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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06-30

감각적 취향을 경험하는 동네 사랑방, 카페 붓

작은 디테일이 만드는 차별화된 공간

장소카페 붓 (부산시 금정구 금강로 348)

카페 붓은 강담은 작가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이다. 정교한 그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바우하우스 오지리널 디자인 포스터와 캔버스 위에 자유롭게 그려진 작가의 개인 작업, 모더니즘 미학이 담긴 가구와 세월을 품은 빈티지 가구가 서로 믹스 매치되어 나타난 공간의 이질적인 풍경은 낯설지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렇듯 무심하게 툭툭 배치된 사물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에선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작가의 미적 감각 또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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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붓 © Kunhee Lee

해가 떨어진 밤, 낮은 조도의 조명들이 은은하게 공간을 밝히기 시작하면 공간의 독특한 분위기는 더욱 빛을 발한다. 사람들이 조명 아래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그림을 그리며 와인을 즐기는 모습은 마치 예술가의 아트 살롱을 연상시킨다. 한편, 카페 외에도 다양한 F&B 공간을 운영하며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강담은 작가. 그의 열정적인 모습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이에게 영감이 된다. 부산의 한적한 동네에서 묵묵히 본인 만의 감각적인 세계를 그리는 강담은 작가를 만나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with 강담은 작가

카페 붓 내부_디자인 포스터, 와인, 플랜테리어 브랜드 풀이파리(pullipalli) 식물이 놓여 있다. © Kunhee Lee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강담은 작가입니다. 회화 작업을 하며 커피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카페 붓(이하 붓)을 운영하고 있어요.

 

 

붓은 어떤 공간인가요?

드로우 & 드링크(Draw & Drink)가 붓의 슬로건이에요. 그림 그리면서 커피도 마시고 와인도 한잔할 수 있는 공간이죠.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카페가 있어요. 타지인은 거의 찾지 않는 지역이죠. 그런 만큼 붓은 동네 사랑방 역할을 자처해요. 운동화 꺾어 신고 편하게 와서 이웃들,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붓의 프라이빗 룸 © 카페 붓

말씀하신 것처럼 관광객은 물론, 타지인조차 보기 힘든 지역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 성향이 좀 그런 듯 해요. 왁자지껄한 지역보다는 지금 붓이 있는 곳처럼 조용한 동네로 마음이 기울더라고요. 저는 익숙한 지역에서 편안한 사람들과 취향을 나누는 게 참 좋아요. 예를 들어, 서울과 다르게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포스터 같은 것은 이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이런 문화를 일상에서 함께 즐기는 시간을 다른 곳이 아닌 여기서 만들고 싶은 거죠.

 

 

카페 이름에 담긴 의미도 궁금해요.

브랜드 네임에 ‘그림 그리는 카페’라는 콘셉트를 담고자 했어요. 여러 가지 이름을 생각했고 그중 쉽고 간결한 ‘붓’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어요. 대신 붓을 있는 그대로 한글로 적기보다는 BOOT이라고 표기해 이중적인 느낌을 표현했죠. 읽는 분에 따라서 ‘부트’라고 읽기도 하고 사람마다 네이밍을 다르게 해석하는 모습이 흥미로웠어요. 제가 직접 쓴 BOOT을 브랜드 로고로 활용했고요.

리뉴얼 이전의 붓 © 카페 붓
현재의 붓 내부 전경 © Kunhee Lee

짙은 색감의 빈티지 가구, 낮은 조도의 조명들, 바우하우스 디자인 포스터, 그리고 작가님의 채도 높은 파란 작품들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며 만드는 풍경이 인상적이에요.

붓의 인테리어는 지난 2021년에 리뉴얼됐어요. 이전에는 따스하고 밝은 우드톤이 주를 이뤘죠. 공간 리뉴얼하며 맥시멀리스트인 제 취향과 감성을 더욱 녹여냈어요.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과 힘을 알지만 제 공간에서 표현하기는 힘들더라고요. (웃음) 제게 영감을 주는 바우하우스 건축가, 디자이너의 포스터도 두었죠. 특별히 인테리어 디자인을 했다기보다는 운영자의 취향 가득 담긴 작품, 가구를 한데 모으니 붓의 독특한 색깔이 된 거죠.

© Kunhee Lee
붓에서 소개 중인 한동호 작가의 작품 © Kunhee Lee

공간 내부는 어떻게 구성되나요?

지하에는 손님들을 위한 드로잉 룸과 제 작업실이 함께 있어요. 1층의 카페 입구로 들어서면 먼저 와인 보틀, 그리고 와인과 함께 곁들일 가벼운 스낵류를 소개하는 코너를 만날 수 있죠. 다음으로 제가 수집한 포스터와 가구로 연출한 프라이빗 룸이 있고요. 이 외에 플랜테리어 브랜드 풀이파리(pullipalli)의 식물과 실을 이용해서 주로 작업하시는 한동호 작가님의 작업도 공간 한편에서 소개하죠.

드로잉 클래스를 위한 공간 © 카페 붓

붓에서만 만날 수 있는 콘텐츠를 소개해 주세요.

대표적인 콘텐츠라면 드로잉 클래스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드로잉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자체는 붓이 아니어도 참 많아요. 하지만 클래스를 운영하는 방법에서 다른 곳과 차별점을 가진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인 드로잉 클래스를 떠올려 보면, 미리 그려진 도안 위에 채색하는 식의 체험이 많거든요. 반면에 저는 참여자에게 아무 밑그림 없는 하얀 캔버스를 건네줘요. 그림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종종 당황스러워하시지만, 저는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분들이 정말 그리고 싶어 하는 것을 끌어내죠. 대화를 나누며 최소한의 방향만 잡아주고 나머지는 그리는 분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거예요. 참여자분들은 다양한 재료도 자유롭게 사용해 보며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해요. 이렇게 클래스를 진행하다 보면 정형화되지 않고 놀라울 정도로 근사한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참여자분들이 성취감을 느낄 때 저도 정말 뿌듯하죠.

붓의 시그니처 메뉴 크림모카라떼 © 카페 붓

대표 메뉴가 있다면요?

붓 라떼라고 부르는 크림모카라떼요. 무엇보다 모카의 색감이 붓과 정말 잘 어울려요. 공간의 톤과 비슷하죠. 초콜릿 향이 느껴지는 원두, 그 위에 시나몬 파우더와 크림을 얹었어요. 붓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커피에요.

밀실1 내부 전경 © 밀실1

붓 외에 운영 중인 작가님의 또 다른 공간도 소개 부탁드려요.

<밀실1>과 <애프터워크바(After Work Bar)>를 운영하고 있어요. 2019년에 오픈한 밀실1은 이름에서 보이듯 숨겨진 곳에 찾아오는 콘셉트로 만든 공간이죠. 와인, 위스키, 칵테일, 하이볼 같은 잔술과 좋은 음악 그리고 향이 있는 공간이에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혼자 와도 불편하지 않은 공간으로 입소문이 났어요. 실제로 홀로 책을 읽으며 이용하는 분도 많죠. 요즘 유행하는 MBTI에 빗대면 I들의 공간이라고도 불려요. (웃음)

애프터워크바 내부 전경 © 애프터워크바

지난 2월 오픈한 애프터워크바 역시 이름 그대로 퇴근 후 들러 가볍게 술 한잔 마시고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일식을 기막히게 잘하는 친구와 만든 곳이죠. 언젠가 그 친구가 해준 야키소바를 먹는데 정말 맛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먼저 ‘너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제안했죠. 친구도 흔쾌히 수락해서 애프터워크바가 탄생했어요. 저는 공간의 전체적인 디렉팅과 주류를 고민했고, 친구는 구체적인 메뉴를 구성했어요. 붓과 밀실1이 표현의 제약 없이 자유로이 제 취향을 담은 공간이라면, 애프터워크바는 일과 후 한잔이라는 구체적인 콘셉트를 가지고 브랜딩한 공간이에요. 앞의 두 공간에선 다양한 스타일이 믹스 매치되었다면 애프터워크바에서는 비주얼부터 메뉴까지 간결하고 일관적인 브랜드 경험이 가능하죠.

밀실1 내부 전경 © 밀실1
애프터워크바의 하이볼 © 애프터워크바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이렇게 다양한 F&B 브랜드를 전개하는 작가는 부산은 물론 서울에서도 보기 드문 것 같아요.

제게는 되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붓을 시작하면서 의도하지 않아도 주위에 요식업을 하는 지인이 많아졌죠. 그들과 이야기 나누며 이 분야에 관심도 깊어졌고요. 카페를 보통 낮부터 늦은 밤까지 운영해요. 업종 특성상 주말에 쉴 수도 없고요.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만나기도 어려워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죠. 그래서 시간이 나면 공부 삼아 홀로 다른 카페나 바를 다니곤 했어요. 그러다 위스키를 접했는데 이 술이 차나 커피와 비슷한 구석이 많더라고요. 위스키의 매력에 빠져 싱글몰트, 블렌디드 같은 위스키 종류와 역사를 공부하게 됐어요. 결국 조주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죠. 때마침 이웃 공인중개사 대표님께서 제게 괜찮은 곳이 있다며 인근의 공간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아니 그런데 매물을 본 순간, 밀실1의 모습이 딱 그려지는 거예요! (웃음) 비용도 합리적이어서 큰 고민 없이 공간 계약 후 밀실1을 만들었죠. 이 모든 일이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갔어요.

© 카페 붓

최근에는 아트워크로 의류 제작도 하시던데요. 다양한 일을 펼치는 원동력을 어디서 얻나요?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계속해서 표현하고 만들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붓은 언제나 제가 하고픈 것을 표현하는 공간이기도 하죠. 붓에서 마음껏 창작하며 다른 일을 펼칠 원동력을 얻어요. 이 공간 덕분에 밀실1과 애프터워크바도 운영하는 거죠. 또 제가 인복이 있는지 그간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어요. 제가 기대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분들 덕에 계속해서 브랜드를 전개할 수 있었죠.

내부 전경_강담은 작가의 작업과 빈티지 가구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 카페 붓

작가로서 어떤 작업을 하는지도 궁금하네요.

파란 계열의 ‘울트라 마린 딥’ 색깔을 이용해 다양한 사물과 추상적인 형태를 그리고 있어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푸른 누드>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죠. 그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받은 감동, 잔상이 잊히지 않아요. 그 이후로 울트라 마린을 적극적으로 제 작업에 사용하기 시작한 거죠. 파란색 하면 떠오르는 차갑고, 슬프고, 우울하다는 감정의 선입견을 깨고 다채로운 감각을 깊이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내부 전경 © Kunhee Lee

붓을 찾는 분들이 어떤 기억을 가져가길 바라세요?

마음이 편해지고, 환기될 수 있는 공간. 정말 어렵겠지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죠.

외부 전경 © Kunhee Lee

머지않아 또 새로운 일을 하실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언젠가 꼭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고 싶어 하는데요. 가까운 목표로는 그들이 가게를 잘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좋은 멘토가 되고자 하죠. 공간 컨설팅, 디렉팅을 직업으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먼 미래에는 맨션 같은 큰 공간을 하나 가지고 싶어요.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계신 마음 맞는 분들과 낡은 맨션의 방 하나하나를 다른 콘텐츠로 채우며 재미있는 공간을 만드는 상상을 하죠.

이건희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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