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5

호미가 반기는 더차일드후드홈!

그 '호미'가 아니라 고향친구 '호미'
유년 시절은 떠올리는 것만으로 가슴 한편이 뭉클한 삶의 조각. 어떤 순간에는 늘 쥐고 다닌 탓에 끝이 헤진 베개와 함께 했고, 훗날의 또 다른 순간에는 뽑기 기계에서 굴러 나온 작은 장난감과 나만의 세상을 누볐다. 영화 ‘토이 스토리’ 속 앤디처럼 그때 쏟았던 애정은 다른 대상을 향하기도 하지만, 내 전부였던 무언가는 현실의 보니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이다.
'더차일드후드홈' 내부 전경

 

오후 3시, 통창으로 들이치는 빛이 어렴풋이 옛 기억을 부르는 공간이 있다. 노랗게 물든 원목 가구 사이 자리한 사물들은 시간을 거꾸로 걷는 여정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어디로 닿을지 모르는 이 여정에는 내내 추억이 함께해 즐거울 수밖에.

 

방문객은 힙합에 푹 빠진 10대가 되어 음악을 즐기고,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탐험하는 20대가 되어 갖가지 소품에 매료된다. 종내에는 장난감 사 달라 떼를 쓰는 어린아이가 되어 엉덩이 붙이고 앉을 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다면 ‘더차일드후드홈(The Childhood Home)’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걸음을 내디뎌보자.

 

 

Interview with 더차일드후드홈

김대현 대표

 

'더차일드후드홈' 내부, 김대현 대표의 공간

 

어릴 적 기억은 꽤나 오래 머무른다. 인상적인 장면이 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물은 딱히 쓰임새가 없더라도 괜히 모아두고 싶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은 나 뿐만 아니라 가족이 좋아하는 사물들로 가득했다. 아마 그 장면에서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누군가의 취향이 잔뜩 묻어나는 숍이 떠올랐다. 내 취향이면 더 좋겠다 싶었고. (웃음) 다양한 카테고리의 사물들을 친구처럼 친밀하게 소개하고 싶어 고심 끝에 ‘더차일드후드홈’이라는 이름의 편집숍을 준비하게 됐다.

 

'더차일드후드홈'의 마스코트 '호미(Homie)'. 이미지 제공: Half & Half Studio
2월 중 화병과 화분 형태의 '호미'를 만날 수 있다.

 

‘더차일드후드홈’ 오픈까지의 여정이 궁금한데.

편집숍 운영의 꿈은 꽤 오래전부터. 20대 초반에는 내 것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어떤 형태를 그려둔 것은 아니어서 당장 실행에 옮기진 못 했지만. 직장 생활을 11년 가까이하다 보니, 문득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성향이 정반대인 직장 두 곳을 경험하면서 번아웃이 왔달까. 비슷한 순간을 겪은 분들이 분명 있을 거다.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물론,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아내에게 가장 고맙다.

 

 

마스코트의 이름이 계속 맴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웃음) 숍 이름이 ‘더차일드후드홈’이니 마스코트 이름은 ‘호미(Homie)’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고향친구’라는 의미가 친구처럼 다가가고 싶은 숍의 태도와도 잘 맞아 떨어지고. 내가 붙였지만 만족하는 이름이다.

 

블루보이즈스포츠클럽(Blue Boyz Sports Club)의 FW21 시즌. 이미지 제공: 블루보이즈스포츠클럽
Meek Mild와 Kuka Ka wai의 협업 컬렉션. 이미지 제공: Meek Mild
'더차일드후드홈'에서 만날 수 있는 인엔북스(Innen Books)의 서적들.

 

김대현 대표는 어릴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패션 바이어와 패션 MD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패션과 문화는 긴밀히 닿아 있지 않나. 그는 해외 매거진, 아트북에서 접한 여러 문화에도 귀를 기울였다. 특히 그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 ‘서브컬처’에 관심이 지대했다고. 그런 그의 취향은 ‘더차일드후드홈’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태국 방콕에서 시작한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블루보이즈스포츠클럽(Blue Boyz Sports Club)부터 현대 예술가와 현대 트렌드를 파격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 스위스 베이스의 독립 출판사 인엔북스(Innen Books)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표하는 ‘서브컬처’는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우리에게 닿는다.

 

한국에서만 판매되는 제니아테일러(Xenia Tailer) 블랙 에디션. 이미지 제공: 제니아테일러
Agaric Fly 인센스 시리즈. 이미지 제공: Agaric Fly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한 공간에 녹여내려면 쉽지 않겠다. 셀렉의 기준은?

공간에 어울리는 브랜드인지, 전체를 생각했을 때 톤이 잘 어우러지는지 가장 먼저 확인한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시선으로 봐도 매력적이어야 한다. 사실 지인들은 “딱 김대현이다” 하는데, 정체성을 확실히 가져가되 매몰되지는 않으려 애쓴다. 앞으로 방문하시는 분들이 ‘더차일드후드홈’에서 우연히라도 다른 문화, 새로운 브랜드를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lotsofpiecesss 머그컵 시리즈. 이미지 제공: lotsofpiecesss

 

지인들과 협업도 준비 중이라고.

주위에 브랜드를 전개하는 친구들이 많다. 다들 쇼룸이 없어 어려워하더라. 가만 생각해 보니 잘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숍에서 소개할 매력적인 브랜드가 필요하고, 그들은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니까.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을 활용할 예정이다.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팝업으로 찾아가겠다.

 

'더차일드후드홈' 오픈을 기념해 출시한 차르 모리타와의 협업 컬렉션
'더차일드후드홈' PB 중 하나인 마다가스카르 6 패널 캡

 

‘더차일드후드홈’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 한 가지만 꼽자면.

오픈을 기념해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차르 모리타(Charr Morita)와 함께 러그와 티셔츠, 후드를 제작했다. 첫 협업 제품이기도 하고, 해외 작가와의 첫 작업물이라 여러모로 나에겐 특별하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으니 여러분에게도 특별하다면 특별하지 않을까.

 

 

직접 제작한 제품도 특별할 것 같은데. (웃음)

아, 그렇다! (웃음) ‘더차일드후드홈’의 PB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마다가스카르 6 패널 캡(Madagascar 6-Panel Cap)을 소개해 볼까. 평소 아프리카 식물에 관심이 많은데, 대다수가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다가스카르를 떠올리며 직접 그린 그림을 얹은 캡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흐뭇했다.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

느리게 가는 것. 내 삶의 속도가 느리다 보니, ‘더차일드후드홈’도 비슷한 속도로 가기를 바란다. 쉴 틈 없이 바쁘고 치열한 느낌보단, 친구의 집에 놀러 갔을 때의 편안한 느낌을 주고 싶다. 언제라도 가볍게 들를 수 있는 곳이 되기를.

 

 

김가인 기자

자료 제공 더차일드후드홈

장소
더차일드후드홈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40길 5, 2층
김가인
사소한 일에서 얻는 평온을 위안 삼아 오늘도 감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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