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2

도산공원에서 낮부터 와인 마셔볼까?

'와인 소셜'의 특별한 블라인드 테이스팅!
압구정 전성시대가 부활했다. 젊은 세대 취향 고려한 가게가 줄지어 생겼고 이전부터 자리 지켜온 편집숍, 부티크, 갤러리가 있어 패션과 문화예술 즐기기에도 좋다. 서울 권역 중 압구정역 상권의 일일 평균 매출이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 역시 사실을 뒷받침한다. 활기 띤 압구정의 분위기 배가할 가게가 도산공원 근처에 등장했다. 진입 장벽을 낮춰 누구나 편히 와인을 즐기는 공간, '와인 소셜'이다.
석재로 만들어진 '와인 소셜'의 문고리. 문을 밀면 비밀의 공간이 펼쳐지는 듯하다.

 

작은 간판 걸어둔 건물로 발을 옮겨서도 ‘여기가 맞나?’ 알쏭달쏭할 터. 석재로 제작한 특이한 문고리를 밀고 들어서는 것부터가 공간의 시작이다. 문을 열면 은은히 밝힌 조도 속 12m에 달하는 수직 형태의 바가 마법처럼 펼쳐지고 정장 입은 소믈리에 여러 명이 손님을 반긴다. ‘와인 소셜’ 본사이자 미국 와인 수입사인 ‘보틀샤크’를 운영하던 데이비드 김(David Kim) 대표와 이고은 부대표 부부가 “와인을 보다 친근하게 즐길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과 이미지 카드를 접목해 지난 2월 오픈한 공간을 속속들이 살폈다.

 

 

‘누가’ 만들었나요?

본사인 와인 수입사 ‘보틀샤크’와의 시너지

 

'와인 소셜' 대표 데이비드 김(David Kim). 사진 출처: 럭셔리 매거진

 

수십 년간 무역업에 종사한 데이비드 김(David Kim) 대표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그 시작이 ‘와인 소셜’의 본사인 ‘보틀샤크’였다. ‘보틀샤크’가 백화점이나 레스토랑 등 자신이 수입한 와인을 판매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이라면 ‘와인 소셜’은 ‘보틀샤크’가 소비자와 만나는 첫 번째 B2C(Business to Consumer) 사업이라고. 미국 소노마(Sonoma)에서 나고 자란 재미교포인 대표는 고향 근처 위치한 대규모 와인 산지 나파 밸리(Napa Valley)에서 종종 와인을 마시던 것에 영감 얻어, 와인은 어렵다는 국내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와인 문화를 혁신하고자 서울 압구정 도산공원 근처에 자리 잡았다.

 

 

‘무엇이’ 특별한가요?

와인에 어울리는 카드 맞추기

 

 

와인을 마시기엔 이르게 느껴지는 오후 두 시부터 문 여는 ‘와인 소셜’의 정체성이자 특징은 바로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 와인 리스트 없이 ‘섬세하고 우아한’ A와 ‘펑키하고 개성 있는’ B코스 중 하나를 선택하면 총 다섯 잔의 와인을 치즈 및 샤퀴테리(Charcuteri)와 1시간 30분 동안 즐길 수 있다. 이는 ‘보틀샤크’ 뿐만 아니라 타 와인 수입사에서 수입한 약 500종의 와인을 직접 시음한 후 큐레이션 한 것으로 최근 유행하는 ‘맡김 차림’ 즉, 와인 ‘오마카세’라고 말해봄 직하다. 와인 코스는 짝수 달마다 변경되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와인을 경험할 수 있다.

 

 

‘와인 소셜’은 정보 없이 와인을 마신 손님에게 다섯 장의 카드를 준다. 미국에서 순수예술(Fine Arts)을 전공한 대표의 미감을 반영해 제작한 카드는 폭죽, 발레리나, 시계태엽 등 다양한 시각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이 느낀 와인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카드를 선택하면 소믈리에가 와인의 특징을 설명하며 정답 카드를 알려준다. 이고은 부대표는 “사실 정답은 없어요. 자신이 느낀 맛이 와인의 정답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자유로운 와인 경험을 지향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와인 소셜’이 제공하는 글라스는 중앙이 뚫려 있어 자연스럽게 와인 침전물 거르는 ‘디캔팅(Decanting)’ 할 수 있다. 이는 납 성분 없는 무연 유리를 세공사가 일일이 불어 만든 수작업 공예품이자 5성급 호텔 및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지허(ZIEHER) 글라스다. 물결 모양으로 만들어진 잔의 하단부는 와인의 향미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어떤’ 소믈리에인가요?

손님 성향 고려한 와인 설명

 

'와인 소셜' 총괄 매니저 조성곤

 

‘와인 소셜’의 총괄 매니저인 조성곤은 국내 최초 WSET에서 공인한 교육기관인 WSA 와인아카데미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와인을 소개하는 ‘저스트 드링크’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이외 신라호텔과 제주도의 유명 와인 바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진 구성원은 공간을 찾은 손님이 즐겁게 와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손님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에요. 와인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라 설명이 길어질 염려가 있는데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해야 하죠.” 실제 ‘와인소셜’을 방문한 기자가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이것저것 물어보자 한 소믈리에가 자세하고 상냥한 설명을 해줬다. 이내 다시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기자에게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옮겼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기자는 와인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공간’ 디자인은 어때요?

국내 굵직한 공간의 설계 맡은 LAB404와의 협업

 

원형 테이블 중앙 배치한 블랙 룸 전경

 

대기업에 재직하며 메가박스 부티크와 파미에스테이션 공간 설계를 주도했던 김진성, 이영진 소장이 공간 디자인을 맡았다. 퇴사 후 독립해 공간디자인 사무소 ‘LAB404’를 설립한 이들의 예술성에 감동한 ‘와인 소셜’이 프로젝트를 의뢰한 것. ‘와인 소셜’ 내부에는 두 개의 룸이 ‘블랙’과 ‘화이트’의 콘셉트로 나뉘어 있다. ‘블랙’ 룸이 소믈리에와 함께 소통하는 공간이라면, ‘화이트’ 룸은 입안에서 천천히 와인 굴리며 음미하는 공간이다.

 

손으로 접어 장식한 천장의 패브릭이 아름다운 화이트 룸 전경

 

데이비드 김 대표와 이고은 부대표는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와인 바보다 사람들과 가깝게 앉아 와인 마시는 곳을 선호했다. 이에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은 동굴 와인 저장고와, 아치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으로 전체 공간 디자인에 통일감을 준다. 들쭉날쭉한 높이 때문에 고민이었던 천장에는 인테리어 전문 업체 어플루언스(Affluence)의 김성자 실장이 한 겹 한 겹 손수 자르고 접은 흰색 패브릭을 파도의 잔물결처럼 설치했다. 공간을 와인병으로 채우는 통상적인 와인 바와 달리, 앞서 말한 수작업 공예품 지허의 와인글라스 600개를 장식한 것도 특별한 점 중 하나.

 

 

전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수다 떨고 노는 곳 ‘와인 소셜’

 

'와인 소셜' 이고은 부대표

 

“감각을 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고은 부대표가 ‘와인 소셜’을 찾는 이에게 선사하고 싶은 가치를 말한다. 평소 특정 산지 와인을 선호하지 않던 사람도 ‘와인 소셜’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시음한 와인 맛에 놀라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이들은 좋은 품질과 향미를 가졌지만 인지도가 낮아 잘 팔리지 않는 와인이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에 ‘와인 소셜’은 여러 수입사의 와인을 편견 없이 맛보고 정성스레 소개한다. 이고은 부대표는 “원두 공부하자는 생각으로 스타벅스에 가는 게 아닌 것처럼, 와인 공부하러 ‘와인 소셜’을 찾는 게 아닌 수다 떨고 놀기 위해 찾았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이들이 애정으로 가꾼 공간에서 낮부터 다섯 잔의 와인 마셔보는 건 어떨까.

 

 

신은별 기자

자료 제공 와인 소셜

장소
와인 소셜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6길 71-1, 2층
링크
홈페이지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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