 최대한 단순해지기였습니다. 저의 구독자분들이 제가 계절감을 영상에 잘 담아낸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그렇게 담아냈다는 건 계절감을 잘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영상에 드러난 것이거든요. 사계절이 있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서 잘 담아내고 싶었고 그 마음을 영상에 잘 녹인 것이죠.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게 콘텐츠의 출발점이 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때그때 담아내는 게 그렇게 비치는 것 같아요. 

겨울에 찍은 사진 ⓒ김규린
ⓒ김규린
초록이 무성한 잎과 여름을 좋아한다. ⓒ김규린

— 계절마다 느끼는 기분이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규린 님은 어떤 계절이 가장 기다려져요?

영상 중 ‘가을 규린이 짱이다’라는 댓글을 본 적이 있어요. 콘텐츠적으로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사계절 중 제일 열정의 농도가 짙고 많은 의욕이 생기는 계절은 바로 지금, 여름이에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또 겨울이고요. 사실 계절은 옷 때문에 기다려진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보면 모든 계절에 좋아하는 이유가 붙는 것 같아요. 

 

— 그렇다면 여러 가지 시도해 보고 싶은 여름에 가장 찍고 싶은 콘텐츠는요? 

 패션 영상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 자주 하는데 요즘 ‘추구미’라는 말이 있잖아요. 좋아하는 배우나 아이돌 스타일링을 따라 해보며 그들과 유사한 스타일링을 해보는 콘텐츠를 찍고 싶어 계획 중이에요. 최근 인스타그램 탐색 탭에 아오이 유우가 많이 떴어요. 원래도 좋아하는 배우인데 다시 보니까 그가 입고 있는 옷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의 스타일링을 따라잡는 느낌으로 릴스를 찍어봐도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생겼어요. 아오이 유우의 룩이 일명 ‘모리룩’으로 숲속의 소녀와 같아서 빈티지스럽고 꽃 패턴이 많은데 그 무드를 잘 담아내기 위해 서치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 영상에서는 언제나 그랬듯 여름과 잘 어울리는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초록색이 가득한 여름을 담아내려고 해요.  

취향대로 꾸민 방 ⓒ김규린
방에서 주로 콘텐츠 촬영을 진행한다. ⓒ김규린

— 규린 님의 유튜브 콘텐츠를 쭉 살펴보며 내가 생활하는 공간, 머무는 곳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 깨달은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룸 데코(decoration) 영상을 흥미롭게 봤는데 디테일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직접 고르는 게 인상적이었거든요. 규린 님에게 ‘방’은 어떤 공간인가요? 

또 다른 저인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제 취향대로 방을 꾸미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17살 때 저만의 방이 생겨 본격적으로 방을 꾸미기 시작했죠. 그때의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사진을 붙이고 거기에 어울리는 소품을 사서 꾸미면서 그 시절의 저를 담아내는 것 같아요. 저의 취향과 생각이 농축돼서 방에 꽉 담겨 있어요. 취향은 변하기 마련이잖아요. 계속 변화하는 나를 방으로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죠.

 

— 온전히 독립된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정말 많이 상상해 봤어요. 우선 나무가 보이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고 그 공간을 채우는 것들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어떤 가구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라든지 그 제품을 구매하게 된 이유라든지요. 지금의 제 방처럼 그리고 꾸밈없는 제 콘텐츠처럼 온전히 독립된 공간도 꾸밈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구체적으로 아직 그려볼 수는 없지만 저만의 공간을 꾸밀 때 그때의 제가 가진 취향을 마음껏 녹이고 싶어요. 기분이 좋아지는 색감들과 나무가 가득 보이는 뷰를 가진 곳이길 바라면서요. 

율동공원 ⓒ김규린
율동공원에서 찍은 광고 콘텐츠 ⓒ김규린

— 취향이 담긴 방을 배경으로 촬영을 많이 진행하지만 아닐 때도 있잖아요.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리는 일상 속 촬영 스폿은 어떻게 찾는 편이에요? 

일부러 찾아보고 촬영을 나서는 편은 아니에요. 정말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공간이거나 콘텐츠 속 아웃핏과 어울린다 싶으면 그곳에서 촬영을 진행하곤 하죠. 그런데 구태여 특정 장소에서 찍으려고 하면 오히려 잘 안 나오더라고요.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은 거짓말을 못 한다고 생각해요. 작위적인 게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인데 그 재미없는 일을 스스로 할 수 없는 법이니까요. 많은 분들이 제 콘텐츠를 보고 솔직한 콘텐츠라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이유가 이런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 루틴한 일상을 위해 산책을 한다고요. 요즘에도 걷기를 즐기나요? 좋아하는 산책 코스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분당에 위치한 율동공원을 참 좋아해요. 가운데 큰 연못이 있고 그 연못을 중심으로 러닝 코스가 조성되어 있어요. 물론 달리진 않아요.  나무를 좋아하는데 그 공원에 있으면 나무에 뒤덮여서 자연 안에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자주 찾게 되더라고요. 규모도 크고 사람도 적어서 다른 공원보다 선호합니다. 최근에는 여기서 브랜드 스탠드오일 광고 콘텐츠를 촬영하기도 했어요.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를 보며 ⓒ김규린

— 패션, 영화, 음악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좋아하잖아요. 그 많은 취향의 원천은 어디인지 궁금했어요. 지금의 규린 님이 만들어지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7살 때 즈음 집에 있는 컴퓨터로 네이버에 접속해서 ‘예쁜 사진’이라고 검색했던 게 기억이 나요. 지금 핀터레스트에 검색해서 사진을 보는 것처럼요. 이미지를 서치하는 행위를 그때부터 좋아했더라고요. 저는 어떤 분야가 되었든 좋아하는 건 다 제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체화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면 좋겠더라고요.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직업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기도 하고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생긴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잖아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개인의 개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그것이 존중받는 시대가 오면서 저의 무대가 열렸다고 생각해요. 미친 듯이 영화가 보고 싶은 날은 영화만 보고 전시가 보고 싶은 날은 전시만 보러 다니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보기에 비주얼적으로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꾸준히 아카이빙 해왔어요. 그 아카이빙한 것과 내 것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축적되어 지금의 제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 요즘 규린 님을 새롭게 자극하는 것이 있다면요?

프랑스 감독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보고 영감을 많이 받아요. 사계절을 콘셉트로 각각의 계절을 담아낸 연작 영화〈봄 이야기〉, 〈여름 이야기〉, 〈가을 이야기〉, 〈겨울 이야기〉 해당 계절에 보는 게 저의 루틴이 되어버릴 정도로요. 꾸준히 프랑스 영화의 영상미와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을 구경하는 일을 좋아했는데요. 에릭 로메르가 담아낸 계절감이 제가 제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은 계절과도 맞닿아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의 영상미와 인물들의 패션을 어떻게 제 콘텐츠로 녹여서 보여드릴 수 있을지 요즘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브랜드 기마구아스를 입고 ⓒ김규린
니히 플래그십스토어 ⓒ김규린
데일리로 즐겨 입는 브랜드 포니테일 ⓒ김규린

 — 다양한 브랜드를 접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보니 수많은 브랜드를 만나보며 뚜렷한 관점도 형성되고 좋아하는 브랜드도 생겼을 것 같아요. 

몇 년 전만 해도 콘텐츠를 핑계로 다양한 옷을 구입했는데 그렇게 산 옷은 결국 잘 안 입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신중하게 브랜드를 보고 쇼핑하는 편인데요. 요즘은 스페인 브랜드 기마구아스(GIMAGUAS)를 좋아해요. 기마구아스가 원래 바닷가에서 입기 좋은 옷을 전개하는 브랜드였는데 최근 디자인 바운더리를 넓혔어요. 옷의 가짓수도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요. 해외 브랜드를 관심 있게 보는 이유는 우리나라 브랜드에서는 본 적 없는 색감을 많이 쓰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옷의 핏도 중요하고 소재도 중요하지만, 저에게는 색깔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소거든요.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라 덥석 구매하지는 못하지만 수시로 들어가서 사고 싶은 게 있는지 보곤 해요. 

 

 —  자주 찾는 플래그십스토어도 있어요? 

패션 브랜드 니히(NIEEH)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자주 갑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간다는 것은 핸드폰으로만 보던 옷의 실물을 보고 입어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니히 매장은 2층으로 되어있고 주택을 개조해서 만들었는데 동선이 편하고 피팅룸이 잘 조성되어 있어요. 입어볼 수 있는 옷 가짓수도 굉장히 다양하고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플래그십스토어의 조건이 잘 갖춰진 곳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1층과 2층이 다른 분위기로 꾸며져 있는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에요. 평소에 어떤 공간을 볼 때 한발짝 떨어져서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데 니히 플래그십스토어에 들어서면 ‘이 가구는 왜 이렇게 배치했을까?’와 같은 아이디어를 자극하는 질문들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인스타그램을 보면 광고가 아닌데도 브랜드 포니테일(PONYTAIL)의 옷을 즐겨 입는 모습이 자주 올라오더라고요.  룩북이나 요즘 잘 입는 옷을 소개할 때면 해당 브랜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요.

포니테일이라는 브랜드가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받아 옷을 만드는 곳이에요. 영화를 보다 어떤 배우가 입은 옷이 마음에 들면 그것을 포니테일만의 방식으로 구현해 내는 식으로 작업을 하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다 보니 스토리가 있는 옷이 많은 것 같아요. 저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는 듯 취향을 저격하는 옷도 참 많고요. 초창기부터 브랜드를 쭉 지켜봤는데 좋은 의미에서 큰 굴곡 없이 원래 해오던 것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어요. 포니테일이 옷을 만드는 방식이 제가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영화의 장면을 보고 그 옷이 예뻐서 직접 만들고 많은 이들의 마음에 들도록 하는 건 어려운 일인데 그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게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저한테는 굉장히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예요.

2023년 뉴진스·스포티파이 팝업 현장 ⓒ김규린
ⓒ김규린

— 여러 브랜드에서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들을 많이 열고 있어요. 가장 인상적인 행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크리에이터로서 팝업에 방문했을 때 어떤 시선으로 그 현상을 바라보는지도 궁금해요. 

작년에 낙원상가에서 열린 뉴진스와 스포티파이 팝업이 기억에 남는데요. 당시 웃긴 에피소드가 있는데 광고 콘텐츠 촬영차 현장을 방문했는데 워낙 사람이 많았던지라 입구컷을 당했어요. 담당자분과 연락이 되었는데도 한참 동안 못 들어가서 기다렸어요. 기분 나쁜 것 없이 그런 상황이 처음이라 재밌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가 보니 다양한 활동이 준비되어 있었어요. 남녀노소 버니즈 키링을 달고 있었는데 저도 뉴진스를 응원하고 신곡이 나오면 항상 뮤직비디오를 보지만 현장에서 저보다 더 열성적으로 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좋은 에너지를 받았어요. 해당 팝업을 통해 뉴진스가 얻는 효과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기도 했달까요? 팝업이라는 게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을 한데 모으는 마케팅 방식 자체가 좋다고 생각해요. 요즘 팝업들의 특징을 관찰하는 것도 재밌어요. 최근에 간 디스이즈네버댓과 버드와이저 컬래버 팝업에서는 엄청 큰 맥주캔 설치물이 있었는데요. 시선을 잡는 효과가 있어서 그런지 이런 설치물을 요즘 여러 행사 현장에서 볼 수 있었어요. 

ⓒ김규린
ⓒ김규린

 — 패션에서부터 규린 님의 콘텐츠가 시작되었잖아요. 규린 님에게 옷은 어떤 존재인가요? 다른 분야보다 유독 애정이 남다를 것 같아요. 

옷이 없었더라면 인생이 재미없었을 것 같아요. 저는 TPO(time, place, occasion) 맞추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이게 제 인생에 있어서는 가장 큰 재미예요. 인터뷰를 하는 오늘은 격식은 차리면서 크리에이터로서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 핑크색 포인트를 주었는데요. 이런 디테일은 저만 아는 사실이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패션이라는 것 자체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인데 평생 함께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라 더 애착이 생기네요. 옷은 죽을 때까지 입으니까요. 

ⓒ김규린

 — 일상 브이로그를 보면 학창 시절부터 혼자 LP숍도 카페도 가며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보였어요. 규린 님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나요? 

원래는 혼자 있는 시간의 비중을 크게 두었어요. 그런데 요새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또 다른 세상 공부라고 느껴져요. 어떤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만 결국 그 이야기를 통해 나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상대방을 통해 나 자신을 확인해 보는 시간이 지금 저에게는 필요하더라고요. 비단 저뿐만이 아니라 사회에서의 경험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여겨져요. 집에 와서 누우면 ‘드디어 왔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와요. (웃음)  

카페 순간의 순간 ⓒ김규린

 — 1인 크리에이터다 보니 여러 가지 신경 쓸 부분이 많아 지치는 순간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때 찾는 공간이 있어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칠 때 강화도에 있는 ‘순간의 순간’이라는 카페를 찾아요. 서해가 보이는 통창이 있는 곳인데 해지는 시간에 맞춰서 가면 해가 저무는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요. 그 모습이 그림같아요. 답답할 때 그 통창 뷰를 통해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있으면 한결 나아져요. 

 

— 자주 찾게 되는 공간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생각보다 많은 조건이 필요한데요. 그날 그곳에 사람이 많이 없었는지, 그 공간에 있을 때 내 기분은 어땠는지 등 여러 조건을 따졌을 때 그 공간에 머물며 기분이 좋았다면 그곳은 다시 찾게 돼요. 그리고 나무나 수풀이 보이면 그 공간에 좋은 점수를 매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공간이 카페가 될 수도 밥집이 될 수도 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랑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은 제 네이버지도 즐겨찾기에 늘 상위권에 있어요. 

브루클린 숙소 ⓒ김규린
숙소에서 보였던 큰 나무 ⓒ김규린
ⓒ김규린

— 이따금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아요. 여행지를 선정하는 규린 님만의 기준이 있을까요?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의 기준이 달라요. 해외여행은 주로 저의 로망을 충족하기 위해 떠납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콘텐츠적으로 찍을 게 많은 곳이면 더 좋죠. 국내 여행은 입증된 곳을 선호해요. 주변 사람들에게 어디가 좋은지 그곳은 어떤 게 유명한지 무엇이 맛있는지 물어보고 정보를 수집하죠. 국내에서는 그래서 더욱 가는 곳만 가게 되는 것 같아요. 

 

 — 여행지 중 가장 좋았던 도시나 동네를 꼽는다면요? 

2022년 친언니랑 뉴욕 한 달 살기 여행을 갔어요. 숙소는 브루클린 쪽이었는데 관광객이 몰리는 맨해튼 지역을 벗어나서 그런지 동네 주민들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숙소 앞에 도착해 캐리어를 끌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때 처음 들은 말이 ‘도와줄까?’였어요. 아직도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그 동네의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숙소 가까이에 일식집이 있었는데 뉴욕을 떠나는 마지막 날에도 이 식당에 갈 정도로 자주 갔어요. 해외여행을 할 때면 내가 이곳에 사는 사람인 척 행동하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일식집은 그런 기분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죠. 뉴욕에 갔을 때, 브루클린 숙소에 머무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어요. 

뉴욕 여행 중 가장 자주 간 일식당이다. ⓒ김규린

 — 낯선 해외에서 발견한 최고의 공간도 있었나요?

공룡을 좋아해요. 뉴욕 여행 때 잠시 LA에 갔는데 그곳에서 간 자연사 박물관에서 받은 충격을 잊지 못해요. 박물관에 들어가자마자 세상이 나를 속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트리케라톱스 머리뼈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규모였어요. 보고 있는데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요. 매번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직접 무언가를 찾아보고 어딘가에 가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계획 없이 방문한 곳에서 저에게 자극이 되는 영감을 받았어요. 긍정적인 뇌파가 작용한 느낌이랄까요? 야외에는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빨간색 교복을 입고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친구들이 햇볕을 쬐면서 누워있더라고요. 저도 그곳에 누워서 잠시 그 모습을 바라봤어요. 잠에 들 것 같은 기분 좋은 그 기분이 아직까지도 가장 근사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 공룡을 좋아한다니 흥미롭네요. 좋아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거짓말 같아서 좋아해요. 박물관에 이런 문구가 있었어요. ‘인간이 보기에는 공룡이 매우 신기하고 오래전에 살았던 생명체지만 인간 다음의 생명체에게는 인간이 그런 존재일 것이다.’ 우주를 떠올리면 지구에 있는 내가 작은 존재로 느껴지고 내가 하는 고민들이 정말 사소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잖아요. 먼지 같은 존재라고 느껴지는 그 순간이 힘이 될 때가 있는데 공룡을 보고 있으면 비슷한 기분을 느껴요.

LA 자연사 박물관 내부 모습과 야외 풍경 ⓒ김규린
ⓒ김규린
언니와 함께 찍은 콘텐츠 ⓒ김규린

 — 요즘 가장 도전해 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들어보고 싶어요. 

선명하게는 없지만 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현재는 규칙적으로 올리는 콘텐츠가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무언가를 규칙적으로 만들고 발행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요. 이것을 저 혼자서만 만들기는 어렵다고 느꼈어요. 최근에는 언니, 동생과 본격적인 기획회의와 편집도 함께하고 있는데 평소에 영상을 만드는 데 쏟았던 모든 에너지를 조금 더 내가 집중하고 싶은 부분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걸 경험했어요. 함께 해서 역할 분담이 되었을 때 나오는 아웃풋이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발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about heyMAP Curation

크리에이터 김규린의 눈을

즐겁게 하는 공간에서는 펼쳐지는 콘텐츠     

 — 규린 님의 큐레이션에는 아이돌 팝업도 있고 전통성이 묻어나는 전시도 포함되어 있어요. 어떤 기준으로 큐레이션 했나요? 

전체적인 특징은 ‘eye candy’ 가 아닐까 싶어요. 말 그대로 눈이 즐겁고 또 달콤한 공간입니다. 한 카테고리에 국한되기보다 예술 안에서 다양한 소스를 수집하는 게 크리에이터로서 큰 양분이 돼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을 담아 선정했습니다. 

▼ 크리에이터 김규린이 직접 남긴 추천 코멘트를 살펴보고 그의 취향이 느껴지는 공간을 방문해 보세요!

김규린 큐레이션 팝업/전시와 그의 추천사를 위 카드를 눌러 확인해 보세요.

김지민 인턴 기자 

사진 출처 김규린

김지민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다. 보고 느낀 이야기로 콘텐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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